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주 1 - 한국만화대표선
김주영 원작, 이두호 글.그림 / 바다출판사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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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으로서 살아가는 순간순간들이 역사를 만드는 밑거름이라는 건 이론적으로 알겠으나, 진짜 발로 걷고 손으로 만져지는 삶 속에선 도대체 어디에 역사가 흐르고 있는지 발견할 수가 없다. 물론 촛불집회와 같은 거대한 물결속에선 이것이 역사의 한 장이 될것임을 알 수 있으나 일상속에선 안갯속일 따름이다.

객주의 천봉삼이라는 주인공은 역사에서 한발짝 비켜 서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가 역사의 물결에 합류하지 않는다해서 그를 비난할 수 없는 것은 개인적인 삶이 거의 완벽하다 말할 수 있을 정도의 반듯한 삶을 살아갔기 때문일 것이다. 흥선대원군과 민비의 싸움에서 유필호와 이용익이라는 인물의 선택중 어느 한 곳도 편을 들지 않고 그저 자신의 보부상 무리들을 꾸리는데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의 삶이 일관적으로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의리를 지키는데 목숨을 바칠 정도로 헌신하고 있었기에 딱히 그를 욕할 순 없지만 어찌보면 그는 방관자일 뿐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역사가 그냥 스쳐가는 흐름이 아니라 계속해서 선택의 순간을 강요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어떤 선택도 하지 않는다. 개인적 삶으로서는 완벽하다 하겠지만 사회적 삶으로서는 낙제다. 낙제인 그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만 문득 마음 저 깊숙한 곳에서는 그를 옹호하고 싶다. 아니 옹호를 넘어 자신의 패거리에 얽매여 의리를 지킨다시고 목숨을 갖다바치는 것도 피해 그저 저만치 벗어나 있는 삶을 동경해마지 않는다.

그 옛날 임금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산 속 깊은 곳에서 누추한 삶을 살았던 화전민들을 떠올리며 차라리...라고 생각해본다.

그러나 또한 내가 정말 가끔씩 얼마나 사람을 그리워하는지 떠올려보면 누군가에게 의지할 수 있는 삶, 그리고 그 의지가 되어주는 삶 또한 내가 꿈꾸던 삶은 아니었는가 생각해본다.

사람만이 희망이고 또한 절망이다.

진정 괴로워하지 않는 삶이란 없는 것인가?

2. 만화속에선 폭력이 난자하다. 잘못에 대한 처절한 응징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자꾸 등장하는 고문의 현장은 책장을 빨리 넘기게 만든다. 죄를 고백하라며 치는 곤장들. 우리는 그 곤장이라는 장면에 얼마나 익숙해있는가? 그것처럼 폭력적인 것이 어디있다고? 나 같으면 고문을 1분도 못 넘기고 다 불어버릴것 같다. 그래서 난 폭력을 절대 반대한다. 나의 절대의지나 의사를 꺾고 자신의 마음대로 무엇인가를 이루어내기 위해 가하는 힘의 우월성. 난 그 힘에 반대한다. 지금은 물리적 힘이 아니라 화폐의 힘이 더욱 무섭게 느껴진다. 왜 사람들은 타인을 자신의 마음대로 조정하고자 하는가? 차라리 인형을 만들어 갖고 놀아라. 로버트를 만들어 조정하라. 사람을 꼭두각시 취급하지 않는 세상, 따라서 천봉삼은 역사의 물결속으로 걸어들어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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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좌파 - 김규항 칼럼집
김규항 지음 / 야간비행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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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항의 글을 읽다보면 점점 내 몸이 작아지는 것을 느낀다. 이런 제기랄. 자신을 B급이라 표현하는 저자에게 부끄러움을 느끼는 난 C급이나 되려나? 자신의 양심에 거스르지 않는 삶이란 얼마나 부단히도 고달픈 삶인가? '양심의 가책, 흥 조금만 참으면 되지 않겠어' 라며 저지른 수많은 위선들. 그리고 조금만 참으면 될 줄 알았지만 끝끝내 마음 한 귀퉁이에 남아 어느 순간 고개를 치켜드는 부끄러움. 그러나 그 부끄러움마저 잠시 나의 양심을 마스터베이션 하는 것으로 끝나버리는 지리한 일상.

지적 허황에 헤매이다, 결국 아무것도 행하지 못하는 가난한 삶.

적십자 공익광고의 박수홍이 사랑은 동사라고 말하는 것을 새삼 내 삶의 전체에 대입하고 싶어진다. 내 삶은 언제나 접속어에 그치고 말았으니까.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 같이 얼마나 많은 핑계를 대며 살아왔던가. 그리고 그 수많은 핑계들을 위해 머리속에 기억해둔 글과 말들. 그건 정말 마스터베이션이었을 뿐이다. 내 양심에 내 이성에 들이미는 칼들을 무디게 만드는 마스터베이션의 순간순간들.

난 김규항의 말대로라면 좌파로 살기엔 힘든 사람이다. 나 혼자만의 양심마저도 쉽게 지켜내지 못하는 삶이 다른 사람의 양심까지 지켜내는 일을 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난 C급 좌파도 못 되기에 그저 나 혼자만의 양심이라도 지켜낼 줄 아는 삶을 살기위해 무단히 노력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언젠가 나도 저자처럼 아이들이 있게 된다면 좌파로 돌아설지 모르겠다. 우리 아이들에게 지금과 같은 교육환경과 천민 자본주의의 정신을 그대로 물려줄 수는 없지 않겠는가?

김규항의 B급 정신은 A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속에서 정말로 자신의 마음 속까지 비춰주는 소중한 거울임을 책을 읽으면서 확인한다. 이런 B급이라면 A+가 무에 필요하겠는가? 세상이 B급의 양심이라고 갖길 바라며 C도 못되는 난 눈뜬 삶을 살겠다고 두 주먹을 불끈 쥐어본다. 제발 이 마음, 변치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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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NOT? - 불온한 자유주의자 유시민의 세상 읽기
유시민 지음 / 개마고원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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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을 선택할 것이라는 합리성을 전제로 한다. 물론 이 합리성엔 도덕성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즉 인간이 이기적임을 가정하고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세상은 자신을 희생하고서 남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라 꼭 이론대로 세상을 재단할 수 없게된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살아가고 있음을 부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인간이 손익계산을 정확히 할 수 있는 합리성을 가지고 있다는 바탕아래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정의를 선택함으로써 감수해야 하는 희생을 줄이고 그 댓가를 사회가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불편부당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바로 이런 합의나 제도가 제대로 정착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제 앞잡이 노릇을 한 사람들은 그 후손까지 떵떵거리며 살고 독립운동을 한 후손들은 고등교육조차 제대로 받을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한 삶. 또 군사정권 시절 자유화 운동에 앞장섰던 수많은 사람들이 고문에 몸이 망가지고 정신이 피폐해졌음에도 보상한번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것. 자본주의적 삶이 합리적이라면 누가 이런 고난의 길을 택할것인가? 소수 희생정신과 정의감이 충만한 사람들을 빼고서 말이다. 사회가 이런 사람들을 우대하는 모습을 비춰줄 때 이성적 인간은 분명 정의를 택할 것이다.

경제학 관점에서 바라본 세상은 결코 인간 자체의 심성을 바꾸는, 즉 모두가 성인이 되자고 했던 공자의 말씀이나 자비를 사랑을 베풀라는 불교, 기독교의 종교적 교리를 들먹이지 않고서도 시스템의 변경으로 참다운 세상을 만들어 갈 수도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만든다. 하지만 이런 밑바탕엔 분명 나의 이익을 위해서 남의 이익을 해하지 못한다는 기본적인 도덕성을 전제로 해야만 한다는 것은 명심해야 한다. 하기야 이런 전제마저 없는 합리성이란 이미 합리적이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타인을 해하고서 자신의 이익을 챙길 수 있다면 나 또한 다른 사람이 해하는 타인이 될 수 있다는 가정이 성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은 도대체 이익의 정도를 어느 정도까지 하느냐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 쉽지 않을 뿐더러 어느 정도의 이익에 사람들이 움직일 것인지도 예측할 수 없는데 원인이 있을성 싶다.

아무튼 자신의 기득권을 절대 포기하려 하지 않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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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적 지성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 지승호의 누드토크
지승호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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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람을 무슨무슨 주의자로 규정해버리는 순간 우린 그 사람의 일부를 잃어버리고 만다. 무지개가 7가지 색깔을 띠고 있지만 그 경계선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빨강색인지 주황색인지 알 수 없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또한 색이라는 것은 파랑 빨강 노랑 검정 색이 어떤 배합으로 섞여 있는지에 따라 수만가지의 색을 보여준다. 사람 또한 이런 색깔과 같다. 그 사람이 빨갛다고 또는 파랗다고 규정하지만 그 빨강, 또는 파랑 속에선 오히려 반대색도 일부 포함되어 있다.

지승호가 만난 사람들은 비판적 지성인이라는 카테고리로 묶여져 있다. 하지만 그들을 다시 세분화시키는 순간 한 사람이 하나의 모습을 띠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유시민의 경우를 예로 들면 누군가에 의해서는 사회민주주의자가 되었다가 자유주의자로 변신하고 다시 올바른 보수주의자로 나타나기도 한다. 스펙트럼은 내가 어느 위치에 있는냐에 따라 그 색깔 또한 바뀌기도 하는 것이다.

아무튼 책 속의 인물들이 자유주의자이든 사민주의자이든 보수주의자이든 이런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항상 일관되게 사회의 문제점을 밝혀내고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존경할만한 사람들이다. 특히 자신이 쓰는 글이나 말한 내용이 누군가에 의해 비판받거나 저항받을지라도, 결코 물러서지 않는 용기와 자신감은 짜릿한 전율마저 느끼게 만든다.

내가 어디쯤 서있는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면서 누군가에 의해 비판받는것, 즉 한번 깨져버리는 것에 대해서는 엄청 겁을 먹고 있음으로 인해 토론이 불가능하고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책 속의 많은 사람들은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나의 모습은 내가 그토록 비판하고 싫어하는 족속들과 얼핏 닮아 있다는 점에 몸서리 처진다.

내가 깨져도 좋다. 깨지기 싫으면 공부해라. 공부는 열린 사고를 통해서 가능하다.

서로 충돌할 듯 위태위태한 사람들의 스펙트럼은 조화를 이룸으로써 비로소 아름다운 무지개를 만든다. 그 조화는 소통을 통해서만이 가능하다. 소통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야만 한다. 억지부리지 말고 일방통행하지 않는 넉넉한 마음을 지니고 자신을 무너뜨림으로써 새롭게 일어나야 할 것이다.

 

ps. 김규항-제 아무리 막돼먹고 불량한 사람도 품위 있게 살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그게 도무지 가능하지 않다는 걸 아는 순간 사람은 파행하게 됩니다.

홍세화-힘의 논리가 관철되는 사회라서 그렇습니다. 수치심이 무의미한 사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책속의 인터뷰 대상자들의 사유에는 논리적 이성적 합리성을 근본으로 하고 있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인간의 감수성 또한 중시하고 있음을 얼핏 볼 수 있는듯하다. 품위있게 살고 싶어하는 삶과 수치심을 안다는 것은 문명의 발전을 의미하는 것이요, 이것은 어찌보면 진보를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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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바꾸는 아티스트
지승호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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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하기전 사전조사는 필수다. 그 사람에 대한 질문을 적어도 수백가지는 만들어내고서 이야기도중 그것을 적재적소에 펼쳐놓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전문 인터뷰어는 전문 인터뷰어이기 때문에 갖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바로 사람에 대한 풍부한 데이터베이스이다. 같은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연쇄적으로 인터뷰할 수 있을때 그 사람들의 의견들을 참고로 질문은 자동적으로 생성될 수 있다.

이 인터뷰 책 또한 그런 장점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주로 시대적 상황에 대한-미국 장갑차나 대선 등등- 한 사람의 답변을 토대로 사람들의 의견이 얼마나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질 수 있는지 서로의 견해를 물어봄으로써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같은 빨간색, 파란색이더라도 그 안에선 또 얼마나 다양한 색깔이 있을 수 있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최대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우리가 그저 딴따라라고 생각했던 선입관을 떨쳐버리고 이들이 정말 사회적 문제에 얼마나 많은 고심을 하고 있으며 그것들을 작품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애쓰는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그들은 정말 아티스트인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감춰진 마음을 들춰내는 인터뷰어 또한 아티스트임을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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