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가구의 비밀 - 르 코르뷔지에의 의자부터 루이스 폴센의 조명까지
조 스즈키 지음, 전선영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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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가구가 있었다. 고가의 가구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예술작품인 가구, 장인 정신이 깃든 가구, 첨단의 기술이 집약된 가구들이 있었다를 축약해서 쓴 것이다. 국내외의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오랜 시간이 지나도 감탄을 자아내는 가구들을 보며 감명받았었고, 사지는 못해도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좋아서 유럽의 골동품 시장에서 들여와 되파는 곳도 몇 번 갔었고, 디자인 전시회도 즐겨 다녔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머릿속에는 '명품 가구'라는 단어가 지워져 있었다. 명품인 가구가 아닌 '가구'가 지워져 있었다.

어린 시절 옷장은 시골집에서 아주 주요한 자산이었다. 부모님이 고민하며 가구를 배치하고 또 그 가구 안에 옷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보물 (?) 들을 두시고, 가구와 천장 사이 그리고 가구와 바닥 사이의 공간은 숨겨진 더 값진 보물들이 있는 공간이었다. 시간이 지나 나도 가구를 사고, 이사 갈 때면 가구가 손상되지 않을까 걱정도 했었다.

각 기능을 하는 가구들은 아직 내 주위에서 제 기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가구는 나에게서 인지되지 않았다. 빌트인 되는 가구들 때문일까? 하지만 그래도 나는 지금도 의자에 앉아 식탁 위에 맥북을 두고 이 글을 쓰고 있다. 전자 기기들이 한몫을 한 것 같기는 하다. 가구에 대한 관심을 가진 마지막 기억이 이케아가 생긴 얼마간이었고, 대부분 물건 구매는 전자 기기에 대한 것이 대부분 이었다. 요즘의 가구들이 주택과 아주 조화롭게 만들어져 자신의 존재감을 주택에 위임한 채 기능만 충실히 했을 수도 있다.


아래는 구글 북스 Ngram 서비스로, 단어가 책에 거론된 정도를 보여주는데, 가구가 대중화되어 최고점을 찍은 후, 계속 감소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서점에서 처음 보고 집어 들어 읽어 나갔을 때, 예술 분야 하나를 망각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었지. 이런 장인들의 예술가들의 이야기가 가득한 가구들이 있었지. 나는 그것을 누군가에게 강탈당했다 우연히 찾은 것 같았다.

이 책은 가구와는 거리가 먼 일을 하는 저자가 해외 출장을 자주 다니며 가구장인 또는 회사들의 대표들을 만나 나누었던 '가구 이야기'를 쓴 책이다. 가구의 비전문가인데도 근대 가구를 시간순으로 잘 배치해서 가구 탄생의 배경과 뒷이야기 (untold story)를 해준다. 저자가 일본인이어서 일본의 유명 가구 디자이너와 가구도 소개되는데, 역시 한국 사람이라 한국의 것도 소개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보고 나니 내 주위에 평범하게 있었던 가구 중 몇몇이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켰던 가구나 그 가구를 모방해서 만든 것들임을 알게 되었다. 내 주위의 평범함을 또 이렇게 작은 새로운 발견의 기쁨으로 만들어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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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8-15 13: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이런 책도 있군요... 다양하게 독서를 하십니다.
본받겠습니다.

초딩 2020-08-15 20:25   좋아요 1 | URL
앗 아닙니다 ㅎㅎㅎ
:-)
맨날 온라인 사잠만 가다 서점 가니 다양한 책도 보고 좋았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