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엘 콜하스 창비세계문학 14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 지음, 황종민 옮김 / 창비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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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의 소설집이다. 모르던 작가였는데, 관심도 없었고, 오에겐자부로의 소설을 읽다가 이 작가의 '미하엘 콜하스'라는 작품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민중반란... 


역시 좋은 작가는 다른 작품을 소개하고, 읽게 만드는구나 하는 생각에, 구입해 놓고,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은 읽고 싶은 마음이 없던 소설이었는데... 작년 겨울과 올 겨울, 유난히 춥다. 날씨가 아니라 마음이... 마음을 더욱 춥게 하는 존재들이 있고, 그런 마음을 녹여주는 존재들이 있기에 이제는 읽어야지 하고 읽기 시작.


여러 작품이 실려 있는데, 반전이 일어나는 작품도 많고, 인간의 본성을 하나로 정리할 수 없다는 내용을 주는 소설도 있지만, 제목이 된 소설 '미하엘 콜하스'가 많은 생각거리를 제공해주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허균이 쓴 '호민론'이 생각났으니... 그냥 불만을 품고만 있으면 원민에 불과한데, 불만조차 없는 항민은 말해 무엇하랴마는, 원민이 생기면 호민이 나올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된다.


시대가 영웅을 만드느냐 영웅이 시대를 만드느냐 하는 질문에 딱 어느 것이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시대 속에서 영웅이 탄생하는 것은 맞다고 생각한다. 격동하는 시대에, 그 시대를 이끌어가는 사람이 등장하는 것은 필연이니까.


콜하스 역시 마찬가지다. 영주의 터무니없는 횡포. 그러나 그는 우선 참는다. 아니 참을 수밖에 없다. 아직은 힘없는 백성 아닌가. 그들이 원하는 대로 규정대로 하려고 한다. 하지만 힘없는 백성은 규정대로 해도 당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하인이 매를 맞고 쫓겨나고, 맡겨두었던 말은 비루먹은 말이 되어 있었으니... 배상을 요청해도 끄덕없는 상태. 그 역시 속절없이 돌아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거기서 멈출 수는 없다. 부당함. 이것을 그냥 넘어갔을 때는 더 힘든 탄압이 이루어지니까. 항의를 하려고 한다. 우선 제도에 맞는 항의를 한다. 아내가 탄원서를 가지고 가지만, 부상을 입은 아내는 죽음에 이르고 만다. 이제 인내의 한계에 도달했다.


콜하스는 더 참지 않는다. 참아서는 안 된다. 그는 무장봉기를 한다. 처음에는 소수다. 하지만 그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성을 점령하고 불을 지르고... 권력자들은 공포에 떨게 된다.


여기까지, 성공이라면 성공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가 원하는 것은 파괴가 아니다. 정당한 대우다.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손해 배상을 하면 그는 더이상 폭력을 행사할 생각이 없다. 이것이 민중들의 정서다. 하지만 언제 힘있는 자들이 사과를 하고 잘못을 스스로 바로잡은 적이 있던가.


계속되는 갈등 속에서 그는 루터를 찾아간다. 그가 믿는 종교 지도자. 하지만 여기서 종교의 민낯이 드러난다. 루터는 오히려 콜하스를 야단친다. 그럼에도 콜하스는 루터를 통해 지배층과 타협을 하려고 한다. 자신의 정당한 요구를 들어주기만 하면 무장을 해제하고, 재판을 받겠다는 것.


그 과정에서 콜하스는 죽음을 당하게 되는데... 권력자들의 위선, 그들이 민중들을 대하는 태도 등이 소설에 잘 드러나 있다. 여기에 정의로운 민중의 대표자인 콜하스. 그를 호민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가 민중들의 지지를 얻는 과정이 이를 잘 드러낸다.


소설은 콜하스의 죽음으로 끝나지만 비극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왜냐하면 콜하스의 자손들은 잘 살게 되었으며, 권력자들의 말로가 별로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소설의 결말을 통해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실패한 듯이 보이는 민중봉기가 민중들의 의식을 각성시키고, 이러한 각성된 민중들을 예전과는 같이 대할 수 없음을 소설은 보여주고 있는데...


강한 자에게 약하고, 약한 자에게 강한 모습을 보이는 지배층들의 모습이 이 소설에도 잘 나타나 있지만, 그런 그들의 모습은 결국 민중들에 의해 폭로가 되고, 까발려진 그들의 본모습으로 인해 그들은 예전과 같은 권력을 행사할 수 없음을 소설은 보여준다.


결국 권력은 민중으로부터 나옴을, 콜하스라는 말장수를 통해 소설이 잘 보여주고 있다. 민주주의 시대는 한두 명의 호민이 아니라, 국민들이, 시민들이 모두 호민인 사회여야 하고, 그런 사회에서는 지배층이 독단적으로 군림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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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5-01-27 06: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에 겐자부로 때문에 이 책을 샀어요.

kinye91 2025-01-26 23:50   좋아요 1 | URL
그래요. 저랑 같군요. 좋은 작가는 줗은 작품을 이어주고 있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