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팀 청소기가 선사하는 세계


 

세탁기는 매주가 아니라 매일 빨래하는 것을 가능케 했다. 진공청소기와 양탄자용 세제는 먼지와 살거나 카펫 위의 얼룩을 참고 살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식기세척기, 빵 보온기, 냉동고, 믹서 같은 기계들은 모두 임무의 물질적 구현체이자 노동하라는 소리 없는 명령이다. (257)

 


한경희 스팀 청소기가 한참을 유행한 , 나도 한 번! 이라는 생각으로 스팀 청소기를 샀다. 진공 청소기만으로는 먼지를 완벽하게(?) 제거할 수 없고 바닥은 물걸레질이 좋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엎드려 물걸레질 하는 게 즐겁지 않아, 과학 기술의 발전이 가사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몸소 체험하는 게 좋겠다 싶었다. 큰애를 유치원에 보내고 작은 애랑 둘만 있는 오전 시간. 진공 청소기로 청소한 스팀 청소기로 바닥을 닦았다. 아침 일찍 청소를 시작해도 스팀 청소기에서 뿜어지는 뜨거운 열기에 금방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곤 했다. 나시 티셔츠에 핫팬츠. 해변으로 달려 나갈 만한 복장으로 열심히, 성실하게 바닥을 닦았다
















『부엌 청소로 오르가즘을 느끼는 여자는 없다』. 제목 그대로다. 물론 나도 거실 바닥을 스팀 청소기로 박박 밀면서 오르가즘을 느끼지는 않았지만, 순간순간 내가 해야만 하는 어떤 일이 있다고, 그리고 그 일이 바로 이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어렸고, 어린아이가 있는 집은 청결한 환경이 중요하니까. 나는 바닥 청소에 진심이었다. 나중에 집을 내놨을 , 보러 왔던 사람들은 한결같이 바닥이 참 깨끗하다고 말했다. 똑같은 아파트 똑같은 바닥인데 그게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나중에서야 진짜 우리 집 바닥이, 정확히 바닥이 그렇게나 깨끗하다는 걸 알게 됐다. 10여 년 전, 나의 젊음과 에너지를, 나는 바닥에 쏟아부은 셈이다.


 

지금은 열심히 바닥을 닦았던 그 집에서 나와 두 번 이사했고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를 왔다. 이제는 바닥 청소를 하지 않는다. 이사 오고 나서 전체적으로 두어 번 바닥 청소를 하긴 했는데, 스팀 청소기는 베란다에 내놓았다. 닦아도 닦아도 더러워지는 바닥에 더 이상은 진심을 쏟지 않기로 했다.

 

 


2) 어머니의 마음이라는 핑계

 


이미 보았듯이 어머니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훨씬 더 보수적인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당시의 페미니스트들도 가정중심성을 전적으로 숭배하고 있었다. … 게다가 페미니스트들은 사회 복지와 개혁운동, 심지어 참정권 투쟁까지 여성의 적극적 행동과 관련된 거의 모든 영역에서 어머니의 마음을 핑계로 삼을 수 있었다. (275)

 


나는 이 문단을 월요일읽었다. 월요일‘Do not miss the sea’쓰고 나서, 누군가 문단도 읽어보라고 앞에 가져다 게 아닌가 싶었다. 페미니즘이 말하는 것 혹은 말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의 삶 전체를 포괄한 정도로 그 범위가 넓다. 숨겨져 왔던 여성의 역사에 대한 부분도 고 여성의 몸에 대한 논의도 있을 수 있다. 여성의 정치적 권리에 대해서 말할 수 있고 가사부불노동, 돌봄노동, 꾸밈노동, 가정폭력, 성매매 역시 페미니즘이 다루는 중요한 의제들이.

 














그중에서도모성은 가장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 『숭배와 혐오』에서 재클린 로즈가 말했던 것처럼모성은 우리의 개인적, 정치적 결함, 다시 말해 세상에서 일어나는 온갖 잘못된 일에 대한 궁극적 책임을 떠맡은 희생양이다(6)’. 어머니는 이 세상 모든 실패의 이유다. 이제 여성의 사회 진출과 경제적 성공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이해하고 용인하는 분위기지만,모성은 여전히 성역이다. 기혼이든 미혼이든 여성이 소중히 간직해야 한다고 여겨지는 최후의 정서적 보루가 모성이다.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예능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야당 정치인은 야무진 외모와는 달리 살림에는허당임을 방송에서 가감 없이 그대로 보여줬다. 그래도 되었기 때문이다. 성공한 여성 정치인은 살림을 못 해도 괜찮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공한 여성 정치인도 포기할 수 없는 일면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모성이다. 자녀에 대한 애달픈 마음, 아픈 자식을 향한 절절한 모정. 나는 모성이야말로 페미니즘의 가장 치열하고 섬뜩한 경합의 장이라고 생각한다.

 


월요일에, 나는 애나였다. <엄마 걱정> 썼던 기형도의 마음 같지는 않더라도 엄마가 그리운 마음에 대해, 조금은 안다고 생각한다. 어스름한 저녁, 퇴근길의 엄마를 마중하러 동생 손을 잡고 집을 나서고, 사거리 ㅇㄴ약국 앞에서 엄마를 기다리노라면 신호등이 열 번이나 바뀌어도 엄마는 오지 않았다. 핸드폰이 없던 시절이니 서로 연락할 수도 , 기다리다 기다리다 엄마랑 길이 어긋났을까. 이제 그냥 집으로 돌아갈까 고민하던 순간이면 거짓말처럼 엄마가 나타났다. 아빠가 작은 사업을 시작하시면서 엄마는 일하러 가지 않 대신 집에서 아빠 일을 도우셨는데(?) 그게 그렇게나 좋았다. 학교에 갔다 오면 집에 엄마가 있었다. 그런 , 엄마를 기다리는 . 애나였던 나를 뒤로하고.

 

 

오늘은 사라가 된다. 바다를 그리워하는 사라. 고향을, 고향 사람들을 그리워하는 사라. 내가 이루었을지도 모를 사회적인 성취를 헤아려보는 사라. 세월 속에 감추어 두었던 꿈을 조심스레 꺼내 보는 사라. 돌아갈 없음에 안심하고 동시에 슬퍼하는 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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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4-22 20: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진심으로 바닥을 작은 걸레로 조금씩 훔치며 앞으로 전진하는 일을 참 좋아해요~ 휴일 저의 가장 큰 유희랍니다~ 헤헷(일주일에 한 번이라 그럴 수도..ㅎㅎ)

단발머리 2021-04-24 18:01   좋아요 1 | URL
휴일의 유희가 너무 긍정적이신거 아닌가요? ㅎㅎㅎ 저에게는 너무 높아보이는 유희인데 말입니다^^

유부만두 2021-04-22 20:5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 오늘 사라 이야기 번역본을 도서관에서 대출했고요, 바닥을 닦지 않았고요, 볕이 좋은 날이라 빨래를 이모작 했습니다. 그런데 건조대에서 마른 빨래들이 ‘저절로’ 옷장으로 이동이 안되네요, 21세기에... 아이들이 벗은 옷을 세탁기에 분류해 넣지도 않고... 뭣보다도 밥, 밥, 밥....
제겐 바다가 있던가, 없던가, 가물가물합니다.

단발머리 2021-05-03 08:02   좋아요 1 | URL
저도 이제 바닥을 닦지 않고요. 빨래는 이모작이 흔하지요. 흰옷, 검은옷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 마른 빨래들 ‘저절로‘ 모드는 상당기간 실현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21세기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에게도 사실 바다가 멀리 있기는 합니다. 기억 속 어렴픗한.... 아, 나의 바다여!

2021-04-22 2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4-24 18: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4-23 1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4-23 1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4-23 1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4-23 1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4-23 1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10여 년 전에 읽은 책을 다시 읽는다. 동생을 낳다 엄마가 세상을 떠나고, 아빠, 동생과 함께 외딴곳에 살고 있는 애나는 아빠가 낸 신문의 아내 구함광고를 보고 멀리 바닷가에서 한 달 동안 그들을 방문한 사라가 새엄마가 되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동생 칼렙에게는 노래를 불러 줄 엄마가, 애나에게는 머리를 묶어줄 엄마가, 아빠에게는 아내가 필요하다.


 

상황이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는 걸 아는 건 속상한 일이다. 인간의 수명이 그리 길지 않다는 걸 깨닫는 것도 마찬가지다. 여자가 가진 삶의 조건은 사회의 법과 제도, 문화 속에서 가공되기에,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로서는 그 투명한 상자밖을 상상하고 변화를 만들어가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최근에, 이 불가능에 가까운 일들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희망이, 유사 이래 가장 강력하게 만들어졌기에 그 사실을 잊어버리고 있을 뿐이다.

 


사라가 결혼을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오빠가 결혼했기 때문이다. 이제 그 집은 오빠의 집이며, 그와 결혼한 여성, 올케의 집이 되었기에 그녀는 더 이상 그 집에 머무를 수 없다. 그녀는 바다를 사랑하고, 물개를 사랑하고, 조개에서 들려오는 바다의 소리를 사랑하지만, 그 곳에 더 이상 머무를 수 없다. 만약 그녀가 자신의 집을 소유할 만한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었다면, 아마 그녀는 아내 구함광고에 답장을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바다를 그리워하며, 고향을 그리워하며, 오빠와 이모(고모)들을 그리워하면서 그녀는 생각한다. 나는 여기 살 수 있을까. 고향에서 한참 떨어진 이곳에서, 이전 결혼에서 태어난 남매의 아버지와 결혼해서, 처음 보는 사람의 친구가 되어 살 수 있을까

 

 

그녀에게 다른 선택은 없다. 자신의 가정을 꾸리기 위해서 결국 그녀는 이 남자와 결혼해야 한다. 이 아이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 하지만 그건 자신의 선택이 아니었으니, 아무 말 없이 먼 곳을 바라보는 사라의 시선을 느낄 때 아이들은 불안하다. 그녀가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면 어쩔까 두려운 마음이 가득하다.

 



1900년대 미국에 살고 있는 사라는 자유롭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혹은 그렇다고 여겨졌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녀의 처지는 오히려 고대의 노예, 아프리카의 흑인 노예와 더 비슷하다. 그들은 원래 살던 곳에서 강제로 이주되었고, 가족들과 이별했으며, 어느 곳에서든 자신의 소유라 할 만한 것을 갖지 못했다. 그녀의 선택을 선택이라 말할 수 있을까. 그녀의 결정이 자신의 의지에 의한 것이라 볼 수 있을까.

 

하지만 여기, 새로운 터전에서 그녀를 사랑할 준비가 되어있는 애나는 외친다. ‘아내 구함광고를 보고 이웃집 매튜 아저씨와 결혼한 매기 아줌마와 사라가 자신들의 고향에 대해 이야기할 때, 외친다. 크게 말할 수 없으니 속으로만 외친다. 그리워하지 말아요. 바다를 그리워하지 말아요. 언덕을 그리워하지 말아요. 우리랑 살아요. 우리랑 여기 같이 살아요.

 


어떻게 그리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바다를, 고향을, 고향에 두고 온 사람들을. 하지만, 어떻게 모른 척 할 수 있을까. 엄마가 필요한 마음을, 엄마가 그리운 마음을. 그 쓸쓸함을. 그 사무친 외로움을. 책장을 넘기면 사라가 된다. 바다를, 고향을, 고향에 두고 온 사람들을 그리워하는 사라가 되어 이 상황의 억울함과 답답함을 마음 한쪽에 간신히 쓸어 담는다. 하염없이 먼 곳을 바라본다. 그리고 다음 책장을 넘기고 나면 이내 애나가 된다. 엄마가 죽고 태어난 동생. 매일 엄마 이야기를 묻는 동생과 이제 더 이상 노래하지 않는 아빠. 내게도 엄마가 있었으면, 머리를 땋아줄 엄마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어떻게든, 사라가 우리를, 우리 집을 선택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빨래하는 페미니즘』의 저자 스테퍼니 스탈은 어쩔 수 없는(?)의 맥락에서 파트 타임으로 할 수 있는 일만 구한다. 현관 열쇠를 목에 걸고 다니던 아이, 발표회에 엄마가 오지 못해서 이웃 아줌마가 전해준 꽃 한 송이를 받아들었던 스테퍼니는 자신의 아이에게 더 많은 시간을 내주려 한다.

 


어머니는 대학을 우등으로 졸업하고 분자 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그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 내가 생후 1개월 무렵일 때 어머니는 일터로 다시 돌아갔다. 그때부터 가족 이외의 사람들과 지내는 내 삶이 시작된 셈이다. (237)

 


나는 나를 낯선 이의 손에 맡겨야 했던 부모가 어떤 대가를 치러야 했는지는 말할 수 없지만 남의 손에 자란 내가 어떤 대가를 치러야 했는지는 말할 수 있다. 어머니와 아버지 중 한 분이 출장을 떠날 때마다 나는 원인 모를 고열에 시달렸다. 학교가 파한 후 빈집에 들어갈 때 귓가에 울리는 내 발자국 소리가 왠지 서글펐던 기억, 초등학교 학예회 때 꽉 찬 관중석 어디에도 부모님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 <주여 오소서>를 부를 때 느낀 외로움 등이 내가 치러야 했던 대가였다. 나는 연극이 끝난 후 무대 뒤에서 한 이웃 아주머니가 자기 자식에게 주려고 가져온 꽃다발에서 뽑아 낸 꽃 한 송이를 건네받은 적도 있었다. (238)  

 


어쩌면 그녀는 어린 시절의 그 아이를 위로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무한히 펼쳐진 미지의 세계에 대해 언제든 대답해줄 수 있는 사람, 엄마! 하고 불렀을 때 옆에 있어 주는 사람. 그 사람이 필요했기에, 그 사람을 그리워했기에 스테퍼니는 자신의 아이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준다. 같이 있는 엄마가 되어준다.

 


스테퍼니의 책을 읽을 때 나의 고민은 그녀의 것과 똑 닮아 있어서 지금도 그녀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기억난다. 시간은 흐르고 아이들은 자라고, 이 코로나 시대가 얼추 지나고 나면 나는 또 다른 고민에 빠지게 될 테지만. 이 모든 것은 내게 하나의 변명이 될 수밖에 없을 테지만. 결국 변명을 내 앞의 큰 방패로 삼아 하는 이야기일 테지만. 나는 애나가 되려고 한다. 이기적일지 몰라도 애나가 되려고 한다. 애나가 되어 말하려고 한다.


 

바다를 그리워하지 말아요. 바다를, 바다를 그리워하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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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4-19 09:3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좋은 글이고 어쩐지 어제 읽은 정희진쌤 책도 생각이 나고요. 맨 위에 언급하신 원서를 나도 사서 읽겠노라 장바구니에 넣었더니 2016년에 이미 구매한 책이라고 나옵니다. 그러고보니 그 때 단발님께 추천 받아 샀던 것 같아요. 그리고 있는 줄도 모르는채로 지내고 있......

저는 이번 정희진 쌤 책 읽으면서 빨래하는 페미니즘과 아내 가뭄을 다시 읽고 싶어졌어요. 책을 다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팔아버린 것 같은데 ㅠㅠ
지금 읽으면 그 책들 모두 또 다르게 읽힐 것 같아요. 요즘엔 정희진도 다 다시 읽고 싶고 그래요. 읽어야 할 것들도 다 못읽고 있으면서 왜이렇게 읽기 욕심은 ...

아무튼 집에 저 책 있으니 저도 읽어볼래요!

단발머리 2021-04-24 18:21   좋아요 0 | URL
저 이번에 두 번째 읽는데 너무 좋더라구요. 다락방님 감상도 많이 궁금해요.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라 그런지 훨씬 더 가깝게 느껴지는것 같더라구요.

저도 정희진쌤 책 읽으면서 여러권 책 뽑아두었는데 <세상과 나 사이>의 진도가 지지부진하다고 합니다. 읽기의 욕심은 우리 모두의 오랜 고민이며 걱정이며 염려이며.....

수이 2021-04-19 09: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울...울어도 될까요 ㅠㅠ 모두 단발머리님 페이퍼에서 한 번씩 보았던 스쳐지나갔던 책들인데 이 페이퍼를 읽고 저 책들을 읽지 아니한다면 아니될 거 같습니다. 근데 태그 왜 이렇게 아련하면서도 슬프지요........

단발머리 2021-04-24 18:23   좋아요 0 | URL
울지 마세요, 수연님!!! 울지 말고 이 책 같이 읽어주세요. 수연님께는 수연님만의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아요. 강추합니다^^

바람돌이 2021-04-19 10: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4살 때 어린이집 처음 보내고 아이가 자꾸 운다고 해서 일하다가 어린이집에 가봤을 때 우리 딸 얼굴이 떠올라서 울컥!! 아이를 키운다는 건 너무 큰 행복이고 축복이지만, 아이에게는 부모가 곁에 있어주는게 너무 중요하지만, 그렇게 아이 옆에 있어주기 힘든게 지금의 삶이네요. 좋은 책 소개도 좋고, 마지막 문장도 그 속에 담긴 복잡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네요.

단발머리 2021-04-24 18:28   좋아요 0 | URL
전 아롱이가 그랬어서 ㅠㅠ 유치원 생각하면 항상 그 시간들이 떠올라요. 바람돌이님 댓글 읽는데 신발장 앞에서 울던 아이들 막 기억나고 그래요. 저의 복잡한 마음이 전해진다니 그것도 감사한 일이구요.
책을 읽고 댓글로나마 이야기를 나누고 같은 시간을 기억하는 일이 너무 소중하네요. 감사해요, 바람돌이님!

- 2021-04-19 16: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가끔 평행우주를 생각해요. 어느 우주의 사라는 어떤 선택을 저느 우주의 사라는 저떤 선택을. 어디서든 저기서든 다르게 살아가고 있을 다른 우주 속의 다른 나들. 그럼 쫌 덜 슬퍼요. 다른 우주 속의 다른 나는 여기 지금의 나를 한번쯤 꿈꿔 봤을 지도 모르겠다. 그런 마음으로.
바다를 그리워해도 좋을 것 같아요. 그러지 않아도 좋겠지만요 ^^

단발머리 2021-04-24 18:34   좋아요 2 | URL
책 마지막에 사라가 아이들을 위해 색연필을 사 와요. 파랑색, 회색, 초록색. 칼렙이 사라가 바다를 가져왔다고 그러거든요.
저 우주 저편의 다른 선택을 한 제가 있다면, 사라가 있다면, 아마도 잠깐 만났던 이 아이들, 너무 예쁘고 귀여운 이 아이들을 그리워할 것 같기도 해요. 어느 선택이든 무언가를 그리워할 수 밖에 없는게 결국 우리 인간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고요.

바다를 그리워해도 괜찮다고 말해줘서 고마워요. 후회하지 않고 아쉬워하지 않으면서... 그래도 바다를 그리워할께요.
 























한달에 한 번, 작은 아이 치과 치료가는 날. 

2021년 4월 16일 오후 4시.



7년이 지났어도 아무 것도 밝혀진 게 없다. 

아이가 그리운 엄마는 시를 쓴다.  

그 날에서... 우리는 얼마나 멀리 왔나. 얼마나 멀리 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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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껴서 조금씩 읽었는데, 그렇게 아꼈는데 결국 다 읽었다. 팬의 입장으로서는, 책이 너무 얇아서 그런 거라고 선생님을 탓하고 싶다. 저녁 9시 반. 자리에 앉아 책 펴면 눈 앞이 뿌옇고 잠이 쏟아지려고 할 때(9시 반부터 졸린 사람) 선생님 책을 읽었다. 눈이 커졌다. 아침에 1차 등교 완료시키고 2차 온라인 등교 사이 시간에 식탁에 앉아 선생님 책을 읽었다. 원래 성경 읽는 시간인데, 예수님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 천지 만물이 고요한 시간, 경건한 자세로 앉아 읽었다. 머리가 상쾌했다.

 


여러 번, 선생님은 자신이 읽은 책의 저자들을 부럽다고 하셨다. 어딜 감히. 나는 선생님이 부럽지 않고, 부러울 수 없다. 선생님에 대한 내 마음이 진심인 만큼 이 말도 진심이다. 빨래를 널면서 생각한다. 이런 사람이, 이렇게 쓰는 사람이 왜 대학교수일 수 없을까. 왜 선생님을 모셔간 대학이 하나도 없을까. 교수 중에 선생님처럼 읽는 사람이, 쓸 수 있는 사람이 대체 있기는 한 걸까. 아침부터 생각은 음모론으로 치우쳐지고, 어쩌면 그건 음모가 아니라 구조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 털지도 않은 빨래를 건조대에 축축 걸쳐 놓는다. 될 대로 돼라.

 


읽어야 할 책을 읽고 싶어요에 넣어둔다. 그리고, 다시 읽어야 한다. 책에는 한 줄도 긋지 못했다. 두 번쯤 읽은 후에, 필요할 때마다 꺼내 읽어야 하니까. 처음 읽을 때 줄 치는 호사를 부려서는 안 된다, 선생님 책에는.

 













































『세상과 나 사이』 는 도서관에서 진즉 빌려다 놓았고(책 빌리는데 진심인 편), 전에 읽었던 마리 루티의 책 『나는 과학이 말하는 성차별이 불편합니다』와남근선망과 내 안의 나쁜 감정들』을 꺼내 놓았다. 한 번 읽은 책의 내용은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는 걸, 최근에서야 알게 됐다. 아니, 확실히 알게 됐다.

 


볕은 따뜻한데 바람은 차고. 시간은 부족한데 책은 쌓여만 간다.

 

 




독자로서 나는 이 책과 어느 정도 소통했고, 이해했고, 공감했다. 질병, 돌봄, 노년, 그리고 죽음에 관한 ‘나의 경험’을 정확히 써주어 고마웠다. 나 역시 "페미니즘을 끝없이 펼쳐진 언어, 해석, 정치학의 들판이라고 생각하다가, 내가 그 들판을 계속 달려갈 수 없다는 것, 그리고 그 들판에도 무섭고 인기 없는 장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전희경, 저자 소개) ; 새벽 세 시의 몸들에게_메이 외, 65쪽)


나는 나 자신을 포함해 아픔을 호소하는 사람에게 공감과 위로 대신 이렇게 말한다. "타인에게 이해를 구하지 마세요.", "안 아픈 사람을 배려하세요(아픈 사람이 주변에 있으면 안 아픈 사람은 피해 의식에 시달리기 쉽다).", "주문으로 ‘감사합니다’를 반복하세요."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_엄기호, 89쪽)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지식은 근대 이후에 만들어진 것이다. 자신의 앎을 상대화하는 것이 이 시대 가장 중요한 지식 혁명이다. 그러나 남녀에 대한 통념은 완고하다 못해 자연의 질서처럼 인식되고 있다. (아내 가뭄_애너벨 크랩, 1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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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4-15 12: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두번 세번 읽고 싶은 책이었습니다~♡아니 그냥 다 외워버리고 싶었어요.ㅠㅇㅠ(능력이 안되니 생각 날때마다 펼칠 수 밖에 없네요)리뷰 잘 봤습니당!

단발머리 2021-04-15 18:38   좋아요 2 | URL
미미님 리뷰도 밑줄긋기도 좋았어요. 진정한 팬은 사랑하는 스타를 나누어갖는 법이니까요. 에헴!

다락방 2021-04-15 12: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저도 책 사두었는데 너무 얇아요. 더 두꺼웠으면 좋겠어요 ㅠㅠ

정희진 쌤의 책을 읽은 단발머리님의 후기를 읽는 것을 제가 좋아합니다.
재독하고 삼독하고 또 써주세요, 단발머리님!

단발머리 2021-04-15 18:38   좋아요 1 | URL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서 하지 못했어요. 선생님만 선사하는 희망과 절망에 대해서.....
말할 수 없을 것 같아요. 흐흑 ㅠㅠㅠㅠㅠ

수이 2021-04-15 13: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니 저는 이제 막 몇 장 펼쳤는데 어느덧 다 읽으셨네요 단발님 저도 차곡차곡 이제부터~

단발머리 2021-04-15 18:39   좋아요 1 | URL
아껴서 읽어도 금방 다 읽게 되더라구요. 소개된 책 하나씩 빌려다 놓고 왔다갔다 하면서 읽어야지요, 이제 다시!

잠자냥 2021-04-15 14: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하, 이 책에서 <인 콜드 블러드>가 나왔군요. 전 아직 책 사기 전인데 얇군요! -_-;

단발머리 2021-04-15 18:40   좋아요 2 | URL
네, 선생님 글을 읽으면 읽지 않을 수 없겠더라구요.
미미님 서재에서 잠자냥님이 이 책 좋다고 하신 댓글도 저에게 큰 ‘떠밀림‘이 되었다는 것도 알려드립니다^^
책은 얇아요 ㅠㅠ 보통정도로요.

얄라알라 2021-04-15 14: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알라딘 서재에서 정희진 (선생님? 작가님? 박사님?) 님에 대한 넓은 스펙트럼의 반응들을 읽기만 하고 정작 이 분이 어떤 분이신지를 전혀 모르니...^^ 강단에 계신 분은 아니신데 내공이 깊으신가봐요. 태그에 ˝좀더두껍게˝는 진정 강렬한 팬심의 표현인데요^^ 꼭 읽어보겠습니다!!

단발머리 2021-04-15 18:43   좋아요 3 | URL
정희진 선생님은 박사학위 취득하셨고요 ㅎㅎㅎ 대학보다는 다른 곳에서 강연하는 경우가 더 많더라구요.
혼자 공부하고 혼자 글쓰는 분이신데 워낙 넓게 읽으시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교수‘가 아닌데도 그 분의 글을 많이 좋아하더라구요. 그 분의 삶 역시 존경할만하고요.
북사랑님 리뷰도 기다릴께요^^

deadpaper 2021-04-15 17: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꼭 읽어볼게요

단발머리 2021-04-15 18:47   좋아요 1 | URL
네, 꼭 읽어보세요!!!! ^^

붕붕툐툐 2021-04-15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희진샘을 향한 찐팬심에 감동하고 갑니다~😍

단발머리 2021-04-16 07:29   좋아요 1 | URL
선생님~~~~~~~~~ 제 맘 좀 알아주세요!!!!
그나저나 붕붕툐툐님, 굿모닝!

붕붕툐툐 2021-04-16 07:40   좋아요 0 | URL
ㅋㅋ알아주실 거예용~ 굿모닝!

- 2021-04-17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희진에게 저주받은 여자들의 모임 같은 거 결성해야 할 판 ㅋㅋㅋ 정희진, 우리들의 마녀!!

단발머리 2021-04-17 19:23   좋아요 1 | URL
모임 이름은 그렇게 하고 플랭카드는 이렇게 가요.
‘사랑해요 정희진! 영원히 사랑해!’
 


 













몸에 딱 맞는 옷을 입고 외출한 날은 얼른 집으로 돌아오고 싶다. 즐거운 자리여도 맘껏 즐겁지 않고 집에 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내가 왜 이 옷을 입고 나왔을까 후회만 머릿속을 뱅뱅 돈다. 신발이 불편하면 더 가관이다. 이 신발이 벗고 싶어 빨리 집에 가고 싶은데, 이 신발 때문에 걸음이 늦어진다. 내가 선택한 옷이라도 이럴진대 불편한 옷을 입어야'만한다면.

 


유행의 첨단을 걷는 여성의 코르셋은 내부 장기에 평균 21파운드에 달하는 무게의 압력을 가했고, 극단적인 경우에 그 무게가 88파운드에 이르는 것으로 측정되었다. (여기다 잘 차려입은 여성은 겨울에는 평균 37파운드의 외출복을 입었고, 그중 19파운드는 억지로 조인 허리에 매달려 있었다는 사실을 더해보라) 꽉 조이는 레이스가 미치는 단기적 영향은 호흡 곤란, 변비, 허약함, 극심한 소화 불량 징후였다. 장기적 영향으로는 휘거나 부러진 갈비뼈, 간 이탈, 자궁 탈출증이 있었다. (165)

 


이런 옷차림을 한 사람이라면 누구든 쉽게 피곤해질 것이다. 먹는 것도 말하는 것도 모두 불편할 테니 사람들과의 대화에서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옷차림으로 인한 여성의 무기력함이 여성스러움으로 변신할 때, 중류 계급 여성들은 병을 앓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는(163) ‘환자 계급으로 탄생한다. 전문적(이라고 주장하는)인 의사 집단이 더 숙련되고 능숙한 민간 치료사, 약제사의 자리를 대체하면서 질병의 치료 과정에서 중심 역할을 담당하던 여성들은 그 자리에서 쫓겨나고 여성은 치료의 '대상'이 되어 버린다. 또 한 번, 여성은 남성과의 전투에서 패배하고 자신의 자리를 빼앗긴다.  

 


덜 복잡한 형태로부터 현재의 상태로 진화해 왔다는 다윈의 주장이 의도한 바는 아니었겠지만(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재로서는), 과학자들은 생물학적 연구 결과를 인간 사회에 적용하면서 존재하는 인간 종은 각각 다른 진화 단계를 대변한다는 주장(175)에까지 이르렀다.

 


1860년대 자연 과학자들은 정밀하게 표시한 진화의 사다리에 여성의 위치를 꼭 집어서 표시할 수 있었다. 여성은 흑인과 같은 수준에 있었다. 예를 들어 명망 있는 유럽의 자연사 교수 카를 포크트 Carl Vogt는 흑인(남성)의 위치를 다음과 같이 규정했다.

 

성인 흑인은 지적인 특성에서 볼 때 아이, 여성, 노쇠한 백인의 본성과 같다.

 

(다른 인종의 노쇠한여성은 말할 것도 없이 흑인 여성을 어디에 두었을까는 생각만 해도 몸서리쳐진다) (176)

 


이는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수컷이 변이하며서로 간에 구분되는 것과는 구별되게 암컷은 재생산이라는 오래된 동물적 기능에 집중하게 된다는 주장으로, 여성은 난소의 지배, 자궁의 지배 아래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의사들은 독서, 파티, 연애, “뜨거운 음료가 여성들에게 야기한 야한 생각도 생체 기능 전체를 틀어지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의사들은 로맨틱한 소설을 읽는 것이 어린 여성들에게서 발생하는 자궁 질병의 가장 강력한 원인 가운데 하나라며 그러한 독서에 반대하는 것을 엄중한 의무로 받아들였다. (187)

 



이를테면, 이런 소설들. 따뜻한 커피 마시며 이런 소설 읽을 때, 여성의 경우 생체 기능 저하되고 자궁 질병의 원인이 된단다. 푸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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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4-14 08: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가 학창시절부터 로맨스 소설 미친듯이 읽어왔지만(고등학교 수업시간에는 교과서에 감추고 읽다가 선생님한테 걸렸어요..) 자궁 검사에서 자궁도 질도 모두 건강하다는 질단을 받았는데 말이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궁이여, 건강하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1-04-17 11:39   좋아요 1 | URL
놀랍고 신기한 이야기가 뒤쪽으로도 이어져서 참.... 허어참..... 하고 읽고 있어요. 여성할례라는 이름만 없었지, 여성의 질병에 대한 남성의 폭력이 얼마나 질기고 강력한지 말이에요. 휴우...
자궁이여, 건강하라!!! 건강하라, 자궁이여!!!

수이 2021-04-14 09: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린 시절부터 로맨스를 읽기 저어하다가 제가 생애 최초 산부인과에서 자궁이 많이 약해요 자궁 건강에 신경쓰셔야겠어요 해서 얼마 전부터 로맨스를 읽기 시작했는데 자궁이 튼튼해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로맨스 읽으러 얼른 소파로 풍덩 날아가야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1-04-17 11:39   좋아요 0 | URL
자궁은 건강하고 우리의 뇌는 튼튼하고 그래서 우리는 로맨스를 읽고 이 책을 읽네요. 하하하

2021-04-14 14: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4-17 1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21-04-15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8파운드면 얼마지 하다가 찾아보니 거의 40kg
거의 쌀 한가마! 죽음이네요.
예나 지금이나 남자들이 여자들을 폄하하기 위해 만들어 내는 말들은 참....

단발머리 2021-04-17 11:42   좋아요 0 | URL
죽을 각오로 이런 일을 감당했겠죠. 그래서 아플 수 밖에 없었을 테고요. 어제 읽었던 부분에서는 ‘병원 가는 게 일‘이었던 여성들의 일상 나오더라구요.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