동물들에게도 표정이 있다. 그 표정은 인간이라는 필터가 씌여져 우리의 감정을 표현해내고 있다. 더군다나 그 각양각색의 동물들 표정은 카메라라는 매체를 통과하면서 그리고 그 옆에 문자의 보조를 받으면서 새로운 의미를 형성하게 된다. 즉, 사진에 찍힌 동물들의 진짜 의도와는 아무 상관없이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사진을 해석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의 재미는 이 나름대로의 해석에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무리들 속에서 미끄러져 버린 펭귄에게서 부끄러움을 읽어내는 것처럼 말이다.
무엇보다도 이 해석은 저자의 의도대로 구성되어진 사진과 해설때문에 빛을 더 발하게 된다. 누구에게나 느닷없이 찾아오는 우울한 날. 그런 날의 우울감은 마치 그림자 마냥 떨쳐낼 수 있는 성질의 것들이 아니다. 그림자를 없애기 위해선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버려야 하듯이 우울감을 떨쳐버리기 위해서 우울한 동물들 사진을 보는 것은 그야말로 탁월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우울하고 위태위태한 동물들 사진을 죽 쫓아가다 보면 어느새 그들의 표정엔 웃음이 나타나있고 그것은 마치 읽는 사람에게도 똑같이 미소지을수 있도록 마법을 건듯한 효과를 자아낸다.
우울한 날, 우린 이젠 웃을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