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학교인데요, 오늘 따님이 도자기 수업에 참석 안했네요. 지금이라도 보내시면 됩니다."

갑작스러운 전화였다. 분명 30분 전에 딸내미와 연락해서 수업에 참석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디로 간거지....

딸내미에게 전화를 해도 신호는 가지만 받지를 않는다. 한 번, 두 번... 왜 전화를 안 받는거니? 점점 짜증이 일기 시작한다. 

이 시간에 가 있을만한 곳을 수소문했다. 학원 선생님에게 전화하고, 친구 어머니에게 전화해보고, 이곳저곳 연락해봤지만 본 사람이 없다. 짜증이 걱정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온갖 생각이 다 일어난다. 무슨 일이 생겼을까봐 조마조마하다. 

다시 딸내미에게 전화를 하지만 좀처럼 받지를 않는다. 일 초, 일 초가 지옥처럼 변해가고 있다. 

안되겠다 싶어 학교로 갈 채비를 차렸다. 그리고 막 학교로 움직이려는 순간, 다시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네, 아버님, 죄송합니다. 제가 그만 실수를 했네요. 같은 이름이 있어서 잘못 알았네요. 지금 수업 잘 받고 있습니다."

아~, 안도의 한숨이 밀려왔다.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든 선생님에 대한 화는 날 겨를이 없었다. 그저 안심이 되면서 다리에 힘이 풀릴듯 축 쳐진다.


수업이 끝나고 딸내미를 다시 만났을 때 그냥 꼭 안았다. 딸내미야 어리둥절... 그 시간에 재미있게 도자기를 만들고 있었단다. 아빠는 속이 타 들어가고 있었는데. ㅜㅜ; 


아~ 부모의 마음이란 이런 것이구나! 새삼 깨닫는다. 마음의 평정을 유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또한 알게되었다. 짜증과 분노, 불안과 걱정, 안도를 오가는 마음의 롤러코스터를 지나고 보니, 평정심이란 현실과 동떨어진 경전 속 이야기일 뿐일지도 모르겠다는 의구심마저 든다. 우리는 얼마나 쉽게 감정의 요동으로 치닫는지를 경험했으니 말이다. 십년은 늙어버린듯한 기분이다. 과연 우리는 고요한 마음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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