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관련 책을 찾다가 작가를 알게 되었다.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 서재에도 신간 소개가 올라왔다. 다른 많은 작품들과 동영상들을 검색했다. 작가가 출연했던 방송 프로그램 ‘*퀴즈’를 통해 그의 경력을 본 감상은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다. 과학에, 글쓰기에 진심이다. 카이스트 조기졸업 공학박사 경력을 소유한 그가 SF소설을 쓰면서 무명작가가 되었다. 전망 없어 보이는 그는 절필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의 책 중 글쓰기에 관한 책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 『삶에 지칠 때 작가가 버티는 법』 등은 그런 경험과 관련 있는 것 같다. 슬며시 소설을 안 쓰고 살아보려고 했던 그가 다시 글을 쓰게 된 것이 이 소설이다. 뭐든 써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 이 소설, 이미영 사장과 김양식 이사라는 사람이 우주를 돌아다니며 이런 저런 돈 되는 일을 하는 이야기다. 그렇게 10년 동안 썼던 연재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우주 은하시대 동업자 미영과 양식이 하는 사업은 은하계 대행사라고 해야 할까? 인간의 개입으로 지적 능력을 소유하게 된 청우와 같은 생명체가 있고, 어떤 것을 보존할 것인가와 관련된 우주의 ‘지적 생명체 보호법’ 시행령과 시행규칙도 있다. 테라포밍 로봇을 이용해서 우주의 행성에 씨앗을 뿌려 식물을 자라게 하고,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부동산을 소유하는 사람들이 있다. 인간의 소유욕은 그 드넓은 우주에서도 끝을 모른다. 현재 인간의 삶의 틀로 미래를 내다보는 것에 문제제기를 할 수 있으나, 그 상상에는 인간의 본성이라는 문제가 개입되어 있으므로 부인할 수 없다.
변호사 마금희는 우주의 지적 생명체 보호법의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다듬어서 보존의 범위를 좁히려 하고, 청우 노앵설 보호협회장은 마금희와 법정다툼을 한다. 우리의 ‘동물보호법’의 모방이다. 이렇게 현재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분쟁과 사회적인 이슈를 우주시대의 미영과 양식이 의뢰받은 사건들로 재창조해서 서사를 만들어 간다.
우주개척 시대에 우수한 세포 수정란을 저장 보존 처리해서 행성에 보내고 적합한 환경의 행성에 도착하게 되면 태아로 키우고 성장하게 하는 것이나, 온 우주에 퍼뜨린 후손들 사이에 열리는 우주미인대회에서 수상하기 위해 유전자 조작을 하는 일들은 황당하기도 하지만 현재 사람들의 욕망을 들여다보건대 그럴 듯하기도 하다. 은하의 많은 부동산을 소유하고 홀로 고독하게 살아가는 우주갑부의 존재도 인간의 이기심이 빚어낸 고독을 보여준다. 우주로 도망친 강아지 로봇을 잡으러 다니는 모습은 유기견 구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들에는 작가의 유머가 스며 있는데 방송에서 본 모습으로 미루어 그의 유머 코드를 짐작하게 했다.
「“어 이건 너무 심하네요. 심하네, 심하네!”
……
“그 말 들으니까 일본 시마네 현에 가서 우동 먹고 싶네”」 (78p)
아재 개그에 헛웃음이 난다.
「“안녕하세요! 저는 로봇 변호사 KW820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로봇 변호사의 목소리가 맛집 소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아니, 이게 정말 전부 1만 9천 원?” 같은 내레이션을 하는 성우 목소리였다. 양식이 약간 당황하는데, 미영은 먼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91p)
미래 우주를 꿈꾸고 상상하는 공학자의 SF소설에서 21세기 한국을 사는 아저씨의 문화와 언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 웃긴 이중성에 묘하게 빨려 들어가서 당황스러웠다.
작가는 “두 사람이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 세웠던 목적”은 아직까지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은하와 은하를 여행하는 원리에 대해서도 전혀 설명하지 않는다. 어설픈 설명이나 어렵고 디테일한 묘사가 있는 것보다는 이들의 활약에 집중하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드넓은 우주에서 허황된 짓을 하고 다니며 귀한 삶을 낭비하는 사람을 찾기란 결코 어려운 일은 아니다”로 시작하는 마지막 수록 작품은 우주공간을 이동해 다니는 방법에 대한 설명이 없다. 그래서 주인공의 허황된 짓과 삶의 낭비에 주목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그가 돌아다는 범위가 지구, 대한민국, 한 도시인 듯 느껴진다. 언제쯤 인류가 그렇게 우주를 누비게 될까?
그의 작품을 더 볼 생각이다. 방송에서 봤던 작가의 아재 같은 말솜씨며, 이과 출신다운 시각들, 한국의 전통 괴물을 찾아 연구하는 태도에서 본 열정과 순수함 때문에 끌리는 듯하다. 작품들 제목들도 재미있다. 얼핏 살펴본 바로는 소설 쪽 보다는 과학 관련 책들이 더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다. 어린이날 기념으로 『휴가갈땐 주기율표』.『고래 233마리』 두권을 선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