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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의 변명 - 크리톤 파이돈 향연, 문예교양선서 30
플라톤 지음, 황문수 옮김 / 문예출판사 / 1999년 2월
평점 :
"변명"
소크라테스 (Socrates, BC 470/469 - 399)는 "너 자신을 알라"로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해서 좋다" 것과 같이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철학자이다.
좀 더 꼬집어 말하면,
사계절이 뚜렷해서 더 많은 의류와 생필품, 서비스가 필요해 오히려 불편할 수도 있는데, 우리는 법전과 같은 교과서의 말만 그대로 믿고 특별한 비판없이 각인하고 있다.
게다가 불행하게도 부정적인 의미가 조금 더 느껴지는 "네 분수를 알라"라는 말이 "너 자신을 알라"의 확장형처럼 쓰이기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가장 슬픈 것은 "소크라테스"는 이 세상 모든 사람이 알고 있기 때문에, 단 한 번도 그에 대해 궁금해하거나 조사해보거나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나"로 국한 시켜 쓰고 싶었는데, 서두의 출발이 "우리나라는 사계절이~"로 시작해서 부득이하게 "우리"를 계속 썼다)
이 것이 소크라테스가 말하는 현명하지 못한 상태인 것 같다.
"다 안다고 생각하는 상태"
신은 소크라테스 보다 현명한 사람은 없다고 했다. 소크라테스는 의아해했다. 자신은 지혜가 없는데, 거짓말을 하지 않는 신이 무슨 뜻으로 그렇게 말했는지 오랫동안 고민을 했고, 이 문제를 풀 방법으로 자신 보다 더 현명한 사람을 찾아내기로했다.
즉, 반증을 해보기로한 것이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에게 현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해봤는데, 그는 현명하지 않았다.
"그 사람도 나도 아름다움이나 선을 사실상 모르고 있지만 나는 그보다는 현명하다고,
왜냐하면 그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면서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알지도 못하고 또 안다고 생각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나는 알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점에서 나는 그보다 약간 우월한 것 같았습니다"
변명, p18
그리고 다른 현인이라는 사람들을 만나봤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그리고 그는 신이 "소크라테스가 가장 현명하다"라고 이야기 한 것은 자신을 한 예로 삼은 것이라고 결론 내리고 신의 말을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
"오, 인간들이여, 소크라테스처럼 그의 지혜가 사실은 아무 가치도 없음을 알고 있는 자가 가장현명하다"
변명, p20
그래서 소크라테스는 계속해서 세상 사람들을 만나서 신의 이 가르침을 전했다.
즉, 현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현명하지 못함을 깨닫게 해주기 위해서 대화를 했던 것이다.
소크라테스와의 대화를 통해서 깨달음을 얻은 사람도 많았지만, 정치가와 부자들에게는 미움을 사게 되었다. 이 미움은 소크라테스 전 생애에 걸쳐 계속 쌓이다가 그의 말년 (70세)에 아테네의 정치적 몰락과 함께 최고조에 달해 기소되어 사형 선고를 받고 독배를 마셨다.
소크라테스의 대화편 "변명"은 소크라테스가 재판에서 고발자들에 의해 생긴 자신에 대한 잘못된 오해를 배심원들에게 풀어주며 말한 내용이다.
이 오해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인간의 지혜가 아주 보잘 것 없음을 알아야한다는 신의 가르침을 사람들에게 산파하는 과정에서 생긴 것이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잘 꿰어져 맞춰지는 그의 논리 전개와 아테네를 사랑하여 아테네를 바로 잡으려는 그의 선한 목적은
배심원들의 마음을 크게 움직였다.
하지만 그는 그의 지혜를 현실의 권력 앞에 머리 숙이게 하지 않았고 근소한 차이로 유죄 판결을 받고 독배를 마시는 사형에 처해졌다.
소크라테스의 철학, 인간애와 함께 "지성인"의 "용기"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크리톤"
테세우스가 승리하고 무사히 크레타 섬으로 돌아온 것을 감사하기 위해 매년 아테네는 델로스에 배를 보내 아폴론 신에게 제물을 바쳤는데, 이 기간 동안에는 사형을 금지했다. 소크라테스의 재판은 배가 출발하기 전날 열렸고, 그해 배는 유난히 늦게 도착해서 30이 걸렸다고 한다. 그래서 소크라테스의 사형은 바로 집행되지 않았고, 그가 감옥에서 기다리는 동안 "크리톤"과 "파이돈" 대화편이 이루어졌다.
"크리톤"은 소크라테스의 친구 크리톤이 소크라테스에게 탈옥을 간곡히 부탁하지만 소크라테스가 이를 거절하는 대화 내용이다.
크리톤을 비록해 소크라테스를 따르는 많은 이들이 정치적으로 몰락하고 부조리가 가득한 아테네의 재판 결과를 부정하고, 소크라테스가 감옥을 탈출해 아테네를 떠날 수 있게 도와주겠다고 간곡히 청하지만, 소크라테스는 이 것을 단호히 거절한다.
"법을 지키고 따라야한다"라고 평생을 말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그 말에 반한 행동을 어떻게 할수 있느냐라는 논지로 말했다.
지성인의 "지행합일"을 그는 죽음마저 덤덤히 받아들이며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파이돈"
"크리톤"과 함께 소크라테스가 감옥에서 나눈 대화를 기록한 것이다. "파이돈"은 소크라테스에게 탈출을 도와주겠다는 사람들이 "우리는 위대한 철학자를 죽음으로 잃고 싶지 않습니다. 죽음은 모든 것의 끝입니다."식의 논지에 인간의 영혼은 전생과 현세 그리고 내세를 통해 영원히 존재하며 자신은 죽음을 통해 명부 (죽은 사람이 간다는 영혼의 세계) 가서 신과 더 가까이 하게 되니 죽음이 두렵지 않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영혼이 불변한지 아닌지에 대해 논하게 되는데, 어떻게 소크라테스가 나와 같은 무교에 어쭙잖은 지식을 가진 범인들이 생각하기에는 황당한 이 논리를 상대에게 전할지 무척 궁금해서 재미있게 읽었다.
결과는 탄복할 만큼 대단했다. 감옥에서 그의 이야기를 듣고 영혼 불멸을 믿게된 사람들 사이에 나도 끼어 앉게 되었다.
여기에서 "철학은 죽음의 연습이 아니던가"라는 말이 나온다 :)
"변명"은 소크라테스가 다수의 배심원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이고 "크리톤"은 논지가 비교적 간단하고 길이도 짧다. "파이돈"은 반대되는 두 논지의 논쟁을 아주 길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크라테스의 산파법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다.
여기서 산파, 산파법은 소크라테스가 문답으로 지식을 전하는 대화법을 말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지식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준다는 뜻으로 "산파법"이라고 한다. 내 생각인데 이 명칭은 소크라테스의 어머니가 산파여서 더 그렇게 지어졌는지도 모른다 ㅎㅎ
"향연"
아가톤이라는 비극시인이 큰 상을 받고 잔치를 열었다. 이 잔치에서 "에로스"에 대해 손님들과 소크라테스가 찬양을 하며 "에로스"와 "사랑"에 대해서 논하고 대화하는 것을 기록한 것이다.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으로 에로스와 사랑을 이야기하는 사람들과는 다르게, 소크라테스는 논의의 중요한 논점인 "사랑의 대상"이 "생식"이라고 말한다. 동물들이 우성인 자손을 만들기 위해 우성인 상대를 찾듯이, 우리 인간도 그런 사랑의 대상을 찾는다고 한다. 이 것은 인간 개인에 국한 시켜서 이야기하는 내용은 아니고, 인간, 아테네, 더 나아가서는 인류 전체의 보존에 대한 이야기다. :)
제목 "닭 한 마리를 빚졌으니 자기 대신 갚아달라"라고 한 것은 소크라테스가 죽으며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여러가지 해석이 있고, 그중 의신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닭 한 마리를 헌납해달라는 해석이 가장 맞다고한다. 아테네에서는 병이 회복되면 의신에게 닭 한 마리를 바치는 관습이 있고, 이것은 소크라테스 자신이 이 땅에 온 것은 인간의 마음속 병을 고치기 위한 것이고, 인류가 참된 영혼을 가질 때 자신을 대신해서 의신에게 닭 한마리를 바쳐달라는 메시지일 것이다.
무지한 나는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읽기 전까지는 그를 웅변과 논쟁에 최고로 뛰어난 철학자 (소피스트에 가깝게)로 생각했는데,
그의 모든 철학의 근간이 "인류애"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되니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마지막으로 너무나 인상적으로 보았던 "파이돈" 속 그의 말들을 옮겨보며 포스팅을 마친다.
"그 사람도 나도 아름다움이나 선을 사실상 모르고 있지만 나는 그보다는 현명하다고, 왜냐하면 그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면서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알지도 못하고 또 안다고 생각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나는 알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점에서 나는 그보다 약간 우월한 것 같았습니다" 변명, p18
"오, 인간들이여, 소크라테스처럼 그의 지혜가 사실은 아무 가치도 없음을 알고 있는 자가 가장현명하다" 변명, p20
"쾌락과 고통은 동시에 같은 사람에게 주어지는 일은 없으면서도 그 중 하나를 추구해서 얻은 사람은 대체로 다른 하나도 어쩔 수 없이 얻게 마련이기 때문이야." 파이돈, p88
"여기에 한결같이 탐구하고, 들은 것을 대뜸 믿으려고 하지 않는 사람이 있군." 파이돈, p93
"다시 말하면 두려워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용감한 거야." ... "그들에게는 잃어버리기 싫은 쾌락이 있고, 이 쾌락을 지키기 위해서 그들은 몇 가지 쾌락을 삼가는데 이는 다른 쾌락에 압도당했기 때문이야. 그리고 쾌락에 정복당하는 것을 사람들은 방종이라고 부르지만, 그들에게는 쾌락의 정복은 쾌락에 의해 정복당함으로써 가능한거야. 이러한 의미에서 나는 그들은 방종하기 때문에 절제하게 된다는 말을 한 거야." 파이돈, p103-104
"모든 사물의 이와 같이 보편적인 반대 관계에는 또한 항상 진행되고 있는 두 가지 생성 과정, 곧 갑에서 을로, 그리고 을에서 갑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이 있지 않을까?" 파이돈, p106
"그러나 자기 사진으로 돌아와서 반성할 때, 영혼은 다른 세계, 곧 순수하고 영원하며, 불멸하고 불변하는 영역으로 들어가게 되네. ... 이러한 영혼의 상태를 지혜라고 부르는 것이 아닌가?" 파이돈, p125
"철학은 바로 죽음의 연습이 아니던가?" 파이돈, p127
"곧 그는 청중이 그의 말을 옳게 여기도록 애를 쓰는 데 반해 나는 오히려 나 자신을 확신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네. 나에게 있어서는 청중을 설득한다는 것은 이차적인 문제에 지나지 않아" 파이돈, p145
"영혼이 정말로 죽지 않는다면 생애라고 부르는 시기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영원을 위해서 영혼을 알뜰하게 돌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파이돈, p176
"마치 해저에 사는 생물이 자기는 물의 표면에 살고 있고 바다는 그것을 통해 해와 기타의 별들을 보는 하늘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으며," 파이돈,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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