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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3
프란츠 카프카 지음, 권혁준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평점 :
책의 2/3를 넘어가도 주인공 K와 나는 K가 어떤 이유로 소송을 당했는지 알 길이 없다. 답답하다. 법적 문제는 서로 소송하겠다고 얼음장을 놓지만 그 지루한 과정과 정신적 경제적 고난의 길을 서로 알기에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 개인이 누가 소송을 걸었는지도 모르고 무엇 때문인지도 모르는 그런 황당하고 당황스러운 상황. 지금껏 법이라는 것은 공기처럼 중요하지만 존재를 알지 못하고 살고 있다가 모든 건물의 좋지 않은 자리에 법원이 있고,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법원에 관계돼있고, 게다가 그런 사람들이 자신이 소송 중이라는 것을 본인 보다 더 잘 알고 있다니. 본인이 죄목을 모르지만 아무튼 무죄라고 해도 무죄가 상급 법원에서 판결이 난 사례가 거의 없고, 형식적인 가처분 무죄 판결로 언제 다시 소송이 재기될지 모르고, 그도 아니면 판결을 평생 지연 시키는 수밖에 없는 상황. 정부와 사회는 미약한 개인에게 마음껏 그 힘을 휘두르는 사회. 그 사회의 이야기가 K가 항상 답답해하는 환기되지 않은 공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