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신청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데 아무튼 도서관에서 ‘희망도서’ 찾아가라 문자가 와서 도서관에 다녀왔다. 도나 J. 해러웨이.
목차를 쓱 훑어보고 알라딘에 들어왔는데 출판사 책 소개에 이런 사진이 눈에 들어온다.
“그대, 죽여도 되는 존재로 만들지 말지어다” 외모 이야기해서 좀 그렇기는 한데 이건 어디까지나 취향의 문제니까. 나는 얼룩소보다는 누렁소가 예쁘다는 쪽인데, 왼쪽 끝에 누렁소 정말 예쁘지 않은가. 삼십 년 전인가, 둘째 이모 댁에서 보았던 더 밝은 노란색의 황소를 떠올려야 하는데. 실제로 떠오른 생각은 “아, 마트에서 ‘소고기 국거리’ 사 왔는데…” 였다. 육식인간 1인이라 우리 집은 고기 소비가 정말 적은 편이에요, 라고 어디에 대고든 소리치고 싶지만, 만두, 순대, 치킨버거 좋아하는 나를 어쩌면 좋단 말입니까.
79쪽에 “나는 미셸 푸코를 읽었고…”. 이런 문장이 나온다. 저도 푸코 읽었거든요. 두 권이나. 하지만 제가 읽은 것과 해러웨이님이 읽으신 것은 다르지요. 암요, 달라요, 달라. “푸코의 종 중심주의에 속아서…” 푸코에게 속아? 엥? 이런 문장이 나오네요. 우아, 흥미진진. 이 문단 전체를, 푸코 블랙 유머와의 소통에 큰 희열을 느끼며 “나만 재밌어?”를 연발하는 소중한 똑똑이 친구에게 바친다.
이 사진은 해러웨이 아버지 프랭크 해러웨이와 그의 동생 잭이 야구를 하는 모습이다.
해러웨이의 아버지는 생후 16개월 때 넘어져서 엉덩이를 다쳤는데 결핵이 그때 시작되었다. 결핵은 한 차례 좋아졌지만 재발했고, 결핵이 무릎에서 대퇴골과 골반에 걸쳐 자리를 잡아 8살에서 11살 때까지 가슴에서 무릎까지 단단하게 깁스로 고정된 상태로 침대 위에서 생활했다. (208쪽) 아무도 그의 아버지가 살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는 살아났고, 휠체어를 탈 수 있게 되었고,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스포츠 기자가 되었고, 결혼했다. 해러웨이와 그의 형제자매의 아버지가 되었다. 당연히 『Me before You』가 떠오르고, 나는 잠시 윌을 생각한다.
세상에 다시 없는 창조적이고 기발한 이 훌륭한 사상가의 아버지. 그의 삶을 이어가게 했던, 포기하지 않게 했던 그 정신이 나는 궁금하다. 해러웨이를 이 세상에 내어놓은, 해러웨이의 반쪽을 이 세상에 선사한 그 불굴의 정신이, 나는 궁금하다. 그걸 밝히기 위해서는, 이 책을 사야만 한다. 이 책을 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