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이며 절대적인 고양이 백과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고양이 백과사전』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으로 놀라움을 선물했던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이번에는 고양이를 탐구해 돌아왔습니다. 일명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고양이 백과사전>으로 말이죠. 어려서부터 고양이는 '요물'이라는 말을 참 많이 듣고 자랐어요. 고양이에겐 해코지 해서도 안 된다고요. 복수를 하는 동물이라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어디에서 그런 말이 나온 걸까요? 아무래도 '상절고백'에서 이야기하는 아주 오래전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이유는 알 수 있을 듯합니다.

어렸을 때 고양이를 한 번 키운 적이 있어요. 그때 작은 새끼 강아지 두 마리랑 함께였는데 한 집에서 같이 자고 사이도 좋은 개냥이였습니다. 그때 이후로 고양이는 키운 적은 없지만 토끼도 키워보고 특히 강아지를 많이 키우면서 강아지 박사가 되어 있어야 마땅한 시간을 보냈지만 사실 어렸을 때였고, 반려동물이라는 인식이 없을 때라 마당에서 막 키웠던 아이들이었죠. 서서히 애완견에서 반려견, 반려묘라고 불릴 정도로 동물들과 함께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동물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어요. 저 역시 반려견과 함께한 시간이 길어지고 나이가 들어 기쁨을 주던 아이들을 케어하면서 소중한 반려동물에 대해 참 많이 모르고 살았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지요. 그렇다면 순종적이고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기 적합한 개에 비해 도도하고 애교가 없다고 알려진 고양이는 언제부터 사람과 함께 살기 시작했을까요? 

고양이 시리즈의 매력적인 뇌색 묘 피타고라스가 화자로 등장합니다. 실험실 고양이었던 피타고라스는 케이지 밖의 생활은 하나도 알 수 없을 정도로 실험실에만 갇혀 살던 고양이었어요. 피타고라스에게 여러 종류의 실험이 진행되었고 수면 상태인 고양이의 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분석하는 목적으로 제3의 눈을 이식했습니다. 약간의 부작용이 있었지만 이 제3의 눈을 통해 인간세계의 정보를 수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웹 서핑을 통해 에드몽 웰즈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도 알게 되었지요. 

인간이 사자라 부르는 큰 고양이부터 작은 고양이들까지, 인간이 농업을 발견할 때까지 진화를 계속해왔어요. 머리가 고양이처럼 생긴 여신인 바스테트를 만들 정도로 사자보다 매력적인 고양이는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동물이에요. 전시 상황에서 방패 앞에 고양이를 매달고 싸워 이기기도 한 페르시아의 왕 캄비세스로 인해 신처럼 떠받들던 고양이들을 페르시아 신들에게 제물로 바쳤다고 합니다. 배에 실은 곡식을 쥐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고양이를 배에 태웠고 이후 전 세계로 고양이가 퍼져 나갔어요. 탈모, 간질, 류머티즘, 치질 등 증상 완화에 고양이 똥뿐만 아니라 골수, 지방 등 고양이는 여러 분야에서 쓰임이 좋아 음식으로 섭취했다고 합니다. 쥐로부터 퍼지는 병인 페스트가 퍼질 때 고양이를 키우던 사람들은 이 대재앙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어요. 그런데 페스트로부터 인간을 지켜주던 고양이는 악마나 이단의 상징이 되어 대규모 박멸이 행해졌고 르네상스 시대부터 유럽 여러 나라에서 긍정적인 이미지를 되찾아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고 해요. 

반려동물이 주는 기쁨과 위로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위력이 정말 큽니다. 17년을 함께 했던 반려견이 떠나고 난 후엔 랜선 집사만 자처하고 있는데요. 바스테트의 모델이었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고양이도 작년에 무지개다리를 건넜다고 하네요. 가까이에서 보고 느꼈던 베르나르의 고양이에 대한 각별한 사랑을 담은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고양이 백과사전>을 통해 고양이를 알아가는 시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 푸른숲 / 199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

알쓸인잡 김영하 작가가 강력 추천한 <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에 도전했습니다. 누군가의 전기를 읽는다는 건 사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두려움도 있었고요. 재미없고 지루할까 엄두도 내지 못했던 '평전'인데 츠바이크가 들려주는 발자크 이야기는 재밌습니다. 소설책 읽듯이 술술~ 읽히는 평전이라 깜짝 놀랐어요. 이런 식이면 다른 평전도 도전해 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독일 문학계의 거장이자 세계문학 사상 가장 위대한 전기작가 '슈테판 츠바이크'는 프로이트의 영향을 받아 내면을 깊이 탐색하고 인간관계의 심리를 예리하게 포착해낸 작품을 많이 선보였고, 그가 수많은 평전 가운데 가장 많은 공을 들이고 스스로 대표작으로 꼽은 작품이 바로 '발자크 평전'이라고 합니다. 작가가 공을 들이고 애정을 쏟은 만큼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네요.

조상의 진짜 성은 발자크가 아닌 '발싸'였던 오노레 발자크. 상상력이 풍부하고 허풍도 심했던 오노레 발자크는 스스로에게 귀족 칭호를 붙여 오노레 드 발자크라 칭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는 참으로 불운한 어린 시절은 보냈습니다. "나는 한 번도 어머니를 가져본 적이 없다."라고 했을 정도로 발자크는 어머니의 애정을 느껴본 적 없습니다. 태어나자마자 유모에게 맡겨져 만 네 살이 될 때까지 살았어요. 어머니의 무릎에 다가가지도 못했고 동생들과 놀아서도 안 되었던 그의 유년 시절. 일곱 살이 되자 기숙학교로 쫓겨갔고 7년의 힘든 학교생활을 보낸 후 열여덟 살이 된 발자크는 이번엔 스스로 어머니가 있는 환경에서 떠나기로 합니다. 발자크가 어머니로부터 제대로 된 사랑을 받고 가정에서 교육을 받았다면 달랐을까요? 발자크는 모성애를 찾듯 나이 많은 여성들을 원했고 애정결핍에 굶주린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가 칼로 시작한 일을 나는 펜으로 완성하련다."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길 원했던 부모의 기대에 반해 발자크는 작가가 되길 희망했습니다. 집을 떠날 수 있는 방법 역시 작가로서의 삶을 사는 것이었죠. 평범한 농부의 자식이었던 발자크의 아버지는 이미 발자크가 태어날 당시 상당한 재력을 갖추었고, 작가가 되려는 발자크는 부모님의 후원을 기대했을 겁니다. 하지만 빨리 단념시키고 싶었던 어머니는 아주 허름한 집을 구해주었고 경제적인 지원조차 굉장히 최소한의 것만 지원했습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잠자는 시간 외에는 글쓰기에 전념하지만 출판시장에서 환영받을만한 작품은 쓰지 못했습니다. 첫 작품 '크롬웰'은 성공하지 못했고 발자크가 손대는 사업들은 계속해서 실패를 거듭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자크가 무너지지 않은 이유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낙천적인 성격 때문이 아닐까 해요. 끊임없이 도전하고 절망스러운 상황 가운데도 또다시 일어서는 발자크가 대단하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정한 사랑이 아닌 계급이나 돈을 원하던 사랑이 아니었을까 싶었던 발자크의 연애사, 직접 겪었던 많은 시련의 나날들, 그 어떤 패배도 그의 원초적인 낙관론을 꺾은 적 없는 오노레 드 발자크였기에 오늘날 그의 작품을 만나는 호사를 누릴 수 있는 것이겠지요. 오노레 드 발자크의 책을 몇 권 읽어봤지만 인간 발자크가 누구인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궁금하신 분이라면 <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으로 만나보시라고 권하고 싶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바야가의 밤 - 각성하는 시스터후드 첩혈쌍녀
오타니 아키라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바바야가의 밤』

첩혈쌍녀(喋血双女)는 재잘거리며 핏빛 사건을 해결하는 두 여자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홍콩 느와르 영화 제목을 차용했다는 첩혈쌍녀는 전통적으로 남성을 주인공으로 삼은 탐정물은 시작부터 가만히 자신의 사무실에 앉아 있다가 의뢰인을 맞이하는, 남자 탐정은 입을 다물고 있어도 여자 쪽에서 다가오는 형태가 많았다고 하네요. 첩혈쌍녀 시리즈에서는 서로 말을 나누며 각종 사건에 적극적으로 다가가 해결하는 두 여성 주인공의 활약이 담긴 작품들을 소개할 예정이고 딱 10권만 만들 예정이라고 해요.

뭔가 묵직하고 피 냄새 자욱한 미스터리 스릴러는 너무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너무 긴장감 백배의 스릴러는 다 일고 난 후 피로감이 확 몰려들기도 하는데요. 이번에 만난 바바야가의 밤은 피로감보다는 조금은 통쾌하고, 이건 뭐지 싶은 미스터리함을 안고 있어 너무 좋았어요. 곳곳에서 벌어지는 사건사고 속에서 일을 해결하고 힘을 쓰는 사람은 거의 다 남자였어요. 건장하고, 머리 좋고, 어떤 사건에든 앞장서는 남성들이 많았어요. 최근 들어 엘리트하고 힘도 넘치는 여성들이 등장하는 것 같아 반갑기만 한데요. <바바야가의 밤>에는 조폭도 능가할 위력을 지닌 여성이 등장합니다.

건장한 체격의 여성이 흠씬 두들겨 맞고 끌려왔습니다. 그녀를 반 죽음으로 만든 이들은 나이키 회장의 야쿠자 부하들입니다. 더 건장한 남성들 몇 명쯤은 거뜬히 해결할 수 있는 이 여성 신도 요리코는 나이키 회장의 딸을 경호하는 업무를 맡아 달라는 제의를 받게 됩니다. 야쿠자들이 있는데 왜?라는 의문이 드는 순간, 나이키 회장의 외동딸 쇼코를 경호하던 이가 다른 마음을 품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여자라면 안심이 되겠지.. 그런 의미겠지요. 

쇼코의 엄마는 '긴 칼 마사'라고 불리는 쇼코의 아빠가 총애하던 부하와 도주했고 10년이 지난 시간 동안 나이키 회장이 뒤를 쫓고 있어요. 엄마를 완전히 빼닮은 쇼코는 엄마가 젊었을 때 입었던 옷을 입으며 신부수업을 합니다. 쇼코는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선물했던 이니셜 N이 새겨진 목걸이도 하고 있었어요. 완전히 엄마의 모습을 하고 떠나간 엄마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딸의 모습입니다. 회장의 뒷수습을 하며 오랜 시간 사람을 미치도록 만들며 서서히 죽이는 우타가와 쓰요시가 쇼코의 약혼자입니다. 쇼코는 잔인하기 그지없는 이 자와 약혼을 할까요? 신도 요리코는 무탈하게 쇼코를 잘 경호할 수 있을까요?

짝수장에 등장하던 엄마의 이야기인듯한 부분에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구해주고 텔레비전 방송에 드러나고 또다시 위험에 처하는 이들을 보면서 많은 긴장을 했어요. 쇼코의 엄마 이야기라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생각지도 못했던 반전이 숭어 있었네요. 그리고 쇼코를 경호하다 생긴 약혼자를 향한 신도의 불미스러운 사건에서 쇼코 아빠가 행했던 만행이 드러났을 땐.. 진짜 육두문자가 마구 쏟아졌습니다. 눈앞에 있었다면 주먹도 아까울 정도의 쓰레기 같은 그런 모습이었지요. 다행스럽게도 이 두 여성은 야쿠자의 그늘에서 벗어나 오랜 시간 도망자의 삶을 살았지만 적당한 거리를 두며 서로 위안이 됐겠다 생각되니 안심이 됐어요. <바바야가의 밤>을 읽으니 앞으로 나올 첩혈쌍녀 시리즈가 기대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R.U.R - Rossum's Universal Robots 로숨 유니버설 로봇
카테르지나 추포바 지음, 김규진 옮김, 카렐 차페크 원작 / 우물이있는집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R.U.R : 로숨 유니버설 로봇

어렸을 때 많이 보아오던 공상과학 만화에서 서기 2000년이 되면 많은 것이 변해 있을 거라는 내용으로 많이 방영했었지요. 사람처럼 말하고 날아다니던 아톰, 하늘을 나는 자동차, 사람을 대신해 대부분의 일을 하는 로봇들을 볼 수 있었어요. 진짜 2000년만 되면 그렇게 세상은 뒤집어질 거라 어린 마음에 막연히 기대했었더랬어요. 만화에서처럼 자동차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일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지만 사람들의 일자리를 대신하는 로봇이 많이 생겨난 것은 맞는 것 같네요.

무려 100년 전 카렐 차페크는 로봇이 세상에서 많은 부분 차지할 거라는 걸 내다본 작가입니다. 20세기 체코가 낳은 가장 위대한 작가로 평가받으며, 체코 문학사 천년 동안 체코인들의 가장 많은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는 카렐 차페크. <로숨 유니버설 로봇>은 연극으로 공연되었고 희곡에서 처음으로 '로봇'이란 단어가 탄생했다고 하네요. 로봇이란 체코어 로보타(robota)에서 따온 말이며 중노동, 부역 노동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어떤 노동자가 가장 훌륭한 노동자일까요?"

"가장 값싼 노동자지요. 부려먹기에 가장 경제적인 노동자요."

육체적인 능력은 사람보다 뛰어나지만 사람이 아닌 로봇. 모두 똑같은 모습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로숨 유니버설 로봇 회사 공장에는 사람보다는 로봇이 대부분의 일을 처리합니다. 로봇을 만드는 공장이니 사람의 손이 많이 필요할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네요. 이 공장에 방문한 헬레나는 공장의 곳곳을 돌아보며 로봇을 하나의 인격체로 생각하며 안쓰러워합니다.

헬레는 인권연맹 회원으로 로봇들을 보호하며 자유를 주고 싶어 합니다. 로봇에게 영혼을 넣고 싶지만 쉽지 않은 일이죠. 어느 날 도서관 로봇이 발작을 일으켰고 뭔가 각성한 듯한 도서관 로봇은 자신을 분쇄기에 보내달라고 하네요. 자신에겐 주인이 필요 없고 인간의 주인이 되고 싶다면서요. 헬레나는 해리에게 공장을 폐쇄하고 떠나자고 호소하지만 나라별로 로봇을 생산할 공장을 마련할 거라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는 해리입니다. 이후 최초로 로봇 노동조합이 결성되었고 로봇이 집결하기 시작합니다.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면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로봇을 만들고 사람이 하기 힘든 일을 대신하는 건 좋습니다. 하지만 기계가 사람을 대신할 수는 없어요. 아이까지도 로봇으로 대체하려 했던 로봇 개발자들의 발상은 도가 지나쳤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사람 대신 로봇들이 차지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탄생한 로봇으로 인해 사람이 사람답게 살지 못한다면 그것만큼 아이러니한 일은 없을 거라 생각이 드네요. 로봇 덕분에 편해진 것은 분명 맞지만 로봇으로 인해 설자리가 사라지는 사람들.. 뭔가 새롭게 풀어야 할 숙제를 떠안은 것 같은 기분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브의 세 딸
엘리프 샤팍 지음, 오은경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브의 세 딸』

터키 노벨문학상 후보 작가 '엘리프 샤팍'의 <이브의 세 딸>. 표지 속 세 여성의 표정이 썩 좋아 보이지 않네요. 무슨 일이 그녀들의 표정을 심란하게 했을지 궁금해집니다. 최근 이슬람권 책을 한 권씩 만나고 있는데요. 오래된 고전을 읽고 있는 것도 아닌데 뭔가 억압되고 눈에 보이는 차별을 당하는 여성들의 모습이 많이 그려서 씁쓸함을 많이 느끼게 됩니다. 특히나 종교적인 문제로 자유롭지 못한 여성들이라 히잡으로 얼굴을 가리고 안 가리고의 차이가 무엇일까, 왜 굳이 그래야 할까... 하는 의문까지 드네요. 

<이브의 세 딸>의 배경은 이스탄불입니다. 세 아이를 둔 페리는 심각한 교통체증 속에서 차 뒷좌석에 두었던 가방을 소매치기당합니다. 소매치기를 쫓아 들어간 골목에서 두목으로 보이는 부랑자가 페리의 가방을 건네받네요. 가방을 뒤엎고 쏟아낸 소지품 속에서 지갑을 손에 든 부랑자는 지갑 속에 든 물건을 꺼내고 지폐만 챙깁니다. 그 지갑 속에서 옥스퍼드 대학을 다니던 때 찍었던 사진이 떨어집니다. 대학교수와 절친했던 친구와 함께 찍은 사진이요. 그 사진으로 인해 그동안 꼭꼭 숨겨두었던 당당하지 못했던 그녀의 과거가 서서히 드러나게 됩니다.

주인공 페리는 벌써 많이 자란 오빠 둘이 있는 상태에서 늦둥이로 태어났어요. 유물론적이며 종교에는 회의적인 아빠와 너무 깊이 이슬람교에 빠진 엄마 사이에서 힘든 유년 시절을 보냅니다. 극명하게 다른 종교관을 보이는 부모 사이에 낀 페리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아이로 자랍니다. 그런 페리에게 유일한 탈출구는 '공부'였어요. 공부에 전념한 페리는 옥스퍼드 대학에 입학하고 쉬린과 모나를 만나게 됩니다. 종교를 비판하는 무신론자 쉬린과 히잡을 쓰고 독실한 이슬람 신자인 모나,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페리.. 그녀의 가정에서 겪었던 분위기와 비슷한 양상을 띄는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신'에 대한 강의를 하는 아주르 교수와의 관계 속에서 소심했던 페리는 서서히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한 명의 죄인, 한 명의 신자, 한 명의 방황하는 영혼으로 표현되는 이들에 대해선 책을 읽으면서 누구를 지칭하는지 알게 되지요. 현재의 페리와 과거 어린 시절부터 대학을 다니던 시절의 페리 이야기가 번갈아 나오며 이야기는 진행됩니다. 중동권의 문화를 잘 알지 못한 상태로 책을 통해 알게 되는 부분들이 있는데요. 모두에게 열려 있는 기도하는 장소에서조차 환영받지 못하는 여성들의 모습에서 많은 제약 속에서 살아가는 그들의 답답함이 느껴졌어요. 세 여성의 성격과 종교관을 통해 튀르키예 현재의 모습을 들여다본 것 같은 느낌입니다. 자유롭지 못한 종교 문제, 여성인권 문제, 정치, 사회문제 등 그들이 풀어야 할 숙제가 아직 많이 남아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