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수은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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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는 사랑은 없다
인류의 모든 가슴 속에 살아 꿈틀대는 강정의 밑바닥엔 사랑이 있다. 그 사랑이 인류를 지금까지 이끌어 온 근본적인 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사랑은 언제나 행복한 진행과정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시대에 따라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의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결국 사랑은 온 세상과 사람들을 끌어안으며 미래를 희망으로 만들어가는 근본적인 힘이었다.

사랑의 본질과 사랑의 힘에 대해 끊임없는 탐구를 해가는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에서 보여주는 젊은이들의 사랑은 일주일간 벌어지는 그 강렬한 충격을 어떻게 이겨나가는지를 담아내고 있다. 

어린 시절을 공유하는 두 사람은 각기 다른 성장과정을 겪으며 자란다. 남자는 더 큰 세상을 향해 고향을 떠나 세상을 여행하고 여자는 자신을 삶의 터전을 가꾸기 위한 삶을 살아간다. 기억에서 사라졌던 남자로부터 어느 날부턴가 오기 시작한 편지를 통해 두 사람은 인연을 이어간다. 어느 날 남자의 초대로 강연회에서 두 사람은 재회를 하지만 낯선 남자의 모습에 묘한 감정을 느낀다. 남자의 두 번째 강연회에 초대 받은 여자는 갈등하지만 내면의 이끌림에 의해 동행하게 되면서 두 사람의 길고 긴 일주일이 시작된다. 어릴 적 기억을 고스란히 담고 그녀에 대한 사랑을 키워왔음을 듣게 되고 남자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이해할 수 없는 반응에 이상한 기운을 느끼면서도 어쩌지 못하며 여자는 남자와의 여정을 간다.

두 사람의 만남은 어린 시절의 단순한 기억만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여자에게는 잊혀진 신앙에 대한 깨우침이며 남자에겐 갈망하는 사랑에 대한 열정이 숨겨져 있다. 거부하고 싶지만 숙명처럼 다가오는 사랑에 대한 두 사람의 결정은 사뭇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그 속에는 상대방을 향한 진정한 사랑의 마음이 담겨 있다. 성모 마리아로부터 받은 기적의 은총을 내려놓고 여자를 선택한 남자와 새롭게 다가오는 신앙의 위한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감내하려는 여자 사이의 모습은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주고 지켜가려는 사랑의 강한 힘으로 보인다.

위대한 신의 사랑은 결국 사람들이 현실의 삶의 모습으로 구체화 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좌절하고 불안하며 고통 받고 늘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결국 그 사랑의 본래적인 힘은 강한 긍정을 내포하고 있다. 다만, 사랑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겪게 되는 사람들의 혼란스러움을 극복해 갈 힘이 자신에게 내재해 있음을 확신하고 스스로 개척해 가야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모든 사랑은 서로 닮아 있다는 것은 그 사랑의 본질을 말하는 것이며 사랑을 이루기 위해 힘겨운 고통을 이겨나가는 사람들의 본래 힘을 이야기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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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속에 숨어있는 수학 살림청소년 융합형 수학 과학 총서 30
사쿠라이 스스무 지음, 전선영 옮김 / 살림Math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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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힘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너무도 익숙하게 사용하는 디지털 기기를 비롯하여 생활의 기반이 되는 모든 것들에는 숨겨진 과학적 원리가 있다. 사용자는 그 모든 숨겨진 복잡한 원리들을 알지 못하더라도 기기를 사용하고 생활하는데 하등이 불편을 겪지 않는다. 하지만, 생활에 편리함을 가져다주고 인간의 삶의 지평을 확장 시켜왔던 그 모든 것들에 대해 과학들이나 전문가들의 문제라고만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일상생활 속에 숨어 있는 수학’은 바로 이렇게 우리의 일상의 거의 대부분에서 사용되는 과학적 원리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수학’이라는 학문이 딱딱함이나 머리를 무겁게 한다는 선입감을 벗어버리고 인류에게 ‘수’가 어떤 의미를 가졌으며 그 수를 대상으로 하는 학문인 ‘수학’에 대해 인류의 문명사에서 이룩한 인류사와 결합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 ‘일상생활 속에 숨어 있는 수학’은 학문적 접근이 아니라 수학을 아주 쉽게 이해하도록 일상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지수와 로그, 이진법, 인수분해, 단위, 미적분 등 수학책에만 존재할 것 같은 이러한 수학의 원리를 저자는 지루한 일상을 신 나게 바꿔주는 것으로 재발견 할 수 있다는 의도를 착실하게 실현해 간다. 

저자는 상상력을 동원하여 인류가 수와 관련된 역사를 이야기한다. 해가 몇 번 떠오르고, 동물을 몇 마리 잡고, 보다 많아진 가족과 이웃들이 살아남기 위해 자연과 싸우는 과정에서 필요에 의해 수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점차 체계화된 것이 수학이라는 학문의 시초가 되었으리라는 상상이 그저 흥미를 이끌어 내기위한 재미를 넘어 인류 역사의 한 단면을 알려주고 있다. 

여전히 수학은 어렵다. 하지만, 복잡하고 난해한 수학공식을 알지 못하더라도 최첨단 과학 기기를 사용하는데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도 못한다. 수학을 기초로 한 모든 학문의 과학자들이 각고의 노력을 통한 결과를 너무나 쉽게 이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우리의 일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학문에 대해 나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만 여겨지는 이유를 따져볼 생각은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텔레비전, 유무선 전화기, 컴퓨터, 네비게이션 등은 우리의 일생과 떨어질 수 없는 것이 현실이고 한발 더 나아가 우주를 향한 인간의 탐구활동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에서 사용되는 기초적인 과학적 원리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다면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눈은 한층 더 확장되리라 생각된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힘, 그곳에 수학이 있다. 학문이 우리에게 주는 밝은 미래를 생각한다면 수학과 더 친해지기 위한 무엇인가를 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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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자히르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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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자히르는 무엇일까? 
애써 외면하고 싶은 진실을 직면할 때의 당혹감은 상상을 불허한다.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는 사회적 문제가 아닌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에 존재하던 불안의 요소가 현실이 되어 자신에게 결정을 강요하게 될 때 개인이 느끼는 불안은 극에 달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 불편한 진실은 사람마다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결해 가는가는 향후 그 사람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파울로 코엘료의 ‘오 자히르’는 불편한 진실을 대면하는 인간들의 진솔한 모습을 담아내고 있으며, 당사자가 이를 어떻게 해결해 가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누리는 모든 것 즉, 사랑하는 남편이나 아내, 행복한 웃음의 아이들, 든든한 일자리, 은행계좌의 잔고, 소주한잔 나누는 다정한 친구들, 넓은 평수의 아파트, 이웃의 부러움을 사는 커다란 자동차 등 어쩌면 지금 누리는 이런 모든 것들이 어느 날 갑자기 어떤 예고도 없이 사라지게 된다면 어떨까? 더욱 이 중에 자신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그래서 더욱 소중한 부인이 사라진 일이 생긴다면? 모르긴 몰라도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의 주인공이 감당해야 했던 무게와 동일하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파울로 코엘료의 ‘오 히자르’는 바로 자신이 현재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을 이룰 수 있게 해준 아내가 사라진 후 벌어지는 자신의 변화에 대한 성찰의 과정을 그려가고 있다. 이유를 알지 못한 답답함에 때론 자유스러운 생활의 보장까지 극과 극을 넘나드는 사고의 혼란과 사라진 아내에 대한 미움까지 현재의 삶을 괴롭힌다. 하지만 아내가 사라지게 한 결정적 요인이라 믿었던 남자와의 만남을 통해 스스로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찾아가는 인생의 험란한 여정을 담아내고 있다.

‘자히르는 눈에 보이며, 실제로 존재하고, 느낄 수 있는 어떤 것으로, 일단 그것과 접촉하게 되면 서서히 우리의 사고를 점령해나가 결국 다른 무엇에도 집중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리는 어떤 사물 혹은 사람을 말한다.’

이 책 ‘오 자히르’의 주인공이며 저자 자신의 내면이 투영된 성공한 작가에게 자히르는 사라진 그의 아내 에스테르였다. 한 인간에게 이토록 결정적 역할을 하는 요소는 돈, 명예, 자식, 지위 등 수없이 많을 것이다. 저자가 선택한 자히르는 바로 아내이고 사랑이었다. 모든 사람들의 가슴속에 살아 숨쉬며 늘 상 그로인해 자신을 외롭게 만드는 사랑에 대한 정의를 탐구해가는 여정이 구체적인 우리들의 삶의 반영이기에 먼 소설 속 상상의 세계에 그치고 마는 허구가 아니라 현실의 문제로 다가온다.

파울로 코엘료는 이 작품 속에 자전적인 요소를 대거 등장시키며 이 이야기를 통해 자신이 밝히고자 하는 본질에 대한 자기성찰과 무관하지 않음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 성공한 작가, 우울했던 어린 시절, 발표한 이전 작품과의 내용적 연관성 등이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여 진다.

‘과거의 경험으로는 현재의 고통에 더 능숙하고 더 노련하게 대처할 수 없다. 고통은 매번, 전혀 새롭기 때문에 충격적인 것이고, 그래서 고통스러운 것이 아닌가.’

과거의 어떤 경험은 현재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를 제공한다고 한다. 우리의 경험상으로 이 말에는 모순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오류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부터 현재의 고통이 온다는 의미라 본다면 공감이 가는 말이다. 모든 사랑은 현재 진행형이기에 그 사랑으로부터 오는 고통 또한 과거와는 분명히 다른 것이다.

‘오 히자르’에서 저자는 인간의 근본 욕구인 ‘자유’와 ‘사랑’의 갈등에 대한 본질적인 부분을 중심에 두고 자기성찰의 결과를 세심하게 그려가고 있다. 사랑은 기차의 설로처럼 동일한 간격을 유지하며 각자의 인생의 여정을 함께 가는 것임을 밝힌다. 사라진 아내의 삶의 목표가 무엇이었고 그 목표를 이뤄 가는데 남편인 자신은 어떤 존재였는지를 반문하며 현실에서 벌어지는 결혼과 사랑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복잡하고 늘 상 혼란과 괴로움을 동반하게 만드는 ‘사랑’은 시대를 불문하고 모든 사람들의 관심사의 중심에 있다. 그 사랑의 모습은 시대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 사랑이 가지는 진정한 힘이 무엇이고 그 사랑의 힘이 개인과 사회에 얼마나 큰 변화를 불러오게 만드는 힘의 원천인지를 ‘오 자히르’는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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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오천축국전 - 혜초, 천축 다섯 나라를 순례하다
혜초 지음, 지안 옮김 / 불광출판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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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거슬러 떠나는 인도여행
이름이 너무 익숙해서 마치 잘 알고 있는 착각을 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학창시절 수업시간에 배워 기억되고 살아오며 많은 사람들에게 들어서 익숙하기에 잘 알고 있다는 생각으로 그 본래의 내용에 접근하지 못하고 마는 것들이 그것이다. 그중에는 아마도 유명한 고전 문학작품이나 역사서 등 책에 관한 것들이 대부분이지 않을까 싶다. 요사이 문학 작품을 읽어가며 새삼스럽게 놀라게 되는 것이 바로 익숙하지만 실은 그 내용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책 중에 혜초 스님의 왕오천축국전도 포함된다.

‘왕오천축국전’은 신라 땅에서 태어나 자신이 믿는 종교의 깨달음을 위해 중국으로 건너가고 그곳에서 접한 밀교를 공부하다 스승의 권유에 의해 인도까지 다녀온 혜초 스님의 구법 여행기라고 한다. 지금 전해지는 원래 혜초 스님의 왕오천축국전은 원래 상, 중, 하의 3권으로 구성되어 있던 것을 전체 내용을 축약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1200여 년 전의 이야기라고 하니 까마득한 시간이지만 혜초 스님의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았다면 오늘날 사람들이 어떻게 그 시대를 알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숙연함 마저 든다. 또한 이 왕오천축국전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던 일화 또한 심상치 않음이 있어 보인다. 중국 돈황 석굴에 묻혀 있다가 20세기 초 제국주의의 문화적 약탈과정에서 폴 펠리오에 의해 프랑스까지 가게 된 것이다. 이후 일본 사람에 의해 신라인 혜초 스님의 오천축국 구법 여행기임이 밝혀졌다.

‘왕오천축국전’에는 4년여에 걸친 혜초 스님의 여정은 오늘날의 눈으로 봐서도 만만치 않은 길이었음을 알게 한다. 8세기 무렵의 인도와 중앙아시아 그리고 아랍 등 아시아 대륙을 바닷길과 육로를 통해 여행하면서 직접 방문했던 나라나 전해들은 나라들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비롯하여 종교적 특성, 사회풍속, 나라의 크기나 주요 생산되는 품목, 옷 입는 모습 등을 짧은 글을 통해 담담하게 전하고 있다. 

이를 기록한 혜초가 스님이라는 구법자였기 때문인지 기록에는 주로 그 나라들의 불교수용여부와 국왕과 관리들의 불교에 대한 태도 그리고 이미 폐허가된 사찰의 모습 등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먼 나라 이질적인 문화를 바라보는 혜초 스님의 시각을 통해 전해지는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은 생각만큼 낯설지는 만은 않다. 또한 구법자라고는 하지만 먼 여행길에서 느끼는 여행자의 감회가 나타나는 시구에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까지 전해진다.

이 책에는 역자의 해설이 돋보인다. 원문을 해설하는 것 뿐 아니라 그에 대한 주석을 달아 잘 알 수 없는 불교의 교리적 측면이나 당시의 역사적 맥락을 잘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왕오천축국전의 원본과 이와 긴밀한 관련이 있는 일체경음의를 부록으로 실어놓아 그 가치를 더해주고 있다.

왕오천축국전을 읽어가며 기록문화가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지 새삼스럽게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이와 같은 기록물이 없었다면 소중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결코 알 수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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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
파울로 코엘료 지음, 박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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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길에선 순례자의 자기성찰의 과정을 본다
사람들은 자신이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다. 울고, 웃고, 좌절하며 때론 행복의 순간을 느끼는 그 길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걸어가는 길을 온전히 바라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크게 달라질 것도 없다는 생각이 어쩜 돌아보지 않은 이유가 아닌가도 생각해 본다. 하지만, 자신의 길을 끊임없이 탐구하고 성찰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보며 미치지 못하는 자신의 개인적 한계를 인정하며 안주해버리기도 하지만 또 어떤 사람들은 그들이 걸었던 여정을 쫒아 자신만의 길에 당당히 도전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나의 길’,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은 어떤 길일까?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 질문에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이 질문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며 그 길에 대한 탐구의 결과를 많은 사람들에게 제시하고 ‘자신의 길’에 대한 탐구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작가이며 또한 예술가들의 창작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하지만 그 길에 대한 탐구가 선택받은 특정한 사람들만의 길이 아닌 누구나 가는 길이기에 더 의미가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작가가 있다. 바로 ‘파울로 코엘료(Paulo Coelho)’가 그 사람이다.

파올로 코엘료는 작가의 길을 걷기 전에 이미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부모와의 불화, 정신병원 입원, 법과대학 중퇴, 히피문화, 반정부활동으로 수감, 음반회사, 대중음악 작곡가, 극작가, 연극연출가 등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아왔다. 사회적으로 안정된 기반을 갖춘 어른으로 성장한 저자는 아름다운 부인과 안락한 삶을 살아간다. 이러한 복잡한 생활 경험에서 자신의 내면에 대한 탐구의 기반이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은 ‘특별한 존재’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이 특별하다는 생각은 나와는 구별되는 타자와의 관계에서 비롯된 생각이 아닌가 한다. 사회적으로 안정된 삶을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더 그런 생각을 할 기회가 많은 것이다. 저자는 자신이 탐구해가던 영적 탐험의 길에서 좌절을 맞보고 삶의 전환점에서 마스터에 의해 선택된 ‘산티아고 길’의 순례자가 되고 그 과정에서 경험한 일에 대한 솔직한 자기 고백서인 소설 ‘순례자’에 담았다.

자기 수행의 길에서 나름대로 성과를 얻고 진일보한 내면의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순간 맞보게 되는 좌절이 얼마나 큰 충격이었는지는 순례자를 따라가다 보면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순례길의 안내자 페트루스와의 갈등에서 잘 드러나고 있는 그 내면의 소리는 칠백 킬로미터가 넘는 산티아고 길을 걸어가는 동안 자기 성찰의 과정으로 수렴된다. 안내자이자 스승인 페트루스는 순례자가 내면의 소리를 스스로 듣고, 자신의 가능성을 확인하며, 우주의 영혼의 소리 듣고, 훈련하며, 영적 체험을 한다. 스승인 페트루스는 긴 여정을 친절하게 안내하지만 마지막 순간 순례자를 남기고 떠나며 ‘자신의 길’의 주인은 오직 자신이라는 가르침에 대한 확신을 남긴다.

'영혼의 연금술사'로 불리는 파울로 코엘료의 가치관과 작품세계의 근원이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을 해결할 단초를 제공하는 ‘순례자’는 산티아고 길의 끝이 저자의 자기성찰의 길이 끝나는 지점이 아닌 자신의 내면과 세상을 향한 진정한 출발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산티아고 길의 순례자는 선발된 특정한 몇 사람들만 자아를 찾아가는 길의 주인이 아니라 평범하면서도 누구나 갈 수 있는 그 길에서 진리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세상을 살아가는 누구나 각자 자신만의 길이 있고 그 길에서 발견하는 진리의 주인 또한 각자 자신이라는 교훈을 말한다. 순례자는 종교인이 성지를 찾아가는 길만이 아니라 자아를 찾아 나선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만의 인생의 길에서 만나는 온갖 역경과 좌절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목표를 향한 강한 동기부여,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임을 바탕으로 진리는 길이 끝나는 지점에 있는 것이 아닌 길을 걸어가는 과정에서 스스로 발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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