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자들
존 그리샴 지음, 남명성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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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자들』

법정 스릴러의 왕 '존 그리샴'의 정통 법정소설 <수호자들>을 만났습니다. 작가의 책은 47권 연속으로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넷플릭스의 '이노센트 맨'을 비롯해 소설 10편이 영화화되었고 '자비의 시간'도 시리즈로 제작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기록이 어마어마 하고 따라붙는 수식어가 너무 화려하네요. 그런 존 그리샴의 책을 저는 <수호자들>을 통해 처음 접한 1인이라 전작을 비교해 볼 순 없지만 뭔가 잔잔한 수면 위에서 강렬한 파장이 전해지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전작을 좀 찾아 읽어보고 싶단 생각이 드네요.

처참히 살해된 변호사와 22년째 무죄를 주장하는 남자가 있습니다. 현재 복역 중인 이 죄수는 정말 무고하게 형을 살고 있는 걸까요? 자신의 사무실에서 키스 루소라는 변호사가 숨진 채 발견됩니다. 그를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은 흑인 운전사 퀸시 밀러는 법정에 서게 되지만 변호사는 그를 변호할 마음이 없어 보였고 배심원들 역시 증인석에 앉은 이들의 말을 신뢰합니다. 증인들이 가지고 나온 증거물이나 증언은 모두 퀸시 밀러가 알지 못하는 것이었는데 말이죠. 그렇게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 된 듯 퀸시 밀러는 변호사를 살해한 사람이 되어 무려 22년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비영리단체인 '수호자 재단'은 무고하게 죄를 뒤집어쓴 억울한 이들을 위해 일하는 단체입니다. 무고한 장기수들의 결백을 밝히는 일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들이 변호해 줄 장기수를 선별하는 것 역시 쉽지 않습니다. 비영리 단체이기 때문에 금전적인 어려움도 겪고 있지만 단체에 몸담고 있는 이들은 정의를 위해 많은 걸 희생하죠. 이 수호자 재단에서 일하고 있는 컬런 포스트는 변호사지만 성공회 신부라는 독특한 이력도 가지고 있습니다. 

포스트는 퀸시 밀러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위증했던 사람들을 찾아다닙니다. 하지만 대가를 받고 위증했던 사람들의 마음을 돌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죠. 벌써 22년이나 흘러버린 사건에 대한 증거도 새롭게 찾아야 할 겁니다.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멈출 수 없습니다. 결백을 밝히기 위해 위증했던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이 흥미로운 작품이었습니다. 속도감 있게 진행이 빠르진 않지만 지금도 억울한 누명을 쓰고 복역 중인 많은 누군가에게 희망의 끈이 되어줄 것 같은 소설이란 생각이 드네요. 최고 권력자들 앞에서 힘없이 쓰러지는 이들이 존재함이 너무 마음 아프고 씁쓸하기만 합니다. 

실제 이 사건의 실제 인물은 여전히 복역 중이라고 합니다. 이런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처음부터 제대로 된 수사가 먼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더 이상의 피해자가 없는 세상을 바라며.. 법이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했던 <수호자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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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치, 파란만장
장다혜 지음 / 북레시피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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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치, 파란만장』

'탄금'을 통해 알게 된 장다혜 작가가 신작 <이날치, 파란만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제목을 본 순간 제일 먼저 떠오른 건 이날치 밴드의 범 내려온다~ 하는 신명나는 가락이었는데요. 북을 두드리며 구성지게 뽑아내는 판소리에만 익숙했던 우리에게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요. 그런데 조선 후기에 '이날치'라는 사람이 있었다는 거 혹시 저만 몰랐을까요? 작가는 이날치에 대한 자료가 너무 없었다고 하소연합니다. 겨우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본명이 이경숙이라는 것과 머슴이었고, 머물던 집의 가세가 기울어 광대패에 들어가 줄꾼이 되었으며 줄 타는 폼이 날래서 이날치라는 예명을 얻었다는 것 정도라고 하네요. 이러한 사실을 기반으로 탄생한 소설이 바로 <이날치, 파란만장>이라니 놀라지 않을 수 없네요.

시대를 불문하고 로맨스 이야기는 가슴을 설레게도 하고 안타깝게도 합니다. 그런데 여기 아슬아슬하고 안쓰럽고, 또 설레기도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어름사니 이날치, 줄 위에서 노는 그가 마치 수면 위로 비행하는 날치 같다 하여 붙여진 예명인 이날치는 계동이었고, 소리꾼이 되고 싶었던 계동은 이경숙이라는 이름으로 한양으로 향하던 중 화정패의 도움을 받습니다. 명창 구용천의 수동으로 2년을 살다 넋이 나간듯한 모습으로 화정패로 다시 돌아와 줄순이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줄꾼이 되었지만 소리꾼 송방울의 제자가 되겠다는 희망은 놓지 못했습니다. 이날치에게 2년 동안의 수동 생활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지금은 줄꾼이지만 백연과의 사랑도 지키며 소리꾼으로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요?

요절한 자헌 공주의 남편인 의빈 채상록은 도성 안에 갇혀 사는 처지였고 연정을 품었던 이와 닮은 곡비 백연의 목숨을 건져준 사람이기도 합니다. 날치 일행에게 의빈의 생가를 내주며 이미 뒤채에 거주하고 있는 백연을 돌봐달라 부탁하는 상록이지만 점차 가까워지는 두 사람을 두고 보기가 힘들기도 합니다. 신분에 따라 다른 대우를 받았던 시대였기에 백정보다 더 천했던 곡비의 삶은 힘들기만 했을 겁니다. 줄꾼의 삶이라고 크게 달랐을까요? 그저 줄 위에서만 그 어떤 신분보다 더 높이 있을 수 있었던 거죠. 소리꾼의 시동으로 2년을 있었을 때 겪었던 날치의 사연에서, 백연이 앞을 못 보게 된 사연도,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온 그녀의 사연엔 어른들의 그릇된 욕심이 보입니다. 제목처럼 주인공들의 삶은 정말 파란만장합니다. 꼭 잘 되라고, 꼭 이루라고 빌고 또 빌게 되네요. 

책을 읽다 보면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되면 좋겠다 싶은 책을 만나기도 하는데 이 책이 딱 그렇습니다. 전작 탄금도 정말 재밌었는데 이번 <이날치, 파란만장>은 볼거리, 즐길 거리가 아주 많을 것 같네요. 어떤 배우들이 섭외되면 좋을지 행복한 상상도 해 보게 되네요. 화정패 안에 속한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과 세 남녀의 이야기가 몰입감을 더욱 높였던 <이날치, 파란만장>입니다. 이미 탄금을 만나보신 분이라면 장다혜 작가를 믿고 만나보셔도 좋을 책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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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알아서는 안 되는 학교 폭력 일기 쿤룬 삼부곡 2
쿤룬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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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알아서는 안 되는 학교 폭력 일기』

드라마나 뉴스를 통해서 학교 폭력에 대한 내용을 접하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나의 학창 시절과 비교해 보게 되는데요. 그땐 정말 이 정도로 무섭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던 것 같은데 최근 접하게 되는 학교 폭력은 너무 무서워서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입장에선 두렵기만 합니다. 크게 문제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학교에서는 학교 폭력이 일어나면 쉬쉬하거나 피해자 입장은 생각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나길 원하죠. 가해자에 대한 조치도 없고, 피해자가 숨어 살아야 하는 세상에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 <선생님이 알아서는 안 되는 학교 폭력 일기>가 세상에 나온 건 아닐까 합니다. 

교사였던 아버지가 딸이 보는 앞에서 살인마에게 살해당합니다. 그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본 이는 장페이야입니다. 목격자가 있는데 왜 범인은 잡히지 않았을까요? 아버지의 죽음으로 남동생과 페이야는 큰고모와 작은 고모 집으로 떨어져 살아야 합니다. 남아선호사상이 강했던 큰고모는 동생을, 작은 고모는 어쩔 수 없이 페이야를 떠맡았고 페이야가 어찌 지내는지 관심이 없습니다. 모범생이었던 페이야는 급하게 전학을 가면서 우등생반에 들어가지 못했고 공부에 관심 없는, 껌 좀 씹는 언니들이 있는 반에 배정됩니다. 구이메이의 표적이 된 페이야는 온갖 괴롭힘을 당하지만 자신을 도와줄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신경질적인 고모, 자꾸만 만지고 싶어 하는 고모부를 피해 페이야는 밤 산책을 시작했고 한 편의점에서 일하는 류촨환을 알게 됩니다. 각자의 아픔을 가지고 살던 페이야와 촨환은 점차 가까워지게 되죠. 하지만 구이메이의 괴롭힘은 점점 수위가 높아지고 마약을 이용해 불량한 친구들과 함께 잠겨 있던 학교 수영장에서 알몸 사진을 찍고 물에 질식시켜 줄을 뻔한 상황을 만듭니다. 남동생 생일이었던 그날에 말이죠.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학교입니다. 학업 스트레스로 인한 실수였다는 결론이 난 상태였고 페이야가 겪었던 이야기는 아무도 믿어주지 않네요. 심지어 가해자였던 구이메이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고 알려져 있었습니다.

"페이야, 우리는 가해자에게 우호적이고 피해자를 무시하는 세상에 살고 있단다. 가해자가 받을 처벌을 동정하는 사람이 정말 많아. 그럴 때 피해자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지워지곤 하지." 페이야의 상담 선생님인 닥터 야오는 페이야가 자신을 믿어 준다면 온 힘을 다해 페이야를 돕겠다고 하는데요. 페이야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중학생 아이들과 마약이 엮여 있고, 생각지도 못했던 행동을 서슴지 않는 학생들의 모습, 피해 학생의 말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 학교 측 관계자들의 모습은 정말 화가 치밀어 오를 정도였습니다.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면서 의지할 곳이라곤 친구들과 선생님이라 생각했는데 그들이 외면해 버리면 피해 학생은 어떤 마음으로 학교를 다닐 수 있을까요? 유쾌, 상쾌, 통쾌한 복수극이 벌어지긴 하지만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 안타깝기도 했던 <선생님이 알아서는 안 되는 학교 폭력 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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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것이 아닌 잘못
아사쿠라 아키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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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것이 아닌 잘못』

SNS로 나를 알리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서로의 계정을 팔로우 하면서 상대방이 무엇을 하는지, 무얼 먹는지, 어딜 갔는지, 어떤 책을 읽는지 등등 서로 공유하며 언제 어디서든 지켜볼 수 있죠. 심지어 조금 잘나가는 계정 같은 경우엔 그대로 복사해 만들어 이상하게 운영하는 사람들을 보기도 합니다. 분명 내 계정인데 나는 아닌.. 이상한 계정을 운영하는 사람이 <내 것이 아닌 잘못> 안에서도 만날 수 있네요. 

스미요시 쇼마는 트위터 계정에서 살인을 암시하는 글을 올린 계정을 발견합니다. 한밤중 공원, 10-20대 여성으로 보이는 여자가 땅에 누워있고 붉은색 얼룩이 묻어 있는 사진을 올린 게시자는 첫 번째 때도 사진을 제대로 찍어 둘걸 하며 아쉬움의 문구를 남긴 '다이스케@taisuke0701'을 사용하는 계정입니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쇼마는 리트윗을 했고 그 후 SNS 상에서 일파만파 퍼져 나가며 계정에 올라간 몇 안 되는 사진을 토대로 사용자의 신상을 털기 시작합니다.

한편 야마가타 다이스케는 평판이 나쁘지 않은 직장인으로 순조롭게 승진할 정도로 일이나 인간관계에 있어 모나지 않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거래처에서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굉장히 불쾌하네요. 돌아가는 차 안에서 걸려온 상사의 전화 역시 무언가 큰일이 난 것처럼 빨리 들어올 것을 종용합니다. 그것도 뒷문으로 살짝. 상사는 굉장히 흥분한 상태로 이슈가 된 계정을 보여주며 어떻게 된 일인지 묻지만 SNS를 전혀 할 줄 모르는 다이스케로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네요. 일단 퇴근하라는 상사의 말에 집으로 갔지만 이미 집 앞에는 무언가 이슈 될 만한 것이 없는지 기웃거리는 유튜버들이 진을 치고 있었고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가 되려 집안을 보여 달라는 말에 자리를 뜨고 말았죠. 집 근처 호텔에서 회사로 자신에게 온 우편물을 본 다이스케는 뭔가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감을 직감합니다. 아무도 믿어선 안되고 끝까지 도망치라는 메시지, 집으로 물건을 챙기러 갔다가 잘 사용하지 않는 창고에서 여성의 시체가 든 봉투를 발견하고 도주하며 사건은 점점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갑니다.

SNS 상에서 빠르게 퍼지는 사건에 관한 내용, 다이스케의 신상 공개로 인해 어디를 가든 모두 자신을 노리고 있는 상황이 되어버렸어요. 차량을 버리고 도주한 곳의 스낵바에서 주인아주머니의 신세한탄을 듣던 중 이렇게 도망만 다닐 순 없다는 결론에 이르고 직접 진범을 잡자는 각오를 다지는데요. 자신이 평소 쓰던 말투로 올린 게시글들, 살인을 암시하는 내용의 글을 올린 계정의 진범을 다이스케는 누구의 도움 없이 밝혀낼 수 있을까요? 

누군가 만든 계정으로 피해자가 되었지만 공식적으론 가해자인 이 남성이 경찰을 비롯한 일반인들에게 잡히지 않기 위해 도주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 하네요. 작가는 SNS 상에서 개인정보 유출이나 조회 수를 높이기 위한 무분별한 퍼나르기, 자극적인 내용의 게시 등을 꼬집고 싶었던 것 아닐까 합니다. 복선의 마술사라 불릴 만큼 내용 곳곳에 복선을 깔아 놓았지만 누가 범인인지 밝혀내는 것이 쉽지 않았던 <내 것이 아닌 잘못>이었습니다.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 미스터리 맛집 블루홀식스의 <내 것이 아닌 잘못> 꼭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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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블 - 신과 인간이 만들어온 이야기
필리프 르셰르메이에르 지음, 레베카 도트르메르 그림, 전경훈 옮김 / 니케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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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인간이 만들어온 이야기

『바이블』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라고 시작하는 성경은 전 세계적으로 제일 많이 읽힌 책이라고 하지요. 기독교인이라면 으레 신년을 맞이할 때 신년 목표 중 성경 통독이 들어가 있을 겁니다. 저도 그랬거든요. 모태신앙은 아니었지만 유아기 때부터 다녔던 교회라 세례도 받고 성경공부도 했지만 성경을 완벽하게 통독한 적은 아직 없어요. 그러면 왜 신화적이고 판타지스러운 성경을 완독하기가 힘든 걸까요? 신약, 구약 총 66권이 담겨 있는 방대한 양의 성경인데다 페이지가 굉장히 얇고 글씨는 빼곡히 들어차 있어서 성경책을 넘기는 순간 답답함이 몰려옵니다. 거기다 천지창조 이야기부터 애굽을 떠나는 이야기까지는 그럭저럭 술술 넘어가는데 장막을 짓는 순간이 오면 더 이상 진도가 나가지 않습니다. 그렇게 구약 읽기를 포기하고 신약으로 넘어가기도 했던 기억이 있어요. 

어떻게든 한 번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자 다짐했던 성경을 니케북스의 <바이블>로 힘들지 않고 재밌게 완독할 수 있었어요. 그럼 어째서 어린이를 위한 쉬운 성경으로도 도전했지만 실패로 끝났던 성경 완독이 <바이블>은 가능했을까요? 어린 딸을 위해 쓴 동화책이 크게 주목받으며 작가로서 활동을 시작했다는 필리프 르셰르메이에르는 성경의 주요 장면들을 재구성해 희곡, 시, 우화 등 다양한 형태로 시도한 성경입니다. 그래서 더 재미를 느끼는 것도 있지만 레베카 도트르메르의 일러스트가 성경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줍니다.  




'어떻게 모든 것이 시작되었을까'하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바이블>은 하나님이 칠일 동안 빛과 어둠, 하늘과 땅, 동식물, 사람을 만드셨지요. 영원한 삶이 약속된 에덴동산을 지키는 아담을 빚으시고 홀로 외롭게 지내는 아담을 위해 여자를 만들어 줍니다. 그런데 이 여자는 뱀의 속삭임에 빠져 절대 먹어서는 안되는 앎의 나무 열매를 먹고 그동안 눈에 가리어졌던 무언가가 벗겨집니다. 그렇게 서로 벗은 몸이라는 걸 인식하게 되지요. 창피함에 몸을 가리고 하느님을 피해 숨던 그 순간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고 평생 밭을 일구고 수고를 해야 먹고 살 수 있고 고생하며 일하는 세월이 지난 뒤에는 모두 먼지로 돌아갈 것이라고 하셨어요. 여자는 해산의 고통과 남자에게 순종해야 하는 벌을 주셨는데 좀 맘에 안 들긴 합니다.

노아의 방주, 바벨탑이 무너지며 서로의 언어가 달라지고, 모세 이야기에서 초파리의 시점으로 그려진 이야기, 예수의 탄생에서 이적을 행사하고 십자가에 못 박히는 순간까지.. 우리 사회의 토대가 그대로 녹아있고, 다채로운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야기가 <바이블>이 선사하는 신비스러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합니다. 그동안 지루하게 읽어왔던 성경을 새로운 버전으로 재밌게 읽어보고 싶으신 분께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바이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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