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자덩굴'
먼길을 기꺼이 나서게 한다. 무엇에 홀린듯 길을 나서면서도 굳이 그것에 매몰되지는 않는다. 보고자 길을 나선다고 매번 보고 싶은 것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아는 까닭이다. 무심한듯 나선 발걸음에 의외의 것들을 만났을때 느끼는 반가움이 크다.
하늘을 가린 키큰 나무들 사이로 볕이 스며드는 순간 오롯히 빛나는 모습을 만나면 슬그머니 주저앉아 꽃과의 눈맞춤을 시작한다. 작다고 그 아름다움이 가려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집중력을 배가시켜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 꽃도 그렇다.
하나의 꽃대에 두개가 나란히 쌍으로 피어 애뜻함을 불러온다. 숲 속 나들이 나온 다정한 연인을 보듯 반갑고 정다운 모습이다. 흰색으로 피는 꽃에 꽃술의 다른 모양으로 암수를 구분한다. 간혹 같은 꽃대에 암꽃과 수꽃이 함께 있는 것도 보인다.
호자虎刺, 독특한 이름을 가졌다. 호자는 가시가 날카로워 호랑이도 찌른다고 해서 호자虎刺라는 이름이 붙은 호자나무에서 유래한단다. 호자나무와 잎과 빨간 열매가 비슷하지만 덩굴성 풀이라 호자덩굴이라 한다.
가을에 빨간 열매가 앙증맞게 열린다고 한다. 암수가 나란히 있어서 그럴까 '공존'이라는 꽃말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