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고전에 심취해있다 한국문학을 읽기 시작했을 때의 '감격'은 한글의 아름다움과 멋짐이었다. 한강, 이승우, 김훈이 그 환희의 주역이었다.
한강 소설에서 뺨을 한 대 한 대 맞는 구절처럼, 한강은 내 가슴을 속수무책으로 정확하고 강렬하게 아주 깊숙이 찔렀다.
그리고 김훈의 강산무진 아름다운 노랫가락처럼 글들이 물 흐르듯이 흐르다 갑자기 다급하고 갑작스러운 파도처럼 나를 때렸다.
그리고 이승우. 식물들의 사생활의 첫 대목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고, 생의 이면에서는 그의 삶과 그 삶에서 만들어진 정신세계를 몹시 탐구하고 싶었다.
이승우는 나를 완전히 매료시켰다. 저 바닥 아래에 또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의 그 끝도 없는 바닥까지 나를 끌어내렸다. 그러다 사랑의 생애처럼 달콤함도 주었다.
우연히 교보문고에서 소설가의 귓속말을 집어 들었다. 표지가 무척 독특했고 그 감촉이 좋았다. 그리고 놀랐다. 그 첫 소재가 빈틈없는 논리로 마지막에 풀이될 때, 나는 말 그대로 입을 딱 벌렸다. 그의 관찰, 논리, 그의 생각 - 그것은 사상이라고 할 만한, 그 모든 것이 질서정연하고 남다르게 줄지어 가는 모습은 경이 그 자체였다. 그는 스피노자와 같이 공리들을 쏟아냈지만, 그것을 이야기로 풀어냈다. 놀랍다.
책을 사는 책을 기다리는 즐거움과 설렘을 주는 세 분께 감사드린다.
이승우
김훈
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