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월매'

 

찬서리 고운자태 사방을 비춰
뜰가 앞선 봄을 섣달에 차지했네
바쁠가지 엷게 꾸며 반절이나 숙였는데
개인 눈밭 처음녹아 눈물어려 새로워라

 

그림자 추워서 금샘에 빠진 해 가리우고
찬향기 가벼워 먼지낀 흰창문 닫는구나
내 고향 개울가 둘러선 나무는
서쪽으로 먼길떠난 이 사람 기다릴까

 

*신라인 최광유 지음, 금둔납자 역

 

햇볕이 집에 그냥 있으면 죄를 짓는 기분이라 길을 나섰다.

봄이 어디까지 왔을까?

남쪽으로 조금 더 내려가며 봄마중이라도 할 요량으로 낙안민속마을 위 금둔사로 향한다.

남해고속도로를 타다 승주에서 선암사 방향으로 시골 정취 물씬 풍기는 길을 간다.

산 속 길이기에 구비구비 넘어서 너른 낙안 땅을 바라볼 때쯤 나타나는 암자 금둔사

그곳 납월매를 만났다.

 

음력 섣달 납월(臘月)에 일찍 핀다 해서 납월매라고 했다.

엄동설한 봄을 알리는 그 붉은 마음에 기대어 나도 봄을 맞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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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종 2015-03-07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활짝 핀 것보다 봉오리진 모습이 시선을 끄는 것은 앞으로 펼쳐질 시간들에 대한 기대 때문일까요?
두번째와 네번째 사진의 꽃봉오리가 참 이쁘네요. 실제로 보면 더 아름답겠죠?^^

무진無盡 2015-03-07 22:05   좋아요 0 | URL
마음에 담겨있는 모습대로 보인다더군요. 그리 보신거니 그럴거에요^^
 

'청노루귀, 노루귀'


네가 불러서 온거야~^^

몆번의 헛걸음에 부를 때까지 기다리자고 애써 다짐 했다.

보고 싶다고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란걸 이니까.

 

조금 이른 퇴근에 널 볼 수도 있을 것 같아 무작정 숲으로 들어섰다.

눈을 크게 뜨고도 만나지 못하다가 오늘도 아닌가 보다 하고 돌아서는 순간

ᆢ널 본 것이다.그것도 쌍으로 본다. 네가 불러서 온 거야~^^

 

네가 눈에 들어오고 나니

이곳 저곳에서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건네는 친구들을 볼 수 있었다.

아직은 수줍은 새색시 마냥 어설픈 미소뿐이지만 이렇게 만났으니

이 봄 내내 함께 하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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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종 2015-02-26 16: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이든 꽃이든 보고싶었던 대상을 보는 순간은 화한 기쁨입니다. 더군다나 기대하지 않고 만나는 것은. 제목에 쓰신 것처럼 그 대상이 불렀다고 할 수 밖에 없는 신기한 순간입니다.(2015년 2월 24일 오후 *시, 내가 너를 만난 순간. . ㅋㅋ^^;)
가끔 빛이란 오묘한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예전에 천일홍을 사진으로 찍은 적이 있었는데요, 눈으로 볼 때는 분명 붉은 빛에 가까운 자주색이었는데, 사진으로 찍어보니 청색 비슷하게 나오더라구요. 사진은 세상의 빛을 거울처럼 그대로 재현한다고 여겨왔었는데,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구나 했더랬습니다. 뭐니뭐니해도 최고의 사진기는 `눈`이라는 걸 새삼 느꼈구요.
청노루귀처럼 살짝 벌어진 봄이 점점 다가오는 날입니다^^

무진無盡 2015-02-26 16:49   좋아요 0 | URL
오늘쯤 그곳에 가면 청노루귀가 환한 미소로 반겨줄거고 새로운 벗들도 얼굴을 내밀었을 것인데ᆢ생각만으로도 심장이 두근거립니다~^^

나비종 2015-02-26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작은 야생화를 볼 때마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을 떠올립니다. 허리를 굽히고 바라보면서 역시 겸손해야 보다 아름다운 세상을 접할 수 있구나 하구요.
봄의 대지가 가진 진가 중 하나는 평범하고 작은 야생화를 온 세상이 빛나도록 뿜어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송이 꽃으로도 두근거리는 심장 역시 빛나보이게 만들어주는.
 

순전히 햇볕 탓이었다.
그냥 보내긴 아까운 햇볕을 핑개삼아 나들이 한다. 오늘은 섬진강따라 하동 쌍계사까지다.

물길따라 사람길 나고 자동차에 철길까지 나란히 난 길로 봄마중 간다.

 

눈을 통로 삼아 마음에 들어온 봄 볕과 향기가 마음보다 더딘 몸을 깨운다.

 

돌아오는길 문수골에 들렀다. 지리산 반달곰이 산다는 그 골짜기다.

어찌하다 이런 산중까지 사람 흔적을 남겼을까 싶다.

작은 암자 문수사엔 봄햇볕의 자비가 비켜간듯 싶다.

틈도 안보일 정도로 촘촘한 쇠창살에 갇힌 반달곰 두마리 왜? 그곳에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먹이 한그릇에 2000원이라는 안내문에서 짐작할 뿐이다.
지리산 반달곰에겐 부처님 자비는 없나 보다.

스님 어떻게 반달곰 눈을 보고도 그리 평안하신지요?

 

순전히 햇볕에 못이겨 나간 나들이에서 갇힌 반달곰 마음으로 돌아온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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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종 2015-02-22 2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연스러운 것이 제일 좋은 것인데 말이죠. 저는 `자연스럽다는 것`은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반달곰은 숲 속에(혹시 반달곰에게 수행을 요구하는 걸까요? 음. . 마늘만 먹일 지 몰라ㅡㅡ;), 북극곰은 북극에.(빙하기가 올 거라 예견하여 미리 동물원으로?)

무진無盡 2015-02-22 22:30   좋아요 0 | URL
맞아요
자연스럽다에 동의합니다
 

그곳에 가면 있는 널 보러 길을 나섰다.

마침 봄소식을 전해주는 비까지 내려 나선 길을 축복하는 날이다.

오랜 기억 한자락을 차지하는 너이지만 이제 막 보고 돌아선 아쉬움처럼 남아있었기에 조금은 무거운 발걸음이다.

 

그동안 너무 많은 애를 썼나보다.

차가운 겨울 바닷바람으로 키워온 수줍고도 진한 그리움을 찾아주는 사람들 가슴마다 나눠준다는게 쉬운일이 아니었던게지. 더군다나 하도많은 시간동안 같은일을 반복했을 널 이해 못하는건 아니다.

...

 

하여, 지금 네 모습이 마치 이제는 뒷방에서도 서러운 퇴기같아 보여도 너를 탓하지 못한다. 너의 향기와 색에 목숨까지 사랑한다고 외치던 그 많던 사람들의 욕심과 우둔함을 탓할밖에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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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종 2015-02-22 19: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때로는 존재 그 자체보다 환경에 의해 정체성의 일부가 정의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똑같이 붉은 꽃이라도 동백에게서는 강인한 정열이 느껴지는 것을 보면. 매서운 겨울 바람에 맞선 생명력, 삭막한 무채색 사이에서 `그곳에 가면 있는` 따스함이 많은 의미를 부여하게 합니다. 향기가 없는 대신 빛깔로만 새를 유혹한다는 점도 왠지 어울려 보이구요. 향기조차 꽁꽁 얼어붙어 버릴 듯한 계절에 적절한 생존 방식으로 여겨집니다.
얼마 전에 읽은 카피라이터 정철 님의 「한글자」에 나왔던 글귀가 생각나네요. `꽃은 아름다움을 가르쳐 주는 게 아니라 아름다움은 오래 가지 않는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라구요^^
 

멀리 있어도 그 존재가 드러난다.
굳이 자신을 내 보이지 않으려 해도 내면에 깃든 세월의 흔적이 넘쳐나는 자연스러움의 멋이다. 햇살이 바람에 기대어 억새 품에 안기는 동안 그 속에 머무는 그 무엇 하나 햇살과 바람 그리고 억새의 흔들림에 물들지 않은 것이 없다.

햇살을 등지고 바람 따라 고개 숙인 저 너머에 아직 남아 있을지도 모를 시간을 향한 그리운 마음일까? 다시, 하늘 향해 고개 들어 아직 남아 있는 마지막 시간을 향한 아우성으로 풍성한 가을 햇살온몸으로 가득 담아 햇살과 바람 그리고 억새의 흔들림에 물들어 간다.

...

무엇이든 그 홀로 빛나는 것은 없다.
단풍이 시간을 담아 붉고 억새가 햇살에 기대어 빛나고 사람이 세월에 농익어 가듯 그렇게 서로 기대어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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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종 2015-01-14 2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빛나기 위해서는 태워야하고. . 타기 위해서는 산소와 그외 조건이 필요하니 홀로 빛나는 것은 없네요. . 별이 스스로를 태워야 빛을 낼 수 있듯이. . 사람도 그런 걸까요. . 내면을 태우는 과정이 있어야 빛이 나는 사람이 될 수있을까요. .?

무진無盡 2015-01-14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여, 부지런히 태워온 시간이지만 빛나기 보다는 스며들기였나 봐요

나비종 2015-01-14 21: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며들기. . 도 어떤 방식이냐에 따라 괜찮을 수도 있겠네요. .
부드럽거나 혹은 따스하거나. .

무진無盡 2015-01-14 21:34   좋아요 0 | URL
틈, 사이, 거리 등을ᆢ인정해야 비로소 부드럽거나 혹은 따스하거나가 가능하다는걸 알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