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 김영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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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시작하게 된 건 순전히 이 작은 책 때문이다.

 

알라딘 책박스 속 샘플북을 모두 읽는 건 아닌데, 이 책은 빨간색이 눈길을 끌었던가, 아니면 사피엔스라는 글자가 눈에 띄었던가, 그도 저도 아니면 빨간색사피엔스때문인가, 표지를 보고 끌려서 읽기 시작했고, 샘플북을 다 읽은 후로는 도서관에서 대출을 해서 이어 읽었다.

제일 먼저 인지혁명.

내가 인간 진화를 전제로 한 저자의 주장을 사실로서 받아들이느냐 받아들이지 않느냐와 상관없이, 저자는 사람들이 흔히 범하는 오류의 하나로 인간종을 모두 단일 계보라 이해하는 거라고 주장한다. 예컨대, 에르가스터-에렉투스-네안데르탈인-호모 사피엔스의 직선 모델로 진화가 진행되었다고 사람들이 오해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교과서에 친절하게 그림까지 곁들인 설명으로 이런 직선 모델로 배운 것 같은데 말이다.) 유럽과 서부아시아의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네안데르 골짜기에서 온 사람), 아시아의 좀 더 동쪽 지역에 살던 호모 에렉투스’(똑바로 선 사람), 인도네시아 자밤 섬의 호모 솔로엔시스’(솔로 계곡에서 온 사람), 인도네시아의 플로레스섬의 작은 사람들 호모 플로레시엔시스’(플로레스인), 시베리아 데니소바 동굴 근처에 살던 호모 데니소바’, ‘호모 루돌펜시스’(루돌프 호수에서 온 사람), ‘호모 에르가스터’(일하는 사람), 그리고 우리 종 호모 사피엔스’(슬기로운 사람)가 공존했다고 것이다.

여기에서 이상한 점은 옛날에 여러 종이 살았다는 사실이 아니라 오히려 지금 딱 한 종만 있다는 사실이다. (26)

동시에 비슷한 지역에서 같이 살았던 적어도 6개의 인간종 가운데 우리 종 호모 사피엔스만 현재까지 살아남은 이유는 무엇일까? 튼튼하고 머리가 좋으며 추위에 잘 견뎠던 네안데르탈인은 어째서 우리 종의 맹공격을 버텨내지 못했을까? 저자가 추측하는 호모 사피엔스의 세계 정복의 도구는 이런 논쟁을 가능하게 하는 것, 즉 언어이다.(41)

인지혁명이란 약 7만 년 전부터 3만년 전 사이에 출현한 새로운 사고방식과 의사소통 방식을 말한다. ... 이를 통해 우연히 일어난 유전자 돌연변이가 사피엔스의 뇌의 배선 일부를 바꿨다는 것이다. 그 덕분에 전에 없던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되었으며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언어를 사용해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44)

놀라울 정도로 유연한 인간의 언어가 세상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었을 때, 공통의 관심주제에 대한 의견 교환으로 대규모 협력이 가능해졌을 때, 허구를 통한 집단적 상상이 이루어졌을 때, 사피엔스는 수없이 많은 이방인들과 매우 유연하게 협력할 수 있었으며, 수십만 명이 거주하는 도시, 수억 명을 지배하는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원시인류의 행동 패턴이 수십만 년간 고정되어 있던 데 비해 사피엔스는 불과 10년 내지 20년 만에도 사회구조, 인간관계의 속성, 경제활동을 비롯한 수많은 행태들을 바꿀 수 있었던 것 역시 사피엔스의 인지혁명의 결과이자 사피엔스만의 최대 강점이다.(62)

, 우리 인간종과 일대일, 십대십으로 보면 감각, 정서, 가족 간 유대 같은 요소는 매우 당황스러울 정도로 침팬지와 비슷하나 개체수 150명이라는 임계치를 초과할 때부터, 그리고 그 숫자가 1~ 2천 명이 되면, 그 차이가 엄청나게 벌어진다는 것이다. 우리와 침팬지의 진정한 차이는 수많은 개인과 가족과 집단을 결속하는 가공의 접착제에 있다는 것이다.(67)

진화를 전제로 인간이 유인원을 넘어설 수 있었던 이유, 그 중에서도 사피엔스가 다른 인간종을 압도하고 지구별의 지배자가 될 수 있었던 건 유연한 언어의 사용과 허구의 세계를 인지하는 상상력 때문이라고 보면 되겠다.

다음으로 넘어가기 전에 사촌 얼굴 전격 공개한다. 자세히 보면 진짜 사촌 같은데, 물론 우리 사촌오빠들은 아니다. 특히 가운데 동아시아 지역에 살았던 호모 에렉투스를 자세히 살펴보기 바란다. 언제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얼굴이다.

 

 

두 번째는 농업혁명.

농업혁명은 안락한 새 시대를 열지 못했다. 그러기는커녕, 농부들은 대체로 수렵채집인들보다 더욱 힘들고 불만스럽게 살았다. 수렵채집인들은 그보다 더 활기차고 다양한 방식으로 시간을 보냈고 기아와 질병의 위험이 적었다. 농업혁명 덕분에 인류가 사용할 수 잇는 식량의 총량이 확대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여분의 식량이 곧 더 나은 식사나 더 많은 여유시간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인구폭발과 방자한 엘리트를 낳았다. 평균적인 농부는 평균적인 수렵채집인보다 더 열심히 일했으며 그 대가로 더 열악한 식사를 했다. 농업혁명은 역사상 최대의 사기였다. (124)

인간이 밀을 길들인 게 아니라, 밀이 인간을 길들였다는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는 농업혁명은 더욱 많은 사람들을 더욱 열악한 환경에서 살게 했다.(129) 한 곳에 정착하게 된 인간은 작물화, 가축화를 통해 자신의 먹거리를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겠지만, 실제로 정착한 인간은, 대다수의 농민들은 장시간 노동과 미래에 대한 걱정에 내몰리게 된다. 영구 정착촌에 살면서 식량공급이 늘어나고 인구 또한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농경사회에서 최소한 어린이 세 명 중 한 명이 20세가 되기 전에 사망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계속 이전보다 아이를 더 많이 낳았기 때문에 출생률 증가가 사망률 증가를 앞질렀다. 가족을 먹이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하고, 늘어난 수입보다 더 빠른 속도로 아이들이 늘어나고, 더 늘어난 아이들을 위해 더 많이, 더 열심히 일했다. 이런 방식의 삶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사람들은 자신의 결정이 가져올 결과를 전체적으로 파악하지 못 했다. “일을 더 열심히 하면 삶이 더 나아지겠지.‘ 계획은 그랬다. (133)

이렇게 해서 축적된 잉여 생산물은 지배자와 엘리트의 출현을 가능하게 했다. 사회 피라미드 꼭대기에 서 있는 자들은 그들 스스로 상상의 질서를 신봉했는데, 기독교, 민주주의, 자본주의 같은 상상의 질서에 그들 먼저 투신함으로써 자신의 지배체제를 공고히 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가공의 믿음이 피지배층에 대한 억압을 강화했다.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조직화하는 질서가 자신들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만드는 주된 요인은 다음과 같은데, 1) 상상의 질서는 물질세계에 단단히 뿌리내리고 있으며 2) 상상의 질서는 우리 욕망의 형태를 결정하며 3) 상상의 질서는 상호 주관적이라는 믿음이다. 지금 지구를 사는 사람들 수억 명이 공유하는 달러화, 인권, 미국에 대한 개념은 모두 상상 속에만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 개인은 이러한 상호 주관적 존재 앞에 무력할 뿐이다. 이를 변화시키려면 수십억 명의 의식을 동시에 변화시켜야 하며, 그러한 대규모 변화가 가능하려면 정당이나 이념운동, 혹은 종교적 광신집단 같은 복잡한 기구의 도움이 있어야 하며, 그런 일은 오로지 그들이 뭔가 공통의 신화를 공유하고 있을 때 일어난다.(177)

상상의 질서를 가능케 하는 종교와 계급, 그리고 인종에 따른 구별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저자는 알려진 인간 사회에서 최고로 중요한 위계질서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 그게 바로 성별이다. 사람들은 어느 곳에서나 스스로를 남자와 여자로 구분했고 그리고 거의 모든 곳에서 남자가 더 좋은 몫을 차지했다. 적어도 농업혁명 이후로는 그랬는데 농업혁명 이후 대부분의 인간사회가 부계사회라는 것이 그 증거 중의 하나이다. (212)

오랜 시간 동안 여성은 남성의 소유물로 인식되어, 강간 피해 또한 피해자의 아버지나 남자 형제에 대한 재산권 침탈로 여겨졌다. 어느 남자에게도 속하지 않은 여성을 강간하는 것은 범죄로 취급되지 않았고, 남편이 아내를 강간했다는 생각 자체를 모순으로 여겼다. 남편이 된다는 것은 아내의 성을 완전히 마음으로 할 권리가 있다는 뜻으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남성 우위의 사회가 전 세계적으로 일반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남성과 여성과의 생물학적 차이를 문화적, 정치적 차이로까지 발전시킨 생각은 무엇일까? 저자는 남성우위가 가능했던 이유로 꼽히는 근력과 공격성에 대해 논하면서 그것이 진짜 이유가 아닌 이유도 설명한다. 현재로서는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한 이 어려운 과제에 대해 협력 덕분에 성공한 종(사피엔스)에서 협력성이 더 뛰어난 개체(여자)들이 서로 협력한다면 협력성이 더 떨어지는 개체(남성)들을 통제하는 것 또한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던진다. 역시 여자의 적은 여자다,로 마무리 되어야 하나.

 

3<인류의 통합>에서는 인간이 창조한 신뢰 시스템 중 유일하게 거의 모든 문화적 간극을 메울 수 있으며, 종교나 사회적 성별, 인종, 연령, 성적 지향을 근거로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유일한 신뢰 시스템 화페, ‘에 대해 이야기하고, 전 세계적으로 여러 지역, 여러 민족을 지배했던 제국의 자취가 현재 우리의 삶에까지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본다. 폭넓은 종교적 관용을 보이는 다신교도들과는 달리 기독교, 유대교의 일신교도들이 얼마나 과격한 방식으로 자신의 신앙을 강요했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일신교인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와 이신교의 마니교, 조로아스터교에 대한 설명이 풍부하고, 불교의 기원에 대한 해석 역시 흥미롭다.

 

4<과학혁명>에서 제일 주된 질문은 어째서 유럽인가?로 정하고 싶다. 지난 5백 년간 경이적으로, 유례없이 커져버린 인간의 힘은 인구면에서, 생산한 재화와 용역의 가치면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인구가 열네 배로 늘어났고, 생산은 240, 에너지 소비는 115배 늘어났다는 것이며, 이 대부분은 과학의 발전으로 이룩한 것이다. 이토록 놀라운 과학의 발전 중에 저자가 가장 결정적 순간으로 지목한 때는 1945716일 오전 52945초이다. 정확히 그 때, 미국 과학자들은 앨러머고도 사막에 첫 원자폭탄을 터뜨렸으며, 이 일로 인해 인간은 놀라운 문명을 이룩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파멸시킬 수도 있음을 입증했다.(353)

중국과 이슬람은 실제적으로 활용 가능한 과학 기술과 정보를 이미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유럽에게 뒤처지고 말았을까. 1775년까지도 경제적 난쟁이에 불과했던 유럽이 어떻게 세계 권력의 중심이 될 수 있었을까. 유라시아 변방의 그들이 어떻게 전 세계를 정복하고 1900년에는 세계 경제와 대부분의 땅을 확고히 지배하며 세계 질서와 세계 문화의 지배자가 될 수 있었을까.

보통은 그 공의 큰 부분을 유럽 과학자들에게 돌린다. 물론 1850년 이래 유럽의 세계 지배가 군사-산업-과학 복합체와 기술의 묘기에 크게 의존했다는 점 역시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한다. ... 민간기술의 중요성도 군사기술 못지않았다. 통조림은 병사들을 먹여 살렸고, 철도와 증기선은 군대와 장비를 수송했다. .... 병참 부문에서의 이 같은 진보는 유럽인의 아프리카 정복에 기관총보다 더욱 중요한 역할을 했다. (397)

그럼에도 의문은 계속되는데, 어째서 영국의 약진에 프랑스, 독일, 미국은 재빨리 그 뒤를 따라갔는데, 중국, 페르시아, 이집트, 오토만 제국은 실패했느냐는 것이다. 근대 초기 유럽은 어떤 잠재력을 개발했기에 근대 후반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을까. 이 질문에 대한 서로 보완적인 답으로 저자는 현대 과학자본주의를 꼽는다.(399)

유럽인은 기술적인 우위를 누리기 전부터도 과학적이고 자본주의적인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습관이 있었다. 그러다가 기술의 노다지가 쏟아지기 시작하자, 유럽인들은 다른 누구보다 그것을 잘 부릴 수 있었다. (400)

유럽 제국주의를 다른 모든 제국주의 프로젝트와 구별하는 지점도 바로 여기인데, 유럽인들은 새 영토 뿐 아니라 새 지식을 획득한다는 희망을 가지고 먼 곳으로의 항해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것이다. ‘탐험하고 정복한다는 근대의 사고 방식, 비어있는 지도를 채우겠다는 종교에 가까운 열망,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 방대한 새 영토를 통제하기 위한 정보의 수집의 필요성들이 더 많은 유럽인을 아시아로, 북아메리카로, 남아메리카로 이끌었다. 1405년부터 1433년까지 일곱 차례에 걸쳐 대함대를 이끌고 중국에서 인도양의 먼 곳까지 항해한 정화 제독의 대항해를 통해서도 확인되듯, 유럽은 뛰어난 기술적 우위를 누리지 못했다. 유럽인들이 이례적인 점은 탐험과 정복의 야망이 어느 누구와도 비견할 수 없이 탐욕스러웠다는 데 있다.

탐욕스러운 유럽인들의 도착은 남미의 아즈텍인과 잉카인에게는 외계인의 침공과 같았을 것이다.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첫 항해(1492)와 코르테스의 멕시코 상륙(1519) 사이 시기에 스페인인들은 카리브 제도의 섬 대부분을 정복해 일련의 식민지를 건설했다. 정복당한 원주민들에게 식민지는 지상의 지옥이었다. ... 열악한 작업 환경과 정복자의 범선에 무임승차해온 질병 바이러스 탓에 카리브해의 원주민 거의 모두가 20년 만에 사라졌다. (412)

 

이런 심각한 인종청소가 아즈텍 제국의 바로 코앞에서 일어났지만 코르테스가 제국의 동부 연안에 상륙했을 때 아즈텍인들은 그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들의 비극은 외부세계와의 첫 조우가 하필이면 탐욕스러운 유럽인이었다는 데 있다. 그들은 스페인들을 몰랐다. 다른 생김, 다른 냄새, 거대한 배, 그들이 데려온 커다랗고 무시무시한 동물(), 빛나는 긴 칼과 뚫을 수 없는 갑옷. 그들을 신이라고 믿는 아즈텍인도 있었고, 악마나 죽은 자의 유령, 강력한 마법사라고 주장한 사람들도 있었다. 아즈텍인들이 머뭇머뭇하는 사이, 처음 도착했을 때 500명의 군인으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던 코르테스는 그동안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아즈텍인들의 내분을 촉발한다. 그 다음부터는 우리 모두 아는 바다.

코르테스가 베라크루스항에 상륙한 지 1세기 만에, 아메리카의 원주민 수는 90퍼센트 가량 줄었다. 주로 침략자들과 함께 유입된 생소한 질병 탓이었다.(417)

코르테스를 모방한 피사로의 잉카 침략도 이와 다르지 않다. 만약 잉카 제국의 피지배 민족들이 멕시코 주민들의 운명을 알았더라면, 침략자들과 함께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알지 못했다.

 

자본주의 교리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이라면, 이 문장을 꼽고 싶다.

우리는 이미 모두 스미스의 주장을 당연히 여기는 자본주의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매일같이 뉴스에서 이 주제의 변주를 듣는다. 하지만 스미스의 주장 개인적인 수익을 늘리려는 이기적 인간의 욕구는 공동체 부의 기반이다 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혁명적인 아이디어에 속한다. (440)

지금 현재의 우리를, 가장 강력하게 지배하는 도구가 이라는 데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이윤만을 추구하는 자본이 정부의 제재와 감시를 벗어났을 때, 순수하게 이익만을 위해 봉사할 때,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는 자본주의의 행태에 대해서는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역사가 가르쳐준 그대로다.

대서양 노예무역은 아프리카인에 대한 인종적 증오에서 생긴 것이 아니다. 주식을 구매한 개인이나 그것을 판매한 중개인, 노예무역 회사의 경영자는 아프리카인에 대해 거의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 인도네시아에서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벌인 군사작전에 돈을 댄 것은 자기 자녀를 사랑하고, 자선사업에 돈을 내고, 좋은 음악과 미술을 즐기는 네덜란드의 정직한 시민들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자바, 수마트라, 말라카 주민들이 겪는 고통은 중히 여기지 않았다. 지구의 한켠에서 현대 경제가 성장하는 데는 수없이 많은 범죄와 악행이 뒤따랐다. (469)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고통받는 것은 흑인들과 제3세계 주민들만이 아니었다. 2차 농업혁명으로 인해 동식물의 기계적 재배, 사육이 일상화된다. 태어나자마자 자동 절단기 속으로 떨어지거나 그냥 쓰레기통에 들어가 질식사하는 수평아리, 가로 25cm, 세로 22cm의 면적위에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고 알을 낳는 산란용 암탉, 유인원을 제외하고 가장 지능과 탐구심이 뛰어난 돼지는 몸을 돌릴 수조차 없는 좁은 우리에서 새끼를 낳고 또 새끼를 낳는다. 젖소는 자신의 대소변 위에서 서고 앉고 잠을 자며 평생 우유를 생산해낸다. 약품을 주입받고 우유를 짜내는 젖통 이상의 취급을 받지 못하는 젖소들. 동물의 주관적 욕구를 무시한 산업화된 농업으로 인해 인간은 더 여유롭고 더 풍족한 삶을 누리는 것 같지만, 현대 기업농이 역사상 가장 큰 범죄를 저지르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구 전체의 행복을 평가할 때 오로지 상류층이나 유럽인이나 남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잘못이다. 인류의 행복만을 고려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잘못일 것이다. (535)

신선한 우유를 좋아하고, 까페라테를 틈날 때마다 마셔대고, 계란후라이를 즐겨 먹고, 소등심을 좋아하는 나도 그에 일조하는 있는 것이라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실천이라는 건 하나다. 덜 먹는 것. 지금보다 조금 덜 먹는 것. 덜 사는 것. 지금보다 조금 덜 사는 것이다.

 

이제 진짜 마지막이다. 사피엔스의 종말.

우리가 아는 한, 순수한 과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의 삶은 절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인류는 목적이나 의도 같은 것 없이 진행되는 눈먼 진화과정의 산물이다. 우리의 행동은 뭔가 신성한 우주적 계획의 일부가 아니다. ... 그러므로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부여하는 가치는 그것이 무엇이든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552)

인간의 삶이 절대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말, 자신의 삶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저자의 말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이 두꺼운 책의 결말이 이러하리라고 예상치 못한 것은 아니지만, 그의 단오한 어조에 조금 놀랍기는 하다. 절대자, 인간에 대한 믿음, 삶에 대한 의미를 찾는 것 자체가 망상에 빠진 행동이라면, 만약 그렇다면 그 다음은 어쩌면 당연하다. 인간은 영원을 살려고 할 것이다. 사피엔스는 사피엔스의 한계를 넘어서려 할 것이고, 그 새로운 종은 사피엔스가 아닌 다른 이름으로 불리우게 될 것이다.

아직은 오지 않은 미래를 상징하던 2000년은 이미 한참 전에 지나왔다. 그 모든 것이 가능하리라 믿어졌던 2030년도 이제 14년밖에 남지 않았다. 유전정보를 조작해 이 세상에 없었던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생명공학, 인간과 기계의 결합을 가능케 하는 사이보그 공학, 무생물적 존재(실리콘 의식)의 진화가 바로 우리 눈 앞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의 의식이 작동하는 방식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의식을 가진 존재는 인간인가? 인간이 아닌가? 인간의 의식과 정체성에 대한 너무나 근본적인 이런 질문들은 곧 인간적이라는 용어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요청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피엔스의 마지막 세대로서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남은 하나의 질문이라면, ‘우리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하는 것이다.(585)

이제 사피엔스는 무엇이 되려 하는가?

우리는 무엇이 되려 하는가?

우리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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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6-02-22 13: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엄지 척!(^o^)/

단발머리 2016-02-22 13:15   좋아요 1 | URL
저는 아무개님의 엄지척!!!을 가차없이 받겠어요. 너무 두꺼웠어요....
재미있었으니까 그걸로 봐주는겁니다ㅎㅎ

2016-02-22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도 좋다. 지도 있는 책은 무조건 무조건이야~~
안 읽고 읽은 척이 가능하겠어요.
고마워요 님 ㅎㅎ

단발머리 2016-02-22 13:42   좋아요 0 | URL
네~~ 다른 지도 몇 개 더 있었는데, 쑥님이 지도 좋아하신다면 더 넣을걸 그랬어요.
쑥님의 안 읽고 읽은 척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ㅎㅎ

다락방 2016-02-22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도전의 욕망이 조금은 생기지만 다 읽어낼 능력이 안될 것 같아 망설여지네요. 이런 책을 다 읽어내시다니, 엄지척 받으실만 합니다. 꺅 >.<

단발머리 2016-02-22 13:41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의 엄지척 받으실만하다,에 사기충천해서... 은근슬쩍...

총 636쪽입니다.^^
근데 어렵지는 않아요. 실례 하나하나가 다 재미있어요. 두꺼울 뿐입니다.ㅎㅎ

2016-02-22 13: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호모 솔로엔시스. 맘에 들어요. (솔로 계곡에서 온 사람.이런 시적표현이라니..)
현재의 가설들을 뒤집는 가설들은 언제가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하네요.
이것 읽는 것도 고생스러운데, 두꺼운 책 읽느라 애쓰셨어요~

단발머리 2016-02-22 13:46   좋아요 1 | URL
네, 감사합니다.
아주 재미있어서요. 중간에 한 번 위기를 빼고는 빨리 읽은 것 같아요.
호모 솔로엔시스, 같은 시적표현에 신경을 못 썼어요.
쑥님 말씀 듣고 보니 정말 멋진 표현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자가 이런 말을 하더라구요.
우리는 뻔뻔스럽게도, 우리 종 스스로에게 `호모 사피엔스`(슬기로운 사람)라는 이름을 붙였다.

오만한 종이예요, 진짜... ㅎㅎ

비로그인 2016-02-22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우리의 조상은 호모 사피엔스라는 것,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라는 것이죠. *^

단발머리 2016-02-22 21:51   좋아요 0 | URL
저는 우리의 조상이 호모 사피엔스라는 것에는 동의하는데,
그 이상 어디까지가 우리의 조상이냐는 데에는 저자와 의견이 좀 달라서요. ㅎㅎㅎ

책읽는나무 2016-02-22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에도 샘플북이 있어요^^
저는 던져두었는데 단발머리님의 페이퍼에서 제목이 눈에 익다?싶었더니 제게도 샘플북이 그제서야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음~~~
장장 600페이지가 넘는다구요??
하지만 별은 다섯 개라구요??
음~~~~~~

단발머리 2016-02-22 21:55   좋아요 0 | URL
네, 별은 다섯 개예요.ㅎㅎ

이 책의 내용을 다 기억하려고 하거나 아는 것을 확인하려 하면 무척 힘들고 어려웠을 수도 있는데요.
저는 옛날 이야기 대하듯 슉슉 넘기면서 읽어서 그런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어요.

흥미로운 실례가 아주 많아요.
스페인들 주연의 중남미 아메리카 잔혹사라던가, 현대 물질 문명이 얼마나 폭발적으로 변화됐는가에 대한 설명들은 아주 일품이예요. 음~~~~

수연 2016-02-22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켁_ 밖이라서 이따가 모니터로 읽어야겠어요_ 길어요. ^^;;

단발머리 2016-02-22 21:56   좋아요 0 | URL

인생은 짧고

읽을 책은 많아요.

이 긴 리뷰를

읽지 않아도 되겠어요. ㅎㅎ


해피북 2016-02-22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샘플북이 오면은 절대 열어보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열어보는 순간 그 책이 집에 쌓여있을 것만 같았거든요 ㅎㅎㅎ
사피엔스가 장장 600페이지에 달했군요. 단발머리님의 촘촘한 글을 읽다보니 왠지 <총,균,쇠>도 막 떠오르고요, 그 옛날 시대에 태어나지 않고 현재에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에 무한한 감사를 드리게되고요, 그리고 마지막 말씀처럼 `아무런 의미가 없는 망상적인 삶`이라는 말에 저도 동의하지 않을래요. 설령 그게 진실이라고 해도 말이죠. 어려운 책이지만 저도 언젠가는 이 책에 도전해볼 날이 있겠죠? ㅎㅎ

단발머리 2016-02-22 21:59   좋아요 0 | URL
ㅎㅎㅎ그럼요.

아무런 의미가 없는 망상적인 삶에 대한 해피북님의 반대가 무척이나 반가워요.
일단 저는 그게 진실이 아닐 거라고 믿는 입장이거든요.
얼마전에 읽었던 뇌에 관한 책들도 그렇구요. 대부분 진화론자들의 의견이다 보니, 결론적으로는 인간을 물질, 물질들의 결합 이상으로 보지 않는 것 같아요.

그 의견에 반대하지만 아직은 논리가 많이 부족.... ㅎㅎ
언제든 편안할 때, 편안하게 도전!!

양철나무꾼 2016-02-22 18: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저는 요즘 안 읽고 쟁여놓은 책이 너무 많아,
일부러 책을 사는 일은 잘 없는데...이 책 장바구니로 직행이예요~^^

단발머리 2016-02-22 22:00   좋아요 0 | URL
장바구니로 직행한 <사피엔스>가 잘 살아남기를...
구매-독서-리뷰의 순환으로 저도 양철나무꾼님의 근사한 의견과 리뷰를 엿볼수 있게 되기를 바래요^^

oren 2016-02-26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 님께서 흥미롭게 풀어주신 이야기를 다 듣고 나니 정말로 두꺼운 책 한 권을 순식간에 다 읽은 느낌이 드네요. 이런 글을 읽으니 `우리의 먼 과거`만큼 우리의 흥미를 끄는 이야기도 드문 듯싶고, <총,균,쇠>를 비롯한 여러 다른 책들의 책장들도 이 글과 함께 휙휙 빠르게 넘겨지는 듯한 착각마저 듭니다. 그리고, 고고학자들은 `돌도끼`를 기준으로 진보를 바라보았다고 하는 얘기가 문득 떠올라서 `호모 파베르`에 대한 두 꼭지의 글을 (매우 길지만 염치없이) 인용해서 덧붙여보고 싶네요...

* * *

인간의 손

『인간의 유래』에서 다윈은 무엇보다도 원숭이에서 인간으로 진화하면서 정신의 능력이 엄청나게 증대했다는 점을 보여주고자 했다. 진화가 느리고 완만한 과정이라면 그런 커다란 변화가 어떻게 가능했을까? 다윈의 답은 그 책의 4장에 있다. 그는 인간이 독특한 신체적 속성을 가졌다는 논리를 발전시켰다. 그것은 바로 그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인 인간의 직립자세다. 다윈은 직립자세와 직립보행으로 인간의 손이 자유로워졌고, 그 결과 도구를 사용하는 능력이 발달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 때문에 원숭이들 가운데 한 종류의 지능이 급속히 발달했으리라고 보았다.

직립의 관념은 다윈이 처음 도입했으나 처음에는 그다지 중요하다고 인식되지 않았다. 1891∼1892년 외젠 뒤부아가 `자바인`, 즉 피테칸트로푸스 에렉투스(지금은 `호모`를 붙여 부른다)를 발견한 뒤에야 그 이론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피테칸트로스의 대퇴골은 직립보행을 했다는 것을 말해주며, 두개골의 크기는 원숭이와 인간의 중간이었다. 그래도 직립의 중요성이 완전히 이해된 것은 1930년대의 일이다.
- 피터 왓슨, 『생각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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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파베르 Homo faber

인간 지성에 관해서 말하자면 사람들은 기계적 발명이 처음에 그 본질적인 행보였다는 것,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의 사회적 삶은 인공적 도구의 제작과 사용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진보의 길에 표적을 세우는 발명들은 그 방향도 역시 그려주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주목하지 않았다. 우리가 그것을 깨닫기 어려운 것은 인간성의 변형은 보통 도구의 변형들보다 뒤늦게 오기 때문이다. 우리의 개인적이고 심지어 사회적인 습관들은 그것들이 적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상황들보다 상당히 오랜 기간 살아남아 있기 때문에 한 발명의 심층적 영향은 우리가 이미 그것의 새로움을 잃어버렸을 때 비로소 주목된다. 증기기관이 발명되고 한 세기가 흘렀는데 이제서야 우리는 그것이 야기한 심층적인 동요를 느끼기 시작하고 있다. 그것이 산업에 일으킨 혁명은 인간들 사이의 관계조차 뒤집어 놓았다. 새로운 생각들이 떠오른다. 새로운 감정들이 개화하고 있다. 수천 년 후에 과거를 되돌아보고 그 주요한 선들만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면, 전쟁과 혁명들은 사람들이 그것들을 아직 기억한다고 해도 별 것 아니게 생각될 것이다. 그러나 증기기관 그리고 거기에 수반되는 각종 발명들에 대해서 사람들은 아마도 우리가 청동이나 석기(石器)에 대해 말하듯이 말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한 시대를 정의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우리가 모든 오만에서 벗어나 인간종을 정의하기 위해 역사시대와 선사시대가 우리에게 인간과 지성의 항구적인 특성으로 제시하는 것에 엄밀히 머물기로 한다면, 우리는 [인간을] 아마도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라 말하지 않고 호모 파베르Homo faber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요컨대 지성을 그 본래적인 행보로 나타나는 것 안에서 고찰할 경우 그것은 인공적 대상들을 제작하고, 특히 도구를 만드는 도구들을 제작하며, 그 제작을 무한히 변형시키는 능력이다.
- 앙리 베르그송, 『창조적 진화』

단발머리 2016-03-01 08:22   좋아요 0 | URL
이 책을 <총, 균, 쇠>와 비교한 사람들이 아주 많다는 걸 다 읽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그에 필적하다와 그 책을 넘어선다는 의견이 반반인데, 저는 재미면에서는 이 책이 <총, 균, 쇠> 보다 낫지 않나 하고 생각합니다.^^

<사피엔스>에서는 사피엔스가 다른 동물뿐 아니라 다른 종을 압도하고 지구의 지배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로 `언어의 사용`과 `상상력을 통한 협동`을 제일 주요한 요소로 보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도구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그건 `상상력의 질서`가 `물질문명`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고 설명하는 부분에 나옵니다. 저자는 그 예로 `개인주의`의 발현으로 모든 현대 가정에는 `문`이 달린 개인 공간이 있다,라는 식으로 설명했었는데, 저는 그 부분이 참 인상깊었습니다. 인간의 의식과 사용하는 도구, 공간이 어떤 식으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가에 대해서는, 핸드폰을 항상 손에 쥐고 사는 바로 제 자신과 아이들이 직접적인 실례가 되는 터라 조금 착잡해지기도 했습니다.

긴 댓글, 감사합니다. 덕분에 제 서재가 더 근사해진것 같아 마음이 흡족합니다. : )

oren 2016-03-02 12:21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 님께서 말씀해 주신 것처럼 `인간의 상상력` 만큼 놀라운 역할을 하는 것도 드물지 싶습니다.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이제는 `상상 이상`을 넘보는 일마저 흔한 일이 되다시피 했으니까 말이지요. 인공지능, 로봇, VR(가상현실) 등이 머지 않아 인류의 삶을 여러모로 많이 바꿀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맘때쯤 되면 아마도 `스마트폰`도 참 원시적인 기기였다고 회상할 테지요..

oren 2016-02-26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참, `인간의 유래`와 `인간의 미래`에 대해서는 한번쯤 이 분야의 전문가였던 `다윈의 말`을 곱씹어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고 저는 봅니다. 어쨌든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만 살아남아 여기까지 진화해 오기 이전에, `털이 있고 꼬리가 달린 네발동물`에서 유래했던 사실도 밝혀졌고, 온갖 종류의 원숭이 중에서도 `단 한 종류의 원숭이`로부터 진화했다는 것도 밝혀졌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인류의 미래에 대해 저 책의 저자가 저런 식으로 단 한 순간에 `허무주의`로 급전직하하는 건 저로서도 참 이해하기 어렵군요. 다윈의 말대로 어쨌든 우리는 `엄청난 연속 사건의 결과`로 태어난 것만은 결코 그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운 일일 테니까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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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이 있고 꼬리가 달린 네발동물에서 유래했다는 사실

발생 중인 인간의 배를 생각해보자. 또 인간이 하등동물과 공유하고 있는 유사한 여러 구조와 흔적 기관, 그리고 종종 나타나는 복귀돌연변이를 행각해보면 우리는 인간의 먼 조상이 가졌을 모습을 일부나마 상상해볼 수 있다. 그리고 동물 계열의 적당한 위치에 그들을 대략 끼워넣을 수 있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인간이 털이 있고 꼬리가 달린 네발동물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마 그들은 나무 위에서 생활했을 것이며 구세계에서 살았을 것이다. 만약 박물학자가 이들의 모든 구조를 조사해본다면 이 생물은 구세계 원숭이와 신세계 원숭이의 매우 먼 조상과 마찬가지로 사수목 동물에 속하는 것으로 분류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사수목 동물과 모든 고등 포유류는 아마 먼 옛날의 유대류에서 유래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유대류는 양서류와 비슷한 생물에서 출발하여 오랜 시기에 걸쳐 다양한 형태의 생물을 거치며 형성되었고 다시 이 양서류는 어류와 비슷한 동물에서 유래했을 것이다. 과거의 모든 상황이 명쾌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모든 척추동물의 먼 조상이 아가미를 갖고 암수의 특징을 한 몸에 갖추었으며, 뇌와 심장처럼 매우 중요한 기관은 불완전했거나 전혀 발달되지 않은 수생동물일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동물은 다른 생물보다는 오늘날 바다에 사는 멍게와 매우 유사했을 것으로 보인다.

- 다윈, 『인간의 유래Ⅱ』(1871년) <제21장 전체 요약과 결론>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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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연속 사건의 결과

이 책에서 얻은 결론은 상당히 비종교적이라는 이유로 비난받을 것임을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 결론을 비난하는 사람은 뚜렷한 하나의 종인 인간의 기원이 변이와 자연선택의 법칙을 통해 어떤 하등동물에게서 유래했다고 설명하는 것이 본래의 생식 법칙에 따라 한 개인이 태어났다고 설명하는 것보다 왜 더 비종교적인지 그 이유를 밝혀야만 한다. 종의 출현이나 한 개체의 출현은 모두 엄청난 연속 사건의 결과다. 우리의 마음은 이 엄청난 사건이 단지 무계획적인 우연의 결과라고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상황을 이해하면 신체 구조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소한 변이, 결혼으로 맺어지는 한 쌍의 융합, 그외 비슷한 여러 사건이 모두 어떤 특별한 목적에 따라 미리 결정되었다고 믿을 수 있느냐의 여부를 떠나, 이러한 결론에 비위가 상할 것이다.

- 다윈, 『인간의 유래Ⅱ』(1871년) <제21장 전체 요약과 결론> 中에서

단발머리 2016-03-01 08:29   좋아요 0 | URL
사실 저는, 어떤 목적이나 목표를 두고 책을 읽는 사람이 아닌데요. 최근에 <마음의 미래>와 <사피엔스>를 읽으면서 진화심리학에 대해 조금, 아주 쪼금 알게 되었습니다.

관련된 책을 찾아, 내용을 인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간의 기원`에 대한 여러가지 전제 중에 제가 특히 이해하기 어려운 건, 인간이 원숭이, 그 중에서 `단 한 종류의 원숭이`에서 진화했다는 겁니다. 어떻게 단 한 종류의 원숭이에게만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그게 궁금합니다. 무조건 긴~~~~~ 시간속에서는 이 일이 가능할까요? 다윈이 스스로 말했든, `이 엄청난 사건이 단지 무계획적인 우연의 결과`라는 걸 저는,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위에 소개해주신 책 <인간의 유래 2>를 읽어보면 될까요? ㅎㅎㅎ

oren 2016-03-02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명 진화의 기적`을 일반인이 이해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은 듯합니다. `우연과 필연 사이의 모호한 경계` 또한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구요. `문제는 시간`이겠지요. 상상할 수 없이 기나긴 시간을 두고 관찰한다면, 인간의 눈이나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들이 벌어지기 마련이라고 저는 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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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시간

종과 관련해서 가장 큰 어려움은 그것이 무엇인지를 결정하는 일이다. 문제는 시간이다.(즉 3차원으로 전개되는 어떤 것을 현재라는 2차원으로 묘사하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분류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미래이다. 모든 동식물은 30억 년 전에 한 조상으로부터 유래했기 때문에 똑같다.
- 스티브 존스, 『진화하는 진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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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은 최초의 창조자에 의해 소수의 형태로, 또는 하나의 형태로 모든 능력과 함께 불어 넣어졌다고 보는 견해

온갖 종류의 식물이 자라고, 숲속에서는 새가 노래하고 곤충은 여기저기 날아다니며, 축축한 땅속을 벌레들이 기어다니는 번잡스러운 땅을 살펴보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다. 그러한 개개의 생물은 제각기 기묘한 구조를 가지고 있고, 서로 매우 다르며 매우 복잡한 연쇄를 통해 서로 의지하고 있지만, 그런 생물이 모두 지금 우리 주위에서 수행되고 있는 여러 가지 법칙에 따라 만들어진 것임을 깊이 생각해 보는 것도 흥미롭다. 그러한 법칙은 가장 넓은 의미에서 말한다면, `생식`을 수반하는 `성장`, 거의 생식 속에 포함된다고도 할 수 있는 `유전`, 생활의 외적 조건의 직접 또는 간접적인 작용에 의한, 또 용불용에 의한 `변이성`, 생존경쟁과 나아가서는 `자연선택`을 초래하고, 마침내 `형질의 분기`와 열등한 생물을 `멸종`시키는 높은 `증가율` 등이다. 그리하여 직접적으로 자연계의 싸움에서, 또 기아와 죽음에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최고의 사항, 즉 고등동물의 산출이라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생명은 최초의 창조자에 의해 소수의 형태로, 또는 하나의 형태로 모든 능력과 함께 불어 넣어졌다고 보는 견해, 그리고 이 행성이 확고한 중력의 법칙에 의해 회전하는 동안 이렇게 단순한 발단에서 지극히 아름답고 지극히 경탄스러운 무한의 형태가 태어났고, 지금도 태어나고 있다는 이 견해에서는 장엄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 다윈, 『종의 기원』(1859년), <제14장 요약과 결론> 中에서

icaru 2016-03-11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오! 지금 저는 앞부분 읽고 있는데, 이 리뷰를 보니,,, 오!
참으로 브리핑을 훌륭히 해내셔요 단발머리 님!!!!

단발머리 2016-03-12 11:58   좋아요 0 | URL
칭찬 감사합니다. icaru님~~~
님의 칭찬에 제가 더 쑥쑥 자랍니다.
키는 큰데, 더 쑥쑥!!!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