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 변증법] 성 역할 전통 sex role traditions의 변신
[제2의 성] 여성의 연대가 어려운 이유
















이 책에서 내가 꼽는 문장 2개 중, 첫번째는 78쪽에 있다.



재생산능력의 차이특히 여성이 아기를  먹여 키우는 능력의 차이로 인해 최초의 성별노동분업이 생겨났으며(77), 이러한 생물학적 성차에 근거한 초기의 성별노동분업은 편리하였으며(functional), 그래서 남성들과 여성들이 다같이 받아들일 만했다는 것이다. (78) 




아기를  먹여 키울  있는 여성의 능력 때문에 생겨난 최초의 성별 분업은 어디까지나 기능적인 것이었다. 그 방법은 효과적이고 편리했고, 척박한 환경 속에 살아가는 당시의 여성과 남성은 생물학적 성차에 근거한 그러한 분업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랬던 성별 분업이 출산과 양육을 넘어서 가사 노동과 사적 영역 전반에 확장되었고, 여성 개인에 대한 평가를 벗어나 여성 전체에 대한 부정적 평가로 굳어지고, 남녀가 우열의 카테고리로 고정화되며, 결국 남성이 여성을 정치적, 사회적, 종교적으로 지배하는 가부장제의 확립으로 이어졌을 때, 여성들은 당황했다. 일부 저항하는 용감한 여성들이 존재했지만, 늦었다. 그때는 이미 늦었다.  




두번째 문장 138쪽에 있다.



다른 인간존재를 잔인하게 대하고 그/그녀에게 자신의 의지에 반하여 노동을 하도록 강제하는 것보다 한수 높은 중요한 발명은, 지배당하는 집단을 지배하는 집단과 완전히 다른 집단으로 지정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 물론 그런 차이는 노예가 될 사람들이 타지방 부족구성원, 말 그대로 타인들일 때 가장 명백하다. 그러나 그 개념을 확장하고 노예화된 사람들(the enslaved)을 어떤 면에서 인간이 아닌 다른 것, 노예로 만들기 위해서, 남성들은 그런 지정이 실제로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정신적 구성물은 대체로 어떤 현실 속의 모형들에서 나오며, 과거경험을 새롭게 정렬하는 것으로 구성된다. 그 경험은 노예제가 발명되기 이전에 남성들에게 주어졌던 것인데, 그것은 바로 자기 집단의 여성들을 종속시켰던 경험이다. 여성억압은 노예제보다 먼저 일어나 노예제를 가능하게 만든다. (138)  




자기 집단 내의 여성을 노예화한 경험, 피지배계급으로 삼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타 집단의 여성과 남성을 노예화했다는 것이다. 그런 경우 또 다른 의문이 생긴다. 현재 지구의 사회 구조 속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백인 남성은, 왜 같이 사는 백인 여성보다 동물보다 못한 취급을 했던 흑인 남성과의 연대를 선호했던가. 이 질문은 다른 방향에서도 유효하다. 남성은 남성끼리 연대하는데 왜 여성은 여성이 아닌 남성과 연대하는가. 연대하려 하는가.




자유민을 노예로 만드는 데 필수적인 요소인 신체적 공포와 강압은 여성에게는 강간의 형태로 나타났다. 여성들은 강간에 의해 신체적으로 제압되었고, 일단 임신이 되면 아마도 심리적으로 자신의 주인에게 애착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노예제에서부터 축첩의 제도화가 시작되었으며, 그것은 포로 여성들을 포획자의 가구에 통합시켜서 포획자가 그 여성들의 충성스런 서비스와 자손들을 확보하는 사회적 도구가 되었다. (154)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속 북아메리카의 상황을 상상해 보면 이러한 설명은 더욱 확실해 보인다. 백인 농장주, 백인 농장주의 아들, 백인 농장주의 손자, 백인 관리인들의 강간으로 임신하게 된 노예 농장 속 흑인 여성의 선택지는 무엇인가. 자신이 의도하거나 원하는 일이 아니었음에도 흑인 공동체에서 창녀’, ‘쌍년이라고 불리게 될 흑인 여성이 할 수 있는 선택이란 무엇인가. 흑인 첩이 되는 것 말고, 자신을 강간한 남자에게 경제적, 사회적으로 예속되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존재하는가. 고된 농장 일에서 구출되어 신체적으로 자유를 누리고, 더 나은 음식을 먹고, 그리고 내 아이가 살아갈 방도를 얻을 수 있다면, 그 남자를 계속 받아들이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있겠는가. 강간과 임신을 통한 여성의 노예화는 남성의 여성 지배를 더욱 공고히 했다.  



또 하나의 이유를 정희진 선생님의 강의에서 찾는다.
















톰과 제리의 이야기를 남성과 여성의 이야기로 바꾸면 어떨까요. 남성은 여성의 노동 없이 존재할 수 없죠. 누가 고양이고, 누가 쥐일까요? 아무리 여성 상위 시대의 피해의식에 시달리시는 남성도, 남성이 쥐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겁니다. 고양이는 남성이고 여성이 쥐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강자와 약자.


그런데 문제는 이거죠. 톰과 제리는 섹스를 하지 않아요. ‘재벌하고 알바는 섹스를 안 해요. 그런데 남성과 여성은 적대적 모순관계인데, 섹스를 합니다. 이제 바로 이성애제도죠. 그 때문에 섹스가 정치적인 문제가 되는 겁니다. (『지금 여기의 페미니즘X민주주의』, 20)



톰과 제리. 적대적 모순 관계. 남성과 여성. 적이지만 섹스하는 사이. 적대적 모순관계인데도 불구하고 섹스하는 사이. (아닌 경우도 많겠지만) 서로 사랑하는 사이.


역시, 답은 섹스에 있는가 싶다. 사랑의 궁극으로서의 섹스뿐만 아니라 동물의 생존 양식 중 하나로서의 섹스가 여성을 지배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어 왔다는데, 여성의 비극과 슬픔이 있다. 여자가 남자와 혹은 남자와만 섹스하게 하고, 남자가 여자와 혹은 여자와만 섹스하게 하는, 굳건하고 강건한 이성애 중심주의. 피지배계급임에도 불구하고 단일한 계급으로 자신을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여성 집단의 암울한 현실의 근간. 섹스, 성애 그리고 이성애 중심주의.  



흑인, 여성, 레즈비언인 『시스터 아웃사이더』의 오드리 로드, 『인종 토크』의 이제오마 울루오 그리고 『헝거』의 록산 게이가 생각나는 아침이다. 조금 더 읽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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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2-06-14 12: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여성억압이 노예제를 가능하게 했다...!

단발머리 2022-06-16 15:43   좋아요 1 | URL
네, 맞습니다. 여성억압이 노예제를 가능하게 했네요.

다락방 2022-06-14 13:4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여성억압은 노예제보다 먼저 일어나 노예제를 가능하게 만든다. (138쪽) ‘는 저도 이 책 읽으면서 인상 깊었던 구절입니다. 지금 이 책의 내용은 하나도 생각나지 않지만, 이 문장만큼은 기억이 나네요.

저도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단발머리 님이 정리해주신 글을 읽으니 함께 읽기란게 얼마나 좋은지 또 깨닫게 되네요. 그나저나 이성애 로맨스를, 우리는 어쩌면 좋은가요. 후...

단발머리 2022-06-16 15:44   좋아요 1 | URL
함께 읽기 정말 좋아요. 다른 책들도 그랬지만 이 책은 제가 좋아하는 책이라 더욱 기대가 크다고 합니다.
우리의 이성애 로맨스는... 후우.... 어쩔까요 진짜?

독서괭 2022-06-14 15: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멋진 글입니다! 가부장제의 창조를 읽으려고 시작했는데 자꾸 다른 게 눈에 들어오는 상황인데(ㅋㅋ) 이 글 읽으니 빨리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토지>에서 조준구가 최씨네집 종인 삼월이를 겁탈하는데, 그 후에는 오히려 삼월이가 매달리는 꼴이 되거든요.. 그 부분이 생각납니다ㅠㅠ

단발머리 2022-06-16 15:46   좋아요 2 | URL
독서괭님의 잘 정리된 글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독서괭님! 저도 <토지> 읽었는데 기억이 안 나서요. 삼월이가 강간 이후에 조준구에게 매달리는 이유가 뭔가요?
이미 겁탈을 당했으니 어쩔 수 없다 그런 맘일까요? 아니면 경제적 이유 때문인가요? 도통 기억이 안 납니다 ㅠㅠ

독서괭 2022-06-17 19:01   좋아요 0 | URL
아 단발님, 삼월이의 심경에 대해서는 자세히 안 나오고 지나가더라구요. 삼월이가 첨엔 수작거는 조준구를 엄청 피하고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욕하고 그랬는데,, 양반이라는 권위에 이미 버린몸이라는 생각, 사랑받고 싶었던 마음 등이 섞여서 마음까지 넘어간 거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넘 불쌍해요 ㅜㅜ 조준구 진짜 xxxx

책읽는나무 2022-06-14 19: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이제 조금 단발머리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하시는 건지? 공감됩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읽히는 거!!
완전 체험 중입니다ㅋㅋㅋ
단발머리님과 다락방님 그동안 이 책의 인용문을 올려주신 글들을 무수히 읽었어도, 아...그런 것인가?? 생각이 들었다면, 읽었던 구절이었고, 나도 밑줄 친 부분들이었던지라...찌르르~ 전기가 통하는 듯 합니다^^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놀랍더군요.
분명 어려운 부분들이 많아, 흐름 놓치고 딴 생각도 많이 하며 읽어서 제대로 파악하고 읽고 있는 것인가? 아리쏭하기도 했지만요...여성노예제도, 강간으로 인해 여성을 노예화 하고, 사유재산으로 교환하면서 가부장의 근간을 이룬 엄격한 율법들,
과거 그곳에 내가 서 있었다면 어떻게 살았을까? 한탄 절로 나왔어요.
과거 여성이란 그저 성적 서비스 존재에 불과한 것인가? 생각에 빠져 있던 차, 단발머리님이 짚어 주신 ‘답은 섹스에 있는가 싶다‘ 라는 문구가 왠지 옳은 답이겠구나! 싶네요. 에휴...여성!!!!

단발머리 2022-06-16 15:51   좋아요 2 | URL
책나무님이 진도 쭉쭉 나가고 계셔서 저도 부지런히 읽어가고 있습니다.
제가 여러번 쓰기도 했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 페미니즘 책 중에서도 이 책은 제가 애정하는 책이라서요. 여기저기 기억날때마다 링크하고는 했는데 다시 읽게 되니 더 좋네요.
후반부에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역사와 관련된 부분이 지루할 때도 있는데, 제가 또 역사를 ㅋㅋㅋㅋ 좋아하는 관계로, 그 부분도 잘 지나갈 수 있었던 듯 합니다.
섹스에 대한 부분은, 참 여러가지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전, 기본적으로 인간이 사랑 하는 존재, 사랑받기 원하는 존재라고 생각하거든요. 사랑의 한 일면인 섹스가 그렇게 ‘사용‘, ‘오용‘된다는 점에서 안타깝기도 하고요. 생물학적으로 결정되어 있는 우리의 조건, 상황을 원망하지 않으면서도 그 한계를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더 자주 듭니다. 우리 계속 같이 읽어요, 책나무님^^

바람돌이 2022-06-14 22: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여성억압의 경험이 노예제를 가능하게 했다는 대목에서 찌르르 했어요. 아 그럴수도 있겠구나 싶더라구요. 사실상 노예제에 대한 설명은 항상 생산력의 성장으로 시작하는게 일반적이었는데 이 역시 다양한 측면에서 봐야겟구나 싶었어요.
같이 읽으니 이렇게 여러분의 좋은 생각들을 자꾸 접할 수 있어 좋네요.
역시 같이 읽기는 힘이 세다. 맞는 말입니다. ^^

단발머리 2022-06-16 15:55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바람돌이님!
엥겔스의 사유재산 확립에 대한 이론과 레비-스트로스의 ‘여성 교환‘ 이론이 ‘여성 억압‘과 어떻게 관련되었는지 설명하는 부분도 저는 참 좋았습니다. 자신의 전공 분야가 아니지만 가능한 방법을 통해 초기 역사에서 ‘여성 억압‘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밝혀보겠다,는 저자의 서문도 전 좋았구요.
같이 읽기는 힘이 세다, 정말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바람돌이님의 좋은 생각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공쟝쟝 2022-06-15 10: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읽고 있어요 (정말이예요 믿어줘 엉엉..🥹) ㅋㅋㅋㅋ 오늘부터 다시 태어났으니까 오늘부턴 열심히 읽을꼬야 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6-16 15:55   좋아요 1 | URL
많이 읽었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루, 열심히 많이 읽었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