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투스 (Habitus)는 20세기 프랑스의 사회학자 부르디외가 제시한 개념이다.

습관이라는 뜻으로 영어의 Habit과 관련 있는데, 사회 구조적으로 형성된 습관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보겠다. 일반 노동자는 일을 마치고 술을 마시고 싶으면 삼겹살과 소주를 즐길 것이고, 주말여행 계획을 세운다면 국내 여행 정도를 생각할 것이다. 새로운 핸드폰을 사고 싶고 그것을 계획하고 실현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자신이 선택한 반복되는 패턴의 습관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부르디외는 이것을 다르게 해석했다. 내가 자율적으로 선택한 것처럼 보이는 습관은 계급적이고 구조적인 사회 환경이 나에게 내재화된 것이라고 한다. 부자(자본가)는 술을 마시고 싶으면 고급 술집을 즐길 것이고 여행은 해외여행으로 계획할 것이고 새로운 요트를 사고 싶고 그것을 계획하고 실현할 것이다.


아비투스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지배층이 피지배층을 아비투스를 이용해서 우월성과 지배를 정당화하고 지배 질서를 유지하려고 할 때 문제가 되고, 이것을 '상징적 폭력'이라고 한다. 지배층의 아비투스는 우월하고 고상하며 피지배층의 그것은 열등하고 저열하다고 그려지는 것이 문제이다. 이 대립적 관계는 비단 자본가와 노동자뿐만 아니라 부모와 자식 원주민과 이주민, 국가 간 등 모든 대립 관계에서 나타날 것이다.


아비투스를 거론하는 이유는, 이것을 서비스를 전파 (Propagation) 할  때 고려할 전략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이다.


현재 또는 잠재 고객 또한 어떤 계층에 속하고 집단 내에 존재할 것이다. 그 집단의 아비투스에 솔루션이 자리 잡는다는 것은 그 구성원들이 자신도 모르게 내재화되어 자연스럽게 습관처럼 쓴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이것은 '선택'을 자율적인 것에서 내재화된 '필수'로 만드는 것이다.


세스고딘의 '마케팅이다'에도 잘 나와 있듯이, 고객이 기존과는 다른 상품을 선택해서 구매하게 하는 문제는 판매자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고객에게는 스트레스이고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바꾸는 것보다는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것을 권한다. 최소유효시장 (smallest viable market)을 만드는 것이 기존 상품과 경쟁하기보다 쉽다는 이야기이다. 잭 트라우트와 알 리스의 '포지셔닝'을 보면 그 경쟁이 얼마나 치열하고 치사한지 알 수 있다.


이 어려운 고객의 '선택' 문제를 고객이 속한 계층 또는 집단에 내재화하는 '아비투스'로 고민해보자는 말이다. 이것은 앨런 존슨의 '사회학 공부의 기초'에서 나오는 최소 저항의 길과도 통한다. 사람은 자신의 개별적인 특성 (의견, 취향, 기호, 태도 등)을 자신이 속한 동류 집단을 벗어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만 펼친다는 것이 최소 저항의 길이다.


아직은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전략이 떠오르지 않지만, 꾸준히 고민해봐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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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20-08-14 08: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글을 읽으며, ‘아비투스‘가 정형화된 사회일수록 대량 소비가 이루어지고, 마케팅 등과 같은 대기업 활동이 활발해진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규정되지 않은 사회, 건설노동자가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바이올린을 즐기고, 50대 여성이 방송댄스를 배우는 것이 낯설지 않은 사회라면 비록 상업성은 떨어지겠지만, AI 로도 대체할 수 없는 무한한 활기를 띤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초딩 2020-08-14 09:41   좋아요 1 | URL
아날로그의 반격, 어디서 살것인가 등에서 말하듯
더 인간적이고
더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