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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 한강 소설
한강 지음, 차미혜 사진 / 난다 / 201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검은색이었다고 생각한 것이 남색이다. 의도된 다섯 아이들은 그래도 검은색이다. 나의 만년필.
오가며 읽은 흰책은 The Elegy of Whiteness는 흰색으로 읽혀지지 않는다.
그 흰책의 흰 제목 노트는 남색을 탐내며 한껏 머금는다. 지울 수 없다. 눈물처럼 머금은 남색을 지울 지우개가 없다. 흰 노트는 슬퍼서 뒷모습마져 남색으로 머금는다.
대체하기 위해 스테들러 연필을 찾았다. STAEDTLER의 철자가 다르다.
남색처럼, 흰책처럼, 흰책의 노트처럼 예상과 다르게.
STADTLER와 하얀이가 벌써부터 그립다.
다행이다. 혼자 보려고 흰책을 사지 않아서. 선물해주어서. 선물해주는김에 나도 한 권 더 사서.
다행이다. 너무 두껍지 않아서. 그래서 오가며 읽고 책장에 꽂아둬버릴 수 있어서.
다행이다. 소소하고 차갑게 리뷰를 써서 떠나보낼 수 있어서.
그런데, 흰책과 흰책 노트는 얼핏 보면 구분하기 힘들다. 그래도 오랫동안 읽지 않아서 잘못 들고 나갈 일이 없다.
모든 것이 경계 안쪽에서 숨죽이고 있었다. 숨을 참으며 다음 안개를 기다리고 있었다. p27
왜냐하면, 당신은 언젠가 반드시 나를 버릴 테니까. 내가 가장 약하고 도움이 필요할 때, 돌이킬 수 없이 서늘하게 등을 돌릴 테니까. 그걸 나는 투명하게 알고 있으니까. 그걸 알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으니까.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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