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4년생인 딸내미의 마음은 그야말로 오리무중이다. 하루는 "사람들이 돼지, 닭, 소는 고기로 먹으면서 개와 고양이는 고기로 안 먹는게 이상해"라고 하길래 종교, 문화, 가축과 반려견에 대한 인식의 차이 등등으로 각 국가나 민족마다 먹는 동물이 다를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한참 말을 듣고 있던 딸내미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왜 아빠는 내 말에 호응을 안해줘. 아빠는 항상 반박만 하잖아"라는 것이 아닌가. 

???

"아니, 아빠가 네 의견에 반박한 것이 아니라 사실을 이야기해준 것이야. 고기를 대하는 세상 사람들의 서로 다른 모습을 말해준 것이지, 반박하려고 한 것이 아니란다."

그래도 울음은 그치지 않았다. 어떻게 달래주어야 하나 고민하게 만든다. 

"아빠는 항상 네 편이야. 아빠가 말해 준 것은 반박이 아니야. 그저 설명한 것 뿐이지. 아빠는 항상 네 편이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어. 아빠는 항상 네 편이란다."

하며 꼬~옥 안아주니, 그제서야 조금씩 진정한다. 


다음날, 딸내미의 마음은 언제 그랬냐는듯 상쾌하다. 최근 재미를 붙인 자전거를 타고 싶단다. 바람빠진 내 자전거의 바퀴에 공기를 집어넣고 함께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마침 집 주위 둑방길이 차도 거의 다니지 않고 널찍해서 자전거 타기에는 안성맞춤. 바람이 조금 차가웠지만 함께 자전거를 탔다. 



십 년 넘게 안 타 본데다, 동생에게 얻은 자전거를 개시한 것이라 흔들흔들 조금은 불안하다. 그래도 옆으로 천이 흐르고 멀리 산이 보이고, 백로가 날고, 단풍이 들어가는 나무들이 예쁘게 다가온다. 



그냥 이런저런 이야기를 조잘조잘 해대며 딸내미와 함께 자전거를 타니 마음이 가볍다. 아직 자전거 초보인 딸내미의 속도를 맞춰 페달을 밟는 것이 힘이 들지만, 오랜만에 가슴이 확 트이는 기분이다. 게다가 딸내미와의 의미없는 잡담이 왜 이리 즐거운지 ^^ 종종 딸내미와 함께 자전거를 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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