룬샷 - 전쟁, 질병, 불황의 위기를 승리로 이끄는 설계의 힘
사피 바칼 지음, 이지연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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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onshots


태풍이 모두 끝난 후에 낙엽의 앞면이 위로 보는지 뒷면이 위로 보는지 '예측'이라는 단어로 말하는 것은 무의미할 것이다.

어떤 조직이 앞으로 잘해나갈지 또는 쇠망의 길로 접어들지 점치는 것을 그 조직의 현재를 보고 주관적으로 말하든 수많은 경영 이론을 들먹이며 말하든 그것은 참 힘들고, 어떤 결론이든 신뢰하기 힘들다. 그 '앞날'을 알 수 있다면 우리는 알지 못함에서 오는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앞날을 아는 것이 '긴장'을 완화해 강한 '생명 에너지'를 다소 누그러뜨릴 수도 있지만, 조직의 생명이 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이 예측을 위해 많은 사람이 '과거'를 공부하고, 그럴듯한 - 때로는 반복되는 패턴에서 적중률이 높은 - 이론을 다양하게 내놓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우리의 미래에 대해 자신하지 못하고, 도피에 가까운 '현실에서의 충실함'을 하고 있기도 하다.

13살에 프린스턴 대학에서 물리학과 수학을 공부하고, 1988년 하버드를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스탠퍼드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으며 학자로서 두각을 보이다가 갑자기 경영인으로 변신해서 2001년 암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테크 기업인 '신타제약'을 공동 설립해서 13년 동안 CEO로 일하고 2007년에는 기업공개도 성공적으로 마친, 사비 바칼 (Safi Bahcall)은 이 앞날의 예측 문제를 '과학자'로서의 방법으로 '경영자'의 지식을 바탕으로 색다르게 접근했다.

그는 조직의 '문화' 보다는 '구조'의 작은 변화가 대단한 발전을 이끌 수 있다고 말한다. 조직의 '문화'는 무엇이고 '구조'는 무엇일까요? 언뜻 보면 그 말이 그 말 같기도 하다. 조직의 구조에 따라 문화가 모습을 띤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비 바칼이 문화보다는 구조를 내세운 것은, 많은 사람이 앞날 예측을 위해 추상화된 문화를 분석하는데, 그것보다는 한 차원 더 구체화해 문화를 이루는 여러 요소 중 '구조'에 집중하자는 말이다.

그는 역사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왜 거의 똑같은 발명이나 발견, 위대한 인물, 사건이 어떤 조직에는 창대한 시대를 도래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하고, 어떤 조직에서는 그것을 발전시키지 못한 안타까움과 회한으로만 남는지 묻는다. 이런 질문 중에 역사 연구자들 사이에 유명한 '니덤의 질문' 이 있다. 그 질문은 "과학혁명과 산업혁명이 왜 중국이나 인도에서 일어나지 않았는가"이다. 기원후 500년 정도부터 1500년경까지 1000년간 중국과 인도는 세계 경제를 지배해왔다. 이 기간 동안 두 나라의 GDP는 세계 GDP의 반 이상을 차지했고, 서유럽 가장 큰 민족 5개의 GDP 평균은 1~2퍼센트였다고 한다. 종이와 인쇄술은 유럽보다 수백 년 앞서 중국에서 나왔고, 자기나침반, 화약, 대포, 크랭크축, 심정 굴착, 주철, 지폐, 정교한 천문대도 중국에서 먼저 나왔으며, 매년 100만 명이 시험을 봐서 1% 이하만 통과하는 과거 시험은 유럽의 최초 대학이 열리기 전 무려 1000년 전부터 중국에 있었다. 우리는 신대륙 발견을 만들어낸 항해술을 궁색한 변명으로 댈 수 있겠지만, 15세기 초 중국 해군은 북아프리카까지 항해했는데, 그 규모가 2만 8,000명이 탑승한 300척이었고 가장 큰 배는 3, 1000톤급이었다고 한다. 수십 년 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찾아갔을 때 세 척 중 가장 큰 것이 100t 정도였다. 모든 분야에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일찍 더 크게 발전한 중국은 왜 과학과 산업의 혁명을 먼저 일으키지 못했고, 아편전쟁, 청일전쟁 등 굴욕을 겪었어야 했을까?

사비 바칼은 "중국이 너무 성장해서 쉽사리 묵살될 미친 아이디어에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았다"로 결론을 내린다. 앞서 언급한 수많은 발명품과 기술들, 거기에 더해 인간을 달로 보내고 우주 시대를 맞이하게 한 천문학의 근간이 된 행성 운동과 산업 혁명의 핵심 요인인 증기기관을 발명하게 한 기체의 성질과 같은 그 당시에는 미친 아이디어로 보인 것들에 (룬샷)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룬샷 (loonshots)은 실현된다면 창조적 파괴를 일으킬 만큼 위대한 생각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허무맹랑한 아이디어'이다. 그래서 룬샷의 정의도 다음과 같다. 룬샷은 단순히 규모가 큰 아이디어가 아니고, 실행하는 것조차 비정상적으로 보일 수 있으며, 의사결정권과 조직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지지하지 않는 한 철저히 무시되며, 실제 반영되기도 매우 힘들다.

 A Loonshot, as defined by Bahcall, is an idea that’s not just big, it seems mad to even try. These rarely arrive fully formed, instead they are disregarded until they are championed by someone with the institutional clout or charisma to get things done.

Loonshots: A business book with equations that’s also a good read (이 책 소개 기사)

조직 내에서 조직의 유지를 위해 일하는 팀에서는 룬샷을 생각해내기도 힘들고, 아이디어가 도출되어도 그것을 구체화할 여력도 의지도 갖추기 힘들다고 한다. 현실에서 보면 고객사 요구 기능을 개발하고 장애처리를 하는 운용팀에게는 룬샷은 꿈같은 이야기를 넘어 현실성 부족한 망상으로 여겨질 것이다. 극단적으로, 그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을 '일이 없는 사람', '조직에 도움이 되지 않는 망상가' 또는 '업무 방해를 하지 못하게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까지 볼 수 있다.

하지만, 거의 모든 조직은 현재의 먹거리를 발전시키는 것으로는 오랫동안 성장하며 존속되기 힘들다. 저자는 현재 먹거리를 잘 가꾸고 발전시키는 그룹을 '프랜차이즈 그룹'이라고 하고, '허무맹랑한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실행에 옮기는 그룹을 '룬샷 그룹'이라고 했다. 그래서 조직은 성장하고 존속하기 위해 '룬샷 그룹'과 '프랜차이즈 그룹'이 있어야 하고, 룬샷의 정의에 나와 있지만, '룬샷 그룹'을 보호하고 지지해줘야 할 최고 의사결정권자에 맞먹는 권한과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꾸려나가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 사람이 '룬샷 그룹'과 '프랜차이즈 그룹'이 서로 비방하거나 무시하지 않게 조율하고 필요할 때 소통하고 협업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한다. 물리학자인 저자는 이것을 물의 액체와 고체 상태를 가지고 설명해냈다.

'룬샷 그룹' (예술가)와 '프랜차이즈 그룹' (군인)은 액체와 고체처럼 서로 다르게 '상분리' 되어야 하지만, 0도에서 멀리서 보면 고체와 액체 그리고 액체와 고체 사이의 상전이가 멈춘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에서는 끊임없이 상전이가 일어나는 '상평형' 형태를 두 그룹이 이루어야 한다고 한다. 즉, 두 조직이 평형 상태를 이루며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조직은 다음 두 가지를 행해야 한다고 합니다.


1. 상분리: 룬샷 그룹과 프랜차이즈 그룹을 분리


2. 동적평형: 양 그룹 간에 막힘없는 교환이 오간다.


이와 같은 상분리와 동적평형의 사례 즉, '허무맹랑한 아이디어'가 어떻게 실체화되어 창조적 파괴를 일으키는지에 대해 군사, 의료, 항공, 가전 등 여러 분야에 걸쳐 다음과 같은 예를 들고 있다.

- 최초 원리를 발견한 이후 전쟁에 적용되기까지 수십년이 걸린 레이더 등 온갖 첨단 기술을 실용화해서 미군을 세계 최대로 만든 버니바 부시,

- 지난 50년간 1,000만 명이 넘는 목숨을 구한 것에 크게 기여한 스타틴 계열 약의 창시자 엔도 이키라와 같은 의료계 사례.

- 태평양을 건너 세계 여행을 할 수 있게 한 팬 아메리칸 월드 항공의 CEO 후안 테리 트립 (제트 엔진을 장착한 여객기를 우리가 탈 수 있게 해줬다)

- 이런 책에 항상 등장하는 폴라로이드사 에드윈 랜드 (위성 디지털 사진을 성공시킨 사람이기도 하다)

- 그리고 스티브 잡스

저자는 룬샷을 좀 더 세분화해서 두 가지로 나누고 있다.

  • 제품형 룬샷 (P-type loonshot): '제품' 측면에서 놀라운 돌파구 (최종적으로 승리하기 전짜기 많은 사람이 무시했던 기술)가 마련되는 것
  • 전략형 룬샷 (S-type loonshot): '전략' 측면에서 놀라운 돌파구 (새로운 기술의 개입 없이 사업을 하는 새로운 방식 혹은 기존 제품의 새로운 활용)를 찾는 것

그리고 두 룬샷 중 화려해 보이는 제품형 룬샷으로만 눈부시게 산업계를 이끌고 나가던 '팬 아메리칸 월드 항공 (Pan American World Airways" (이하 팬암)의 몰락과 모든 항공사가 파산했을 때, 우뚝 설 수 있었던 '전략형 룬샷'을 완성한 아메리칸 항공사의 예도 제시한다. 팬암의 설립자 트립은 항공계의 스티브 잡스와 같은 인물이었다. 트립은 좌석 세 개짜리 에어택시로 시작해서 보잉 747까지 더 크고 빠른 비행기를 설계하고 주문해서 40년간 항공업계를 이끌었다. 그에 비해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업계를 평정한 아메리칸 항공은 '마일리지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1978년 항공 업계는 장기 계약으로 높은 임금을 지불하던 규제가 철폐되었다. 임금 규제가 철폐되자, 인건비에 대한 고정비가 줄어들고, 항공 운임은 저가 경쟁으로 들어갔다. 최고의 비행기만 제공하던 팬암은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없었다. 이에 반해 아메리칸 항공의 CEO 크래들은 기존 인력에 대해 임금을 그대로 유지하는 A와 새로 고용한 직원에게 적용하는 기준 B의 두 개 기준을 이용하는 2단계 임금 체계를 마련해 임금을 낮추면서도 기존의 유능한 인력을 유지했다. 그리고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모든 항공사의 운임이 표시되는 '전산화된 예약 시스템'을 잘 운영해서 매출을 올렸다. 모든 항공사의 운임을 보여주지만, 그 시스템을 호스트하는 아메리칸 항공이 여러 이점이 있었고 실제 50%의 매출이 이 시스템으로부터 더 발생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값진 것은 수년 치의 고객 예약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고객의 예약 패턴은 30년이 지난 지금 거론되는 그 빅데이터였다. 고객의 예약 패턴을 분석해서 최적의 좌석당 이윤을 극대화했다. 다른 경쟁 항공사가 따로 오기에는 데이터 크기의 차이가 너무 컸다. 내비게이션을 적용했고, 라틴아메리카는 물론 대서양을 넘어 태평양을 횡단했지만, 팬암은 끝까지 살아남지 못했다. 제트기 시대까지 열었던 팬암은 그 수 많은 제품형 룬샷을 성공하게 했는데도 왜 파산했을까? 

모세의 함정에 빠졌다고 한다. 제트엔진의 보잉 747 여덟대는 2억 달러가 넘었고, 뉴욕 케네디 공항에 새 터미널을 만드는데도 1억 달러를 썼다. 경쟁자들 (아메리칸 항공)이 전략형 룬샷을 만드는 동안 팬암은 그것을 무시했다. 그리고 아슬아슬했던 균형은 '규제 철폐'가 트리거가된 저가 경쟁에서 뇌관을 터트렸다. 현장의 군인 (프랜차이즈 그룹)과 벤치의 예술가 (룬샷 그룹) 사이에 오가는 균형 있는 아이디어와 피드백을 통해 최적의 룬샷을 고른 게 아니라, 신성한 리더의 뜻에 따라 모세의 바닷길을 갈랐고, 리더와 그 추종자들이 달을 향해 팔을 뻗다가 날개가 꺾인 것이다.

이와 같은 사례는 세계 최초의 인공 편광자를 만들어 편광 선글라스를 만들었고,  즉석 컬러 인화 등 30년간 노벨상급의 획기적인 돌파구를 만들어낸 폴라로이드사를 만든 에드윈 랜드 (Edwin Land)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스티브 잡스가 사랑한 이 남자는 디지털카메라에 들어가는 CCD 칩 (광자 때문에 원자에서 튀어나온 전자를 가둘 수 있는 픽셀 그리드로 필름보다 최대 100배 더 민감했다) 을 모든 천문학자가 사용하기 전에, 소니와 코닥이 소비자 시장을 생각하기도 전에, 디지털 정찰위성에 투자하라고 미국 대령을 설득했고, CCD를 성공적으로 군 정찰에 사용하게 해준 주역이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필름 카메라 회사 폴라로이드는 시장에서의 디지털카메라를 무시한 채 결국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졌다. 천재적이고 신화적인 CEO의 창의적인 룬샷들이 그들의 눈을 가린 것이다. 예술가 내의 다양한 목소리도 군인들의 의견도 모두 무시해서 만들어진 안타까운 참사이다.


3. 시스템 사고 (system mindset)를 퍼뜨려라

이 모세의 함정을 벗어나기 위해서 실패의 결과만을 분석하는 결과주의 사고 (outcome mindset)가 아닌 결과의 원인이 만들어진 원인을 분석하는 시스템 사고를 하라고 한다. 15년간 세계 체스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 (Garry Kasparov)는 어떤 수가 왜 나빴는지를 분석하는 것을 일차적 전략 또는 결과주의 사고라고 했고, '그 수'의 이면에 깔린 의사결정 과정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도 분석했다 (시스템 사고).


4. 임계질량: 룬샷 그룹이 연쇄 반응을 일으킬 수 있을 만큼 크다.

어떻게 하면 룬샷과 같은 창발적 사고를 할 수 있을까? 특히, 룬샷 그룹에서 창발적 사고를 일으키고 전파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계층 구조를 평평하게 만들어서 다음 승진으로 올라가는 것이 주요 관심사게 되지 않게 해서 '사내 정치 효과'를 줄이고 비금전적 보상을 활용하라는 등의 창의적 그룹을 위한 요건을 이야기해준다. 그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던바의 수'이다. 던바의 수는 영장류부터 인간까지 뇌 크기와 집단 크기를 분석해봤을 때, 인간에게 최적화된 집단 수는 150이라는 것이다. 이 150은 독립된 최소 부대의 평균 크기, SNS 서비스의 제한되는 친구 수, 한 공장에서 최적화해서 일하는 직원 수 150부터 일리노이주에서 모르몬교가 쫓겨날 때 그룹 수이다. 저자는 조직 접합도, 관리 범위, 지분 비율, 직급 상승에 따른 연봉 상승률 등으로 물리학자처럼 공식을 만들었고, 그 공식의 최적값은 150을 가리키고 있다.

이 150은 룬샷 그룹이 충분히 커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150을 넘지 않게.

이것은 물리학자 필립 앤더스 (Phiip Anderson)의 "많으면 달라진다 (more is different)"에서 착안한 것으로 "전체란 부분의 합보다 많을 뿐만 아니라 부분의 합과는 매우 다르다"를 의미한다. 

차량이 많을 때 생기는 교통 체증, 일정 수 이상이 있어야 확산하는 산불, SNS 그룹에 어느 정도 이상이 모여야 실제 일어나는 테러 등은 단독 원자나 개인이 행동하면 그 힘으로는 점증적 변화밖에 일으키지 못하고 '거듭제곱의 법칙'으로 그 힘이 아주 많이 곱해지면 시스템이 일순간에 전환 될 수 있다고 하고 그것이 '상전이'이다.


조직에 '룬샷'을 투영해보기

사비 바칼의 룬샷 조직에 투영해보자. 


1. 상분리: 룬샷 그룹과 프랜차이즈 그룹을 분리


실리콘 밸리의 경영서들은 창조적 파괴를 위한 혁신 그룹을 사비 바칼처럼 기존 조직에서 분리하라고 한다. 가능하면 물리적으로도 완전히 분리되게 별도의 회사를 꾸리라고도 조언한다. 그렇지 못한 경우에 별도의 팀으로 조직한다면 최고 의사 결정권자 또는 그에 준하는 사람이 직접 관여해서 운영하라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존 사업부와 혁신그룹 간의 마찰이 발생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도 혁신 그룹의 인력이 긴급한 일정으로 사업부로 빠져나갈 수 있다.

또 한, 경영진의 경우 미래 먹거리를 위해 (특히 연초) 의지를 가지고 혁신 그룹을 만들지만,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현업에 이슈가 많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혁신 그룹의 초기 의지는 퇴색되는 경우를 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다.


2. 동적평형: 양 그룹 간에 막힘없는 교환이 오간다.


우리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혁신 그룹을 베스트 플레이어로 만들어서 자유롭게 놔두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마법처럼 황금알이 나올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룬샷 그룹은 베스트 플레이어로 구성되지도 않고, 잘 운용되고 있는 사업부보다 경영진이 더 깊게 관여해서 방향을 잡아주고 사업부가 지원해줄 수 있는 부분을 연결 시켜주지도 못한다. 몇 명의 전문가들을 독립적으로 꾸려서 번화한 강남의 어느 사무실에 모아두면 미래 먹거리가 자판기처럼 창발 된다면, 수많은 회사가 왜 지금도 고민하고 애쓰다가 사라지겠는가. 삼성에서 말하는 '제2의 창업'이라는 말이 '혁신 그룹'과 함께 떠오른다.


3. 시스템 사고 (system mindset)를 퍼뜨려라.


우리는 과정을 중요시하라고 수도 없이 말하고, 이미 '결과보다 과정'이라는 말은 진부해지기까지 했다. 그런데, 우리는 그 과정을 보기나 하는 것일까? 과정을 보기 위해서는 우선, 작업의 자취가 투명하게 남겨져야 (로깅) 할 것이고, 그 과정의 녹화가 프로세스 내에 있어야 할 것이고, 적절한 도구를 사용해야 할 것이다. Jira/Confluence의 별것 아닌 것 같은 기능이 (Task를 위아래로 이동시킬 수 있고, Confluence Page를 공동저작하고 다른 사람을 멘션 할 수 있는 이 심플한 기능이 실제로는 얼마나 강력한가) Sprint를 전파 (propagation)하는 주역이 된 것처럼, 어떤 활동을 '잘해라'의 시대는 저물고 어떤 활동은 '어떤 방법론으로', '어떤 도구를 써서', '어떤 프로세스에'를 태워서 하라고 하는 시대이다.


4. 임계질량: 룬샷 그룹이 연쇄 반응을 일으킬 수 있을 만큼 크다.


혁신을 위해 무턱대고 대규모 조직을 만들 수 없지만, 추이를 지켜보고 중간 결과물이나 가능성 (feasibility 라고 불리는)을 보고 조직을 확대하겠다는 것도 어불성설일 수 있다.  More is different 처럼 룬샷을 성공시킬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그것을 기대하는 것은 그 혁신팀에게는 공평하지 못하다는 말이다. 어떤 정답을 찾을 수는 없고 조직마다 상황은 다르겠지만, 앞에서 언급했듯이 '변화'를 일으키고 싶은 의지만큼은 인적/물적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사비 바칼은 아주 많은 사례와 이론을 룬샷의 원칙과 연계해서 직관적이기도 하고 복잡하기도 하게 전하지만, 결국은 우리가 전혀 모르고 있는 새로운 발명이나 발견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의 룬샷 이야기를 듣고 스스로 회고하면, "혁신을 얼마나 바랐을까? 그리고 또 바랐다면 얼마나 투자했는가?"의 질문 앞에 떳떳하지 못하다. 지금까지 애써 외면 (disregard)했던 룬샷이 될 수 있었던 아이디어와 그것을 창발시킬 수 이었던 조직에 애도하며, 이제 다시 두드려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조직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개인에게도 룬샷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 자기 계발이든 자신의 업무이든 인생의 버킷 리스트 안의 한 항목이든, 그것을 계획하지만, 반복되고 변화 없는 그래서 그 계획을 위한 시간이 든 에너지든 그 무엇도 할애되지 않는 일상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나를 또한 돌아본다.



References


룬샷 (알라딘)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38247221


Loonshots: A business book with equations that’s also a good read


https://www.irishtimes.com/business/innovation/loonshots-a-business-book-with-equations-that-s-also-a-good-read-1.3891814#:~:text=A%20Loonshot%2C%20as%20defined%20by,charisma%20to%20get%20things%20done.


상평형 (나무위키)


https://namu.wiki/w/%EC%83%81%ED%8F%89%ED%98%95


빛의 편광 - 물질과 편광


http://physica.gsnu.ac.kr/physedu/wavelight/Polari2/Polar2.html


창발 (Emergence)


창발(創發)또는 떠오름 현상은 하위 계층(구성 요소)에는 없는 특성이나 행동이 상위 계층(전체 구조)에서 자발적으로 돌연히 출현하는 현상이다. 또한 불시에 솟아나는 특성을 창발성(영어: emergent property) 또는 이머전스(영어: emergence)라고도 부른다.


https://ko.wikipedia.org/wiki/%EC%B0%BD%EB%B0%9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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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21-03-04 18: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개인에게도 룬샷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는 말씀을 들으니까, 제 안의 룬샷그룹을 어떻게 잘 데려가야하나 싶네요.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저녁 보내세요! 😊

초딩 2021-03-05 09:11   좋아요 1 | URL
하나님 안녕하세요~ 회사 사람들에게 공유한다고 쓰다
경영진이 아니어도 finding이 없을까 고민하가 개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을꺼란 생각이 들어 썼습니다 :-)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