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다
김태연 지음 / 시간여행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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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직 보는 자만이 보리라
우리가 존재하는 세상은 상대성 원리에 의해 운용되고 있는 세계다. 이 명제는 내가 알고 있는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은 고정 불변하는 그 무엇도 없으며 가치 또한 절대적인 것이 아니고 비교할 대상에 의해 규정된다는 의미로 이해하며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이해하려고 했던 말 중 하나이다. 머릿속으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인정한 것이지만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상대성의 원리에 의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알지 못하는 한계로 인해 부지불식간에 잊고 살아가는 모순에 처한 자신을 본다. 

이처럼 알고는 있지만 삶속에 운용하지 못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인식하지 못하는 더 많은 것들은 자신이 속한 세계를 인식하는 범위 자체를 한정 지을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지극히 단편적인 사건의 조합만으로 세상의 판단하고 그 판단에 의해 모든 진리가 규명되는 듯 살아간다. 이러한 상황을 위안삼아 할 수 있는 말은 결국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이해할 수밖에 없고 이해하는 범위가 전부라 여기며 살아간다.’ 는 점이다.

이러한 점을 확인시켜주는 이야기를 접하며 한없이 작아지는 자신을 발견한다. ‘이것이다’라는 김태연의 소설은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미약하고 인식하는 범위가 얼만 한정된 시공간인지를 실감하게 하고 있다. 

주인공 나는 축구를 좋아하고 축구공으로 인해 살던 고향을 떠나 법학과에 입학하지만 아버지의 친구인 왕거지와의 만남을 인연으로 수학을 공부하게 된다. 일정정도 성공을 거둔 나는 ‘챔피언스리그’라는 기록을 접하며 재야 천재수학자 김광국과 다희라는 인물들이 겪는 일을 통해 스승 왕거지와의 약속을 해결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컴퓨터, 인터넷, 수학, 천문학, 물리학 등 최신 과학적 성과물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도구로 사용된다.

수학, 물리학, 천문학에서 독보적인 업적을 쌓아가고 있는 고수들이 등장하며 우주의 구성 원리를 찾아가는 지적 탐험과정을 담고 있는 이 소설은 소설이 가지는 허구성이라고 만 치부하지 못하는 무엇인가를 제시하고 있다. 이미 과학자들에 의해 규명되었고 또 밝혀지고 있는 다양한 과학적 원리, 수학이 찾아가는 명쾌한 방정식의 성립과정 등 따라가기 만만치 않은 내용들이 주를 이루지만 저자는 묘하게 추리물 성격의 사건 진행과 결합하여 딱딱함을 다소나마 해소하고 있다. ‘있는 것과 없는 것’,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나 안에 있는 너’ 등 철학적 개념을 수학적으로 방정식으로 확인하려는 지난한 지적 탐구과정이 선입감처럼 지루하지는 않지만 도무지 감을 잡지 못하는 수식, 수학적 개념들 앞에서 두 손 두 발 다 들 수밖에 없다.

이 소설은 크게 세부분으로 구분된다. 저자의 표현대로 K리그, 챔피언스리그, 코스모스리그로 이어지는 시공간, 차원이 다른 이야기를 동일한 주제를 통해 엮어 놓고 있다. 그것을 풀어가는 매개가 축구공이라는 구를 통해서 말이다. 이는 월드컵이라는 지구촌 축제 그리고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이기 때문이기도 하리라는 생각이다. 수학적 이론의 어려움도 있지만 이야기의 흐름이 비약된다는 점, 사건의 마무리가 흐지부지 한다는 점, 미완의 마무리 등이 다소 아쉬운 점이다.

최근 톰 지그프리드의 게임하는 인간 호모루두스라는 책을 통해 수학이 주는 학문적 매력에 흠뻑 빠진 기억이 있다. 세상의 거의 모든 학문분야가 수학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그 성과의 총화가 수학적 방정식으로 귀결된다는 것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것이다’라는 이 소설로 다시금 그러한 충격에 노출된다. 하지만 그 충격은 흥미로운 지적탐구 과정에 대한 도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된다. 묘한 흥분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온갖 문명의 이기가 수학을 비롯한 과학의 성과가 집적된 결과물이지만 그 구체적 원리에 대해 알지 못하면서도 잘 사용하듯 우리가 살아가는 우주, 그 속의 지구라는 행성에 대해 그 구성 원리를 구체적 알지 못함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학문이 인간 존재의 근원을 밝혀가려는 것임을 다시 확인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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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시간에 잠기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피렌체, 시간에 잠기다 - 한 인문주의자의 피렌체 역사.문화 기행 깊은 여행 시리즈 2
고형욱 지음 / 사월의책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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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시간이 머무는 곳, 피렌체 탐미
인간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오는 동안 이룩한 문화유산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에선 발걸음이 느려지기 마련이다. 시선을 붙잡는 것이 꼭 눈에 보이는 건물이나 예술작품에 한정되지 않고 그 속에 담긴 사람의 흔적이 있어 이야기를 나누자고 하는 것처럼.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문화유적을 찾아 나서는 것이리라. 이렇게 인류가 남긴 흔적을 통해 지난 시간과 공감하며 위대한 유산에 대해 놀라기도 하며 때론 따스한 위안도 얻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 산재해 있는 문화유산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다양하다. 애정을 가지고 살피며 이를 보존하고 후대에게 물려주려고 하는 마음이 있는 것과는 상반되게 경제개발 논리에 의해 물질적 가치로만 판단하는 것들이 바로 그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이러한 문화유산을 대하는 바른 태도일까? 그 해답의 한 전형을 ‘피렌체, 시간에 잠기다’라는 책을 알게 된다.

‘피렌체, 시간에 잠기다’ 는 르네상스 문화가 꽃피웠던 피렌체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피렌체는 이탈리아 토스카나주의 주도이며 모직물공업을 중심으로 발전하여 많은 귀금속 등의 발달로 경제적으로 번영하였고 유럽의 상공업, 금융업의 중심이 되었던 곳이다. 또한 이러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정치권력을 잡았던 메디치가(家)와는 떨어져 이야기할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다. 이 메디치가의 후원과 관심으로 르네상스 문화의 중심에 설 수 있었던 행운의 도시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러한 피렌체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우선 피렌체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우피치 미술관에 있는 작품들 특히 ‘비너스의 탄생’이라는 작품에 대한 저자의 개인적 관심사로부터 출발 한다. 저자는 보티첼리와 티치아노, 카라바조,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등으로 이어지는 거장들의 작품을 대하며 그 작품들에 얽힌 이야기를 비롯하여 각기 작품들에 대해 섬세하며 친절한 작품해설을 하고 있다. 그의 글로 만나는 예술작품들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함께한다. 작품들의 근간이 되는 것이 원래 신화에서 온 것이기에 서양의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일 것 같다. 작품 하나하나에 세심한 눈길을 두는 저자의 시각을 따라가다 보면 작품을 직접 대해 듯 다가온다.

두 번째로 저자는 피렌체 도시의 곳곳에 있는 조각 작품들과 보무도 당당한 건물들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도시의 속살을 살피듯 보여주는 작품들 또한 작품이 만들어진 시기의 상황에 견주어 설명하기에 피렌체의 역사를 고스란히 알게 된다. 다비드, 유디트, 헤라클레스, 페르세우스, 사비니 여인의 약탈, 바쿠스 등을 비롯한 조각 작품뿐 아니라 피오레 대성당, 조토의 종루, 바르젤로 궁전, 루첼리아 궁전, 안티노리 궁전, 산타트리니타 다리, 시뇨리아 광장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소홀하게 넘어가는 것이 없다. 

저자의 주요 관심은 아니었지만 눈을 사로잡는 작품이 있다. 미켈란젤로의 ‘네 명의 죄수’라는 미완성작으로 조각 작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가를 유추하게도 하지만 무엇보다 대리석의 딱딱한 돌 속에 갇혀있는 사람의 모습이 너무도 실감나는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이 작품을 통해 시간과 공간, 스스로의 울타리, 사회제도 등 사람들을 가두고 있는 다양한 제약 조건에 갇혀 몸부림치는 우리의 모습을 보는 것 같기만 하다.

다양한 작품이 온전히 보관되고 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그 소중함을 현실의 삶과 긴밀하게 연결하고 있는 피렌체는 도시 자체가 역사적 유물이라 불러도 좋다는 사람들의 강한 자부심이 보인다. 그렇기에 그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살아 숨 쉬고 있는 작품들을 볼 수 있게 하였다고 생각된다. 저자의 시각에 따라 피렌체를 둘러보면서 우리나라 한 도시를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천년의 역사가 숨 쉬는 곳이라 경주를 비교해 보는 것은 어쩜 자연스러운 일이 아닌가 싶다.

책과 함께하는 동안 자주 앞장으로 돌아가게 된다. 텍스트에 삽입되어 있는 사진이 흑백이고 또 그 사진 상태가 너무 어두워 자자의 해설은 제대로 살필 수 없어 그나마 앞장에 있는 칼라사진을 찾아보려고 애쓰지만 그곳에도 설명된 작품이 다 수록된 것도 아니어서 다소 아쉽다.

저자는 관광이 아닌 여행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다양한 테마로 여행이 각광받는 시대다. 시간이 멈추어 있는 곳, 역사와 현실이 조화를 이뤄 함께 살아가는 곳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보고 그 속에서 찾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깊은 성찰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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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막연하게 그리웠던 피렌체, 조금 더 깊게 느끼기
    from 도서출판 예문당 - 함께 만드는 책 놀이터 *^^* 2010-10-18 07:32 
    막연하게 그리웠던 도시가 있었습니다. 1999년 첫 해외여행을 유럽으로 다녀왔습니다. 28박 29일을 호텔팩으로 정신없이 쏘다녔습니다. 그 중 스치듯 피렌체에 3시간 머물렀는데, 웬지모르게 다른 도시들보다 길게 여운이 남았습니다. 그리고 2년 후 2001년, 운이 좋게도 다시 유럽에 갈 기회가 생겼습니다. 게다가 일주일간 자유여행을 할 기회까지 생겼습니다. 주저없이 선택한 도시가 피렌체였습니다. 그냥 다시 가야만할 것 같았습니다. 아무것도 모른 채..
 
 
 
근대일본의 국제질서론
사카이 데쓰야 지음, 장인성 옮김 / 연암서가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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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국제관계를 기본을 보다
현대사회가 복잡한 시스템에 의해 유지되는 현실에서 관계의 최소 단위라 할 수 있는 개인과 개인의 관계를 이해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다양한 전재조건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개인들이 속한 조직이 다양하고 중층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리라. 하물며 이런 개인의 생활에 구체적인 영향을 미치는 국가의 정책이나 국가와 국가 간의 관계를 올바로 이해하기론 실로 많은 노력이 요구되며 어쩌면 이해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국가와 국가 간의 관계를 일컬어 ‘국제질서’라고 한다면 그러한 국가질서가 유지되고 자국의 이해요구를 반영한 타국가간의 질서에 대응하는 여러 나라들의 모습은 다분히 자국의 이해에 의해 좌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국제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주었던 전쟁의 당사자가 되는 국가의 경우 더욱 그럴 것이다. 일본은 제1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당사국으로 패전으로 인해 국제조약에 강제 조인한 경험으로 그로부터 현대일본의 국제질서의 기조가 정해진 국가이다. 그렇다보니 많은 부분에서 제약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고 일부에서는 그 국제조약의 불평등성의 문제를 들어 새로운 모색을 하는 부류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근대일본의 국제질서론'은 그러한 근대일본의 국내와 국제간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당시 일본 내 정치상황에 근거하여 일본의 대외관을 이해할 수 있는 적절한 기회를 제공해준다는 의의가 있다. 다소 전문적인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어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피해 당사국인 우리나라로써 분명하게 이해하고 넘어가야할 부분이기도 하다. 

현대사회에서 미국의 정책에 무관한 나라는 없기에 다분히 미국의 정책에 대한 반응으로 대응하는 것이 기본적인 기조를 이루는 대외정책이다. 하지만 이 책은 일본 내에서 이뤄지는 일본의 국제정치나 미국의 국제정치 등의 국제관계를 계보학적 접근을 통해 살피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는 미국 정치 중심의 국제 관계에서 벗어나 일본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구성은 전후 외교론의 형성, 고전 외교론자와 전간기 국제질서, ‘동아협동체론’에서 ‘근대화론’으로, 아나키즘적 상상력과 국제질서, ‘제국질서’와 ‘국제질서, 일본 외교사의 ‘낡음’과 ‘새로움’ 등으로 구분하여 일본의 국제질서의 흐름을 계보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전쟁의 당사자이기에 그 전쟁이 중심이 되어 전전과 전쟁 중 그리고 그 후 과정에 대해 살피는 흐름이다.

현실에서 보여주는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이라는 조짐에 대한 이해는 바로 종전 시 체결한 미일 안보조약의 범위를 넘어서는 모습이다. 섬나라 일본의 지정학적 특성상 대륙을 향한 관심은 근대일본을 넘어서 현대일본에 있어서도 얼마나 중요한 이해요구인지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는 기회가 되었다. 제국질서라는 말에 의해 표현되는 일본 내 정치상황이 국제질서라는 대외관과 병립하며 실익을 추구하는 국제관계의 일면을 보게 된다.

시간의 흐름에도 역사 속 끝나지 않은 한일관계도 분명하게 단절과 계승이라는 통과의례가 필요할 것이다. 전후 처리문제를 대하는 현 일본정부의 방침이나 독도를 둘러싼 논쟁의 중심에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이라는 의심이 있는 것에 대한 우리나라의 흔들림 없는 정책의 기조가 필요함이 절실한 시점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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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는 그대 신을 벗어라>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여기서는 그대 신을 벗어라
임광명 지음 / 클리어마인드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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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춰두어 더 소중한 건축물
‘여기서는 그대 신을 벗어라’ 이 책은 그렇게 신을 벗는 행위를 할 만큼의 마음가짐이 필요한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람에게 마음을 다잡아 한 호흡 멈추게 하는 것으로 종교 이상의 것은 없을 것이다. 그 종교를 눈앞에 드러내는 공간이 종교건축물인 사찰이나 성당, 교회가 아닌가 한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종교건축물을 찾아가 보고 느낀 건축물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다.

이 책의 제목에서 요구하는 신을 벗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현대인에게 신발은 하루 대부분 자신이 가는 곳 어디든 따라다니면서 일상을 꾸려나가는 도구이다. 이러한 신발을 벗는다는 것은 그 일상에서 벗어나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렇게 신을 벗고 일상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삶의 고단함으로부터 벗어남과 동시에 어떤 특정의 경계를 넘어서는 행위의 일환이기도 하다. 일상을 벗어나는 경계는 일터로부터 집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물론 조심스럽고 경건함마저 함께하는 시간과 공간의 이동이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신을 벗어야 할 정도의 마음의 변화가 있어야 함을 전재하는 것이리라.

신문사의 종교담당 현직 기자인 저자에게 종교건축물은 늘 대하는 일상일지 모르지만 그러한 대상을 흘려보지 않은 따스한 시각이 존재한다. 종교간 벽이 분명 존재하는 현실이지만 저자에게는 그 벽은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아 보인다. 그렇기에 불교, 기독교, 대한성공회, 원불교, 이슬람교, 천도교, 천주교 등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사람과 사람, 신과 사람이 소통하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종교건축물에 대한 남다른 시각이 보인다.

저자가 발품 팔아 찾아본 대상 건축물로는 문화재로 익히 잘 알려진 범어서, 통도사, 불국사, 화엄사 등 불교의 사찰뿐 아니라 전국에 걸쳐 성당, 교회, 교당 등 38곳에 달하는 대상들이 있다. 그중에는 천년의 시간을 지탱해온 것부터 근래에 지어진 건물까지 다양하지만 저자가 관심가지고 살핀 것은 종교건축이라는 본래의 목적인 절대자를 향한 예배의 공간에 충실하면서도 주변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그곳의 또 다른 주인인 사람과 사람의 소통의 공간으로서 의의를 가지는 곳이다. 

또한 저자의 글은 각 종교건축물을 많은 사람에게 소개하려는 목적을 충실히 수행하면서도 애써서 보여주려는 마음이 없이 아껴두고 싶은 마음이 있는 듯하다. 소개된 건축물에 대한 사진은 온전한 모습보다는 극히 특징적인 일부분만을 담고 있으면 그것마저 다보이기보다는 감춰두고 있는 부분이 더 많다.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많은 사람들의 발길에 채이기보다는 소중한 그 무엇을 품속에 담아두듯 아끼는 마음이 더 많아 보인다.

‘출가한 종교인도 아니고 또 건축학도 전공하지 않은 이로서 각 건축물에 대한 정밀한 감식이나 비평은 애초에 불가능했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것은 겸손하고자 하는 저자의 마음일 뿐 대상 하나하나를 대하는 자세는 종교인의 그 무엇을 넘어서는 듯하다. 빛, 소리, 어울림을 공감하고 곳곳에 숨어 있지만 의미 있는 무엇 하나라도 찾아내는 세심한 눈길이 있다. 건축물의 미학적 측면, 기능적 측면뿐 아니라 그곳을 통해 소통하는 사람에 대한 배려까지 모두를 살피는 눈이 돋보인다. 

특정 종교의 건축물에 치우치지 않고 각 종교의 특성을 두루 살피고 있어 각 종교가 가 지향하는 신념을 아울러 살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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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대학>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청춘대학 - 대한민국 청춘, 무엇을 할 것인가?
이인 지음 / 동녘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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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청년의 유쾌한 지성 탐방기
청춘(靑春)이라는 낱말이 주는 의미는 많이도 변했다. 이 말이 단지 십대 후반에서 이십대에 이르는 나이 때만을 가리키는 나이 대를 구분하는데 한정된 말이 아님은 누구나 알고 있다. 80년대 중반 대학을 다닐 때까지만 해도 그럭저럭 청춘이 주는 꿈과 희망이 담보된 싱그러움이 있었던 것 같다. 물론 그 시대가 이 청춘의 꿈을 전부 실현시킬 수 있는 진보된 사회였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현실의 경제적 문제가 청춘 시기의 모든 것에 우선하지는 않았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오늘날, 청춘에 해당하는 20대의 현실은 여러 가지로 복합된 문제에 가로막혀 미래를 내다볼 희망을 저버리게 만들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는 당사자인 20대가 무엇보다 실감하는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딱히 해결의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20대 만의 고유한 문제가 아님도 익히 알고 있다. 그렇기에 이는 특정한 연령층에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사회 문제인 것이다.

청춘의 한복판에서 살아가는 청년이 스스로의 미래를 개척하는 길에 나섰다. 이리저리해도 해답을 찾지 못하는 동년배들의 고민도 함께 끌어안고 해답을 찾기 위한 구도자의 마음으로 스승을 찾아 나선 것이다. 이 과정을 담아놓은 기록이 이 책 ‘청춘대학’이다. 저자는 스스로 평범한 20대라고 말한다. 이는 우리 사회 대부분이 안고 있는 현실의 문제에 노출되어 있다는 말일 것이다. 그렇기에 저자의 행보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다.

‘청춘대학’ 이 책에는 우리나라 현실의 문제에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하고 뜻을 함께하는 이웃들과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지식인들이 등장한다. 저자가 찾아 나선 선생님들로 김선우, 고미숙, 강신주, 박남희, 이택광, 조정환, 김시천, 고병권, 김미화, 홍세화, 구본형, 우석훈, 한완상, 고은광순, 임지현, 한홍구 등이 그들이다. 면면이 이들의 삶을 살펴보면 저자가 이들을 통해 얻고자 하는 해답이 무엇인지 짐작할만하다. 저자는 이들과의 면담을 통해 자신의 문제에서부터 이 시대 청춘이 안고 있는 문제와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인문학의 위기, 촛불논쟁, 현실인식, 역사바로보기, 청년의 현주소, 직업선택, 행복이란 무엇인가 등 함께 풀어가는 이야기의 내용이 가볍지 않다. 근본을 찾아가는 이야기이기에 그렇지만 저자의 자신과 현실의 문제를 대하는 자세 또한 진지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무겁고 절망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그 속에서 희망을 찾아가는 것이다.

저자의 관심은 무엇을 어떻게 보고 그 해결방안을 찾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이들과 나눈 이야기의 대부분이 결국 현실의 모순이 무엇이고 그 모순의 출발과 현상 그리고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모색하는 것이다. 뜻을 품을 사람이 먼저 길을 나선 선배에게 듣는 경험과 그들의 지혜를 나눠 갖고자 하는 것이리라. 대담의 과정에서 대담자들의 관심사에 따라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결론은 ‘청춘인 자신들이 바로 가능성을 믿고 도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에서 보는 20대는 극과 극을 달리는 모습을 보는 것 같다. 극도로 이기적인 모습에 겉모습의 치장에만 몰두하는 모습이 보이는 반면 이웃에 눈을 둘려 소중한 시간을 그들과 소통하며 더불어 잘 사는 사회를 꾸려가고자 힘쓰는 것이 그것이다. 이렇게 상반된 모습이 공존하는 것이 현실 청춘들의 모습이다. 그렇기에 긍정의 힘을 믿고 밝은 미래를 개척할 힘 또한 그들에게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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