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탄생 - 모방이론을 통해 보는 사랑의 심리학
장-미셸 우구를리앙 지음, 김진식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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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거창하게 심리학에 관한 전문적인 책으로 보아도 좋지만, 심리학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사랑에 관한 책으로 보아도 좋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왜 그 사랑을 지속하지 못하고 서로를 증오하고 미워하고 결국 헤어지게 될까? 그것의 원인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문제가 이것이다라고 말해주고 있다.

 

문제는 모방에 있다. 즉 상대방의 욕구를 모방하기 때문에 그 욕구들이 충돌을 일으키게 된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사이가 좋을 때는 상승작용을 내는 모방 욕구들이 사이가 좋지 않을 때는 안 좋은 쪽으로 강화된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과 잘 지내기 위해서는 그를 경쟁자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경쟁자로 여기는 순간 모방이론은 상대를 꺾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는 쪽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함께 살아가는 사람에게서 경쟁을 보면 그 사랑이 온전히 유지될 수 없다. 그것은 시소게임과 같다고 한다. 한쪽이 올라가면 한쪽이 내려갈 수밖에 없는.

 

그러나 사람의 사랑이 어디 시소와 같은가? 좋을 때는 같이 올라가고 안 좋을 때는 거의 같이 내려가지 않는가. 이러니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대를 경쟁자로 여겨서는 안 된다. 이 책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튼튼한 부부관계를 유지하려면 무엇보다도 경쟁에 빠져들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 아주 미세한 불평등이 끼어드는 순간, 다름 아닌 평등이 반복되는 폭력과 긴장과 비교의 원인이 된다. 나는 일종의 선택된 위계질서라 할 수 있을, 두 사람 모두가 인정하는 차이와 균형 잡힌 불평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부부가 시소 게임을 시작하면 관계가 빗나가기 시작한다. ... 둘 중 하나는 상대의 욕망을 위해 자기 욕망을 포기해야 한다. 사랑을 살리려면 경쟁을 희생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관계를 지키기 위해 욕망의 대상을 포기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332-333쪽)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두 사람 모두가 인정하는'이다. 이것이 전제되지 않으면 욕망의 희생은 또다른 불평등을 낳고, 상대의 욕망에 자신을 굴복시키는 행위밖에는 되지 않는다.

 

사랑은 자신의 전존재를 내건 행위라고 한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을 때는 상대에 대한 전적인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신뢰가 바탕을 이루지 않을 때 모방 욕구가 작동하고, 경쟁이 끼어들 틈이 생긴다.

 

그래서 상대를 내 욕망에 굴복시키려는 행위가 시작된다. 이것을 막기 위해서는 상대에 대한 신뢰, 내 욕망이 어디에서 나왔는지를 살피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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