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의 사람들 - 인간 악의 치료에 대한 희망 보고서, 개정판
M. 스콧 펙 지음, 윤종석 옮김 / 비전과리더십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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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위험한 책이다, 로 시작하는 위험한 책, <거짓의 사람들>을 읽었다. 저자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라는 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거짓의 사람들>은 정신 치료 과정에서 저자가 만나고 치료했던 여러 환자의 임상과 그 현장에서 맞닥뜨린 악에 대한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책이다. 이 책의 중요한 논거는 악하다는 것을 인간 성격의 한 측면으로 파악한 것이 아니라, ‘질병의 하나로 보았다는 점이다. 정신 의학자이며 의사로서 가지고 있는 학문적 배경과 임상 경험을 통해 거짓말을 잘 하는정도를 넘어서 악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관찰과 대응이 비교적 소상하게 그려져 있다. 챕터 6에서는 <집단의 이름으로 악을 자행하는 사람들>에 대해 말하며, 그 실례로 미국의 베트남전 파병과 민간인 학살을 비롯해 그 곳에서의 악행을 다루었고, 당연히 한나 아렌트의 논의와 다른 철학적 접근도 이야기하고 있다.



챕터 5에서는 축사라는 부분이 다뤄지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릴 듯싶다. 일단 인간에게는 영혼이 있다라고 믿는 사람들과 영혼이란 없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테고, ‘악한 영의 존재는 실재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그런 건 오로지 사람들의 상상력의 산물이다라고 믿는 사람들도 있을 테다. 저자는 기독교인이면서 정신과 의사로서 오랫동안 이런 악한 영의 존재에 대해 불신해 왔는데, 부인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경험을 한 이후에 생각의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나 같은 경우, 대한장로회 통합 측의 엄격하고 경직된 분위기의 장로 교회에 자랐지만, 고등학교와 대학교 시절, 여러 장소(기도원 등등)에서 여러 초자연적인 장면들의 일부가 되었던 터라, 그런 서술이 전혀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나는, 인간에게 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고, ‘육체라는 이 껍데기 너머에 (내부에, 이면에) 하나님의 거룩한 일부(하나님의 영)가 거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나는 73쪽의 이 문장들을 이해할 뿐 아니라 믿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 안에는, 인간의 삶 속에는 성스러운 의미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태초에 하나님이 우리를 그분의 형상대로 지으셨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우리는 그것을 과연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우리는 신을 닮은 존재로서의 책임을 받아들이고 있는가? 인간의 삶에는 성스러운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는가? (73)

 


기억에 남는 부분은 정신 상담을 위해 찾아온 십대 환자악한부모에 대한 이야기다. 전문가인 의사의 조언이나 설명을 듣지 않고 자기변명에 빠진 부모들. 자신들은 괜찮은 정도를 넘어 좋은부모라는 착각에 빠진 부모들을 세세히 관찰한 부분이다. 저자의 결론은 이렇다.

 


사실 그 문제에 제대로 파고 들어가 보면 문제의 진짜 원인은 자녀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부모, 가정, 학교, 사회에 있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곤 한다. 한마디로 말해서, 아픈 아이 뒤에는 아픈 부모가 있다는 것이다. 부모 생각에는 아이들을 고쳐야 한다고 판단할지 몰라도 대개 서둘러 고쳐야 할 사람들은 바로 그런 판단을 내리고 있는 부모 자신들이다. 진짜 환자는 부모들인 것이다. (105)

 


나는 경험에 의해 악은 후손에게 이어지는 것 같다는 결론을 얻었다. 4장에서 예로 들게 될 그 사람에겐 악한 부모가 있었다. 하지만 그런 대물림 현상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오랜 '유전이냐 환경이냐'는 논쟁의 해결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악이 후손에게 내려가는 것은 그것이 유전자를 통하여 전달되기 때문인가 아니면 아이가 부모를 보면서 배우고 따라하기 때문인가? 아니면 부모에 대해 자신을 방어하려다 그렇게 되는 것인가? 악한 부모를 둔 많은 자녀들이 상처는 받으면서도 악한 사람이 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은 또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우리는 모른다. 그리고 엄청난 고통이 따르는 과학적인 연구 작업이 지속되지 않는 한 우리는 여전히 모를 것이다. (145)

 

 

인간 성격 형성에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당연히 부모다. 유전적인 요인의 핵심이 바로 부모이고, 유아기에 특히 절대적일 수밖에 없는 환경적 요인 역시 부모가 결정한다. 정확히는 부모가 결정한다기보다는 부모 자체가 환경이다. 유전과 환경이 부모에게 달려있다. 악한 부모 밑에서 자란 사람은 악한사고의 흐름과 생활방식을 학습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이다. 악한 부모에 대해 자신을 방어하려다 오히려 더 악한 사람이 되는 경우도 발생할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악한 부모를 두었는데도, 끊임없는 노력으로 부모 같은 사람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물론 흔한 경우는 아닐 것이다. 저자는 설명하기 어려운 이 상황에 대해 모르겠다라고 말한다. 인간 삶에 미치는 다양한 변인을 통제하거나 관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에 나 역시 그럴 수밖에 없을 거라 생각한다. 알 수가 없다.

 

 


모든 책이 육아서로 읽히던 계절을 지나왔다고 생각하지만, 이 책은 내 자신의 부모됨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이제 아이들이 제법 자랐으니, 이제 무언가를 주기보다는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삶을 구성하고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놓아주는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276쪽 저자의 문장을 그대로 옮기자면 자녀의 독립과 분가를 위해서는 부모가 자신들의 외로움을 견딜 수 있어야만 한다는데 동의한다. 나 역시 그러고 싶고, 또 현재로서는, 부모인 내가,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기대지 않으면서 나 자신의 외로움을 잘 견뎌낼 수 있을거로 생각한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남편과 부모님과는 다른, 그러니까 내게 전혀 다른 질감과 무게의 감정을 불러오는 아이들에 대한 내 사랑이, 아이들에게는 물론이고 내게도 각별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완벽하게 구별된 존재이되 하나의 공간 속에 같이 살았던 공존의 시간 말고도 아이와 나만이 공유했던 경험과 느낌이 존재하니 말이다.

 

 


지난주, 출근하는 중에 라디오를 들었다. 10. 29 참사 희생자 어머니의 인터뷰를 듣고 있는데,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그날따라 렌즈를 끼고 있어서 눈앞이 금방 뿌옇게 변하는 것을 핸들을 꽉 움켜지고 눈물을 참고 또 참았다. 먼저 죽은 자식의 생일상을 준비하는 마음에 대해서, 나는 모른다. 여행 계획을 맡아했던 아이가 이제 이 세상에 없어 아무 데도 가지 못하는 마음을, 나는 모른다. 알 수 없는데. 알 수 없는 내 마음은 같이 울고 있었다. 오히려 그 어머니는 덤덤하신데도 말이다.

 

 

10. 29 참사에 대한 글을 머릿속으로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를 반복한다. 내 생각과 내 느낌, 내 글의 뿌연 배경으로서가 아니라, 그 사건의 원인과 현재, 그리고 잃어버린 159명의 사람들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는데 그게 잘 안됐다. 서울 한복판을 걸어가다가 갑자기 벌어진 이 참혹한 사고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그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애도를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떠오를 때마다 마음 한 켠이 너무 무겁다.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유가족들의 절절한 외침이 꼭 실현될 수 있기를 바란다. 책임자가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기를 원한다. 크게 도울 수 없다면, 적어도 그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싶다. 계속 말하고 싶고, 그리고 또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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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돌아옵니다
    from 책이 있는 풍경 2023-11-02 11:21 
    댓글을 쓰다가 또 길어져서 페이퍼로 씁니다. 저는 이게 혹시 질병이 아닌가 싶습니다. 댓글 길게 쓰다 페이퍼 쓰면서 먼댓글로 연결하는 병 말입니다. 사회주의와 유물론, 무신론에 관한 부분을 같은 선상에서 연결해 설명하는 건 어려울 거 같고요. <신을 옹호하다>의 테리 이글턴의 주장을 중심으로 제가 이해한 범위 내에서 이야기해 볼게요. 건수하님의 물음에 대한 간편한 대답이라면, 그렇습니다. 사회주의는 무신론과
 
 
다락방 2023-11-01 13: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스캇펙의 다른 책-아직도 가야할 길-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읽지는 않았거든요. 그런데 이 책 너무 읽고 싶네요.

저는 보고 있기 힘들어서 금쪽이 상담소인가? 그 프로 안보는데요, 거기에서도 보면 오은영 박사님이 아이들 관찰하시면서 부모의 과거를 묻거나 하는 일일 종종 있는 것 같더라고요. 아픈 아이에게는 아픈 부모가 있다는 말씀, 고개 끄덕여집니다. 그런 한편,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를 읽다 보면, 총기로 아이들을 무차별 학살한 가해자는 누가 보기에도 행복한 가정에서 자랐거든요. 그리고 부모를 사랑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을 죽이고 자신까지 죽이는 일을 할 수 있기도 하다는 걸 보면 역시, 부모가 환경 그 자체일 수 있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또 아닐테고요. 저는 ‘악‘에 관심이 많은데, 이 책 제가 꼭 읽어봐야 할 것 같아요.

아, 저 일전에 읽었던 책 중에 부모가 살해당하는 걸 목격한 형은 연쇄살인범이 되고 동생은 경찰이 되는 그런 책이 있었어요. 한 아이가 자라서 성인이 되고 그리고 그 성인이 ‘어떤 ‘성인이 되느냐는 알 수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작가의 말처럼 ‘모르겠다‘ 라고 밖에 답할 수 없을 듯요.

저도 이 책 읽어볼래요!!

단발머리 2023-11-01 17:53   좋아요 0 | URL
저도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기억나요. 행복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가 다른 사람을 죽이고 자신까지 죽이는 일이 어떻게 가능할걸까. 저는 그 엄마의 말을 믿거든요. 그 아이는 죽이러 간 게 아니라, 죽으러 간 거라는 말.... 그게 자기 아이가 그 끔찍한 범죄의 주동자가 아니라 소극적인 가담자라는 변명으로 들리기는 하지만.... 그 책을 읽고 나서, 전 그렇게 생각했던 거 같아요.

형은 연쇄살인범이 되고 동생은 경찰이 된다는 거, 똑같은 상황을 겪은 후에 완벽하게 반대의 그런 행동이 나온다는 거... 저도 항상 궁금하기는 합니다. 결국 알 수 없다,라고 말하게 되네요.

<아직도 가야할 길>을 저도 가지고 있습니다. 아직 읽지는 않았구요^^


공쟝쟝 2023-11-01 13: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단, 저는 기억할 것입니다.
단발님 아이를 낳지 않아도 경험하지 않아도 그런 상실을 절대적으로 모른다고 하여도 헤아려 볼 수는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걸 안하는 걸, 기능적 실용적으로만 보려하는 것, 그걸 말이라고 떳떳해 하는 건 악이죠.

저는 친구님 덕분에 ‘사랑’을(내가 폐기하고자 했던 것) 종교적인 맥락까지 포함해서 다시 생각해보고 있어요. 그 역시 제가 완전히 이해하긴 어렵겠으나. 믿는다는 건 이해의 영역이 아니고 사랑의 영역이라는.

“(49)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그 말을 인정하기가 어려워 진다. 현실에서는 사랑이 역사의 중심이 아닌 게 명백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우리가 사랑마저 실질적으로 사유화된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독교 신앙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이유의 하나가 여기 있다.
디치킨스가 빚지고 있는 자유주의적 인본주의(liberal humanism)의 유산에서 사랑은 개인적인 차원에서만 이해될 수 있다. 사랑은 디치킨스의 정치적 어휘에 포함되지 않으며, 그들이 혹시라도 사랑이라는 단어를 쓴다면 당혹스럽게만 느껴질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인간 실존의 중심에 놓여 있다고 여기고 개인의 삶에서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자유주의 전통의 시각으로는 세상사에서 주변적 위치를 차지할 뿐이다. 예컨대 정치적 사랑이라는 개념은 디치킨스에게 별 의미가 없을 듯하다. 한데 사회주의에선 정치적 사랑이라 할 만한 것이 윤리의 근간이다. 문제는 사랑이 그저 성애와 로맨스, 개인과 가정의 일로 거의 완전히 축소되어 버린 사회에서 정치적 사랑이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는지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결국 디치킨스가 지금과 같은 글들을 써내는 이유 중 하나는, 사랑의 문제에 대해 자유주의와 다른 답을 내놓을 수 있는 전통이 오늘날 흔적도 없이 가라앉을 위험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 신을 옹호하다

(찡긋-)

단발머리 2023-11-01 17:57   좋아요 2 | URL
일단 이 댓글에서는.... 디치킨스가 누구인지 밝혀줘야 합니다.

* 무신론 과학자들의 대표자로 <신은 위대하지 않다>의 크리스토퍼 히킨스와 <만들어진 신>의 리차드 도킨스를 합쳐 부르는 말이 디치킨스입니다.

급, 양자역학이 떠오르네요.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익숙해지는 것이다.

(찡긋-)

건수하 2023-11-01 20:09   좋아요 3 | URL
디치킨스라는 단어를 처음 보았네요. 그러면… 사회주의 맥락에서는 무신론이 가능하겠군요?

(이 책이 의도하는 바는 아닐 것 같지만…?)

공쟝쟝 2023-11-01 22:12   좋아요 2 | URL
수하님 참 사회주의자는 참 종교인과 같다... 정도로 갈음하는 걸로! ㅋㅋㅋㅋ
저는 너무도 심오해서 점점 독서의 맥락을 잃어버렸고... 신앙이란 역시나 제 이해를 넘어서는 영역이지만...
바로 그 이해할 수 없는 영역에 *사랑*을.. 배치하고 일단... 신은 사랑이고요...... 사회주의는 (자본주의역시).. 그러니까 신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인간이 신을 넘어설 수는 없습...니다.. 사랑은 그런 원리를 포함하는 것... 사회주의가 무신론이라고 떠들어봐야 신(사랑)은 있음...ㅋㅋㅋㅋ 아직 덜 읽었지만... 신을 옹호하는 부분이아니라... 19세기 자유주의 합리주의 자장안에 있는 잘나가는 영미지식인들(디치킨스)까는 걸로 읽기엔 매우 재밌습니다.
˝(30)스스로를 만들어낸다는 생각은 부르주아적 환상의 전형이다˝ 신을 폐기한 자들이 만든 신(무신)은 정통 기독교만 못하다(이 부분은 확언)는 게 1/3 읽은 제 생각입니다. (참고로 제 종교는 거의 유교임을 밝히...ㅁ)

건수하 2023-11-02 10:02   좋아요 1 | URL
사회주의도 좋지만
자유주의 합리주의를 버리기가 참 어렵습니다... 몸에 새겨져있달까 ㅠㅠ

단발머리 2023-11-02 11:22   좋아요 1 | URL
댓글로 쓰다 길어져서 글 썼어요. 급하게 쓰느라 허접하지만 두 분은 읽으셔야 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댓글의 창시자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청아 2023-11-01 14: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이 떠오릅니다. 강압적이고 자기 중심적인 아버지(로버트 드니로)
아래에서 두 형제의 성격이 극명하게 엇갈리거든요. 국내 한 프로파일러가 범죄심리학 관점에서
영화를 해석하는 프로가 있었는데(제목이 생각안남ㅜ) 같은 폭력에도 다르게 반응하는 심리를
잘 설명해주어서 인상적이었어요. 10.29 참사는 무책임과 혐오 때문에 현재진행형인것 같습니다.
저도 뭔가 쓰고 싶었는데 못했어요. 피해자 유족들은 물론 세월호에 이어 전국민적 트라우마가 더해졌네요.

단발머리 2023-11-01 18:04   좋아요 1 | URL
아롱이 다롱이라는 말이 실감나네요. 똑같은 상황에서 각자 사람들이 다르게 반응한다는 게 말이에요.

저는 10.29 참사의 가족들은 세월호 가족들보다 훨씬 더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세월호 때는 국가 경제 자체가 휘청했잖아요. 사람들이 놀러도 안 가고, 외식도 안 하고요. 전 국민이 같이 아파해준 시간이 있었다고, 전 그렇게 생각해요. 아직 진상조사 제대로 안 되었지만요. 근데 10.29 참사는 사진 위패도 없이 추모하고, 그냥 덮어버린 측면이 많아서 더 마음이 아픕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도 문제이고요 ㅠㅠ

책읽는나무 2023-11-01 14: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처음 보는데 말입니다.
요즘 저도 부모란 어떤 존재인가?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읽으면서 눈이 확 뜨이네요.^^
저도 지난주 지인과 대화 속에서 금쪽이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다들 아이를 관찰하기보다 부모를 관찰하고 부모가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는데 어떤 분이 요즘 젊은 세대는 금쪽이를 보구선 부모를 전국적으로 망신을 주는 프로그램같아 보인다고 얘길 하더라는군요.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말인가? 싶었는데 이렇게 세태가 바뀌어가는 것인가? 또 그런 생각도 드는 거에요.
부모가 바라봐도 부모의 잘못이 보이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부모의 아픔이 먼저 보이는 것일까? 혼자서 아무리 생각해 봐도..결론은 참부모가 되어야 자식이 올바로 성장하는 것이다.라고 생각되어지는데 말입니다.
사람 마음이 다 제각각이어 어떤 기준점이 흔들린다는 게 무섭기도 했네요.

세월호 참사나 10.29참사등 내가 해당되지 않으니 아픔에 공감하지 못한다는 것! 자식 세대들이 보고 배울까봐 두렵네요.ㅜㅜ

단발머리 2023-11-01 18:08   좋아요 1 | URL
이 책에 ‘문제적인‘ 부모의 임상 경험을 읽다보면, 특히 그 대화를 읽다보면, 아... 사람들이 자신의 악행, 잘못에 대해 이렇게까지 무감각할 수 있겠구나, 싶어요. 좋은 사람인척 하지만, 실제로는 ‘정상적인‘ 범주를 넘어선 사람들인데... 사회에서는 정상처럼 보이구요. 그 피해는 오롯이 그 집 아이들 몫이더라구요.

저는 <페이드포>의 인용문이 눈에 들어와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잡자마자 후르륵 읽었네요.
근데도 잘 모르겠어요. 좋은 부모란 어떤 부모일까요? @@

꼬마요정 2023-11-01 16: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말씀하신 그 어머니의 마음을 완전히 알 수 없겠지만, 소중한 사람을, 소중한 존재를 잃는 슬픔은 어느 정도 알고 있으니까요... 가슴이 아픕니다. 책임지는 일이 무엇보다 어려운 나라에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어느 순간부터 사과하고 책임을 지는 일이 호구가 된 것처럼 느끼나봐요. 아마 부와 권력이 있는 사람들은 잘못을 저지르고도 다 빠져나가고, 어느 잘못은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해서 결국 해결되는 것 없이 사회에 화와 억울함이 쌓여가나 봅니다. 같은 부모 밑에서도 자녀들이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처럼, 이런 사회에서도 사람들은 저마다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네요. 추모하는 사람들과 조롱하는 사람들로 나뉘는 걸 보면요. 그래도 생명에 대해서는 좀 진지하고 너그러워지면 좋겠는데... 오늘 마세라티 운전자가 차를 치고 도망치다가 가드레일을 부수고 추락해서 사망했다는 기사를 봤어요. 댓글이 너무 무섭더라구요. 셀프 정의 실현이라고... 음주 운전 여부도 아직 모르는데, 피해자가 심하게 다치거나 죽은 것도 아닌데 너무 무서웠어요.
자꾸 과하게 잘못에 대해 비난을 하니 또 다들 책임을 회피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이런 현상은 부모들이 중심을 잡고 바로잡아 줄 수 있다면 좋겠어요.

단발머리 2023-11-01 18:26   좋아요 1 | URL
책임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거 같아요. 세월호로 처벌받은 사람이 딱 한 명이라고 하더라구요. 이번 10.29 참사에서도 행정안전부 장관이 사퇴도 안 하고 처벌도 안 받는 거 보면서..... 참, 뭐라 더 할 말이 없어지더라구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사건의 진실이 규명되기를 바랄 뿐이에요.

꼬마요정님 글 보고 그 사고 찾아봤는데 그러게요. 사람들 말이 다 독하네요. 그 사람이 잘못했다면 딱 그만큼의 처벌만 받으면 될 것을 말입니다. 삶과 죽음이 그렇게 가벼운 것이 아닌데... 혐오가 대세가 되어버린 이 세대... 어쩌면 좋을까요 ㅠㅠㅠ

2023-11-02 09: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02 1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서괭 2023-11-02 13: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휴... 이 글 읽고 무거운 마음에 댓글을 못 달고 있었습니다. 아직 모든 책을 육아서로 읽는 시기를 지나고 있는 저는 이 책도 육아서로 보여 솔깃하군요. 최근 김애란 작가의 ‘입동‘이라는 단편(<바깥은 여름>에 실림)을 다시 읽었는데 너무 슬퍼서 제대로 이입하기가 무섭더라고요. 세월호, 이태원.. 사고의 이름이 어떻든 아이를 잃은 부모의 마음은 오죽할까요..
부모의 역할, 악한 부모 밑에 선한 아이, 선한 부모 밑에 악한 아이.. 참 어려운 문제 같습니다. 저는 이런 주제 나오면 항상 떠오르는 드라마가 있는데, <너를 기억해>예요. 서인국이 자기가 괴물이 아닐까 걱정하며 자라는데, 어느날 그의 강의를 들은 학생이 ˝살인마 아버지를 둔 자신의 안에도 살인마가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하며 상담하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아, <굿 걸 배드 걸>이라는 소설도 떠오르네요. 악한 어머니 밑에서 자란 소녀의 성장기, 극복기 같은 책인데..
이제 먼댓글 읽으러 갑니다 ㅋ

단발머리 2023-11-07 18:07   좋아요 0 | URL
아.... 김애란 작가가 그런 글을 썼군요. 너무 오랜만입니다, 김애란...

<너를 기억해>가 그런 내용이군요. 전 처음 들었구요. 이게 엄청 무겁고 답을 찾기 어려운 주제인데 드라마나 소설을 읽으면 좀 다를까 싶습니다. 전 어디서인지 기억 안 나는데, 정신과 의사이던가 정신분석학자가 ‘사이코패스‘ 연구하는데... 자기 뇌가 딱 사이코패스 뇌여서... 깜놀하면서 그런데 자기는 왜 사이코패스 범죄자가 안 되었나, 그걸 추적하는 책이 있더라구요.

육아가 쉽지 않지요ㅠㅠㅠ 24시간 부족하구요. 애쓰십니다, 독서괭님! (토닥토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