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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아 ㅣ 소설, 향
최정나 지음 / 작가정신 / 2025년 1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5/0116/pimg_7834101474572388.jpeg)
『로 아』
소설, 향 시리즈 열 번째 도서 <로아>는 읽는 동안 조금 많이 불편했던 책입니다. 쉽게 접하지 못했던 폭력이 가정 내에서, 그것도 자매 사이에 일어나 정말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폭력의 정도가 너무 높았어요. 납득할 수 없는 상은의 폭력성 강한 행동, 그런 자매 사이를 방관하는 엄마, 청소년에게 성추행을 일삼는 엄마가 만나는 남자들의 이야기는 정말이지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몇 번이나 책을 덮고 잠시 숨을 골라야 할 정도였답니다.
로아 엄마 기주는 로아를 낳자마자 지인에게 맡겨놓고 7년 만에 로아를 데리고 옵니다. 그것도 큰 딸 상은에게 동생이 함께 있으면 엄마를 향한 괴롭힘이 나아지지 않겠냐는 엄마의 남자가 한 말 때문이죠. 7년 만에 처음 만나는 기주를 로아는 '엄마엄마'하며 잘 따릅니다. 같이 사는 남자에게도 아빠 하며 애교도 부리고 스킨십도 서슴없이 하는 로아. 그런 로아가 마음에 안 들었던 걸까요? 상은은 로아의 볼을 건드려보는 것을 시작으로 쥐어박고,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더니 급기야 매를 들어 폭력을 행사합니다. 울긋불긋 변화무쌍한 멍이 드는 로아 몸의 색깔을 즐기는 상은, 저러다 말겠지 하며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기주의 모습은 놀랍기만 하네요.
상은은 자신이 받아야 하는 관심과 사랑을 로아에게 모두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렇게 자신의 폭력성을 정당화하지만 누구도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기주가 아이들에게 조금만 관심을 보였다면 상황이 어떻게 달라졌을지 생각하게 됩니다. 상은을 사랑으로 보듬고 자연스럽게 로아와 만나게 하며 함께 자신의 그늘 아래서 성장하게 했다면 상은이 폭력을 행사할 일이 있었을까요? 로아로 인해 자신은 피해자이기에 폭력의 가해자임을 정당화시키는 모습, 그런 언니에게 받은 폭력을 개에게 그대로 전하는 모습의 로아를 보며 역시 폭력은 폭력을 낳는다는 결론 밖에 얻을 수 없었습니다.
자신에게는 가해자인 언니인 상은의 입장이 되어 시작되는 로아의 이야기. 마지막 장에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읽다 보면 비로소 "나는 네가 되어본다. 언니가 되어 나를 본다. 그리고 너의 눈으로 나의 세상을 본다."라는 내용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럼에도 그 행위 자체는 용납이 되지 않네요. 학교폭력, 가정폭력, 성범죄 등 더 이상의 피해자, 그리고 가해자가 없는 세상이 오길 바라봅니다.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