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 : 지옥 열린책들 세계문학 93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김운찬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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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Divina Commedia : Inferno

 

우리 인생길의 한중간에서

나는 올바른 길을 잃어버렸기에

어두운 숲 속에서 헤매고 있었다.

, 얼마나 거칠고 황량하고 험한

숲이었는지 말하기 힘든 일이니,

생각만 해도 두려움이 되살아난다!

죽음 못지않게 쓰라린 일이지만,

거기에서 찾은 선을 이야기하기 위해

내가 거기서 본 다른 것들을 말하련다.”

(지옥편 제11~9)

 

신곡은 이렇게 시작하고 있다. 단테가 말하고 있는 어두운 숲이란 베아트리체의 죽음일수도 있고 피렌체로부터 추방일 수도 있다.(보카치오의 단테의 생애에서는 신곡을 망명 이전에 시작했다고 한다.) 어쨌든 그의 절망이 얼마나 깊었는지 전달하고 있다. 여러 번 반복해서 읽다보면, 곧 그 숲이 깜깜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거기에서 찾은 선을 이야기하려고 글을 쓰겠다는 의지에서 희망의 빛을 본다. 신곡이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를 어렴풋이 짐작한다.

 

표범과 사자와 늑대에 쫓겨 어두움으로 곤두박질하는 그의 눈앞에 베르길리우스가 나타난다. 글에 대한 영감을 받은 순간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는 것일까? “그러면 당신은 베르길리우스, 그 넓은 언어의 강물을 흘려보낸 샘물이십니까?”(지옥편 제179~80)하고 외치는 단테의 이어지는 고백에서 베르길리우스는 오랜 동안 그의 문학적 스승이었음을 알 수 있다.

, 다른 시인들의 영광이자 등불이시여,

높은 학식과 커다란 사랑은 유익했으니

나는 당신의 책을 열심히 읽었지요.

당신은 나의 스승이요 나의 저자이시니,

나에게 영광을 안겨 준 아름다운 문체는

오로지 당신에게서 따온 것입니다.”

(지옥편 제182~90)

 

베르길리우스는 이 어두운 곳에서 구해달라고 하는 단테를 인도한다. 마음 둘 곳이 없던 단테가 베르길리우스를 읽다가 다른 길신곡에 대한 영감을 얻는 순간을 상상해 본다. 베르길리우스는 단테를 지옥문 앞으로 데려가고, 그들의 저승여행은 지옥문을 통과해 지하의 세계를 향하면서 시작된다.

 

지옥을 여행하며 등장하는 영원한 형벌을 받고 있는 죄인들의 모습은 참혹하고 그로테스크하게 느껴지지만 한편 단테의 천재적인 상상력에 감탄하게 된다. 죄에 해당하는 형벌의 매칭은 놀라울 정도로 적절하다. 신화의 이미지들이 만든 환상적인 분위기 속에, 현세의 이미지로 비유하고 있는 묘사들은 마치 눈앞에서 보는 듯한 생생함을 경험하게 한다. 에리히 아우어바흐는 단테에서 이것을 단테의 미메시스 효과라고 지적한다.

18(canto)에서 뚜쟁이와 유혹자들이 악마들의 채찍에 맞으며 몰려다니는 모습을 희년이 선포된 로마에서 목격한 장관(壯觀)으로 비유한다. 이것은 생생한 그림을 전달하고 동시에 종교 지도자들을 비판하는 두 가지 효과를 거두고 있다. 채찍은 그들이 휘둘렀던 거짓과 폭정을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첫째 구렁은 그런 자들로 가득하였다.

벌거벗은 죄인들이 바닥에 있었는데,

이쪽으로는 우리와 마주 보며 걸어왔고

저쪽에는 같은 방향이지만 걸음이 빨랐다.

마치 희년(禧年)에 수많은 군중 때문에

로마 시민들이 다리 위로 모여든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도록 배려하여

한쪽으로는 모두 성쪽을 바라보며

성 베드로 성당으로 가고, 다른

한쪽으로는 언덕을 향하는 것 같았다.

이쪽저쪽의 검은 바위 위에서는

뿔 난 악마들이 채찍으로 그들의

등을 잔인하게 후려치고 있었다.

……

(지옥1824~36)

 

이 장면에 대한 난하주를 보면 더욱 실감난다. 희년은 대사면을 선포하는 해를 말하는데, 희년에 로마를 방문하고 참회와 보속을 하면 사면을 받을 수 있었다. 100년마다 돌아오던 것을 25년으로 줄였다. 1300년 보니파키우스 8세는 자신의 권력 강화를 위해 희년을 선포하고, 이에 수십, 수백만의 순례자들이 각지에서 몰려들었다. 그 군중들을 통제하기 위하여, 성 안젤로 다리를 통과할 때 한쪽은 성 베드로 성당으로, 한쪽은 로마 방향으로 가도록 했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지점에서 주석의 도움을 받으며 눈이 밝아지는 경험을 했다. 이런 경우 각주(脚注, footnote)가 편리하다.)

 

먼 친척, 친구, 풍문의 주인공 여인, 영웅들, 철학자들, 지도자들 등 그들 영혼의 모습은 형체를 잃어버리거나 비틀어져 있다. 거꾸로 땅에 박혀 있거나, 나무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스스로가 소개하지 않으면 알아볼 수 없다. 끝까지 익명이기를 고집하는 영혼들도 있다.연옥편을 읽게 되면 아이네이아스가 저승여행에서 만났던 영혼들과 다르다는 것을 더욱 분명하게 알게 된다. 『아이네이스』 속 영혼들은 존재가 아닌 지나치는 영상처럼 보인다. 그러나 단테가 만난 영혼들은 존재하고, 지상에서의 삶의 기억을 갖고 있다. 그 기억을 통해 전하는 말들은 본질적이고 강하다. 무리들 속에서 마주친 한 영혼과의 대화는 몽타주 기법을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지옥 여행을 마치고 지상으로 나오게 되는 구조를 보며 단테에게 다시 감탄하게 된다. 아래로 계속 내려가다 보면 거꾸로 박힌 사탄의 다리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오게 된다. 지구의 3차원적 개념을 지옥도에서 실현시키고 있다.

 

휴식을 취할 생각도 없이 그분은

앞에서, 나는 뒤에서 위로 올라갔으며,

마침내 나는 동그란 틈 사이로 하늘이

운반하는 아름다운 것들을 보았고,

우리는 밖으로 나와 별들을 보았다.”

(지옥편 제34135~139)

 

그가 지옥을 통과해 드디어 바라본 별들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칠흙같이 어두운 숲은 생성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베르길리우스와 같은 안내자를 만난다면 그것은 구도의 숲이다. 빛은 구원이고  베아트리체는 그 빛에 가까이 있는 존재다. 장차 단테를 그 빛으로 이끌 안내자이다.

 

그가 그린 저승은 삶으로부터 단절된 세계가 아니라 연장선상에 있는 곳이며, 현재의 삶이 가리키는 방향이라는 생각이다. 이 생각은 연옥편을 읽으면서 더욱 분명해졌다. 삶의 이편과 저편을 오가는 단테의 사유! 로댕의 <지옥의 문>은 이것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로댕은 이탈리아 여행에서 산조반니 세례당의 청동문과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의 생각에 잠긴 사람을 보고 깊은 영감을 받은 뒤, 지옥의 문 꼭대기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단테의 형상을 가져와 6미터 높이의 <지옥의 문>을 제작했다. 중앙 상단에 단테를 상징하는 생각하는 사람이 앉아 있고, 그 밑으로는 지옥으로 향하는 인간들의 고통과 번뇌가 표현되어있다.

지옥의 문 위에 걸터앉아 아래를 내려다보는 자세의 핵심은 발끝에 모인 긴장감에 있다. 잔뜩 구부린 발가락들은 지옥으로부터 받는 중력을 견디는 상황임을 알려준다.”

(15p 단테 x 박상진, 클래식 클라우드)

 

, 첫 매질에 그들은 얼마나 발뒤꿈치를 들어 올렸는지!”

(지옥182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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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5-21 20: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단테가 그리는 지옥의 모습은 저런 모습이군요~!! 왠지 평소에 생각하던 지옥모습이랑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ㅋ

그레이스 2022-05-21 20:32   좋아요 4 | URL
예~
지옥의 모습은 낯설지 않아요^^
그런데 그 묘사에 탁월한 점이 있어요
천재적이라 생각되죠

희선 2022-05-22 01: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람이 죽으면 지옥이나 천국에 간다 하지만, 지옥에 살 때도 있는 것 같아요 단테는 살아서 갔으려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살아서 가면 더 힘들지... 그래도 거기에서 찾은 걸 많은 사람한테 전하려고 이걸 썼군요

그레이스 님 남은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그레이스 2022-05-22 10:47   좋아요 2 | URL
사는게 지옥같다는 말 많이 듣지요.
그것이 영원히 계속된다면 형벌이겠죠.
죽음 이후 연속성이 있다는 것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희선님도 주말 행복하시길!

scott 2022-05-22 12: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리 인생길의 한중간에서

나는 올바른 길을 잃어버렸기에

어두운 숲 속에서 헤매고 있었다.

아, 얼마나 거칠고 황량하고 험한

숲이었는지 말하기 힘든 일이니,

생각만 해도 두려움이 되살아난다!

죽음 못지않게 쓰라린 일이지만,

거기에서 찾은 선을 이야기하기 위해

내가 거기서 본 다른 것들을 말하련다.]

가장 좋아하는 구절,,,

그레이스님에게 5월은 단테의 신곡이 열어준
천국 같은 독서의 나날을 보내 실 것 같습니다

그레이스 2022-05-22 12:58   좋아요 2 | URL
너무 좋은 것도 오래 지속되면 천국같지 않다는 아이러니!^^;;
왜 그럴까요?
지상에서의 영원은 그렇다는 점에서 테레비시아의 샘물이 생각납니다. ㅋ

레삭매냐 2022-05-22 13: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속세의 방황하는 영혼인
단테는 우리 자신을,

가이드인 베르길리우스
같은 이를 속세에서 만나
게 된다면 더 바랄 게 없
지 않나 싶습니다.

정점에 있는 베아트리체
는 뭐랄까 구원의 상징
이 아닐까 싶네요.

시작은 했으나 냅다 팽개
쳐 버리고 다른 책들만
줄창 파고 있습니다.

그레이스 2022-05-22 15:43   좋아요 2 | URL
^^
언젠가 적절한 타이밍이 있을거예요
책 읽는것도 그런 것 같아요 ~^^

mini74 2022-05-25 08: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블레이크의 그림들이 눈에 쏙쏙 들어오더라고요. 좀 덜 무섭기도 하고 ~~ 그레이스님 글 읽으니, 베아트리체를 가슴에 별처럼 품고 베르길리우스란 안내자와 함께 어두운 숲을 걸은 단테는 어쩌면 운 좋은 사내같단 생각도 드네요 그레이스님 글 읽으니 다시 신곡 읽고싶네요. 아 이런 구절이구나 이런 의미구나 ㅎㅎㅎ

그레이스 2022-05-25 15:54   좋아요 3 | URL
미니님 혹시 <투모로우 바이 투게더> 아시는지요? 노래 중에 0×1=lovesong(I know I love you)이란 노래가 있는데, 얘네가 신곡을 아네?!했어요^^
작년에 나온 노랜데 애들이 좋아해서 저도 들어왔거든요. 가사도 달리 들리는 독서의 효과라고 해야할까요?

mini74 2022-05-25 09:59   좋아요 3 | URL
노래제목이 ㅎㅎ 저 찾아서 들어볼게요 ~

mini74 2022-05-25 10:06   좋아요 3 | URL
헉 잘 생기고 노래도 좋고. 그레이스님 말씀 듣고나니 오!!! 그렇네 싶고 ㅎㅎ 저 이 나이에 입덕하는건가요 ㅎㅎㅎ

그레이스 2022-05-25 10:13   좋아요 3 | URL
빅히트 영업했네요^^

scott 2022-05-25 15:53   좋아요 3 | URL
0×1=lovesong
듣고 왔습니돠
오늘 부터 팬 할레여 ㅎㅎㅎ

그레이스 2022-05-25 15:57   좋아요 3 | URL
이번에 나온 곡들도 좋아요 ㅋ
춤이 예술이예요 ㅎㅎ
opening sequence

노래는 trust fund baby 넘 슬프구요 😢 😭
 

신곡을 읽으면서 가지를 친 책들이 또 쌓였다. 열린책들에서 나온 신곡··하권을 갖고 있는데, 구스타프 도레의 판화와 상중하권이 합본으로 재출간된 신곡을 샀다. 도레의 판화 때문에! 다른 책에서 보던 판화하고는 다르게 선명하고 디테일한 선들이 살아있다. 벽돌 책이어서 패복(佩服)하며 읽을 수 없다. 갖고 있던 작은 책에는 마음껏 줄도 긋고 메모도 했다. 이제 소장 책이 따로 있으므로.

신곡에 수록된 구스타프 도레의 판화


명화로 보는 단테의 신곡을 먼저 구입했었다. 이 책은 시를 이야기 형식으로 쉽게 풀어쓰고, 신곡을 소재로 한 그림들을 함께 소개하고 있어서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도 구스타프 도레의 판화가 소개되고 있다. 윌리엄 블레이크나 유명한 화가들의 그림들도 많이 수록되어 있어 후대의 예술작품에 많은 영향을 준 단테의 위력을 실감하게 된다. 단점이라면 도판에 대한 소개가 상세하지 않은 점이다. 지옥과 연옥 천국의 구조도를 잘 그려 놓아서 텍스트를 통해 상상할 수 없던 지점들을 이미지화해서 이해할 수 있다.


아르떼에서 나온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단테는 민음사 신곡을 번역한 박상진씨가 단테의 생애와 사랑, 정치 활동, 망명, 작품에 관하여 기행문 형식으로 쓴 글들이다. 다른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단테와 관련된 지역을 여행하며 그의 삶의 자취를 그린다.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과 그가 세례를 받았던 산 조반니 세례당, 그가 공부했던 산타크로체 성당과 산타노벨라 성당, 베아트리체를 마주쳤던 아르노 강변, 도시의 성곽과 베키오 다리 등 피렌체의 풍경을 스케치 하고 있다. 망명시절 머물렀던 도시들과 지났던 길들, 특히 마지막 머물렀던 라벤나를 여행하며 단테에 대한 이탈리아인들의 자부심을 느낀다. 단테의 가문과 당시 피렌체의 경제, 정치, 외교적 상황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단테의 죽음과 그의 유해를 되찾아 오려는 피렌체 후손들의 노력과 빼앗기지 않으려는 라벤나 시민들의 모습이 아이러니하게 다가왔다.


단테 알리기에리의 새로운 인생을 영어로 번역했던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는 신곡에서 베아트리체의 역할을 온전하게 이해하려면 새로운 인생에 대한 지식은 필수적”(14p 새로운 인생민음사)이라고 말한다. 아홉 살 때 만나 몰래 사랑을 키운 단테는 그녀에 대한 사랑을 시로서 적고 작가의도를 함께 적어 놓았다. 정혼자가 정해진 그에게 베아트리체는 이루어질 수 없는 희망이었다. 자신의 감정을 드러낼 수 없는 그의 안타까움이 때로는 치기와 같은 행동으로 감출 수 없는 슬픔으로 시의 곳곳에 묻어나고 있다. 그녀의 죽음 이후 마지막으로 시를 쓰면서 그녀에 관해 좀 더 훌륭하게 말할 수 있을 때까지는, 이 더없는 축복을 받은 사람에 대해 더 이상 아무 얘기도 하지 않겠다고" 결심한다그리고 내 목숨을 몇 년 더 연장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신다면, 그녀에 관해 여태껏 어느 여인에 관해서도 써진 적이 없는 바를 쓰는 것”을 희망한다. 아마도 그것이 신곡에 나타난 베아트리체의 모습일 것이다. “은총의 주인이신 주님의 선하심으로 내 영혼이 이곳을 떠나 그 여인의 영광, 즉 세세 만세토록 축복을 받으실 주의 얼굴을 끝없이 바라보고 있는 그 복된 베아트리체를 바라볼 수 있기를 기원한다.” (107p 새로운 인생민음사)

이 책에 함께 수록되어 있는 조반니 보카치오의 「단테의 생애」에 대한 글은 열렬한 찬양으로 바쳐지고 있다. 피렌체의 르네상스 전성시대의 작가 보카치오는 단테의 삶과 금서가 되었던 작품들이 전해지는 과정에 대해서 보다 상세하게 전하고 있다. 시간적으로 단테의 시대와 가까웠던 인물의 글이라 귀한 근거 자료가 되는 반면 열광적인 태도 때문에 과장된 면이 있지 않을까하는 우려감을 갖게 한다. 신곡을 쓰기 시작한 시점에 대해 조금 상이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로마의 가장 아름답고 가장 유명한 딸 피렌체의 시민들은 나를 그 달콤한 품안 밖으로 내동댕이치는 것이 즐거웠으니(나는 그 품 안에서 태어났고 내 삶의 절정기까지 부양되었으며, 진심으로 나는 그곳의 좋은 평화와 함께 그곳에서 피곤한 내 영혼을 쉬고 내게 남은 시간을 마무리하고 싶다), 나는 순례자로 거의 구걸하면서, 이 언어가 퍼져 있는 거의 모든 지방들에 갔으며, 내 의지와는 달리, 종종 부당하게 상처받은 자의 탓으로 돌려지는 운명의 상처를 보여주었다. 사실 나는 돛도 없고 키도 없는 배였으며, 고통스러운 가난에 불어오는 메마른 바람에 이끌려 여러 항구와 포구들, 해변들로 옮겨 다녔다.”(23p 향연단테)

귀향에 대한 소망과 망명자의 외로움이 묻어나는 이 글이 수록된 작품은 향연이다. 그의 작품들의 바탕이 되는 사상이나 작품의 동기를 읽을 수 있다. 성찰의 깊이가 느껴지는 글들이 담겨있다. 


에리히 아우어바흐의 단테는 그의 생애와 작품들에 대해서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보다는 무겁고 학적인 글들로 채워져 있다. 에리히 아우어바흐가 미메시스에서 말하는 현실의 모방이라는 관점에서 단테의 글들을 분석하고 있다. 미메시스를 보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차이와 그 역사를 기록한다. 베르길리우스와 단테가 창조한 저승의 차이를 논한다. 단테가 중세의 미메시스를 뛰어넘고 있는 점을 지적한다.

특별히 단테의 스틸 누오보(청신체) 시에 관하여 설명하고 있는데, 프로방스의 연애시로부터 이탈리아 북부의 스틸 누오보 시가 영향을 받았고, 그 길목에 귀니첼리와 카발칸티가 있었으며, 단테는 완성했다. 라틴어에서 벗어나 이탈리아 속어로 쓰여진 이 시들은 이탈리아 문학에 큰 기여를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셰익스피어를 떠올리게 된다. 단테는 이 작업에 대한 의지를 향연이나 신곡에서 여러 번 강조하고 있다.

하늘과 땅이 도움을 주었으며

여러 해 동안 나를 야위게 했던

이 성스러운 시가 혹시라도,

싸움을 거는 늑대들의 적으로서

어린 양처럼 잠들어 있던 나를 우리

밖으로 몰아냈던 잔인함을 이긴다면,

이제 나는 다른 목소리, 다른 모습의

시인으로 돌아가, 내가 세례 받았던

샘물에서 월계관을 받을 것이다.”

(216p 천국251~9)

그리고 단테의 초기 시와 그 이후의 변모에 대해서, 신곡에 담겨진 주제와 역사, 과학, 심리, 예술, 철학, 신학을 총망라하는 지식의 향연에 대하여, 등장 인물들이 전하는 메시지, 알레고리 등을 분석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도움을 많이 받은 책이다. 피구라 리얼리즘에 대한 설명은 신곡을 이해하는 창이 되었다.


르네상스 시대 피렌체와 이탈리아의 역사를 참고하기 위해 꺼낸 책이 민혜련의르네상스이다. 미술사를 공부할 때 읽었던 책인데 피렌체와 단테를 중심으로 읽으니 새롭게 다가왔다.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와 교황의 세력다툼, 겔프와 기벨린으로 양분된 권력투쟁, 이탈리아 도시들의 이합집산의 흐름을 읽었다. 단테가 피렌체에서 추방되는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프리드리히 1세와 교황 알렉산데르 1세의 권력다툼, 시칠리아 공주와 하인리히 6세의 정략결혼으로 강해진 황제의 세력에 대한 교황의 견제, 강력한 중앙집권 정치를 하려했던 황제에 맞선 북부 이탈리아 도시들의 연맹 등, 200년 이상 흘러온 정쟁의 골은 깊어진다. 상업과 수공업으로 부를 축적하고 있던 중립도시 피렌체는 황제와 교황이 서로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여야 할 중요한 지역이 되었다. 단테는 정치에 입문하면서 도시의 당파를 통합하고 피렌체를 자치 도시 국가로 세우는데 힘을 썼으나, 교황의 야욕에 맞서 반대파인 백당의 일원이 된다. 결국 그는 교황에 의해 피렌체로부터 추방당하고 망명자의 신분이 된다. 아펜니노 산맥을 넘지 않고 계속 귀향을 시도하지만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산을 넘게 되는 그의 생애는 이탈리아의 당시 상황을 알지 못하고는 생생하게 받아들일 수 없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피렌체와 그 도시의 풍경, 예술을 알기 위해 주문한 책이 이다. 신곡을 읽다보면 미술가들도 여러 명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단테는 지옥편에서 피렌체의 건축물이나 아르노강, 다리, 성벽 등을 비유로 사용하고 있다. 화가 조토와는 가까이 지낸 것으로 알려지는데 신곡에 나타난 이미지들은 조토의 그림에서 받은 인상이라고 한다. 신곡의 곳곳에 나타난 단테의 회화적 표현은 그가 보고 영감을 받은 그림들의 영향이라는 생각이다. 조토의 종탑, 기베르티의 천국의 문, 브루넬레스키의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의 돔, 베키오 다리, 천정화 등을 보면 피렌체 여행을 꿈꾸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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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2-05-20 02: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단테 클래식 클라우드 책 한권만 봤어요 그것도 보고 시간이 지나서 잊어버렸습니다 그레이스 님 단테 《신곡》에서 다른 책으로 뻗어갔군요 멋지네요 구스타프 도레 판화가 들어간 《신곡》도 사셔서 좋으시겠습니다 여러 책이 단테와 《신곡》을 보는 데 도움이 되었겠네요


희선

그레이스 2022-05-21 08:45   좋아요 4 | URL
예~ 도움 많이 받았습니다 ㅋ
어제 토론하고 끝내서 뿌듯하고 시원해요 ㅎㅎ

새파랑 2022-05-20 07: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요새 단테에 빠지셨군요 ^^ 전 어려울거 같아서 시작도 못하고 있습니다 ㅋ 가지치면서 읽는 책읽기 재미있을거 같아요~!!

그레이스 2022-05-20 08:23   좋아요 4 | URL
이제 리뷰쓰고 벗어나려구요 ㅋ

거리의화가 2022-05-20 09:1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역시 단테 읽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깊이 들어가면 수렁에 빠지는 듯~? 그 와중에 향연과 르네상스라는 책이 관심이 갑니다. 저도 서양사 중에는 르네상스 시기가 가장 관심이 가더라구요. 언젠가 한번 공부를 열심히 해보고 싶은 시기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그레이스님!

그레이스 2022-05-20 10:19   좋아요 5 | URL
벼르고 있던 책들이라 다 읽고 나니 마음은 편해요 ㅋ
한 번 읽어서는 읽었다고 할 수 없는 책이라는 결론^^을...!
왜 사람들이 단테 단테 하는지 알았어요 ㅋ
감사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05-20 09: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늘 느끼는 거지만 그레이스님은 드릴형 독서인이세요.
한 번 잡으면 확장하고, 깊이 파고드는..^^
몰입형 독서라고도 하죠??
특히나 어려운 단테!!!^^
대단하십니다.
나중에 단테 읽을 때 그레이스님의 글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그레이스 2022-05-20 09:47   좋아요 4 | URL
드릴형^^
정신차리고 보면 여기까지 왔네! 할 때가 있긴 해요 ㅋㅋ
이제 신곡 리뷰를 본격적으로 해야하는데...
조금 지쳐셔... 이렇게 가볍게 페이퍼로 시작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청아 2022-05-20 11: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단테에 치이셨다는 표현이 너무 재밌습니다ㅋㅋ
저도 이 책 저 책에 자발적으로 이리저리 치이고 사네요ㅋ
무엇보다 다양한 자료 가지고 계신점 부럽습니다.
저도 조만간 단테에 치이고 싶네요. 아르떼 하나 있지만요^^::

그레이스 2022-05-20 18:37   좋아요 4 | URL
^^ 미미님 이책 저책에 치이시는건 제가 알죠 ^^~♡

그레이스 2022-05-20 18:38   좋아요 3 | URL
죄송!
오타였어요 ㅋ

햇살과함께 2022-05-20 11: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래이스님 대단하세요!! 존경 존경

그레이스 2022-05-20 12:33   좋아요 5 | URL
부끄럽습니다!
감사하구요~

페넬로페 2022-05-20 15: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단테에 치여도 단테에 대해 완벽히 공부셨네요.
역시나 👍👍👍

그레이스 2022-05-20 16:25   좋아요 5 | URL
페넬로페님도 같이 치이셨잖아요~^^

서니데이 2022-05-20 19: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열린책들에서 출간된 신곡은 미리보기 나오는 것도 상당히 두꺼운 책 같아 보여요.
실제로 보면 표지가 예쁠 것 같습니다.
그레이스님, 즐거운 주말과 기분좋은 금요일 되세요.^^

그레이스 2022-05-20 19:18   좋아요 4 | URL
사전두께 예요^^
책장에서 폼나는 종류^^

레삭매냐 2022-05-20 19: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명품 페이퍼이면서 동시에
나도 <신곡>을~ 절로
강제하는 글이었습니다.

그레이스 2022-05-20 19:31   좋아요 3 | URL
😊 감사합니다 ~^^

mini74 2022-05-20 21: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 그레이스님 단테 신곡 제대로 읽으셨는데요 👍세 권이 겹치는데 그레이스님 리뷰 읽으니 ㅠㅠ 나는 뭘 읽은건가 하는 ㅎㅎ 피렌체 미술산책이랑 도레의 신곡 탐납니다 그레이스님 *^^*

그레이스 2022-05-20 21:48   좋아요 3 | URL
피렌체 미술산책 좋아요
피렌체에서 활동하시는 분이라 그런지 설명이 너무 잘 되어 있어요^^

단발머리 2022-05-26 14: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처럼 이렇게 읽고 싶어요. 완벽한 단테 읽기인데요!!!
전 <단테의 신곡> 그림이랑 쉽게 엮인 황금부엉이판을 읽었는데요.
와!! 비싸고 두껍고 근사하고 아름다운 재출간된 <신곡> 꼭 사고 싶네요. 언젠가 읽을테니 사 두어도 괜찮겠지요? ㅋㅋㅋㅋㅋㅋㅋ

그레이스 2022-05-26 14:58   좋아요 3 | URL
그냥 소장용으로도 딱! 이구요
도레의 판화 삽화가 도움도 많이 됩니다. 일단 열린책들이 이해도 잘되고 주석도 친절해요,
벽돌책들 사이에 꽂혀있는 자태!
기분 좋습니다.
한번씩 뽑아서 삽화만 감상해도 좋아요~~

희선 2022-06-10 02: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두달 동안 단테를 보신 보람이 있었네요 이게 아니어도 단테를 알고 그밖에 것을 아셔서 좋은 시간이었겠습니다 그런 건 오래 기억할 것 같아요


희선

mini74 2022-06-10 08: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좋아서 혼자 몇번이나 읽었던 글 ㅎㅎ 그레이스님 축하드려요 *^^*

그레이스 2022-06-10 09:29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

청아 2022-06-10 12: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단테에 치이시고 멋진 페이퍼에 당선까지👍
축하드려요😍

그레이스 2022-06-10 14:51   좋아요 3 | URL
ㅎㅎ
감사합니다

청년 2022-06-10 12: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덕분에 단테에 대해 더 알고 싶어지네요 ^^

그레이스 2022-06-10 14:51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거리의화가 2022-06-10 12: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역시!라는 말이 절로~ 그레이스님 덕분에 단테에 도전의식이 생기게 되었어요! 당선 축하드립니다^^

그레이스 2022-06-10 14:51   좋아요 3 | URL
도전!
감사합니다 ~

서니데이 2022-06-10 21: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06-11 07:40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
서니데이님도 행복한 주말 되세요

scott 2022-06-14 0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이달의 ✌관왕 추카 합니다
이제 단테의 흔적을 찾아
이딸리아로 가기만 하면 됩니다


.       _
   ⋀⋀   / |
 _/(・ω・)/●. |
!/ .} ̄ ̄ ̄   /
i\_}/ ̄|__/≡=
  ` ̄ ̄~❤
      ~❤
        ~❤
          ~❤
            ~❤그레이스님 탑승 수속중 ㅎㅎㅎㅎㅎ

그레이스 2022-06-14 13: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감사합니다
꼭 가보고 싶네요 ㅎㅎ

alummii 2022-06-17 13: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 저 지금 단테 신곡 파랑이벽돌책으로 잼나게 읽고 있는데 저도 이렇게 몰입독서 하고파요 책탑 리스펙^^ 그레이스님 리뷰보고 단테에 대해 좀더 알게 됬네요

그레이스 2022-06-17 14:16   좋아요 2 | URL
^^
감사합니다 🍊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호프 자런 지음, 김은령 옮김 / 김영사 / 2020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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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평이하다는 느낌으로 읽었다. 왜일까? 그동안 환경에 대한 정보를 너무 많이 접해서였을지 모르겠다. 책에 담겨진 내용들이 나를 각성시키지 못하는 것은 충격적이지 않아서가 아니다. 내가 많이 무뎌졌다는 것은 반증하는 것이다. 사실 환경에 대한 이야기는 새로울 수가 없다. 오래 전에 경고해 왔고, 계속 그 방향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오염, 온난화, 멸종 등을 향한 방향은 바꾸거나 늦추기에 너무 거대한 흐름이 된 것처럼 느껴진다. 이 거대한 쓰나미 경고를 받고 쌓는 둑은 미약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무감각하고 나태해진다. 무력감이 들었다. 혹시 나는 웬만큼 자극적인 내용이 아니어서는 반응을 보이지 않는, 지식만 쌓고 실천이 없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도서관에서 환경 챙김이라는 주제의 책들을 추천하고 선정하는 포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그 시민 선정위원으로 참가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권하기 위해 읽어야 하는 의무감도 나의 무감함에 한 몫 했지 싶다. 흥미를 일으키는 책을 찾으려는 의도로 읽었기에 자극적 문구가 없는 문장에 담긴 작가의 메시지가 단조롭게 다가왔다.

 

작가의 지구 환경에 대한 경고는 차분하다. 말문을 여는 유년의 기억들은 아름답다. 연구 논문과 통계와 과학적 예상으로 전개해 나가는 논리에 경광등과 같은 자극은 감춰져 있다. 그럼에도 근거자료들 앞에서 던지는 순수하게까지 느껴지는 정직한 질문들은 환경에 나태했던 삶에 대해 돌아보게 한다.

 

급격한 도시화와 식량문제, 집약적 농사법에 따른 비료, 농약, GMO식품으로 인한 문제들, 음식섭취의 빈부격차 등을 다룬 후 질문한다. “정말 이렇게 살고 싶은가?”라고.

 

인류는 어제보다 더 풍요로운 삶을 위해 자원을 사용해왔다. 그 자원은 하늘 땅 바다 그리고 사람이다. 저자는 이 세상의 모든 결핍과 고통, 그와 관련된 모든 문제는 지구가 필요한 만큼을 생산하지 못하는 무능이 아니라 우리가 나누어 쓰지 못하는 무능에서 발생한다”(127p)고 이야기 한다. 덜 소비하고 더 많이 나누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 스스로를 구하는 시작점이 될, “확실하고 유일한 방법”(127p)이다. 에너지 사용량과 관련하여 제시하는 자료들과 비교를 예를 들면 “1970년과 오늘날 사이에 운전의 전체적인 증가로 미국, 중국, 인도 세 나라의 연료 사용량은 스물네 개의 미시시피 강에서 한 시간 동안 흐르는 수량에 맞먹는, 엄청난 양이다.”(140p)라는 것이다. 실감나는 비교였다. 1939년 이후 에너지 고갈과 관련한 주장을 한 과학자들은 양치기 소년이 되어버렸다. 물론 기후와 환경 과학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모두는 이것이 예측 시간이 뒤로 미뤄질 뿐 반드시 올 것이라는 사실을 예감한다. 그러므로 반드시 대체연료를 찾아내는 일을 미루지 않아야 한다.

 

평균적인 지구 온도 상승을 섭씨 2도보다 훨씬 낮게’(파리협정에서 그대로 따온 표현) 유지하기 위한 권고 사항들은 폭염, 가뭄, 해수면 상승, 해양 산성화, 흉작 등의 모든 재앙을 막기 위함이다. 이런 예측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 있지만 새로운 연구 결과들은 비관적이다. “이런 두려움에 대해 우리는 더욱 두려워하는 것으로 응답하지만 정작 실재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충분히 두려워하지 않는다”(190p)고 한다. 불과 2세기 전 석탄을 때기 시작했으니 지금부터 200년 후를 상상해본다면 두려운 일이다. 풍요의 이야기가 모든 사람의 이야기가 된다면 400년 만에 지구는 어떻게 달라질지를 예상하는 일은 그리 많은 상상력이 필요하지 않다.

 

자료들은 다양하고 새로운 것이 많았다. 그 자료들이 가리키는 진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들이다. 식량, 에너지, 환경, 멸종. 아마도 그래서 새롭거나 자극이 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단조롭게 읽어가던 중 부록을 읽으면서 각성되었다. <당신이 취해야 할 행동>에서 나의 가치관을 살펴보고(Step1), 정보를 모으고(Step2), 가치체계에 합당하게 행동할 수 있을까?(Step3) 자신의 가치관에 합당하게 개인 투자를 할 수 있을까?(Step4)를 단계별로 점검해보라고 한다.

저자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스캔들을 일으킨 한 의사이야기는 생각할 지점이 있다. 간과 신장 이식으로 유명한 의사였는데, 인터뷰에서 건강을 위해 붉은 육류를 피할 것을 강조했던 그는 실제로 파파이스 프라이드 치킨 앤드비스킷 매장의 소유주인 것으로 밝혀졌다. “병 주고 약 주는의사였다. 가치체계에 합당하게 행동하지 못하는 예이다.

또한 저자는 햄버거로 인해 아팠던 경험 이후 거대 패스트푸드 업체에 대한 논문을 쓰기도 했다. 그 기업들이 4년 전 돼지저금통까지 탈탈 털어 투자한 곳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에피소드는 자본주의 시대에 가치관에 따라 실천하며 살아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려준다.

 

이 책의 압권은 저자가 글을 쓰기 위해 찾아낸 사이트와 문헌들을 소개한 마지막 부분이다. 엄청난 양의 출처와 읽을거리들을 분류해서 이야기하듯 소개하고 있다. 그 양이 많은 것도 그렇지만 그 소스에 접근하는 것이 쉽다는 사실에서 더 놀란다. 그리고 무엇을 선택하고 어떤 데이터를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지에 대한 선택과 분류의 능력에 대해 감탄했다. 잘못된 자료나 너무 오래된 데이터에 대해서는 update해줄 것을 요청하는 것도 놓치지 않았다. 이 자료들을 보니 앞부분에 서술한 내용들이 그저 평이하고 단조롭게 다가오지 않았다. 다시 앞으로 가서 읽어보며 그렇게 느꼈던 것은 독자인 내게 문제가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나는 가치체계에 합당하게 행동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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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23-06-02 1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각성이 되지 않고 무력감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나 하나 쯤이야라는 생각을 버리고 작은 일부터 신청해야겠습니다.

늦었지만 당선축하드려요^^b

그레이스 2023-06-02 11:04   좋아요 1 | URL
ㅎㅎ
고양이라디오님 덕분에 다시 읽었어요.
나태해진 저를 돌아봤구요.;;
감사합니다 ~

고양이라디오 2023-06-02 14:08   좋아요 1 | URL
저도 덕분에 다시 상기했습니다. 감사합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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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시작하면서부터 왜 이런 소재를? 하는 생각이 드는데, 읽어야할 책이라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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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5-11 13: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처음엔 2분할이라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3분할 같아요^^ 지구밖 우주까지....뭔가 SF적인 소설일까?^^ 상상해봅니다

그레이스 2022-05-11 14:30   좋아요 1 | URL
sf맞아요^^
읽다가 중단 중입니다
 


환경관련 책을 찾다가 작가를 알게 되었다.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 서재에도 신간 소개가 올라왔다. 다른 많은 작품들과 동영상들을 검색했다. 작가가 출연했던 방송 프로그램 ‘*퀴즈를 통해 그의 경력을 본 감상은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다. 과학에, 글쓰기에 진심이다. 카이스트 조기졸업 공학박사 경력을 소유한 그가 SF소설을 쓰면서 무명작가가 되었다. 전망 없어 보이는 그는 절필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의 책 중 글쓰기에 관한 책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 삶에 지칠 때 작가가 버티는 법등은 그런 경험과 관련 있는 것 같다. 슬며시 소설을 안 쓰고 살아보려고 했던 그가 다시 글을 쓰게 된 것이 이 소설이다. 뭐든 써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 이 소설, 이미영 사장과 김양식 이사라는 사람이 우주를 돌아다니며 이런 저런 돈 되는 일을 하는 이야기다. 그렇게 10년 동안 썼던 연재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우주 은하시대 동업자 미영과 양식이 하는 사업은 은하계 대행사라고 해야 할까? 인간의 개입으로 지적 능력을 소유하게 된 청우와 같은 생명체가 있고, 어떤 것을 보존할 것인가와 관련된 우주의 지적 생명체 보호법시행령과 시행규칙도 있다. 테라포밍 로봇을 이용해서 우주의 행성에 씨앗을 뿌려 식물을 자라게 하고,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부동산을 소유하는 사람들이 있다. 인간의 소유욕은 그 드넓은 우주에서도 끝을 모른다. 현재 인간의 삶의 틀로 미래를 내다보는 것에 문제제기를 할 수 있으나, 그 상상에는 인간의 본성이라는 문제가 개입되어 있으므로 부인할 수 없다.

 

변호사 마금희는 우주의 지적 생명체 보호법의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다듬어서 보존의 범위를 좁히려 하고, 청우 노앵설 보호협회장은 마금희와 법정다툼을 한다. 우리의 동물보호법의 모방이다. 이렇게 현재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분쟁과 사회적인 이슈를 우주시대의 미영과 양식이 의뢰받은 사건들로 재창조해서 서사를 만들어 간다.

 

우주개척 시대에 우수한 세포 수정란을 저장 보존 처리해서 행성에 보내고 적합한 환경의 행성에 도착하게 되면 태아로 키우고 성장하게 하는 것이나, 온 우주에 퍼뜨린 후손들 사이에 열리는 우주미인대회에서 수상하기 위해 유전자 조작을 하는 일들은 황당하기도 하지만 현재 사람들의 욕망을 들여다보건대 그럴 듯하기도 하다. 은하의 많은 부동산을 소유하고 홀로 고독하게 살아가는 우주갑부의 존재도 인간의 이기심이 빚어낸 고독을 보여준다. 우주로 도망친 강아지 로봇을 잡으러 다니는 모습은 유기견 구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들에는 작가의 유머가 스며 있는데 방송에서 본 모습으로 미루어 그의 유머 코드를 짐작하게 했다.

어 이건 너무 심하네요. 심하네, 심하네!”

……

그 말 들으니까 일본 시마네 현에 가서 우동 먹고 싶네(78p)

 

아재 개그에 헛웃음이 난다.

 

안녕하세요! 저는 로봇 변호사 KW820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로봇 변호사의 목소리가 맛집 소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아니, 이게 정말 전부 19천 원?” 같은 내레이션을 하는 성우 목소리였다. 양식이 약간 당황하는데, 미영은 먼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91p)

 

미래 우주를 꿈꾸고 상상하는 공학자의 SF소설에서 21세기 한국을 사는 아저씨의 문화와 언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 웃긴 이중성에 묘하게 빨려 들어가서 당황스러웠다.

 

작가는 두 사람이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 세웠던 목적은 아직까지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은하와 은하를 여행하는 원리에 대해서도 전혀 설명하지 않는다. 어설픈 설명이나 어렵고 디테일한 묘사가 있는 것보다는 이들의 활약에 집중하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드넓은 우주에서 허황된 짓을 하고 다니며 귀한 삶을 낭비하는 사람을 찾기란 결코 어려운 일은 아니다로 시작하는 마지막 수록 작품은 우주공간을 이동해 다니는 방법에 대한 설명이 없다. 그래서 주인공의 허황된 짓과 삶의 낭비에 주목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그가 돌아다는 범위가 지구, 대한민국, 한 도시인 듯 느껴진다. 언제쯤 인류가 그렇게 우주를 누비게 될까?

 

그의 작품을 더 볼 생각이다. 방송에서 봤던 작가의 아재 같은 말솜씨며, 이과 출신다운 시각들, 한국의 전통 괴물을 찾아 연구하는 태도에서 본 열정과 순수함 때문에 끌리는 듯하다. 작품들 제목들도 재미있다. 얼핏 살펴본 바로는 소설 쪽 보다는 과학 관련 책들이 더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다. 어린이날 기념으로 휴가갈땐 주기율표』.고래 233마리 두권을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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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4-30 17: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과학하고 앉아있네에선 마치 스타워즈의 시작 장면같은 그의 넓디넓은 잡학을 들으실수 있습니다 ㅎㅎ 묘한데 빠져드는 개그코드지요 *^^*

그레이스 2022-04-30 17:51   좋아요 4 | URL
맞아요
처음에는 뭐지 이거? 하다가 빠져들어요 ㅋ
과학하고 앉아있네도 재미있을듯요

새파랑 2022-04-30 18: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빵 책 쓴 작가님의 다른 작품이군요 ㅋ ㅁㅇㅇㅅ 는 미영 과 양식 이겠네요~ 전 뭘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

그레이스 2022-04-30 18:33   좋아요 4 | URL
예~
맞아요^^

얄라알라 2022-04-30 21: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심하네, 시마네 ㅋㅋ
저는 일본 지명을 잘 몰라서, 처음에 개그인 줄도 모를 뻔^^

요새 북플의 핫 뉴페이스가 되신 곽재식 작가님, 그레이스 님의 페이퍼가 또 힘을 실어 드렸네요~

그레이스 2022-04-30 21:12   좋아요 3 | URL
일년쯤 전에 유퀴즈 나온 영상 찾아왔는데 굉장히 재밌어요.
그래서 그런지 이 분 책소개 밑에는 직접 인터뷰한 영상이 있네요^^
핫 뉴 페이스 맞는듯요

singri 2022-04-30 23: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알고싶자나요 궁금하자나요 했던 그 작가님이로군요 ㅋ 재밌겠습니다

그레이스 2022-05-01 09:55   좋아요 2 | URL
예~
맞아요
그분! ㅋㅋ
보셨군요^^
재미있습니다~

희선 2022-05-01 01: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 이 말 맞는 듯합니다 지구가 아닌 사람이 문제죠 사람이 지구를 망치니... 우주를 다니는 이야기도 지금과 아주 동떨어진 이야기는 아니군요 지금을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네요


희선

그레이스 2022-05-01 10:01   좋아요 3 | URL
제목을 참 잘 지은것 같아요
환경 주제 책 검색하다가 알게 된 책이예요. 한 책 읽기 선정 위원회에 추천해야 해서요^^
이런 책은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선택했어요.
곧 읽어야 해요

scott 2022-05-01 12: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휴가갈때 주기율표
찜🙌

그레이스 2022-05-01 13:03   좋아요 2 | URL
제가 잠시 봤는데, 재미있어요^^

페크pek0501 2022-05-02 12: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요즘 SF소설에 관심이 갑니다. 정보라 작가의 저주토끼 때문인지...

그레이스 2022-05-02 13:13   좋아요 3 | URL
저도 그 책 읽어야 하는데...
꾸준한 작가들 덕에 이런 소설들이 가까와졌어요^^

하나의책장 2022-05-03 23: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과학과 글쓰기에 진심이신 분인 것 같아 더 보고 싶어지는걸요^^!

그레이스 2022-05-04 08:20   좋아요 0 | URL
예~
직장얘기 할때는 영혼 1도 없다가, 과학에는 흥분하는 모습이 넘 재미있었어요 ㅋㅋ
궁금하잖아요? 안 궁금해요? 궁금하잖아요?
이 말이 맴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