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머리 독서법 - 실현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독서교육의 모든 것
최승필 지음 / 책구루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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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에서는 취학 전 아동에게 외국어를 포함한 핀란드 알파벳을 가르치면 불법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유럽에서 유사한 법을 가지고 있고, 독일에서는 취학 통지서에 "취학 전 아이에게 글을 가르치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라고 쓰여있다고 한다.

영유아기 아이들의 뇌는 한참 형성 중인데, 이때 과도한 공부를 하면 스트레스성 호르몬이 분비되고, 아이는 심각한 우울증에 걸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그 이유를 말해준다. 영유아 아이에게 조기 교육을 하는 것은, 완성되지 않은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빠른 속도로 주행하는 것과도 같다고 한다.

사실, 이런 유럽의 조치는 신자유주의와 연관 지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연관은 우리를 씁쓸하게 만든다. 모범을 보이는 유럽이 아닌, 정반대로 가고 있는 미국과 한국의 상황에서 말이다.

미국은 부모의 학력이 자녀에게 대물림되는 경우가 3분의 2가 넘는다고 한다. 정확한 통계수치는 잊어버렸지만, 부모가 박사면 아이들도 박사라는 것이다. 하지만 유럽은 거꾸로 학력 대물림이 3분의 1도 안 된다고 한다.

이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고학력일수록 사회의 상위 계층이 되기에 유리하다. 그리고 현재의 부모 세대들은 선조의 부 때문이든 개천에서 용이 나든 고학력자가 되는 것이 기득권이 되기 쉬움을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는 쉬운) 알고, 부를 지키듯이 고학력을 지키려는 것이다. 즉, 비기득권이 기득권과 같은 학력을 취득하지 못하게 애를 쓴다는 말이다.

옛날에는 어쨌든, 학원과 과외가 귀했다. 사전을 씹어먹고 코피를 흘리며 공부해서 학력고사를 잘 치면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었다. 그게 꼭 좋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점점 그 용이 나올 확률이 낮아지고 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정신 차리고 공부하면 돼"라고 말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공부는 개념을 명확하게 알고 의지를 가지고 공부하면 돼!"라고 큰소리치던 부모 (특히 아빠들은)는 요즘의 학원과 선행학습, 외국어 학습 및 각 분야의 영재 같은 이웃집 아이들을 보며, '아차 이거 큰일 났구나'라며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기 십상이다.

즉, 순수하게 공교육을 열심히 잘하면 되는 평등함을 선행학습, 과외활동 등으로 덧칠해서 공평하지 않게 만들었다.

몇 해 전 시카고에 갔을 때이다. 한 다리 건너 아시는 분이 거기 주립대에서 교수로 계신다고 들었는데, 그분은 요즘 '닭 내장 빼는 일을 할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고민하고 계신다고 했다. 단순 노동 임금이 비싸니, 함께 간 자녀의 사교육비를 감당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단다. 더 예전에는 돈이 아주 많지 않으면, 한국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게 더 좋다는 말을 들었다. 그 부부는 미국에서 공부하다 아이를 낳아서 어쩔 수 없이 미국에서 양육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공부도 잘해야 하고 스포츠도 잘해야 하고, 사회 봉사활동도 잘해야 하고, 아무튼 모든 것을 잘해야 좋은 학교에 갈 수 있어요."

봉사활동을 잘한 인성이 훌륭한 아이를 입학시킨다는 것은 아주 이상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부도 잘하고, 스포츠 (돈 돈 돈)도 잘하고, 봉사활동도 (그런 것을 찾아 아이를 보낼 금전적 정신적 여유가 부모에게 있어야 할 것이다) 많이 한 아이는 개천의 용은 아니다.


아이들이 조기교육으로 스트레스성 호르몬이 분비되지 않으면 좋겠다.

사교육에 눈을 돌리지 않게 평등한 교육을 공교육의 틀 안에서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는 영재가 누구인지 정말 알 수 있습니다) 영재들은 객관적으로 선발되어 영재에게 맞는 교육이 잘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도 언젠가 '닭 내장 빼는 공장'에서 일하는 것을 고민할지 모릅니다. 아니, 지금도 고민하고 행하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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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 2021-02-19 14: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고 싶은 책이었는데. 초딩님 리뷰 꼼꼼히 읽는걸루 대신할까봐요. ^^;;;

초딩 2021-02-20 21:34   좋아요 1 | URL
^^ 앗...
한 번 잘 정리해서 포스팅해보겠습니다 ^^
좋은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