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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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책을 읽다가 우연히 [오베라는 남자]라는 소설을 알게 됐다. 이란에서 온 사람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고집불통의 남자 이야기.


단순히 그렇게만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은 어떻게 펼쳐질까 하는 궁금증에 읽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웃음을 머금게 하지만 나중에는 눈물을 흘리게 한다.


철저한 원칙주의자 오베... 그러나 그 원칙은 자신에게 엄격한 원칙이지만 다른 사람을 위하는 일에는 원칙에서 벗어나도 되는 원칙이다.


그렇다. 철저한 원칙은 포용에서 빛을 발한다. 원칙은 배제가 아니라 포용이다. 융합이다.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이 바로 원칙이다.


그래서 오베는 말이 별로 없고, 다른 사람에게 무뚝뚝하게 대해도 주변 사람들이 그의 주위에 몰리게 된다.


특히 그의 아내 소냐. 지적인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오베와 결혼한다. 누가 보더라도 전혀 다른 사람인 둘이 행복하게 살아간다. 아니 오베에게는 소냐가 전부다. 그는 소냐와 함께 하는 삶에서 행복을 느낀다.


그런 그에게 소냐가 떠난다. 그는 소냐를 따라갈 생각만 한다. 오늘도, 내일도... 그렇지만 그가 소냐를 따라가려고 할 때마다 일이 벌어진다. 그의 이웃들에게서.


이웃들이 벌이는 일에 휘말리게 되는 오베는 자신의 원칙에 따라 행동하지만, 그들이 제대로 지낼 수 있게 도움을 준다.


그의 원칙은 남에게 절대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렇다. 그의 원칙은 바로 함께 삶이다. 그는 고립되어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고립은 자신의 원칙을 지키려는데 있다. 사람들이 원칙을 지킨다면 그 역시 고립되어 있지 않다.


이렇게 처음에는 오베의 자살 실패담이 웃음을 유발한다. 그리고 자살이 실패할 때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사연과 그들을 포용하는 오베의 모습이 따스하게 그려진다. 그에게 행동의 기준은 바로 소냐가 좋아하느냐 아니냐이고, 소냐가 원하는 삶은 바로 자신만이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한 삶이기 때문이다.


이란인 여자, 비만인 남자, 치매에 걸린 친구, 동성애자 등이 오베의 주변에서 살아간다. 사회에서 무시당하거나 차별당하는 존재들이기 쉬운데, 오베는 이들에게 어떤 편견을 갖지 않는다. 그들은 그냥 이웃일 뿐이다. 그 이웃들이 지닌 문제들에 대처하는 오베의 행동에는 어떤 편견도 없다. 그는 그냥 자신의 원칙대로만 행동할 뿐이다.


지켜야 할 것과 해서는 안 될 것. 그리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은 도와야 한다는 것. 그래서 그는 기차역에 떨어진 사람을 구하면서도 어떤 보상도, 또 어떤 칭찬도 받길 원하지 않는다. 그 일은 그가 해야만 할 일이었을 뿐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일은 전혀 하고자 하지 않는 오베.


마찬가지로 자신의 행동이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도 참지 못하는 오베... 그렇기 때문에 그는 자살에도 번번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우선 남들의 일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소냐에게 빨리 못 가서 미안하다고 하면서도, 그런 문제를 외면하고 갔을 때 소냐가 싫어할 것을 알기에...


또 오베는 자신의 일은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이런 소신 때문에 남들과 부딪치기도 하지만, 그 소신을 행동으로 옮기는 실력 때문에 다른 많은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게 된다.


결국 오베는 자살에 실패하고 삶을 마치게 된다. 간단하게 치러달라는 그의 장례식에 모인 많은 사람들... 이것은 바로 원칙은 포용에서 빛을 발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고집불통인 한 남자 이야기가 아니라 원칙을 지키면서 그 원칙으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한 남자, 원칙이 배제가 아니라 포용이 됨을 이 소설은 잘 보여주고 있다.


원칙은 배제가 아니라 포용이고, 바로 사랑임을, 오베라는 남자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 소설이다. 그의 소냐에 대한 사람이 주변으로 잔잔하게 번져가는 과정,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 과정에 함께 할 수 있다. 


마음을 따스하게 하는, 마음이 감동으로 차오르는 그런 소설이었고, 영화도 있다고 하는데, 찾아서 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 소설이었다. 감동이 진한 여운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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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22-04-25 21: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읽은 첫번째 소설이에요. 오랜만에 보니까 넘 반갑네요🙂

kinye91 2022-04-25 21:21   좋아요 2 | URL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소설이었어요. 읽으면서 즐거웠던.
 
한국전쟁과 타자의 텍스트
이정현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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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이 책 제목은 [한국전쟁과 타자의 텍스트]다. 우리가 흔히 6·25전쟁이라 부르는 사건을 이 책에서는 한국전쟁으로 부른다. 그리고 이 전쟁에 얽힌 나라들이 많음도 지적한다. 이렇듯 한국전쟁은 남·북한만의 전쟁이 아니라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진영간의 전쟁이기도 했다.


베트남 전쟁을 날짜로 이야기하지 않듯이 이제는 6·25전쟁이라는말보다는 한국전쟁이라는 말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 책이다.


한국전쟁이라고 하면 한국에서 벌어진 전쟁이라는 공간적 개념으로 먼저 이해하면 된다. 여기에 더해서 어떤 나라들이 전쟁에 개입했는지를 살펴야 한다. 그리고 그 전쟁이 어떻게 전개되었으며 어떤 결말을 맺었는지... 또 전쟁으로 인해서 각 나라는 어떤 양상으로 변해갔는지를 살펴야 한다.


이런 점을 살피면 한국전쟁이라고 하고 참전한 국가 중에 일본은 속하지 않지만 일본을 빼놓고는 한국전쟁을 이야기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한국전쟁의 원인을 제공한 나라가 일본제국주의였고, 한국전쟁으로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도 일본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서 패전국임에도 불구하고 승전국인 미국과 동맹을 맺고 세계에 나설 수 있게 만들어준 전쟁 역시 한국전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은 한국전쟁과는 떨어뜨려 이야기할 수가 없는데, 이상하게도 일본은 한국전쟁에 대한 문학작품이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더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면도 있겠지만, 이야기할 수 없는 사회 분위기도 한몫 했으리라 추측한다.


이 책은 이렇게 각 나라에서 한국전쟁을 표현한 작품들을 우리에게 소개하면서 한국전쟁에 참전한 나라 사람들의 경험을 우리에게 보여주고있다.


내전이 아닌 국제전


한국전쟁엔 세계 여러 나라가 참전했다. 내가 어렸을 땐 유엔 16개국이 우리를 돕기 위해 참전했다고 배웠다. 북한 쪽을 지원한 나라에 대해서는 전혀 배우지 않고, 그냥 중공군이 인해전술로 밀고 들어왔다고만 배웠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나라 중에 이 책에서 다루는 나라는 미국, 중국은 물론이고, 프랑스, 영국, 콜롬비아까지 다양하다.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한국전쟁을 소재로 삼은 문학작품이 있는 나라다. 다른 나라들도 있겠지만, 이 책에서는 이들 나라를 다루고 있다.


국제전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로는 초반에는 남한과 북한의 전쟁이었다고 할 수 있더라도 한 해가 채 지나기 전에 중국이 개입하고, 미국을 비롯한 여러나라가 참전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소련 까지 참전했다고 하니... 국제전이라고 할 수 있다.


소련군의 참전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 이 책에서

 

소련 공군기의 비행은 평양-원산 선을 넘지 말아야 했으며 전투기의 마크를 중국 공군과 북한 공군으로 위장했고 복장은 중국군 제복을 착용하였으며 무선통신을 할 때도 한국말로 교신하도록 했다. 특히 평양-원산 선을 넘는 것을 금지한 것은 격추된 항공기의 조종사가 유엔군이나 한국군에게 사로잡히게 되면 소련군의 참전 사실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252쪽)


라고 나와 있듯이, 소련 역시 참전한 국제전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 서술에서 느낄 수 없는 참상


역사학자들의 연구로 전쟁의 전개과정이나 결과 또 영향에 대해서는 알 수 있겠지만, 전쟁의 참상을 몸으로 느끼기는 힘들다. 


반면에 문학은 전쟁의 참상을 생생하게 전달해 준다. 그래서 역사 서술과는 다른 점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일본, 중국, 미국, 유럽(프랑스, 영국, 독일), 콜롬비아 문학에 나오는 한국전쟁을 다루고 있다. 각 나라가 겪은 한국전쟁을 문학작품을 통해서 알 수 있게 되는데, 특히 나라보다는 전쟁을 겪은 개인을 만날 수가 있게 된다.


이런 문학작품에서는 기존에 이야기되지 않았던 점들을 만날 수 있다. 가령 중국에서는 출판되지 않는 소설들, 중국군 포로들이 중국이 아니라 대만으로 송환되기를 바라는 내용, 그런 내용이 표현된 소설들을 이 책에서 만나게 된다.


중국이 아닌 대만으로 송환되기를 바라는 포로들이 많았다고 하니, (중국으로 송환되기를 희망한 포로의 숫자는 단지 32%에 불과했는데 송환을 거부한 포로들 대부분은 타이완을 택했다-144쪽) 항미원조 전쟁으로 부르는 중국의 선전과는 좀 다른 결과를 문학 작품에서 만나게 된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면들을 문학을 통해서 만날 수 있다. 이렇듯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한국전쟁의 이면을 다루고 있는 문학작품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즉 전쟁은 일면적이지 않고 다면적임을, 어느 한 쪽의 말만 들을 수 없음을 다양한 자료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덧글


전쟁을 직접 겪은 1세대 작가들은 언어적 장벽으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지 못했다. ... 언어적 장벽을 극복하기 어려웠던 이주 한인 2,3세대 작가들은 미국인으로 살아가면서 자유롭게 영어를 구사한다.(279쪽)  라고 되어 있는데 무언가 이상하다. 

극복하기 어려웠던이 아니라 극복하기 쉬웠던으로 바꿔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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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교사 안은영 오늘의 젊은 작가 9
정세랑 지음 / 민음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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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이야기가 많은 곳은? 이런 질문을 하면 '학교'라는 답도 꽤 많이 나온다. 온갖 괴담들이 유포되는 곳이 바로 학교이기도 하다. 


하다못해 예전 학교들은 대부분 하나 이상의 괴담들을 지니고 있었는데, 학교를 세울 때 용꼬리를 잘라서 행사만 하려고 하면 비가 온다는 둥, 공동묘지에 학교를 세워 귀신들이 나온다는 둥, 화장실에는 귀신이 살고 있어서 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를 물어본다는 둥, 졸업을 하지 못한 귀신이 학교에 계속 다닌다는 둥... 참으로 많은 귀신이야기들이 학교에서 흘러나온다.


그렇다고 실체가 밝혀지지는 않는다. 아니 귀신이라는 존재 자체가 실체를 밝힐 수 없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귀신이야기는 끝나지 않고 계속되는지도 모른다. 실체가 밝혀지지 않으면 실체가 밝혀질 때까지는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낼 수 있으므로.


영화로 만들어지는 괴담들은 살벌하다.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우리들에게 섬뜩한 느낌을 주고, 그만큼 학교라는 공간이 학생들에게 섬뜩하고 공포스러운 공간이라는 점을 생각하게 해준다. 하지만 학교라는 공간을 귀신이야기의 소재로 삼아도 학교는 계속 존재한다. 왜 그럴까?


이렇게 견딜 수 없는 학교라고 하는 데도 학교는 사라지지 않고 계속 존재할까? 어쩌면 학교라는 공간은 살벌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사랑이 넘치는, 과거와 현재의 고통을 넘어서서 미래의 희망을 만들어가는 곳이기 때문 아닐까.


각종 괴담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더 많은 희망이 있는 곳, 정세랑이 쓴 [보건교사 안은영]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귀신의 실체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말고, 학교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 그들이 겪는 어려움들을 이 소설에서 만날 수 있다. 소소한 연애이야기부터 사고를 일으키는 학생들까지, 여기에 교사들이 겪는 일들까지 소설이 다루고 있는데...


다른 영적 존재(이를 귀신이라 지칭하자)를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안은영, 학교에 보건교사로 근무하면서 학생들 사이에 떠돌아 다니는 에로에로 에너지가 변한 귀신들을 보기도 하고, 다른 귀신들을 만나기도 한다.


그것들을 물리치는 일이 안은영이 하는 일. 그래서 안은영은 엉뚱하지만 아이들이 잘 지낼 수 있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 존재다.


저마다 지고 있는 어려움들이 있는데, 이 어려움을 볼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그것에서 위안을 삼을 수 있다. 말하지 않아도 그 존재는 알게모르게 내 어려움을 다독거려 준다. 그것만으로도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안은영은 어려움에 처한 학생들, 또 사람들에게 나서지 않고도 위안을 주는 존재가 된다. 그런 과정을 아주 유쾌하게 펼치고 있다. 장편소설이라고 하지만, 각 장들이 독립적인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읽다보면 하나하나가 연결되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독립적으로 존재하기도 한다. 그래서 어느 쪽부터 읽어도 좋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려면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는 편이 좋겠다. 물론 중간에 있는 소설들은 순서를 바꿔도 별 문제가 없다. 


마지막 부분에 실린 소설이 이 소설을 결말짓고, 다른 사람의 고통을 해소해주는 역할을 하는 안은영이 자신의 어려움도 해결하게 된다는 행복한 결말이라서 소설을 덮을 때 따스함을 느낄 수 있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들에게서 숭고함을 느끼고, 그들의 삶에서 비장미를 느끼지만, 그렇게 살기는 힘들다고, 그것은 소수만이 가능한 일이라고 여기게 하는 글들이 많은데, 이 소설은 그렇지 않다.


비장미를 걷어내고 발랄, 유쾌, 상쾌함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래서 읽으면서 즐겁다. 귀신이 나오는데, 하나도 무섭지 않고 오히려 웃음을 자아내게 된다.


하지만 그 웃음 속에서 귀신들이 지닌 비극성을 만나게도 된다. 비록 무겁게는 아니지만, 우리가 피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소설 속에서도 귀신들은 무언가가 남아 있기에 안은영의 눈에 보인다. 그들은 아직 소멸되지 않았다.


즉 기가 흩어지지 않았다. 무언가 더 해야할 일이 있다는 것. 그것을 보고 해결해주는 역할도 안은영은 한다. 물론 그냥 귀신을 등장시켜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소설은 유쾌하다. 귀신이라고 무겁지 않다. 또 해결이 된다. 그래서 더 유쾌하다. 이런 일들을 삶에 적용해 보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를 위해서 무언가를 하고 있는 사람들, 내가 말하지 않아도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알고 보듬어주는 사람들, 그냥 곁에 있어주기만 해도 마음이 편해지게 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이 우리 주변에 있음을 알게 해주는 소설이다.


우리는 홀로가 아님을, 내가 모르는 사이에도 나를 위해서 무언가를 해주는 보건교사 안은영 같은 사람이 있음을, 이 소설은 생각하게 한다.


그래, 그런 사람들은 분명 있다. 또 나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 누군가에게 알게모르게 도움이 되는 사람. 그 사람이 편하게 기댈 수 있는 존재.


처음으로 돌아가 보면, 학교는 여전히 귀신이야기가 성행하는 공간이다. 그럼에도 학교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우리가 여전히 학교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학교에 보건교사 안은영처럼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면서, 또 어려움에 처해 있는 학생들을 보듬으려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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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덴바덴에서의 여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3
레오니드 치프킨 지음, 이장욱 옮김 / 민음사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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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는 도스토예프스키가 소설에 등장한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사실 도스토예프스키는 [죄와벌]이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로 잘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면 그와 바덴바덴을 연결시키기는 어렵다.


바덴바덴 하면 사실, 우리나라 88올림픽을 개최지로 선정한 도시라는 사실이 먼저 떠오르는데, 그래서 가본 적은 없어도 이름만은 귀에 익은데, 이번에 이 소설로 다시 도스토예프스키와 연결시킬 수 있어서, 이 도시에 다른 사실 하나를 더 추가할 수 있게 되었다. 도스토예프스키가 머물렀던 도시가 바덴바덴이라고 하니...


이 작품은 소설이다.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냥 사실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 팩션이라고 해야 하나, 사실과 허구가 융합된 그런 소설인데, 서술자가 도스토예프스키의 행적을 따라가면서 도스토예프스키에 관한 일들과 서술자 자신의 이야기가 교대로 때로는 겹쳐지면서 펼쳐진다.


그래서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서부터 허구인지 구별하기가 힘들다. 게다가 러시아 역사도 잘 모르고, 러시아 작가들에 대해서도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데, 이 작품에서는 수많은 러시아 작가들, 평론가들이 등장하고 있으니, 더더욱 구별하기 힘들다.


그래도 읽다보면 도스토예프스키 작품이 많이 언급되고, 작품 속 인물이 이런 상황과 유사하구나 하는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또 도스토예프스키라는 작가가 소설을 쓰는 과정을 담고 있지 않고, 그가 어려운 환경에서 지내는 모습이 서술되어 있기에, 인간 도스토예프스키를 만날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도 이 소설을 읽으면 서술자는 도스토예프스키를 존경하고, 그의 발자취를 좇아가고 있지만, 이를 읽는 우리들은 위대한 작가 도스토예프스키보다는 인간적인, 정말로 화내고 슬퍼하고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도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인간 도스토예프스키를 만나게 된다.


그 점이 이 소설의 장점이다. 지금은 위대한 작가로 칭송받는 그가 당시에는 지지리도 가난하고 또 남들에게 제대로 인정도 받지 못하고 있으며, 많지도 않은 돈을 도박장에서 날리는 행동을 서슴없이 하고 있는 모습이 소설에서 펼쳐지고 있으니... 신격화된 작가 도스토예프스키가 아닌 고뇌하는 인간 도스토예프스키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이렇게 한 작가의 흔적을 따라가면서 자신의 소설을 쓰는 일, 이와 비슷한 소설이 최인훈의 화두 아닌가 싶기도 한데, 좀 다르긴 하지만, 최인훈은 조명희의 흔적을 찾는 과정을 소설에서 보여주고 있지 않나.


자신보다 선배 작가의 모습을 소설 속에서 그려내는 일, 또 그런 작가들이 거쳤던 곳을 자신도 거치면서 그가 그곳에서 어떤 경험을 했고, 어떤 생각을 했을지, 그리고 그러한 일들이 작품에 어떻게 나타났을지를 생각하는 모습을 이 소설에서 만날 수 있으니...


선배 작가의 행적과 자신의 행적이 겹쳐지면서 펼쳐지는 소설. 그렇게 우리는 지금 여기를 살아가고 있지만, 지금-여기에는 과거에 살았던 사람들의 흔적이 남아서 우리와 함께 하고 있음을 이 소설이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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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옌 중단편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45
모옌 지음, 심규호.유소영 옮김 / 민음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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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옌 중단편 소설을 모아놓은 책이다. 다편소설이 11편, 중편소설이 1편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단편소설은 단편대로, 중편은 중편대로 읽을 만하다.


무엇보다도 모옌 소설에 나타나는 중국의 모습을 이 소설집에서도 만날 수 있어서 좋다. 중국이 한참 발전을 하려고 하던 때, 중국 인민의 생활 모습이 모옌 소설에서 잘 드러나고 있는데...


첫소설인 '영아 유기'는 모옌 장편소설인 '개구리'를 연상하게 한다. 계획 생육이라는 이름으로 한 자녀밖에 낳게 하지 않던 시대. 그럼에도 힘있는 사람, 돈 있는 사람들은 여러 아이를 낳고 그냥 벌금을 으로 끝내는 경우, 또 힘이 없는 사람들은 당국에 신고를 하지 않는 모습. 여기에 더 어쩔 수 없는 사람들은 여자 아이가 태어났을 경우에는 그 아이를 버린 경우가 많았다고 하니...


이 소설에서는 그렇게 버려진 아이를 데리고 와서 겪는 일이 짧은 분량에 잘 드러나고 있다. 이 소설과 연결지어서 '개구리'를 읽으면 더 좋을 듯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을 다룬 소설도 있는데, 단편 소설답게 결말에서 전환이 일어난다. 그래서 예상하지 못했던 결말을 만나게 되기도 하고, 또 때로는 웃음을 머금는 결말을 만나게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문화대혁명 시기에 출신성분에 따라서 억압을 받던, 그럼에도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그 시절을 견디어낸 민중들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소설들이어서 좋았다고 할까.


반전이 일어나는 소설도 좋았지만, 가족간의 사랑, 특히 할아버지와 손자가 함께 겪었던 경험을 풀 한포기를 통해서 공감으로 흐르게 하는 '큰바람'이란 소설도 좋았다. 아무리 어려운 시절이라도 그 시절을 함께 겪은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그런 존재들이 있다.


그리고 그 존재들로 인해 과거 경험이 환기되고, 서로가 서로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게 되는데... '큰바람'이란 소설이 그랬다. 그냥 읽으면 따스해진다. 마지막에 할아버지가 왜 풀 한포기를 가져와 남겨주었는지를 알게 되는 순간, 과거와 현재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그런 경험, 그런 존재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된다.


이 작품집에서 어떤 소설들은 환상적인 장면이 나오게 되는데, 이는 어려운 시절을 이겨내는 방법, 즉 현실의 어려움을 환상을 통해서 버티어나가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소년에게는 그런 어려움이 환상을 통해서나마 극복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그 현실을 견뎌내겠는가... '철의 아이, 한밤의 게잡이, 후미족'과 같은 소설이 현실과 환상이 섞인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모옌 소설에는 문화대혁명기의 어려운 민중들의 삶도 나타나지만 현실에서 벗어난 환상적인 장면도 나타나고 있다. 아마도 이런 점이 다양한 방식으로 중국을 소재로 삼은 모옌 소설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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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4-09 1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모옌 좋아해요^^
글에 유머가 있는것은 아닌데, 글의 구성이랄까 소재, 제목에서 위트가 느껴지는 작가!

kinye91 2022-04-09 10:44   좋아요 1 | URL
중국 소설가 위화와는 다른 느낌을 주는 소설가고, 무어라 딱 꼬집을 수 없지만 이상하게 매력을 주는 작가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