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4월 3일 11도~19도 오후부터 비


환경을 지키는 농업을 위한 방법 중의 하나는 무경운이 있다. 즉 땅을 갈지 않는 것이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탄소의 양은 땅 속이 공기 중에 떠도는 것보다 2~3배 정도 많다. 식물이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끌어와 광합성을 하고서 남은 탄소를 땅 속에 저장하고 있는 덕분이다. 


하지만 땅을 갈아버리면 흙이 품고 있던 탄소가 대기로 빠져나온다. 산업혁명 이후 기계화로 땅을 깊게 대량으로 갈아엎기 시작하면서 흙 속에 격리되었던 탄소가 대기로 빠져나온 양이 산업혁명 이전 7800년간 자연스레 빠져나온 탄소 양의 42.5%에 달한다고 한다. 게다가 땅 속에 탄소를 많이 품을수록 땅은 기름져 수확량이 늘어날 수 있다. 


그럼에도 왜 땅을 가는 농법이 주를 이루었을까. 아마도 기계로 인한 편리성과 함께 땅을 가는 그 순간 산소가 공급되면서 미생물 활동이 활발해져 단기간 지력이 솟구쳐 수확량이 늘어나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즉 경운을 하면 수확량이 늘어난다는 경험을 통해 땅을 가는 농법이 주를 이루지 않았을까 추측해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미생물의 탈진을 불러오고(미생물의 활발한 활동으로 미생물 먹이가 고갈), 결국 땅의 황폐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즉 단기적인 이익으로 말미암아 장기적인 손실이 크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유기물을 공급해주지 않는한 땅을 가는 농법은 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지구를 지키고, 땅을 지키고, 생명력을 온전히 품을 수 있는 농법은 무경운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올해는 텃밭농사를 모두 무경운으로 해볼 계획이다.



물을 인위적으로 주기보다는 비를 이용하기 위해, 비가 오기 전 씨앗을 뿌리기로 했다. 청경채, 케일, 상추와 같은 쌈채소와 단호박, 금화규 등을 심었다. 

먼저 일체 땅을 갈지 않는대신, 씨앗을 심을 자리만 모종삽으로 깊게 팠다. 그리고 씨앗을 뿌리고 위에 원예용 상토를 살짝 덮어주었다. 



원예용 상토를 덮어준 것은 물론 씨앗이 잘 자랄 수 있는 흙을 공급함과 동시에 주위의 풀과 구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씨앗이 나기 전에 풀이 나서 작물이 경쟁에 진다면, 농사는 실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풀도 되도록이면 뿌리채 뽑지 않는게 좋지만, 작물을 심는 주변으로만 풀을 뽑아주었다. 올해는 풀을 뽑았지만, 내년엔 풀과 구별할 수 있는 법을 연구해 풀을 뽑는 대신 자르는 방법을 택해볼 생각이다. 



풀을 뽑고 구멍을 내서 씨앗을 뿌린 후 상토를 덮고 나니 텃밭의 모양새가 드러났다. 하지만 한 달 정도만 지나면 풀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직파한 씨앗들이 싹을 제대로 내서 잘 자랄지, 그리고 풀과의 경쟁에서 이겨낼지 궁금해진다. 물론 농부는 작물이 풀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풀을 깎아주는 수고로움을 행해야만 한다. 무경운 직파! 꼭 성공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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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1-04-07 15: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이크...저는 파를 심는다는 뜻인줄 알았어요. 제목만 보았을 때...얼마나 무지한지 몰라요^^:;;; 직파 씨앗이 연두색 머리를 밀고 나오기를 기원합니다

하루살이 2021-04-07 16:45   좋아요 1 | URL
아~ 이런 ... 실은 농업용어도 일본식과 줄임말이 상당합니다. 보다 쉽게 다가오고 헷갈리지 않으면서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우리말 농업용어를 사용하기 위해 노력해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