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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나라 귀신요괴전 1 - 중국 괴력난신의 보고, 자불어 완역 ㅣ 청나라 귀신요괴전 1
원매 지음, 조성환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12월
평점 :
『청나라 귀신요괴전 1』
중국 괴력난신의 보고, 『자불어』 완역
어렸을 때 '전설의 고향', '강시' 같은 으스스하고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듣고, 보고 자랐지요. 우리 외할머니께서 정정하실 때 옛날이야기를 참 맛깔나게 잘 들려주셨어요.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되었을 때까지 할머니와 함께 살았는데, 이모가 강원도에 살았을 적에 할머니와 함께 이모집에 놀러 갔다가 산 중턱 집 마루에서 호랑이 이야기며, 귀신이 출몰하는 이야기를 너무나 실감 나게 들려주셨던 할머니가 생각납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니 할머니 이야기 들으며 자란 저는 복받은 사람이었어요~^^
일본은 요괴가 참 많지요. 꽤 오래전에 봤던 애니메이션 '갓파 쿠와 함께 여름방학을'에서 등장하는 쿠는 갓파라는 요괴였어요. 바가지 머리를 한 어린아이 모습의 요괴라고 하는데 장난치길 좋아해서 아이들을 강 속으로 끌어들인다고 하네요. (우리나라의 물귀신 같은 걸까요?)
우리나라 귀신만 해도 물귀신, 몽달귀신, 처녀귀신 등등 참 많이 알고 있는데 중국 귀신이나 요괴는 강시 말곤 하나도 모르겠네요~^^;; 아무래도 어렸을 때 전설의 고향을 보면서 무서웠던 기억이 뇌리에 박혀 있어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렇게 성인이 되고 난 후 만난 청나라 귀신요괴전은 무섭다기보단 뭔가 화가 나기도 하고, 공감도 됐다가, 신기하기도 한 이야기들이 가득했습니다.
귀신, 요괴를 괜히 요물이라 하는 게 아니었어요. 누군가 만났던 귀신, 요괴는 다행히 선을 베풀었지만 누군가 만났던 귀신은 그의 악행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응징을 해 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귀신, 요괴 이야기라고 해서 무조건 해악이 되는 것만은 아니었어요. 때론 억울해서 나타나기도 하고 때론 자신의 복수나 이익을 위해 나타나기도 했는데 누군가의 유익을 위해 나타나는 귀신요괴들도 있었답니다.
그렇다면 이 책의 저자인 원매는 누구일까요? 너무나도 생소한 이름 '원매'는 청 대의 대표적 문인이라고 합니다. '자불어'는 문언 단편소설집으로 18세기 중국의 민간 풍속과 지식인의 고뇌, 그리고 사회 현상 등을 엿볼 수 있다고 합니다. 일반적인 요괴 사전 같은 느낌의 책이 아니라는 것이죠. 주르륵~~ 책을 넘겨보다 텍스트만 가득한 벽돌 책임을 실감하고 이게 뭐지? 했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네요. 이미지로 남아 있는 요괴 사전이 아니었으니까요.
원매는 공자가 말하지 않은 ‘기이한 이야기, 허황된 이야기, 패륜에 관한 이야기, 귀신에 관한 이야기’ 등의 형식을 빌려 당시 사회의 모순을 비판하고 청 대 지식인의 고뇌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해요. 풍자 같은 것이겠죠?
"문학과 역사 외에는 스스로 즐길 것이 없어 이에 마음을 즐겁게 하고 귀를 놀라게 하는 일, 아무렇게나 말하고 아무렇게나 들은 것을 널리 수집하고 아울러 기록하여 세상에 남겨두는 것이지, 여기에 미혹되지 않는다."라며 장난삼아 엮은 것이며 자신이 즐기거나 남에게 즐거움을 주는 등 소일거리로 지은 것이거나 혹은 성정을 도야하고 정신을 분발하기 위해 창작한 것이라고 옮긴이의 말에서 전하고 있어요. 그러니 가볍게 즐기면 될 것 같습니다.
자불어는 총 572편 수록되어 있고 자불어에 등장하는 이야기의 소재는 대부분 원매 자신이 직접 보고 들은 이야기, 친척이나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 중국 각지를 유람하며 채집한 이야기, 다른 사람의 문헌 자료에서 취한 이야기 등 다양한 곳에서 이야기를 엮은 것 같습니다. 특히나 다른 나라 이야기도 수집했다고 했는데 조선의 '동의보감' 속 여우 퇴치 방법을 소개하면서 허준의 동의보감을 구하고 조선 사람을 물색하여 통역하게 했다는 고사가 나오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직접 읽으면서 찾아보는 재미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