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스 - 어떻게 순응하지 않는 사람들이 세상을 움직이는가
애덤 그랜트 지음, 홍지수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미국 사람들은, 특히 서부의 실리콘밸리와 그 주변의 스탠퍼드대학 사람들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회사들의 풍성한 소스로부터 흥미롭고 그 자체만으로도 단편이 될 수 있는 흥미롭고 귀감을 줄 수 있는 수많은 사례와 먹고 사는 문제와는 이미 작별한 지 오래되어서인지 인간의 온갖 사소하면서도 유의미한 심리와 행동에 대한 많은 실험 결과와 그 논문들로 글을 멋들어지게 참 잘 쓴다. 샘이 날 만큼 잘 써나간다. 책을 구상한 시점부터 악착같이 수집하고 정리하고 범죄 수사에서는 볼 수 있는 온갖 자료를 붙이고 실로 연결한 벽을 몇 개는 가지고 있거나 그에 상응하는 작가 노트를 가지고 글을 쓰는 것 같다. 오리지널스는 '아마존 베스트셀러' 라는 황금 성게 같은 딱지를 표지에 붙이고 있는데, 총 페이지가 513페이지이다. 하지만 조금 다행스러운 것은 레퍼런스 페이지가 100페이지에 달하고 고맙게도 영어로 가득해서 양심에 가책을 가지지 않고 훌쩍 건너뛸 수 있는 보너스도 주어진다. 나는 왜 이렇게 문맥 (Contexts)로 들어가지 않고 주위를 뱅뱅 돌고 있을까? 내용이 너무 방대해서 그렇다. 이렇게 밑줄을 많이 그어 보는 것도 오랜만이다. 나는 배경색을 형광으로 바꾸는 편집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 같았다.

책을 출퇴근하면서 오디오북 1.2배속으로 신나게 듣고, 내용이 휘발하기 전에 전자책으로 다시 한번 통독하면서 최대한 들은 내용 중 중요하거나 감명 깊은 부분을 밑줄 그었다. 예전에 속독법에 관심이 있어, 한참 속독법 때, 샌드위치 독서법이 흥미로웠다. 샌드위치처럼, 읽은 책을 뇌의 워밍업을 위해 읽고, 대상이 되는 책을 읽고 다시 마무리 체조하듯이 읽은 책을 다시 읽는다. 그러면 워밍업을 하면서 뇌가 속도가 붙어 어려운 책을 더 편하고 쉽게 읽을 수 있고, 책을 최소 두 번은 읽는다는 든든함이 있어서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깊게 고민하지 않고 넘어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오디오북으로 먼저 듣고 전자책으로 통독하는 것도 어쨌든 동시에 2번 읽고 속도도 즐길 수 있어서 이 두꺼운 책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그것도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서 말이다.

오리지널스는 '안경을 인터넷으로 판다'에 대해 사람들은 안경을 착용해보고 사기 때문에 실패할 것이라는 모든 이의 부정적 반대를 깨고 성공한 와비파커와 CIA 내에서 정보 공유 위키는 절대 있을 수 없다는 거센 반대를 깨고 인텔리피디아를 만들어 CIA의 정보 처리에 크게 기여한 메디나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기존에 전달하려는 내용에 관한 사례를 들고 끝나는 것과 다르게, 이 책은 하나의 사례를 주제별로 계속해서 다룬다. 각 장에서 앞에서 거론한 사례들을 그 장의 주제에 맞게 다시 끌어내서 더 심층 분석하거나 다른 각도 (view, perspective)로 바라본다. 장이 지날수록 사례가 추가되고 심지어 각 사례가 연결되거나 그룹화 (grouping) 되어서 나중에는 머릿속에 거대한 파도가 일듯이 이 책의 무수하고 값진 내용이 폭발한다.

'오리지널'은 독창성이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독창성이란, 특정한 분야 내에서 비교적 독특한 아이디어를 도입하고 발전시키는 능력, 또는 그런 아이디어를 개선할 수 있는 잠재력을 말한다.
독창성은 창의성으로부터 시작된다. 창의성은 참신하고 유용한 개념을 생각해내는 일이다. p23

책은 전반부는 독창성의 시작에 대해 다룬다. 어떻게 독창적일 수 있을까? 그것은 호기심이라고 한다. 모든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기시감이 아닌 당연하지 않게 여기고 궁금해하고 의심하는 미시감으로 시작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 독창성은 특별한 존재나 천재가 아닌 일반적인 사람들도 평등하게 가질 수 있는 능력이고, '질' (quality)의 산출물이 아닌 '양' (quantity)의 노고의 결과라고 격려한다. 초반에 개인이나 조직이 어떻게 독창적일 수 있는지에 대해 다루고, 중후반부는 그것을 어떻게 실체화시키고 조직 내 구성원과 공감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아주 재미있는 사례와 함께 다룬다.
밑줄 그은 내용을 정리하는 데는 어쩌면 읽은 시간 보다 많이 걸릴 것 같다. 의미를 재분석하고 또 연결하고 시간이 흐르는 과정이 순서대로 배치하고 상황별로 공간적으로 분류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이 책은 사람 얼굴이 표지에 나오는 자기계발서나 경영서와는 격이 다르다. 그래서 일독을 꼭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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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20-08-23 11: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배경색을 형광으로 바꾸는 편집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 같았다‘에서 한참 웃었습니다. 웃었더니 『오리지널스』가 더 읽어보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초딩 2020-08-23 11:41   좋아요 0 | URL
:-) 웃음 드렸다니 뿌듯합니다. 길게 썼는데 이렇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잘라님 이북 보시니 공감대가 더 생가는 것 같아요~ 구글 스토리도 그렇고 그런책들은 들고 다니면 어깨가 아프고 상해서 속 상한데 이북이라 좋아요 ㅎㅎ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