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전히 햇볕 탓이었다.
그냥 보내긴 아까운 햇볕을 핑개삼아 나들이 한다. 오늘은 섬진강따라 하동 쌍계사까지다.
물길따라 사람길 나고 자동차에 철길까지 나란히 난 길로 봄마중 간다.
눈을 통로 삼아 마음에 들어온 봄 볕과 향기가 마음보다 더딘 몸을 깨운다.
돌아오는길 문수골에 들렀다. 지리산 반달곰이 산다는 그 골짜기다.
어찌하다 이런 산중까지 사람 흔적을 남겼을까 싶다.
작은 암자 문수사엔 봄햇볕의 자비가 비켜간듯 싶다.
틈도 안보일 정도로 촘촘한 쇠창살에 갇힌 반달곰 두마리 왜? 그곳에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먹이 한그릇에 2000원이라는 안내문에서 짐작할 뿐이다.
지리산 반달곰에겐 부처님 자비는 없나 보다.
스님 어떻게 반달곰 눈을 보고도 그리 평안하신지요?
순전히 햇볕에 못이겨 나간 나들이에서 갇힌 반달곰 마음으로 돌아온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