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의 세 딸
엘리프 샤팍 지음, 오은경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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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의 세 딸』

터키 노벨문학상 후보 작가 '엘리프 샤팍'의 <이브의 세 딸>. 표지 속 세 여성의 표정이 썩 좋아 보이지 않네요. 무슨 일이 그녀들의 표정을 심란하게 했을지 궁금해집니다. 최근 이슬람권 책을 한 권씩 만나고 있는데요. 오래된 고전을 읽고 있는 것도 아닌데 뭔가 억압되고 눈에 보이는 차별을 당하는 여성들의 모습이 많이 그려서 씁쓸함을 많이 느끼게 됩니다. 특히나 종교적인 문제로 자유롭지 못한 여성들이라 히잡으로 얼굴을 가리고 안 가리고의 차이가 무엇일까, 왜 굳이 그래야 할까... 하는 의문까지 드네요. 

<이브의 세 딸>의 배경은 이스탄불입니다. 세 아이를 둔 페리는 심각한 교통체증 속에서 차 뒷좌석에 두었던 가방을 소매치기당합니다. 소매치기를 쫓아 들어간 골목에서 두목으로 보이는 부랑자가 페리의 가방을 건네받네요. 가방을 뒤엎고 쏟아낸 소지품 속에서 지갑을 손에 든 부랑자는 지갑 속에 든 물건을 꺼내고 지폐만 챙깁니다. 그 지갑 속에서 옥스퍼드 대학을 다니던 때 찍었던 사진이 떨어집니다. 대학교수와 절친했던 친구와 함께 찍은 사진이요. 그 사진으로 인해 그동안 꼭꼭 숨겨두었던 당당하지 못했던 그녀의 과거가 서서히 드러나게 됩니다.

주인공 페리는 벌써 많이 자란 오빠 둘이 있는 상태에서 늦둥이로 태어났어요. 유물론적이며 종교에는 회의적인 아빠와 너무 깊이 이슬람교에 빠진 엄마 사이에서 힘든 유년 시절을 보냅니다. 극명하게 다른 종교관을 보이는 부모 사이에 낀 페리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아이로 자랍니다. 그런 페리에게 유일한 탈출구는 '공부'였어요. 공부에 전념한 페리는 옥스퍼드 대학에 입학하고 쉬린과 모나를 만나게 됩니다. 종교를 비판하는 무신론자 쉬린과 히잡을 쓰고 독실한 이슬람 신자인 모나,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페리.. 그녀의 가정에서 겪었던 분위기와 비슷한 양상을 띄는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신'에 대한 강의를 하는 아주르 교수와의 관계 속에서 소심했던 페리는 서서히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한 명의 죄인, 한 명의 신자, 한 명의 방황하는 영혼으로 표현되는 이들에 대해선 책을 읽으면서 누구를 지칭하는지 알게 되지요. 현재의 페리와 과거 어린 시절부터 대학을 다니던 시절의 페리 이야기가 번갈아 나오며 이야기는 진행됩니다. 중동권의 문화를 잘 알지 못한 상태로 책을 통해 알게 되는 부분들이 있는데요. 모두에게 열려 있는 기도하는 장소에서조차 환영받지 못하는 여성들의 모습에서 많은 제약 속에서 살아가는 그들의 답답함이 느껴졌어요. 세 여성의 성격과 종교관을 통해 튀르키예 현재의 모습을 들여다본 것 같은 느낌입니다. 자유롭지 못한 종교 문제, 여성인권 문제, 정치, 사회문제 등 그들이 풀어야 할 숙제가 아직 많이 남아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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