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이아 - 잠시 길을 읽어도 목적지를 잃지 마라! 대가 고전·인문 시리즈 (LINN 인문고전 시리즈) 8
호메로스 지음, 김성진 편역 / 린(LINN)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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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아』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맹인 시인으로 알려진 호메로스의 작품입니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뛰어난 서사시로 불린다는 <오디세이아>를 드디에 읽어보게 되었어요. 일리아스를 먼저 읽어야겠지만 건너뛰고 <오디세이아>를 읽기 시작했는데 내용도 크게 어렵지 않고 술술~ 읽혀서 깜짝 놀랐네요. '신밧드의 모험', '율리시즈', 허클베리 핀의 모험' 등 서양 모험담의 원형이라는 <오디세이아>에서 오디세우스는 어떤 지혜와 모험담을 들려줄지 너무 궁금했답니다. 사실 여타 출판사에서 출간된 책들의 표지가 선뜻 손을 뻗기 힘든 것들이어서 차일피일 더 미뤘지 않나 생각이 드네요.

10년에 걸친 트로이 전쟁이 끝나고 포세이돈의 분노를 산 오디세우스가 20여 년에 걸쳐 귀향길을 방해받습니다. 포세이돈으로 인해 오기기아섬에 표류하고, 뗏목을 타고 항해하는 오디세우스를 발견하고 익사시키려 하기도 했습니다. 바다에서나 육지에서나 험난한 여정은 어김없이 오디세우스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오디세우스를 지지하는 신 아테나 외에 여러 신들이 있기에 고난을 헤쳐나가기도 하네요. 오디세우스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외모나 신체적인 특징들이 여신들의 환심을 사기 좋았겠단 생각이 듭니다. 

한편 오디세우스가 죽었다고 전해져 오디세우스의 아내 페넬로페에게 구혼자들이 끊임없이 구혼의 손길을 내밀었어요. 빨리 선택하지 않으면 재산을 축낼 거라는 협박을 하기도 합니다. 페넬로페에게 선택받으려면 잘 보여도 부족한 마당에 구혼자들은 난봉꾼 같은 모습을 보이고 아들 텔레마코스에게도 함부로 하는 모습입니다. 아테나는 멘토르의 모습으로 텔레마코스를 이끌어 오디세우스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한 항해를 떠나게 됩니다. 왜 오디세우스를 찾으려는 노력을 진작에 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생기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힘든 여정 끝에 오디세우스는 집에 도착했고 아내를 향한 구혼자들을 그만의 방식으로 그들을 처리합니다. 

그는 왜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을까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페넬로페보다 더 아름답다는 여신 칼립소와 지냈던 7년의 시간을 정리하고 힘든 여정을 선택한 이유가 뭘까 하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되는데요. 아마도 아내 페넬로페에 대한 그리움과 아버지로서, 그리고 자신이 온전히 자기다움으로 설 수 있는 곳이 바로 이타케였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오디세우스가 겪었던 바다에서의 위기와 고통은 우리의 인생과 닮아있지 않나 해요. 잔잔하다가도 풍랑이 일고, 높은 파도가 일었다가 다시 잠잠해지는.. 역경과 고난, 온갖 시련을 겪기에 바다만큼 좋은 공간이 없는 것 같습니다. 각 장에 대한 요약과 분석으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고, 오디세우스가 귀향하는 여정을 통해 인생사를 배울 수 있었던 <오디세이아>였습니다.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으신 분이라면 LINN 출판사 책으로 만나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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슌킨 이야기 에디터스 컬렉션 14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김영식 옮김 / 문예출판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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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슌킨 이야기』

탐미주의 문학의 대표 작가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슌킨 이야기>는 '치인의 사랑' 이후 두 번째로 만나는 작품입니다.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탐미문학 작가라 그런지 여성의 신체에 대한 묘사가 선을 그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해요. 이번에 만난 <슌킨 이야기>는 표제작인 '슌킨 이야기'를 비롯해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단편 일곱 편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번 단편에도 포함되어 있지만 '문신'을 발표하며 문단의 총아로 떠오른 후 관능적인 남미파, 악마파 작가로 일본 문단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고 합니다. 거기다 노벨문학상에도 여러 차례 후보로 올랐다니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작품을 더 찾아보고 싶게 만드네요.

얼마 전 TV 프로그램에서 투잡 하는 사람들이 나와 이야기를 하는 걸 봤는데 성형외과의사이면서 타투를 하는 사람이 소개되었어요. 어느 소방관의 사연을 들려주며 화마 속에서 입은 화상 흉터를 남들은 영광의 상처라고 하지만 본인에게는 아픈 상처로 남아 있다는 말씀을 해 주시더라고요. 그러면서 타투와 함께 화상 흉터까지 예쁘게 변신한 모습을 보면서 문신이 이럴 때는 필요하기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슌킨 이야기> 속 첫 번째 이야기로 등장하는 '문신'은 굉장히 오래 전인데도 불구하고 전문 문신사가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답니다. 그런데 이 문신사 세이키치는 어린 소녀의 등에 문신을 새겨 넣으며 완전히 심취하는 모습을 보이는데요. 여성의 아름다움, 그리고 성적 욕구를 '문신'이라는 예술로 승화시킨 작품입니다.

'소년'에서는 상류층 친구의 집에 놀러 갔다가 그곳에서 마주하게 된 자신과 다른 삶을 사는 친구의 모습이 묘사되어 있는데요. 이야기 속에서 금지된 방에 들어가 곳곳을 살펴보는 묘사나 아이들이 놀이하는 모습에 대한 표현들이 너무 재치 있게 전달되기도 했어요. 자신에 대한 조사 의뢰를 받은 탐정과 논리적인 공방을 펼치는 '길 위에서'는 탐정의 말이 일리 있기는 하지만 너무 억지스럽다는 느낌이 컸어요. 

표제작인 '슌킨 이야기'는 어릴 적 앞을 못 보게 된 슌킨과 그녀를 돌보는 제자 사스케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용모에 비해 도도하고 제멋대로인 슌킨과 무조건적인 사랑을 간직한 사스케의 행동은 무모해 보이기도 하지만 사스케의 지독한 사랑을 엿볼 수 있네요. 샤미센을 매개로 연인이 되는 슌킨에 대한 사스케의 이야기는 지독한 사랑을 담고 있는 것 같았어요. 여러 편의 단편을 보며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매력에 빠져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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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의 일기
안네 프랑크 지음, 데이비드 폴론스키 그림, 박미경 옮김, 아리 폴먼 각색 / 흐름출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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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의 일기』

안네의 일기는 거의 대부분 만나보셨을 거라 생각해요. 어렸을 적 한 번은 읽어봤을, 적어도 들어는 봤을 책인데요.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건 아니지만 은신처에서 숨죽이고 숨어 지내면서 얼마나 공포에 떨었을지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아요. 안네가 쓴 일기를 읽으며 막연하게 머릿속에 그렸던 그때의 상황들이 그래픽노블과 함께하니 더 실감 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안네의 부모님은 꽤 부유하게 살았던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안네 역시 유복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쟁은 많은 것을 앗아가네요.

유복한 유년 시절을 보냈던 안네는 히틀러가 독일의 정권을 장악하며 유대인 차별 정책으로 인해 비극을 맞이하게 됩니다. 안네는 아버지로부터 일기장을 생일에 선물 받고 '키티'라는 이름까지 지어 줄 정도로 일기장에 많은 애정을 쏟았어요. 글 쓰는 것이 너무 좋았던 안네의 장래희망은 작가였어요. 암울한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일기장에 안네의 마음을 옮겨 놓았답니다. 안네가 시대를 잘 타고났다면 문학사에 큰 획을 긋지 않았을까 해요.

그런데 왜 독일인들은 유대인을 핍박했을까요?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많은 사람들이 희생 당해야 했던... 언제 이 불행이 나에게 닥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하루하루 두려움에 떨어야 했던 이들이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 것 같아 너무 가슴 아팠어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살던 안네 가족은 나치가 만든 규칙과 법률로부터 달아나 최대한 안전하게 지내는 것을 택했어요. 어느 날 나치 경찰로부터 언니를 강제수용소로 보내야 한다는 명령서를 들고 찾아오게 되고 그 후 아빠가 마련한 은신처로 옮겨 2년 동안 생활합니다. 그렇게 은신처로 숨어들어 숨죽이는 여덟 명의 생활은 시작되었고 오랜 시간 함께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좋고 싫은 모습을 모두 보게 됩니다. 언니와 차별 당한다 생각하는 안네는 엄마의 부당한 대우를 견디기 힘들어하기도 하고요.

제한된 공간 속에서 이성에 눈을 뜨기도 하고, 이성의 신체에 관심을 보이는 장면들에서 호기심 많은 여자아이였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이번에 만난 <안네의 일기> 그래픽노블에서는 청소년 안네의 속내를 들여다본 것 같아요. 청소년 자녀를 둔 엄마라서 그런지 안네가 처한 상황이 더 안타깝기만 합니다. 억압된 자유 속에서 가지는 희망은 그 희망의 빛을 보았을 때 참아낼 수 있는 힘도 생기는 거겠죠? 한참 하고 싶은 것 많고 예쁘기만 한 꽃 같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안네 프랑크. 다름을 인정하지 않았던 그 누군가로부터 삶을 송두리째 짓밟혀야 했던.. 그 삶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얼마나 더 살고 싶었을까요? 안네의 생명은 짧게 끝이 났지만.. 여전히 우리 삶 속에 함께 살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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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불호텔의 유령
강화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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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불호텔의 유령』

고딕소설 장르에 해박한 작가라는 평론가의 글처럼 몇 편 읽은 고딕소설 못지않은 책이라 말하고 싶네요. 소설을 쓰고 싶어 하지만 한 글자도 쓰지 못하는 소설 속 화자인 나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내는데요. 고딕소설에서 보이는 '신비롭고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잘 녹아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인 화자는 ‘니꼴라 유치원’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준비합니다. 그런데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네요. 설상가상 자꾸만 이상한 목소리까지 들려옵니다. 음험하고 비밀스러운 곳, 사람들이 몰려들고, 욕심을 부리고, 경쟁하고 질투하고 미워하는.. ‘니꼴라 유치원’. 증오, 원한, 미움이 가득한 목소리들이 들리며 힘들어하는 나는 그 소리의 정체를 ‘악의’라 정의했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그려내려는 니꼴라 유치원과 너무도 흡사한 대불호텔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인천 제물포항이 개항장이 되면서 조선에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인천에서 하루를 머물고 다음날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때 생긴 삼 층짜리 서양식 건물이 바로 ‘대불호텔’이었던 거죠. 1899년 경인선이 개통되면서 인천에서 굳이 하루를 머물 필요가 없어졌고 대불호텔은 ‘중화루’라는 청요릿집 간판을 달게 됩니다. 이곳 대불호텔에서 고연주, 지영현, 뢰이한, 셜리 잭슨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는 대불호텔을 떠나지 못하는 유령이 있습니다. 

녹색 재킷이 잘 어울리던 고연주는 중화루 3층에서 숙식하며 숙박업을 하던 프런트 직원이었습니다. 선교사들이 세운 학교에 다니며 미국으로 나갈 꿈을 키웠지만 좌절을 맛보게 되지요. 신원을 보증해 줄 미국인이 필요했던 고연주는 3층 대불호텔을 도맡아 영업하며 머무르게 됩니다. 중화루 관리인이었던 라이 가문의 뢰이한은 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박지운의 남편이었습니다. 중국이 고향이지만 태어나고 자란 곳은 인천이었지요. 이곳에서의 삶이 녹록지 않음을 안 가족들은 미국으로 떠나고 뢰이한에게도 미국으로 들어올 것을 권했지만 그는 떠날 수 없었습니다. 공포 소설을 쓰겠다고 대불호텔은 찾아온 셜리 잭슨은 남편의 권유로 대불호텔을 찾았지만 진척이 없자 돌아가려 했지만 괴이한 소리를 듣고 계속 머물며 연주와 점차 가까운 사이가 되어 가지요. 이들에게는 유령이라는 매개체가 있었습니다. 고연주가 이름 붙인 그 유령은 폭풍의 언덕 작가인 에밀리 브론테였죠. 지영현은 연주의 일을 도와주며 대불호텔에 머물게 되고, 미국으로 떠날 계획을 가진 연주를 보면서 참 많은 심리적 갈등을 겪는 인물입니다. 그런데 참 미스터리한 점이 많이 보이네요. 그녀의 정체에 대해 많이 혼란스러웠던 부분이었습니다. 그녀는 진짜 지영현인가, 그녀와 함께 어울렸던 종숙이란 여자인가!!

<대불호텔의 유령>은 박지운이라는 치매를 앓는 할머니의 딸과 ’나‘의 엄마 학창 시절 이야기를 시작으로 박지운이 들려주는 대불호텔 이야기로 이어졌다가 이야기 속 화자인 지영현의 시점으로 대불호텔에서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구조입니다. 해방이 되고, 전쟁을 겪고, 혼란스러운 그 시기를 더욱 힘들어했을 이방인의 대불호텔이라는 공간에서 ’원한‘을 바탕으로 절묘하게 얽히고설킨 총 3부의 이야기가 잘 조화를 이루고 있던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이야기를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또 다른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는데요. 그래서 처음 만난 작가 강화길의 이야기가 전혀 지루하지 않고 더 흥미롭게 느껴지지 않았나 합니다.

전쟁의 아픔을 견딘 사람들, 떠나고 싶었지만 떠날 수 없었던 사람들, 피폐해진 삶 속에서 누군가 원망의 대상으로 삼아야 살아갈 원동력이라도 되었을 사람들.. 과거 아수라장 같던 그 시간을 살았을 사람들의 아픔과 고통을 마주하고 온 것 같은 <대불호텔의 유령>이었습니다.

​도서관 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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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 에디터스 컬렉션 13
다자이 오사무 지음,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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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

일본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 중 세 번째로 만나는 <사양>입니다. 너무나 익숙하게 알고 있는 '인간실격'보다 앞선 작품이라고 하는데요. 다자이 오사무의 책을 '인간실격'으로 처음 만나고 저랑 너무 안 맞는 분위기라 그의 작품을 다시 찾아 읽는 날이 올까 했는데 이렇게 빠른 시일 내에 '달려라 메로스'와 <사양>을 읽게 되네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몰락해가는 귀족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사양'은 저녁때의 저무는 해를 뜻하고 있습니다. 몰락하는 귀족과 저무는 해, 분위기가 너무도 닮아 있는 것 같습니다. <사양>으로 인해 '사양족'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고 하니 그 인기가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이 되네요.

부족한 것 없는 귀족의 삶을 살았던 주인공 가즈코는 남편과 이혼 후 친정으로 돌아와 아이마저 유산하고 홀로 어머니를 모시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동생 나오지는 전쟁에 징집되어 갔지만 그 후 소식이 없었지요. 점점 가세는 기울었고 더 이상 도쿄의 집을 유지할 수 없어 외삼촌의 도움으로 시골마을 리즈의 산장으로 거처를 옮깁니다. 익숙하지 않은 살림을 살아가는 가즈코는 살림을 팔아 마련했던 돈이 떨어질 때쯤 가정교사 자리를 추천하는 어머니지만 해 본 적 없는 일을 하려니 내키지 않았겠죠? 옷가지를 팔아 생활하자는 가즈코의 모습은 좀 철이 없어 보였습니다.

외삼촌을 통해 연락이 끊겼던 나오지 소식을 듣게 됩니다. 이미 마약에 손을 댔던 동생인데 아편을 하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요. 가즈코는 나오지의 수기를 발견하고 한 번의 입맞춤으로 끝났던 우에하라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세 통의 편지 속에 구애의 마음을 가득 담아 보냈지만 결국 답장은 오지 않았습니다. 나오지가 돌아온 후 살림은 더욱 힘들어졌고 그런 와중에 어머니는 결핵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아요. 조용히 장례를 치른 가즈코는 편지의 주인공 우에하라를 찾아 무작정 떠나고 그의 아이를 가지길 소망합니다. 가즈코가 그를 만나러 갔을 때 이미 그 역시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듯한 모습이었고 죽고 싶어 술을 마신다는 우에하라입니다. 왜 하필 이 남자였을까, 삶에 미련도 없고 가정도 제대로 돌보지 않아 아내와 딸을 사흘 동안 어둠 속에서 지내게 하는 무책임한 남자에게서 무엇을 느꼈던 걸까요. 결국 자신의 뜻을 이루긴 했지만 뜻을 이룬 그날, 동생 나오지는 세상에 뜻이 없다며 자살로 생을 마감합니다.

역시.. 다자이 오사무의 책은 우울을 한가득 안고 있었습니다. 가즈코에게 남긴 나오지의 유서를 읽으며 어떻게 해도, 어떤 이유든 세상에 미련이 없는 사람은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통해 뜻하는 바를 이루는구나 하는 씁쓸함도 생겼지만, 그럼에도 희망의 빛이 보이는 건 '혁명'을 이루겠다는 포부를 밝혔던 가즈코의 행보입니다. 하룻밤 잠자리였지만 그녀는 원하던 바를 이루었고 아이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 살아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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