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있는 널 보러 길을 나섰다.

마침 봄소식을 전해주는 비까지 내려 나선 길을 축복하는 날이다.

오랜 기억 한자락을 차지하는 너이지만 이제 막 보고 돌아선 아쉬움처럼 남아있었기에 조금은 무거운 발걸음이다.

 

그동안 너무 많은 애를 썼나보다.

차가운 겨울 바닷바람으로 키워온 수줍고도 진한 그리움을 찾아주는 사람들 가슴마다 나눠준다는게 쉬운일이 아니었던게지. 더군다나 하도많은 시간동안 같은일을 반복했을 널 이해 못하는건 아니다.

...

 

하여, 지금 네 모습이 마치 이제는 뒷방에서도 서러운 퇴기같아 보여도 너를 탓하지 못한다. 너의 향기와 색에 목숨까지 사랑한다고 외치던 그 많던 사람들의 욕심과 우둔함을 탓할밖에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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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종 2015-02-22 19: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때로는 존재 그 자체보다 환경에 의해 정체성의 일부가 정의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똑같이 붉은 꽃이라도 동백에게서는 강인한 정열이 느껴지는 것을 보면. 매서운 겨울 바람에 맞선 생명력, 삭막한 무채색 사이에서 `그곳에 가면 있는` 따스함이 많은 의미를 부여하게 합니다. 향기가 없는 대신 빛깔로만 새를 유혹한다는 점도 왠지 어울려 보이구요. 향기조차 꽁꽁 얼어붙어 버릴 듯한 계절에 적절한 생존 방식으로 여겨집니다.
얼마 전에 읽은 카피라이터 정철 님의 「한글자」에 나왔던 글귀가 생각나네요. `꽃은 아름다움을 가르쳐 주는 게 아니라 아름다움은 오래 가지 않는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