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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 중 - 타인의 증거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까치 / 199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 중> (책 표지가 모바일에서는 "상"권으로 나오네요 ㅜㅜ)
잊어버리게. 인생은 그런 거야. 모든 게 시간이 지나면 지워지게 마련이지. 기억도 흐릿해지고, 고통은 줄어들고, 나는 사람들이 어떤 새나 꽃을 기억하듯이 내 아내를 기억하고 있지.
...
줄어들고, 희미해지고, 그래, 내가 그렇게 말했지. 하지만 사라지지는 않네.
p149
남은 마지막 하권을 읽고나면 나는 세 가지 거짓말을 알 수 있을까? 이 것을 생각할 겨를은 없다. 오타가 많다고 하지만 그걸 찾아볼 겨를도 없다. 내 눈은 이야기를 따라가기에 바쁘다. 단절을 느낄 만큼의 사건에 놀라며, 시간이 비약적으로 흘러감에 아쉬워하며.
전쟁과 혼란은 숱한 드라마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 드라마들은 책으로 이야기되어진다.
전쟁과 같은 어떤 큰 재앙이 일어나야만 그런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책을 읽는 것 같다.
남편을 처형한 것에 대해 실수였다고 말하며 복권을 전하는 당국의 편지에 울부짖는 클라라에 가슴아팠다. 그녀의 시간은 보상받을 수 없었고, 그녀의 남편은 돌아올 수 없다.
아내를 잃은 불면증 환자의 "사라지지는 않네"에 또 가슴아파 읽기를 잠시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미안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