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국주의와 남성성

이 책은 19세기 영국을 중심으로 한 제국주의 맥락에서 남성성이 정의되었던 현실을 분석하고, 여성성과의 대타성을 통해 성, 인종, 계급을 둘러싼 담론이 정교화'되는 과정을 추적한다.

외부를 발견함으로써 스스로를 정체화하고, 이러한 타자화를 내부로까지 확장하는 과정에서 최고의 수혜자는 당연히 백인 남성이다. 유럽의 백인 남성만이 제국주의의 주체이자 완전한 인간향이다.

기억에 남는 부분은 피부색에 대한 백인들의 태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유색인종의 순종성을 둘러싼 담론은 특히 흑인 여성에게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유럽인을 <흰 피부>의 집단으로 설정하고 상대적으로 비유럽인 모두를 <검다>는 범주에 집어넣었던 서구의 이분법적 세계관 때문이다. 따라서 종속민의 다양한 피부색은 종종 모두 뭉뚱그려져 백인의 대타적인 이미지로서 <검은> 부류라고 설정된다. (168쪽)










예전에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여성주의 책 같이 읽기>에서 같이 읽을 때, 버사에 대한 부분을 읽고, 나는 이렇게 써두었더란다.

작품에 딱 한 번 나온 ‘검은 피부’라는 표현은 버사를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인종의 구성 과정을 돌이켜 볼 때, ‘희다’는 것, ‘검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백인’이 기준이 된 상태에서 이루어진다. 이를테면, 백인 아버지와 흑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방송인 노아 트레버는 자랄 때 ‘백인’ 취급을 받았다. 그의 가족들은 그를 ‘백인’으로 대우했다. 학교에 다닐 때 노아는 ‘유색인’으로 분류되었고, 미국에서라면 그는 분명 ‘흑인’이다. 그는 흑인보다 하얗고, 백인보다 검다. 흑인과 있을 때 그는 백인이고, 백인과 함께 있을 때 그는 흑인이다. 백인인 로체스터가 보았을 때 버사는 ‘검은’ 피부의 사람이다. 이 ‘검은’의 의미란, 우리가 피부색으로서 흑인을 떠올릴 때의 ‘검은’이 아닐 수도 있다. 아시안인 우리의 피부와 비교했을 때 버사는 분명 ‘하얀’ 피부의 사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로체스터, 이 믿을 수 없는 사람 로체스터에게 버사는 ‘검은’ 피부의 사람이다. 이러한 버사의 가시적 이질성은 그녀에 대한 로체스터의 혐오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했을 것이다. 그녀의 ‘검은 피부’가 미움과 변심의 시작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로체스터를 믿을 수 있는가>, 단발머리)

우리에게 서양인이 모두 비슷해 보이듯, 그들에게도 우리가 비슷해 보일 테지만, 그들은 전 세계의 패권을 차지했기에, 하얀, 아주 하얀 백인을 제외한 모든 이들은 흑인이 된다. 유색 인종이 된다. 검은 피부, 갈색 피부, 밝은 피부가 된다.

번역서 아닌 책이 주는 자유로움과 저자들이 첨예한 갈등의 지점에서 뒤로 숨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전면에 두고 논의를 이끌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독자들의 요구로 재출간되었다는 대목이 무척이나 반갑다.

내가, 우리가, 바로 그 고마운 독자들이다.










2. Lessons Chemistry

밀린 책들 부지런히 읽는 중이다. 시작할 때 오더블과 함께 했고, 마무리하면서 오더블과 함께 했다. 과학자에 대한 이야기이고, 재미있고 추천할 만한데, 하도 드문드문 읽어서 내용은 많이 잊어버렸다. 내가 픽한 문단은 여기.

"Madeline(주인공의 딸) wants to do things that are more suited to little boys," Mudford(학교 선생님) had said. "It's not right. You obviously believe a woman's place is in the home, what with your"-she coughed slightly - "television show. So talk to her. She wanted to be on safety patrol this week."

"Why was that a problem?"

"Because only boys are on safety patrol. Boys protect girls. Because they're bigger."

"But Madeline is the tallest one in your class."

"Which is another problem," Mudford said. "Her height is making the boys feel bad." (238p)












3. 로마서 : 절대적으로 그 무엇도, 우리를 하나님의 사랑에서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

<21세기 최고의 책> 고를 때 마지막에 리스트에서 빼놓았던 책이 유진 피터슨 목사님의 <메시지>이다. 킹제임스버전부터 시작해 NIV를 지나 어마어마하게 다양한 영어 성경 시장에 혜성처럼 나타난 <메시지>. 해외 시장에서 빅히트를 기록하고 한국 성경 시장에도 입성했는데, 성경 전체가 번역되기를 기다리는 시간조차 아쉬워 번역이 이루어지는 대로 순차적으로 출간되었다. 나는 모세오경, 시가서를 가지고 있고, 한영대역으로 신약과 예언서를, 완역되어 나온 통합본도 한글로도, 영어로도 구입했다. 성경 시장을 한국 가요계로 비유하자면(적절한가요?ㅋㅋㅋㅋㅋㅋㅋㅋ), <메시지>는 BTS 출현 전의 '서태지와 아이들' 같은 존재이다. BTS는 좀 다르게 소비되었다고 생각해서 옆으로 미뤄둔다.

아무튼 이 시리즈가 이렇게나 많은데 또 샀다. 로마서만 미니북으로 만든 책인데, 크기를 보여드리기 위해(요청한 사람 없지만서도) 일부러 사진을 찍어본다.












4. 우리에겐 논쟁이 필요하다

잠자냥님 픽 <2024년도 하반기 좋았던 책>에 빛나는 책인데, 많이들 읽어보시라 해서 읽기 시작했다(추천에 진지한 편). 논점에 다가가는 방식과 풀어가는 문장의 흡입력이 어마어마하다. 이번 주일에는 권사회 헌신 예배인지라 외부 강사 목사님이 오셔서 예배가 늦게 끝났고, 예배 후에 공동 의회가 있었고, 엄마 모셔다드리고 오는 길에 큰아이 주문(공심채&팟타이) 받아 오니 시간이 많이 늦었다. 얼른 재활용하러 가야 하는데, 욕실 청소도 해야 하고, 음쓰도 정리해야 하는데, 그 사이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바쁜 와중에도 2쪽 읽었다.

시원하고 야무지다. 마저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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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5-02-04 16: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논필>(내 멋대로 줄임)은 필독서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5-02-04 16:12   좋아요 1 | URL
모두 모이세요! 잠자냥님 픽 필독서 1호 등장입니다! 👏🎉🎊

라파엘 2025-02-04 17: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메시지>를 ‘서태지와 아이들‘에 비유한 내용에 공감합니다!!! 그런데 BTS에 비유될 만한 그 이후의 좋은 번역이 있나요? 🤔

단발머리 2025-02-04 18:58   좋아요 1 | URL
BTS에 비유될 만한 좋은 번역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요 ㅋㅋㅋㅋㅋ 한국 가요계보다 성경 번역 쪽이 많이 늦고 있네요.
서둘러야 합니다!!! : )

다락방 2025-02-05 10:09   좋아요 3 | URL
앗 라파엘 님이닷!!

라파엘 2025-02-05 11:58   좋아요 0 | URL
앗!! 다락방 님!! 😍

단발머리 2025-02-05 12:02   좋아요 1 | URL
앗!! 라파엘님! 🤩
앗!! 다락방님! 😍

다락방 2025-02-05 10: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단발머리 님이 책을 읽는 분이셔서 그리고 글을 쓰는 분이셔서 정말 좋습니다.
만약 단발머리 님이 읽지 않고 쓰지 않으셨다면, 그것은 인류의 큰 손해입니다.

단발머리 2025-02-05 10:40   좋아요 1 | URL
아~~~ 다락방님의 다정한 말씀 너무 좋네요! 하트뿅뿅!
저도... 제가 읽는 사람이고 가끔 쓰는 사람이라 좋아요. 모두 다락방님 덕분, 알라딘서재 이웃님들 덕분입니다!
 
Tell Me Everything (Hardcover) - 오프라 윈프리 북클럽 선정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 Random House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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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의 주요한 축이 루시와 윌리엄이었다면, 이 책의 주요한 축은 루시와 밥이다. 조금 더하자면, 매트와 올리브. 만약 주인공을 한 사람이라 생각한다면 밥. 올리브와 루시의 이야기 중에 기록되지 않은 많은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들의 이야기 역시 소중하지만, 내 생각에 이 책의 주인공은 밥이다. 이 책은 밥에 대한 이야기다.


사랑과 우정이 얼마나 가깝고 얼마나 멀리 있는 감정인가는 새롭지 않은 문제다. 나는 남사친이 없어서 그런지 편안하고 친근하며 나를 지지해 주는 남자, 그런 친구에 대한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정확히는 한 명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지독한 프로이트주의자인 필립 로스의 말처럼, 남녀 사이의 일은, 중요한 단 한 가지 일은 섹스 뿐이다, 에 동의하는 것도 아니어서, 그에 대한 나의 결론은 '사람마다 다르다' 혹은 '사람마다 다를 테지' 정도이다.


Jim sat forward again. "Of course she's in love with you. You two take walks all the time, and you talk, right?" Bob nodded. "I always remember reading - it was years ago now - an article in which a famous director said: There is nothing sexier than talking. I always remember that. And that's what you and Lucy do - you talk. All right, now listen, Bobby. Don't tell her you're in love with her. Do not have that conversation with her. (277p)


인간에게 제일 중요한 자원은 인간이다. 제일 큰 즐거움은 대화에서 온다.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기쁘고,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과의 시간은 1분이, 아니 1초가 버겁다. 설사 애정하는 마음으로, 그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다고 해도 말이다. 내 말을 '알아듣는' 너를 발견했을 때만큼 행복한 순간은 없다.

성관계는 없다. 환상은 실재계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그래서, 바로 그러하므로. 소통 불가능의 세계에서 맛보는 합일의 순간은 특별하다. 다만, 그런 순간은 찰나일 뿐이니. 스침에서 마주침으로의 그 순간은 더더욱 소중하다.


지금, 이 사람.

현재, 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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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5-02-01 21: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호 대화만큼 섹시한 건 없다! 정말 이렇게 생각하는 남자 있을까요? 혼자 떠드는 거 말고, 진짜 대화!
루시에 올리브까지~~ 기대됩니다!

단발머리 2025-02-01 21:49   좋아요 2 | URL
다정하신 독서괭님 기억하시겠지만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은 <바닷가의 루시>입니다. 그 때 제가 윌리엄을 용서하고, 그와 화해했는데 말이지요. 이 책에서는 윌리엄 별로 안 나오는데다가 좀 별로인 사람으로 나옵니다. 그게 윌리엄의 본 모습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지요. (쓸쓸한 이 내 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님, 어서 어서 오시구요. 전 <내 이름은 루시 바턴>으로 후진해서 가보겠습니다!

독서괭 2025-02-02 09:05   좋아요 1 | URL
후진도 좋네요 ㅎㅎㅎ

수이 2025-02-02 08: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남사친을 만들어요, 말할까 했는데 그러고 보니 나도 남사친들 만난지 너무 오래 전이라 내게도 있던가 남사친. 단발님 근처에는 그러고 보니 다들 여성들뿐이군요. 블루베리가 너무 적습니다. 조금 더 팍팍 넣어요. 교회 잘 다녀오시구요, 라고 시계를 보니 벌써 아멘 하고 있을 시간.

단발머리 2025-02-04 18:59   좋아요 0 | URL
남사친은... 제 생각에는 더 어릴 때 만들어야지 않을까요? 지금은 다 커버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교회는 잘 다녀왔습니다. 그 시간은 아직 출발 전이었구요! 그러나 아멘!
저녁 맛난거 먹어요~~

망고 2025-02-02 15: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다 읽으셨군요 이 책도 너무 좋죠? ㅎㅎㅎ 루시와 밥의 사랑이 그렇게 끝났지만 루시가 마지막에 말하는 Love is love, 사랑이 다 다른 형태더라도 그건 다 사랑이라고, 밥을 사랑하지만 윌리엄에게서 느껴지는 안전한 느낌의 사랑도 사랑이라 루시가 선택한 길 즉 이 책의 결말이 저는 너무 좋았습니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다음 책을 기다리며...

단발머리 2025-02-04 19:01   좋아요 1 | URL
이 책 저도 너무 좋았어요. 아끼면서 미뤄지고 바빠서 미루다가 이번 연휴에 마저 읽었습니다. 저는 밥의 마음을 알 거 같았지만(어디까지나 추측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하지 않은게 너무 잘한거 같아요. 만약 그랬다면, 많이 후회할 거 같았거든요. 그리고 루시의 고민과 갈들도 나왔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을 저 혼자 해보았습니다.
다음 책, 우리 같이 기다려 보아요~~

다락방 2025-02-03 1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떤 사람들은 섹스도 같은 성별과 하는데 친구며 연인이며 다른 성별이 뭐 굳이 필요하겠습니까. 말씀하신 것처럼 대화가 통한다면 그걸로 기쁠 수 있다면 상대의 성별이 무엇이든 나이가 어떻게되든 좋지 않겠습니까. 그만큼 대화가 통하는 사람을 찾는건 쉽지 않으니까요. 게다가 단발머리 님은 많은 분들에게 정말 좋은 친구가 되어주고 계시잖아요. 단발머리 님을 붙들고 살아가는 친구들이 얼마나 많은가요. 단발머리 님은 사람들에게 기둥이 되는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는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아 맥락을 잘 파악하진 못했지만, 그리고 우정 역시, 사랑의 한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사랑이 우정의 한 형태일 수도 있고요.


단발머리 2025-02-04 19:05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다락방님! 대화가 통하는 사람 만나기 쉽지 않죠. 근데 함께한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도 딱딱! 통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루시와 밥이 그렇거든요. 그리고 오랜 시간 함께 해서 서로를 깊이 이해하기에 나눌 수 있는 대화도 있고요.

다락방님 말씀처럼 저도 제 친구들에게, 이웃들에게 좋은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 저번주 토요일에도 그런 좋은 시간이었는데, 가끔 너무 힘들때는 말이에요. 그냥 들어주는 것도 괜찮은거 같아요. 어차피 인간에게 완벽한 소통이란 불가능한데.... 응, 그랬구나~~ 그런거요. 저번주 토요일에 그랬습니다^^

사랑과 우정이 참 비슷하지요. 사랑도 우정도 소듕합니다!

- 2025-02-05 17: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현대사회에서 텔미, 에브리띵, 이라고 말해주는 사람을 우리는 구매할 수 있습니다. ㅋㅋㅋㅋ

단발머리 2025-02-07 11:0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 그르니깐요. 그게 가능하다고 하대요.
이건 루시가 밥에게 하는 말입니다. 말해줘요, 밥. 그간 당신에게 일어난 모든 일을 내게 말해줘요!
 















내일 반납일이라 펼쳤는데, 세상에 이런…

엄마 찾는 아이 울음소리를 들으며 써내려간 문장들. 사랑 이야기 아니고 논쟁. 위로의 말이 아닌 철학. 조사라기 보다는 논의의 자극제.


행여 실수가 있다면 그건 갓난아기를 무릎 위에 재워놓은 채(재우지 못한 때도 많았지만), 혹은 옆방에서 파트너가 육아를 맡아주는 동안 엄마를 찾는 아기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집필을 겨우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그러한 상황은 이러한 프로젝트에 주어지는 제한과 프로젝트 자체의 한계를 돌아보게 했고, 모든 해방 운동의 가장 중요하고 근본적인 요소, 즉 타인에 대한 돌봄에 매달리느라 자신의 소중한 견해를 남들에게 들려줄 기회가 없었던 사람들을 떠올리게 했다.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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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02-01 12: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능 이 책 샀을걸요, 아마? 훗.

단발머리 2025-02-01 15:04   좋아요 0 | URL
참ㅋㅋㅋㅋ 모든걸 가지신 이 분ㅋㅋㅋㅋㅋ 책장까지 마련하셨으니 부러울게 없으시다 🤣
 














제국주의 확장 과정에서 '집 안의 천사'는 가정의 지배자이자 이상적인 어머니, 그리고 아내와 딸의 임무를 부여받는다. 흡사 천사와 같은 성정의 소유자라 여겨지는 '집안의 천사'는 역할이라기보다는 '존재만으로' 그 특징을 소유했다고 여겨진다.(119쪽)

'집안의 천사'와 관련해서는 <버지니아 울프 산문선> 4권이 나와 있다. 예전에 도서관 책으로 찍어두었던 사진이 반가워(공장 초기화 유경험자) 다시 올려둔다.

























여기서도 극복해야 할 어려움들이 보인다. 왜냐하면 -일반화해도 좋다면 ㅡ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손쉽게 관찰되지 않으며, 그녀들의 삶은 평범한 일상 가운데서 훨씬 덜 검토되고 검증되기 때문이다. 여성의 하루에서는 이렇다 하게 남는 것이 없을 때가 많다. 요리한 음식은 먹어 없어졌고, 키워 놓은 자식들은 세상으로 나가 버렸다. 어디에 강조점을 둘 것인가? 소설가가 포착할 만한 두드러진 점은 무엇인가? 말하기 어렵다. 그녀의 삶은 극도로 곤혹스럽고 수수께끼 같은 익명성을 지닌다. (『집 안의 천사 죽이기』, 59쪽)



제국주의 구도에서 성은 젠더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인종, 계급의 문제와 복합적인 방식으로 교차해 작동한다. 여성은 분명 남성보다 사회적으로 저평가되고, 그러한 불합리함을 수용하도록 강제되었지만, 영국의 백인 여성과 식민지의 유색인종 여성의 처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본국의 백인 여성이 '집안의 천사'로 추앙받으며, '안전하게(?)' 남성에게 보호받을 것을 요청받는 것에 반해, 식민지의 여성은 백인 남성의 성적 환상을 시험하고, 성적 모험의 장으로서 인식되었다.

본국 백인 남성과 비백인 식민지 여성 사이의 성적 관계가 강압적인 환경 속에서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영국인들은 오히려 비백인 여성들이 지칠 줄 모르고 남자를 밝힌다거나 혼전 순결에 대해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스스로' 만들어냄으로써, 비백인 여성에 대한 전방위적 성적 억압을 변명하려 했다.


<4. 서구 남성의 성적 열등감>은 크기에 대한 남성의 집착을 자세히 보여준다. 성의 과학화라는 현상과 여성 오르가슴의 발견(178쪽)으로 흑인 남성에 대한 열등감이 폭발해 버린 백인 남성은 불안에 휩싸인다. 백인 여성이 자신들보다 흑인 남성을 더 선호할 것이라는 걱정이 바로 그것이다. 불안의 근거는 크기이다. 아메리카 원주민 남성이 가진 매우 작은 성기가 그들의 '미성숙함'의 증거라 주장했던 과학자들은 흑인 남성의 엄청나게 큰 성기는 그들의 '동물성'의 증거라 주장했다. 하지만, '오르가슴'을 통해 여성이 남성의 성적 능력을 평가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 백인 남성들은 또 다른 이유를 찾아내어야만 했다. 작은 성기를 문제시했던 과학은 이제 지나치게 큰 성기를 문제시해야 했다. 그것은 백인의 '그것'이 아니었다. 도덕이 그 역할을 감당했다.

<엄청난 성적 능력을 가진> 흑인 남성과 성이라는 영역에서 경쟁하기보다는 그 구도에서 빠져나와 <도덕성>이라는 영역으로 스스로를 도피시켜 버린 것이다. 따라서 <성>은 드러내기보다는 은폐해야 할 것, 그리고 <도덕>에 비하여 절대적으로 열등한 것이 되어버렸다. (185쪽)


도덕성으로 피신해 버렸음에도 흑인 남성의 엄청난 성적 능력에 대한 환상은 제국주의가 해체된 이후에도 백인 남성을 사로잡은 강력한 문화 전통이 되어 왔다. 이 모든 것의 시작과 끝은 크기다. 사이즈에 대한 집착이 그 근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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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28 09: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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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28 11: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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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1-29 16: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크기… 백인이 그렇단 말이군! (과계몽)

단발머리 2025-01-29 21:43   좋아요 1 | URL
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련한 영혼들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크기 대결에서 벗어나 다른 세계로 떠납니다.
도덕의 세계로.... 깔깔깔!
 
행복의 기원 - 인간의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
서은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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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님 서재에서 알게 된 『행복의 기원』을 읽었다.

다락방님의 글은 여기(행복의 기원, 음식과 사람, https://blog.aladin.co.kr/fallen77/15858376)에.


행복이란 안정적인 상황에서 느끼는 편안한 감정 양태가 아니라, 진화의 과정 속에서 더 큰 쾌감을 얻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은 그간 아리스토텔레스 행복론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는 다소 충격적이다.

인간은 100% 동물이고, 지구상의 다른 동물, 아니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들과 마찬가지로 생존과 번식을 위해 존재한다는 게 이 책의 주장이다. 고기와 매력적인 이성(딱 정해져 있다기보다는 진화의 과정에서 유성생식을 선택했던 생명체들이 더 고도의 진화 과정을 거쳤고, 더 많은 수를 차지한다는 의미에서 일단 이성이라고 쓴다). 살아남기와 짝짓기. 인간은 100% 동물이라거나 행복이 생존과 번식을 위해 작동하는 뇌의 속임이라는 주장에 다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런 해석이 가능하다고는 생각한다.

다만, 인간이 생존확률만을 위해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만약 행복의 조건을 모두 갖춘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일생일대의 필생 작업, 메이팅을 완료한 상태에서 외부의 위협(추위, 더위, 눈, 비, 사나운 동물, 뱀 기타 등등)이 없고, 쾌적한 생활(샤워 시설, 수세식 화장실)을 영위할 수 있으며, 맛있는 음식이 가득한 냉장고와 배달앱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그 사람은 행복할까. 계속 행복할 수 있을까. 아니, 행복해야만 할까.

처음엔 행복할 수 있는데, 계속 그럴 수는 없다.



쾌락의 총량은 늘릴 수 없다. 뇌의 보상 체계가 가진 또 하나의 특징은, 더 강한 자극원에 노출되면 더 약한 자극원에 대한 보상의 정도가 급감한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중독을 일으키는 자극원에 대한 뇌의 반응은 기능성 자기 공명 영상 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fMRI 이나 양전자방출단층촬영positron emission tomography, PET을 활용한 연구를 통해 구체적으로 입증되었다.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34쪽)

쾌락의 총량은 늘릴 수 없다. 더 강한 자극을 경험한 이상 이전의 '소소한' 행복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나는 이 책에서 반복되는 '행복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인 유전, 더 구체적으로는 외향성(133쪽)'에 더해 '자족하는 마음'이 행복에 중요한 요소라 생각한다. 8을 가져도 부족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6에도 만족하는 사람이 있다. 성장과 팽창의 시대라고는 하지만, 이러한 성향 역시 '타고 나는' 측면이 강하다. 가르쳐서 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생겨 먹은' 성향일 수 있다는 가정이다.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싶어서 가지는 게 아니라, 긍정적인 사람은 내내 그렇다. 그냥, 모든 상황에, 환경에 긍정적이다. 그렇다면 행복은 '유전'의 문제로 돌아온다.


'사람'이 행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했을 때, 왜 한국이나 일본 같은 초집단주의적 문화의 행복감이 그렇게 낮은지에 대한 부분도 인상 깊었다. 집단주의 문화에서의 과도한 타인 의식을 그 주요한 요인으로 꼽았는데, 체면과 의례를 중시하는 문화라는 측면에서는 설득되었고, 이제 이러한 문화들이 눈에 띄게 변화하는 시기라는 생각도 들었다. 술집과 노래방을 전전하던 회식 문화가 뮤지컬 감상과 고급 레스트랑 탐방으로 바뀌어가고, 1차부터 시작해 언제 끝날지 모르던 긴긴밤이 식사 후 티타임으로 바뀌어간다는 소문이 들려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전제 조건이 있다. 친구가 무조건 많은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몇 명의 '진짜 친구'가 있는지가 중요했다. 만남의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자유감의 중요성이 또 다시 등장한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만나는 사람들보다 만나고 싶어서 만나는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177쪽)

어쩔 수 없이 만나는 사람들보다 만나고 싶어서 만나는 사람이 많아질 때 행복해진다고 한다. 제일 좋은 방법은 매일 만나는 직장 동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인데,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정말... 부럽다. 그다음 방법은 만나고 싶어서 만나는 사람과 자주 만나는 것인데, 좋아하는 친구를 자주 만나면 된다. 이 책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문장이랑 상응한다고 할 수 있겠다.

우리는 부러워할 만한 경제 수준의 나라에,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친구들과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쾌적한 나라에 산다. (179쪽)



100% 동감이다. 다만 이번 주에는 못 만난다. 이번 주에는 만나야 하는 사람을 만난다. 외향적이고 긍정적인 나는, 이 만남을 어쩔 수 없는 만남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만나서, 나름대로 괜찮은, 꽤 괜찮은 시간을 보내보려고 한다. 심심하고 약간 지루하긴 하겠지만, 나름 재미있는 시간으로. 그렇게 이번 주를 보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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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5-01-26 22: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다이렉트인 문장들입니다🙄

단발머리 2025-01-27 08:33   좋아요 1 | URL
그러게 말입니다ㅋㅋㅋ 일단 시작이 좋아요. 2/4명이 쿨쿨ㅋㅋㅋ고요한 아침입니다! 😪

다락방 2025-01-31 08: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랑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걸 먹으며 행복하게 보냈습니다마는,
그 연휴, 다 어디 가버렸나요? (이상 회사에 출근한 사람 올림)

단발머리 2025-01-31 09:55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사랑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것 먹기가 최고죠.
그 연휴가 언제 그렇게 가 버렸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인데, 왜 사랑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것 먹을 때, 시간 빨리 흐르는 거죠? 알 수가 없습니다. 아침에 눈발 날리던데 길 미끄러우니 점식 식사 하러 나가실 때 조심하세요, 다락방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