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크래프톤 웨이 - 배틀그라운드 신화를 만든 10년의 도전
이기문 지음 / 김영사 / 2021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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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기업 스토리를 가장한 성공 신화나 위인전이 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p574


이 책은 기업 스토리이고 성공 신화이며 위인전이라고 에둘러 말하는 것 같은데, 바람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크래프톤으로 사명을 바꾸기 전 블루홀이 인수한 '지노 게임즈'의 공동 대표 두 사람 중 한 명인 김창한이 팀을 꾸려 침몰하고 있는 블로홀에서 지지도 제대로 받지 못한 상태에서 배틀 그라운드를 만들어 냈고, 세계 무대에 퍼블리싱했으며, 2017년 상반기 출시해서 13주 만에 누적 매출 1억 달러, 판매량 400만 장을 돌파했고, 매출의 95%가 해외에서 발생했다. 그리고 김창한은 대표이사가 되었다.

전자책 기준 570여 쪽의 450쪽이 넘는 분량은 김창한과 배그에 대한 내용이 아닌 장병규와 초기 설립자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들이 과녁을 빗맞힌 화살 이야기, 그 시위를 당기기 위해 투자를 받고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끌어온 이야기, 내부의 갈등, 설립자들의 이탈에 대한 이야기이다.

블루홀이 잉태해서 산고의 고통을 느끼며 세상에 배틀그라운드를 내놓았다기 보다는, 후반부에 여러 게임 회사를 인수했고, 그중 한 회사에서 생소한 장르의 게임을 김창한이라는 제작자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했지만, 광적으로 만들었다고 보인다. 무관해 보인다.

블루홀이라는 그 어떤 비전도 유전자도 김창한의 지노 게임즈가 합병되면서 만들어진 블루홀 지노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방해했다는 표현이 맞겠다. 회사는 울타리와 일터를 제공하고 급여를 주니, 그 구성원의 창대한 결과물에 큰 일조를 했다는 논리라면 모를까, 크래프톤이라는 회사와 배그는 연관이 없어 보인다.

이 책의 저자는 이기문이다. 책이 재미있어야 독자들도 읽는다는 생각으로 창업자가 아닌 전문가가 썼다. 창업자들은 내외부에 오고 갔던 메일이며 회의록을 모두 파격적으로 공개했다. 그래서 입담이 있고, 전문가의 손길이 느껴진다. 하지만, 대필 작가가 쓴 느낌을 지울 순 없다. 게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긴 메일들이 점점 더 많이 삽입된다. 끊임없이 강조하는 비전에 관한 메일이나 질책, 논쟁의 메일들을 그래도 읽다 보니 업무를 하고 있는 느낌이 들고, 이입이 되면서 내가 질책을 받거나 논쟁에 휘말려 있는 착각마저 든다.

결과만큼이나 과정도 중요하다지만, 결국 무관한 연대기를 읽고 있으니, 지친다.

유사한 실리콘 밸리 회사들의 책과는 다르게 이 책은 지루하고 전달하려는 바를 갈피 잡기 힘들다. 왜일까? 책은 장으로 나누어져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연대기 형식을 취하고 있고, 전달하려는 주제를 내세우지 않는다. 그래서 여러 주제들이 혼재되어 나열되어 있다. 시기별로 여러 주제를 한꺼번에 다루고, 각 창업자들의 메일 또한 각 상황에 따라 여러 주제를 내포하고 있으니, 읽는 이는 곤욕스럽다. 도대체 어떡하라는 건지. 그저 그들의 어려움과 그 과정에서 무너지는 인격을 보라는 것인가?

무엇보다도 이 책의 흥미를 결정적으로 떨어뜨리는 이유는 이 책의 도메인이 게임 제작에 대한 내용이 굉장히 적다는 것이다. 자본을 댄 사람, 경영을 맞은 사람, 관리자들이 화자이다 보니, 도메인은 뭉뚱그러져있다. 블루홀의 초반 비전인 경영과 제작의 분리처럼 둘은 분리되었고 이 책은 경영의 영역에 있다. 

이 책의 독자는 누가 되어야 할까? 

배그를 즐기는 사람이 자신이 사랑하는 게임의 창조 신화를 보려는 것이라면, 책을 읽음으로써 게임에 대한 흥미를 잃을 수 있다. 

게임 제작을 하는 사람이, 장인들의 모습을 보기 위해 읽는다고 해도 말리고 싶다. 회사라는 조직의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중단되어야 하는 많은 프로젝트들과 생존 경쟁을 위해 언제든지 대체되거나 버려질 수 있는 제작 과정 속에 있는 많은 사람들의 운명을 직시한다는 것은 자신의 업에 대한 부조리만 키울 뿐인 것 같다.

그렇다면 경영자나 투자자가 읽어야 할까? 현재 눈부시고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배그의 비중이 적고, 책의 많은 부분이 배그와 인과 관계가 부족해서 아쉬움이 많이 남을 것 같다. 야생에서 생존을 위해 가지는 냉혹한 눈과 냉정한 발톱을 동병상련하는 정도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적절한 독자를 찾기 힘들다. 그래서 종이책은 살 계획이 없다.

책의 후반부에 김창한이 배그가 세계를 향한 바다에 거침없이 나아갈 때, 화장실에서 읽으며 울었다는 슈독을 봐야겠다.

김창한과 슈독이 이 첵에서 얻은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이 두꺼운 책을 굳이 읽지 않아도 얻을 수 있지 않은가. 김창한은 유명하고 슈독 또한 호평의 멋진 책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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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09 1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0-12 0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21-10-09 19: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제가 지난 여름에 이 회사 공모주
에 도전했다가 아주 피박쓸 뻔해서
이 회사에 대해 비판적입니다.

다행히 손해는 보지 않고 탈출하
는데 성공했습니다.

특히 우회전략으로 상장 후 어마어
마한 주식 매매 이익을 거둔 대표
이사에 대해서는 정말...

초딩 2021-10-12 00:53   좋아요 1 | URL
ㅜㅜ 아 네
생각해보면 사악한 것 같아요. 그리고 좀 구린내도 나고요.
담백하지 않은 그들이에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ㅜㅜ 게임에 대해서는 전 유해하다고 생각해서요.
어케 지인분이 추천해주셔서 읽었는데, ㅜㅜ 읽고나서 마이너스가 되었습니다. ㅎㅎ

롯토 2022-01-22 0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금 다 읽었고, 대충 의견이 비슷합니다. 이전에 읽은 책이 베조스의 주주서한인데 결이 너무 다릅니다. 이책을 몇 단어로 요약하자면 `우리는 절박했고, 성취했다‘ 뭐 이런 느낌인데, 책 초반부에 가감없이 보여주고싶다는 말과 상충하는 느낌입니다. 책이 들려주는 문제해결구조는 땡깡부리는 졸부와 그걸 닦아주는 하인, 그리고 럭키펀치로 성공하며 결말. 이런 구조로만 읽히는데, 제가 멍청한걸런지 의구심이 듭니다. 모부신의 책을 가져다가 강독시켜주고 싶은 마음만 들었습니다. 이 책이 가져갔어야하는 필수 요소는 리니어한 시간순서를 단순 보여주기가 아닌 성공과 실패의 영역을 철저히 구분지어서 보여줌에 있었을 것입니다. 책 제목에서 독자들이 얻고자하는 요소는 「크래프톤」에 대한 객관적인 목소리이지, 애사심을 먹고싶었던 것이 아니죠. 후자를 바란거였으면 사내 책자로 발간했어야지 이건 아니지요.. 책을 읽으면서 내내 들었던 불편한 지점이 해소가 되지않은채 책을 다 읽어서 불쾌함만 메아리 칩니다. 이게 현 한국의 굴지의 게임회사가 보여주는 모습이라는게, 어떤 의미인지.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