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생태 - 우리시대 철학적 지성의 예술미학 강의
박이문 지음 / 미다스북스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미학의 관점으로 우리시대를 바라보다
때론 책은 무겁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물론 책의 두께나 물리적인 무게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읽어 가면 갈수록 그 내용의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책도 그것이지만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지 감을 잡기 어려운 책도 있다. 책을 읽어가는 독자로써 어떤 책이든 무조건 쉽게 써져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에겐 알아들을 수 있도록 하는 저자의 배려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특히, 일반적인 사람들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야의 책일 경우는 더욱 저자의 독자를 위한 배려가 필요한 부분일 것이다. 다양한 인문학의 분야나 철학, 과학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책들의 경우 해당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책을 선택할 것이기에 그들의 이해도 반영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것이 그 분야의 지평을 넓혀가는 지름길일 것이다.

‘우리시대 철학적 지성의 예술미학 강의’라는 주제를 담은 이 책 ‘예술과 생태’는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상당한 어려움으로 다가온다. 이 책은 크게 예술과 생태라는 두 분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반부에 해당하는 예술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일반 독자의 수준을 넘어서는 전문성이 앞서고 있다는 생각이다. 미학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생각되는 분야인 예술이나 예술작품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에서부터 현대미술의 현황, 공예, 건축, 시와 시인의 책임까지 다루고 있다. 저자가 이 분야의 이야기를 끌어가는 중심에는 언어의 역할과 새의 둥지라는 개념을 동원하여 설명하고 있다.

후반부를 차지하는 ‘생태’에 담긴 이야기들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사회적 모순에 대한 원인 고찰에서부터 이를 극복해갈 힘이 무엇이며 어디에서부터 출발해야 하는지에 대한 저자의 시각이 잘 나타나고 있다. 현대사회의 주류를 형성해 온 서구사회의 형이상학적 인간중심주의와 물질중심주의가 가져온 물질이 풍요로운 사회가 지구의 환경을 파괴하고 인간 사회의 모순을 낳은 원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로부터 수년전부터 일부에서 제기되어온 아시아의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신문화가 현대사회의 사회를 이끌어가는 주된 사상으로 이동될 것이라는 부분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여 그 가능성을 현실로 가져오는 역할을 한 것이라고 보인다. 

'예술과 생태'라는 다소 낯선 이 두 분야의 이야기가 서로 떨어진 부분이 아니다. 생태학적 합리성에 기초하여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현안을 적극적으로 해결해 가야할 책무가 인문학에 있다는 것이다. 이를 도출해 가는 과정으로 이 양자는 서로 연결되어 일정한 시각의 흐름을 보여준다.

이 책에 등장하는 18가지의 주제들은 각기 저자가 예전에 발표한 논문들을 일정한 방향에 따라 새롭게 구성하여 묶어 놓은 것이기에 각각의 내용들은 독립적이지만 또 서로 연관성이 있다. 학계에 발표한 논문이 주를 이루기에 일반 독자가 읽어가기에 다소 어려운 점이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주목되는 점은 시인을 비롯한 문학가들에 대한 저자의 시각이다. 순수문학이나 참여문학으로 대립되었던 한 시기의 흐름에 대해 무엇을 근본적으로 사고해야 하며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사람들이 특히, 전문 지식인들의 사회적 책무에 대한 지적은 많은 부분에서 타당성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다. 

이 책의 저자 박이문은 ‘국내 유일의 창조적 자기미학을 가진 철학자’라는 평을 가졌다고 한다. 저자의 이러한 통찰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갈 기회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과 더불어 그러한 기회를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가져야할 시대적 책무를 생각해 보게 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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