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 푸른숲 / 199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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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

알쓸인잡 김영하 작가가 강력 추천한 <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에 도전했습니다. 누군가의 전기를 읽는다는 건 사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두려움도 있었고요. 재미없고 지루할까 엄두도 내지 못했던 '평전'인데 츠바이크가 들려주는 발자크 이야기는 재밌습니다. 소설책 읽듯이 술술~ 읽히는 평전이라 깜짝 놀랐어요. 이런 식이면 다른 평전도 도전해 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독일 문학계의 거장이자 세계문학 사상 가장 위대한 전기작가 '슈테판 츠바이크'는 프로이트의 영향을 받아 내면을 깊이 탐색하고 인간관계의 심리를 예리하게 포착해낸 작품을 많이 선보였고, 그가 수많은 평전 가운데 가장 많은 공을 들이고 스스로 대표작으로 꼽은 작품이 바로 '발자크 평전'이라고 합니다. 작가가 공을 들이고 애정을 쏟은 만큼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네요.

조상의 진짜 성은 발자크가 아닌 '발싸'였던 오노레 발자크. 상상력이 풍부하고 허풍도 심했던 오노레 발자크는 스스로에게 귀족 칭호를 붙여 오노레 드 발자크라 칭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는 참으로 불운한 어린 시절은 보냈습니다. "나는 한 번도 어머니를 가져본 적이 없다."라고 했을 정도로 발자크는 어머니의 애정을 느껴본 적 없습니다. 태어나자마자 유모에게 맡겨져 만 네 살이 될 때까지 살았어요. 어머니의 무릎에 다가가지도 못했고 동생들과 놀아서도 안 되었던 그의 유년 시절. 일곱 살이 되자 기숙학교로 쫓겨갔고 7년의 힘든 학교생활을 보낸 후 열여덟 살이 된 발자크는 이번엔 스스로 어머니가 있는 환경에서 떠나기로 합니다. 발자크가 어머니로부터 제대로 된 사랑을 받고 가정에서 교육을 받았다면 달랐을까요? 발자크는 모성애를 찾듯 나이 많은 여성들을 원했고 애정결핍에 굶주린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가 칼로 시작한 일을 나는 펜으로 완성하련다."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길 원했던 부모의 기대에 반해 발자크는 작가가 되길 희망했습니다. 집을 떠날 수 있는 방법 역시 작가로서의 삶을 사는 것이었죠. 평범한 농부의 자식이었던 발자크의 아버지는 이미 발자크가 태어날 당시 상당한 재력을 갖추었고, 작가가 되려는 발자크는 부모님의 후원을 기대했을 겁니다. 하지만 빨리 단념시키고 싶었던 어머니는 아주 허름한 집을 구해주었고 경제적인 지원조차 굉장히 최소한의 것만 지원했습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잠자는 시간 외에는 글쓰기에 전념하지만 출판시장에서 환영받을만한 작품은 쓰지 못했습니다. 첫 작품 '크롬웰'은 성공하지 못했고 발자크가 손대는 사업들은 계속해서 실패를 거듭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자크가 무너지지 않은 이유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낙천적인 성격 때문이 아닐까 해요. 끊임없이 도전하고 절망스러운 상황 가운데도 또다시 일어서는 발자크가 대단하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정한 사랑이 아닌 계급이나 돈을 원하던 사랑이 아니었을까 싶었던 발자크의 연애사, 직접 겪었던 많은 시련의 나날들, 그 어떤 패배도 그의 원초적인 낙관론을 꺾은 적 없는 오노레 드 발자크였기에 오늘날 그의 작품을 만나는 호사를 누릴 수 있는 것이겠지요. 오노레 드 발자크의 책을 몇 권 읽어봤지만 인간 발자크가 누구인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궁금하신 분이라면 <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으로 만나보시라고 권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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