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는 이 책의 저자 엘리자베스 길버트(길버트. 지난 며칠간 나를 들뜨게 했던 길버트. 그 길버트 아닌 다른 길버트. 하여간 길버트)가 이혼 소송 중에 사귀던 사람이다. 눈부시게 잘생기고 세상 경험이 많고, 독립적이며, 채식주의자에 입이 거칠고, 영적이며, 위험한 매력을 지닌 남자. 신의 섹시한 신입 유격수(35쪽). 이 남자, 아름답고, 완벽하며, 나를 사랑해주는 열정적인 남자가 빨래를 해준다. 내 빨래를.
서로를 똑같은 별명으로 부르는 우리는 일심동체였다. 우리에게는 함께 할 목표, 맹세, 약속, 저녁식사가 있다. 그는 내게 책을 읽어주고, 내 빨래까지 해주었다. (처음 그 일이 있던 날, 나는 깜짝 놀라 수잔에게 이 경이로운 사건을 보고했다. 마치 공중전화를 걸고 있는 낙타라도 본 사람처럼. “남자가 내 빨래를 해줬다니까! 심지어 어떤 옷은 손빨래까지 해줬어!”라는 내 말에 수잔은 똑같은 대답을 반복했다. ˝어쩜 좋니, 너 정말 큰일났다.˝) (36쪽)
그 남자, 완벽한 남자, 내 인생보다 더 큰, 더 소중한, 더 위대한 이 남자가 그녀를 떠난다. 절망에 빠져 허우적대던 그녀가 에너지와 자신감을 되찾으면 그녀를 향한 그의 열정이 다시 불붙는다. 둘은 재결합하고, 며칠 혹은 몇주간 꿀맛 같은 며칠을 보낸다. 하지만 결국 그는 다시 뒷걸음질치고, 그녀는 매달린다. 그는 다시 떠난다.
경제적으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서술하고 있는데도 나는 자꾸 웃는다. 이런 문장 때문에. 데이비드는 내게 흥분제인 동시에 크립토나이트(슈퍼맨을 무력하게 만드는 암석-옮긴이, 41쪽)였다. 흥분제인 동시에 크립토나이트였다. 크크. 크크크.
그가 아무리 철철 넘치는 매력의 소유자라 해도 내 취향은 데이비드가 아니라 엘리자베스 쪽이다. 엘리자베스, 그녀가 내 스타일이다. 정확히는 엘리자베스 길버트. 길버트. 아, 나의 길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