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 Just Stories
박칼린 지음 / 달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가슴 속에 숨겨진 보석을 발굴해 가는 사람
누군가를 알아간다는 것은 신비로운 체험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것은 물론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서 시작하며 처음 받은 인상이 지속되거나 더 깊은 내면을 알게 되어 더 좋아지는 경우도 있고 나중의 모습이 다른 경우도 있어 실망하는 때도 있을 수 있다. 많은 사람에게 호감을 주는 사람은 분명 전자일 것이다. 알아 가면 갈수록 그 신비감이 더하거나 조심스러워지는 사람이라면 그가 살아온 삶을 통해 충분히 내면의 빛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텔레비전 한 프로그램을 통해 그 일면을 알게 되고 이후 더 많은 이목을 집중 받아 본래 그 사람의 진면목에 이르게 되는 사람들을 종종 접한다. 그중 한명이 ‘남자의 자격’에서 카리스마를 보여주었던 박칼린이라는 사람이다. 박칼린은 다양한 이력의 소유자다. 태생에서부터 한국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미국에서 태어났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생활하다 한국에 정착해 그녀만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하여 일찍이 자신의 분야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확보했다. 연극, 첼로, 뮤지컬, 국악 등 다양한 음악 장르를 섭렵하며 연주자로 살 수도 있었을 그녀가 보여준 삶은 그야말로 도전이며 열정적인 모습이다. 

음악감독이라는 생소한 분야를 개척하고 그 자리에 우뚝 선 박칼린은 ‘명성황후’, ‘사운드오브뮤직’, ‘시카고’, ‘렌트’, ‘아이다’, ‘노틀담의 곱추’, ‘미녀와 야수’ 등 내노라하는 작품을 통해 국내 뮤지컬 분야에서 음악감독을 맡으며 20여년 한국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그냥’이라는 이 책은 텔레비전 프로에서 보여주었던 박칼린의 카리스마가 넘치면서도 사람을 따스하게 가슴으로 품을 수 있는 힘이 어디에서 출발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내성적이었다는 어린 시절 학교생활, 어머니를 중심으로 미국의 가정에서 다양한 세계의 사람들과 함께한 저녁식사, 운명처럼 다가와 자신을 이끌어 주었던 스승님들 그리고 여행 등 그녀의 생활 속에 숨 쉬는 음악과 사람들과의 인연들이 바로 그 힘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스승으로부터 도제식 배웠던 가르침이 이제는 제자들에게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박칼린 사단으로 일컬어지는 일련의 사람들 속에서 스승에게서 배웠던 가르침을 그대로 전하고 있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관계에서 결코 간과하지 말아야할 그 무엇이 있는 것이다. ‘서쪽에서 온 마녀’라는 별명은 박칼린의 겉모습이 아니며 그녀가 살아가는 삶의 또 다른 모습일 것이다.

박칼린, 그녀의 자유스러운 영혼과 열정적인 삶은 이색적인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체ㅐ득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다양한 세계로의 여행,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 없는 도전, 사람들 속에 숨겨진 재능을 알아내는 안목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사랑하는 따스한 가슴 등은 어머니의 가정교육이 그 밑바탕이 아닐까하는 생각이다. 다양한 인종들의 다양한 문화와 가치관을 적극적으로 접할 수 있도록 배려한 어머니를 통해 이런 그녀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었으리라.

‘그냥’은 박칼린이 텔레비전 프로를 통해 반짝 나타나 바람들의 이목을 집중 시킨 사람이 아님을 확인해준다. 그녀의 평범하지 않은 일상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이 책에는 그야말로 ‘그냥’이라는 말이 어울리듯 자신의 생활을 펼쳐놓고 있다. 여기에서의 그냥은 ‘마냥’이 아니다. 철저하게 준비된 속에서 열정적인 삶을 살아가는 한 예술인이 내 놓을 수 있는 덤덤한 고백이기에 강한 호소력으로 다가온다.

‘그냥’에 담겨진 모습이 박칼린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알아 가면 알아갈수록 내면에 숨겨진 보석을 발견할 수 있는 사람처럼 흥미를 유발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녀는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달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보인다. 그 희망이 때론 ‘마녀'라는 이름으로 다가올지라도 사람들은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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