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퇴원이다. 꼬박 두 달을 인큐베이터에서 보낸 아이. 이른둥이(미숙아, 조산아)들만 있던 중환자실에서 그래도 꽤 커보였던 우리 아기를 병원 밖에서 바라보니 그렇게 작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도 여린 아기를 아무런 방패막이도 없이 세상에 안고 나오니 눈물이 글썽였다. 물론 부모 품에 안을 수 있다는 것이 감격스러워 가슴이 여미기도 했다. 어른 허벅지만한 아이. 겨우 2.61kg.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던 아이가 드디어 바깥공기를 마시게 된 것이다.  

퇴원 일주일 전만 해도 이렇게 빨리(?) 나오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하루에 서너번이던 무호흡이 열번을 넘기자 위기감이 감돌았다. 몇일 더 상황을 지켜보다 계속 무호흡이 지속되면 뇌파촬영을 할 예정이었다. 무호흡의 원인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다행히도 무호흡은 급속히 줄어들었다. 하루에 한두번 그것도 젖을 먹을 때 간혹 나타났다. 아직 삼키는 것에 익숙하지 못하다 보니 발생한 일이다. 이정도면 안심이다. 몸무게도 그럭저럭 잘 불어났다. 36주를 넘기니 호흡능력이 정상범위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시간이 약이었다. 기대한 대로, 바라는 대로, 빨리 되지 않는다고 해서 초조해할 필요는 없었다. 과일이 뜨거운 태양과 깨끗한 물을 먹고 하루하루 익어가듯, 아이는 시간이라는 약을 먹고 자라났다.  

시간은 변화를 통해 느낀다. 모든 게 정지된 곳이라면 시간도 찾아볼 수 없다. 변화는 또한 생명의 특징이기도 하다. 시간이 흐르면 생명은 성장하거나 퇴화한다. 하지만 반대로 성장하거나 퇴화하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는 것일 수도 있다. 아이의 폐가 완성되어가고, 젖을 빠는 힘이 늘어가는 것. 시간의 힘이다. 그러나 그 시간의 힘은 아이에게 끊임없이 모유를 주고, 비타민을 먹이고, 사랑의 말을 건네고, 따뜻한 손으로 안아주는 행위를 통해 생겨났다. 시간이 약이 된 것은 사랑이라는 조제를 통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기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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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0-07-21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기 건강하게 잘 자라나기를 기원합니다.

하루살이 2010-07-21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가락이 길어 보이는 이유는 아직 살이 안쪄서 랍니다. ㅋㅋ
아직 신경 부분에 성장이 덜 되서 계속 지켜봐야 한답니다. 하지만 이젠 좀 느긋해질 수 있겠지요. 건강하게 잘 키울게요. 고맙습니다.

gimssim 2010-07-21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시간이 약이고, 엄마는 힘이 세지요.
우리 모두에게 다가온 생명 축하드리고
건강하게 잘 자라도록 기도할께요. 힘 내세요!

잉크냄새 2010-07-22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이 흐르면 더 건강해지리라 생각합니다.

하루살이 2010-07-22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명의 힘은 너무 신비로워요. 여러분의 기도가 그 힘을 더욱 키워줍니다. 너무 고마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