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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 바르트, 마지막 강의
롤랑 바르트 지음, 변광배 옮김 / 민음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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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인사과예 리뷰 책을 받고 솔직하게 폭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서평단 활동을 한다는 것은 내가 읽기 싫어하는 책들, 그래서 내가 잘 접하지 않는 책들을 읽어본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지난달 시간 연대기와 같은 책들이 그것이다. 그렇지만 때론 의무감에 읽어가는 경우도 있으며, 마음 속에서 심각하게 올라오는 짜증을 참으면서 읽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달 인사과예 서평도서가 바로 그것이다.

 

  롤랑 바르트!

  너무나 유명한 사람이다. 이쪽 방면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본 사람이겠지만 그런 사람들이 지은 책이라도 다 좋은 것은 아니면, 또 아무리 잘 쓴 책이라도 해도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제대로 만들지 못한다면 그 책은 사람을 상당히 불편하게 만든다. 이 책이 그렇다. 이 책은 롤랑 바르트의 책이라는 사실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책이 너무 불친절하다. 불친절하다 못해 불편하다. 책을 읽는내내 불폄함과 집어 던지고 싶은 마음과 싸워야 했다. 그러니 읽고 나서 아무런 느낌도 없고, 남는 것도 없다. 그저 롤랑 바르트라는 사람이 하이쿠를 좋아했구나, 그리고 소설을 쓰고 싶어 했구나, 프로스트라는 사람을 꽤나 좋아했구나 이정도이다.

 

  책이 이렇게 폭망한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이쪽 방면에 관심이 없어서인가? 저자가 글을 못써서 인가? 아니면 편집자가 너무 무리해서 책을 냈기 때문일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도 후자가 아닐까 싶다. 어떤 세미나를 듣고 난 후에 요약된 강의안을 보는 것은 유용할지도 모른다. 그 당시 머리 속에 있는 기억들을 끄집어 내기 위해서는 축약된 단어들만으로 충분하니까. 그렇지만 강의를 아예 듣지 않고 축약된 글만 읽는다는 것은 꽤나 불편한 일이고 비효율적인 일이다. 그런데 이 책이 책을 읽고 있는 나에게 그런 비효율을 강요한다. 롤랑 바르트의 마지막 강의라는 제목답게 말 그대로 강의안이다. 책을 읽어가다보면 이 사람이 강의를 위해서 작성한 노트라는 사실을 확실히 알게 된다.

 

  아무리 대가라도 정리되지 않은 강의안을 바로 책으로 출판하는 일은 이 책은 망해도 된다는 말과 똑같은 말일텐데, 유고작이라는 단 한마디의 말로 이 불편함을 커버하려고 한다. 너무나 불편해서 네이버에서 책 평점을 찾아봤는데 10점 만점중에 9점을 주었다. 이해가 안되는 점수이다. 민음ㅇ사에서 너무 무리수를 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보면서 과감하게 나는 이 책에 별 한개를 주려고 한다. 그것도 최저 점수가 별 한개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억지로 읽은 책! 무얼 읽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책"이라고 하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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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내 수집품! 한권씩 모으고 있다
명대사가 너무 많다
˝사람이 언제 죽는지 알아?˝
˝나는 해적왕이 될테야˝
˝사랑해줘서 고마워˝
정말 주옥같은 대사들이 많다
원피스엔 철학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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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5-03-24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옥같은 대사들이 많군요. 철학까지 담겨 있다니...
울 고1 아들 전권 다있는데 자신의 애장품 1호 랍니다.

saint236 2015-03-25 10:45   좋아요 0 | URL
제 애장품1호는 원래 슬램덩크였는데 제 모친께서 동네 중딩을 주시면서 다 큰놈이 이런거나 본다고...그게 벌써 15년 전 일입니다. 그 날이후로 만화책을 안모았는데...

무스탕 2015-03-24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화책은 유통기간이 너무 짧아요. 그래서 나왔을때 바로 구입하지 않으면 나중에 이빨빠지기 쉽상이죠. 그래서 전 완간되면 한꺼번에 몰아 읽더라도 나올때 바로바로 구입해요.
지금 25권까지 구입만 해 놓고 아직 안 읽은 책이 기록이에요. ㅎㅎㅎ

saint236 2015-03-25 10:46   좋아요 0 | URL
그때 그때 안사면 아무래도 경제적인 부담이 있지요! 더군다나 원피스는 거진 30만원이 넘어갑니다. 그래서 이리저리 다니며 비교적 양호한 걸로 모으고 있으나 66권은 껍데기가 없네요. 67권은 껍데기가 없었는데 있는 책을 발견해서 다시 구매했지만요.

cyrus 2015-03-24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방이 조금 넓었으면 만화책도 사모으고 싶어요. 특히 원피스, 명탐정 코난 같은 것들요. 제가 중고샵에 산 유일한 만화책이 요리왕 비룡입니다.

saint236 2015-03-25 10:48   좋아요 0 | URL
전 모으고 싶은 책이, 원피스, H2, 터치, 슬램덩크요. 한국 만화로는 이현세의 남벌을 모으고 있고요, 예전에 소마신화 전기를 모았는데 모친께서 동네 중딩에게 투척하시는 바람에. 레드 아이즈도 재미있습니다.

transient-guest 2015-04-16 0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화책 좋지요. 저는 이제서야 조금씩 사들이고 있습니다. ㅎ

saint236 2015-04-16 15:42   좋아요 0 | URL
가끔은 어설픈 책보다는 만화책이 훨씬 낫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금 알라딘 서평단에서 받아서 읽고 있는 롤알 바르트의 마지막 강의가 있는데 별로네요. 책으로 정리한 것도 아니고 그냥 강의안을 출판한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억지로 읽다보니 건성건성입니다.
 
[시간 연대기]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시간 연대기 - 현대 물리학이 말하는 시간의 모든 것
애덤 프랭크 지음, 고은주 옮김 / 에이도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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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시간은 발명품이다?

 

  상당히 논란이 예상되는 문장이다. 그렇지만 이 책의 저자는 단연코 시간은 인간의 발명품이라고 주장한다. 시간이라는 개념을 만들고, 그 시간들을 구분하고, 시간을 측정하는 것, 그리고 그 시간을 활용하는 것은 철저하게 인간이 만들어낸 체계라는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시간은 인간이 발명해낸 발명품이 맞는 것도 같다.

 

  이 책은 인간이 시간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만들고 발전시켜 왔는지는 과학의 발전과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달의 관측과 점성술로부터 시작된 시간 개념은 고전 물리학과 현대 물리학을 거치면서 보다 잘게 쪼개졌다. 과거에는 1년, 한달 이런 단위로 구성되어 있던 시간들이 오전과 오후로 구분되고, 시간으로 구분되더니 분이 생기고, 초가 생기고, 이제는 나노초로 구분되기까지 한다. 나노초라는 개념이 우리에게는 낯설게 느껴지지만 실제 1초보다 짧은 시간들은 우리에게 알게 모르게 친숙하다. 육상을 비롯한 기록경기에서 소수점 두세자리까지 구분하여 등수를 구분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렇게 구분된 등수에 열광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가 눈으로 계측이 불가능한 그 짧은 순간들도 우리에겐 이미 숨쉬는 것만큼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과학에서 다루는 무한한 시간과 아주 짧은 시간들이 우리 삶을 어떻게 바꾸고, 그 시간들이 어떻게 우리 생활 속에서 구현되고, 우리의 삶의 형식들을 바꾸어가는 지를 알게 되었을 때에는 저절로 고개를 끄덕거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변화가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업무에 몰아넣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오늘날 우리가 피로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는 시간은 금이라는 격언을 가지고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애써오는 우리의 모습들이, 그리고 우리가 마치 시간을 정복한 것처럼 생각하게 되는 모습들이 인간의 오만이구나 생각해 본다. 삶은 편리해졌고, 시간은 더 정교해졌지만 그 안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낭만과 고전적인 생각들은 너무나 안타깝고, 우리의 삶이 더 팍팍해진 이유가 여기 있다고 생각한다. 마치 현대 물리학이 우주에 대한 신비를 벗겨내면서 우주를 대상화했듯이 말이다.

 

  시간이 우리의 삶을 주관하는 시기에서 시간을 우리가 관리한다고 생각하면서 우리의 삶이 계량화되고 경제 논리에 매몰된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니겠는가?

 

  한가지 아쉬운 것은 현대 물리학에 대해서 아무리 간단하게 다루고 있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개념이기 때문에 비과학도가 잃어간다는 것은 꽤나 힘든 일이다. 아마도 이 리뷰가 두서없다고 생각이 든다면 여기에 이유가 있을 것이다. 흥미로운 책이긴 하지만 서평단 도서로 받지 않았다면 전혀 읽어보지 못했을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은 알라딘에서 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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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3-24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뉴턴, 아인슈타인이 나오는 중반부까지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는데 그 다음부터는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어요.. ^^;;

saint236 2015-03-25 18:47   좋아요 0 | URL
현대 물리학의 다중우주 이야기는 돵최...
 
[한자의 탄생]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한자의 탄생 - 사라진 암호에서 21세기의 도형문까지 처음 만나는 문자 이야기
탕누어 지음, 김태성 옮김 / 김영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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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학생 시절 한자 대문에 꽤나 골머리를 앓았던 적이 있다. 물론 순전하게 내가 공부를 안한 탓이지만 그때까지 살면서 그런 점수는 받아본 적이 없었다. 집에서 가서 부모님에게 혼이 났음은 당연한 결과였다. 당시 한문을 가르쳤던 선생님이 놀랍게도 미술 선생님이셨다. 피카소같이 생긴 머리를 가지고 추상화와 같은 한문을 가르치셨다. 공자가 어떻고 맹자가 어떻고 이야기를 하시면서 한문을 가르치셨는데 칠판에 써놓은 한문이 이해할 수 없는 그림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졸리기까지. 그러니 한문을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있겠는가? 아마도 그때부터 한문이 싫어졌던 것 같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도 한문을 배웠지만 성적에 크게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열심히 공부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다가 한문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것은 무협지에 재미를 들리면서이다. 지금은 가로로 읽어가는 무협지가 대부분이지만 그 당시만 해도 아직 갱지에 세로로 찍어낸 무협지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괄호 안에 한문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처음에는 별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읽어가던 무협지만 백권이 넘고 이백권이 넘어가면서 쓰지는 못하지만 읽을 줄은 알게 되었다. 물론 그렇게 배운 한자이니 한계가 있음은 당연한 일이다.

 

  한문을 배우면서 상형이니, 회의니, 지사니, 회의니, 형성이니 등등을 배웠는데 이 내용이 이 책에 다시 나올 줄은 몰랐다. 저자는 한문의 탄생 과정에 대해서 조목조목 이야기하면서 한문에 담긴 철학적인 사유와 문화적인 배경들을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간혹 등장하는 갑골문자들도 꽤나 흥미롭게 생겼고, 어떤 것은 딱 보고 이건 뭐랑 비슷한 것 같은데, 혹은 이런 의미가 아닐까라면서 알아챌 때의 희열은 로제타 스톤을 가지고 고대 이집트 상형 문자를 해석해 낼 때의 기분이 아니겠나 싶다.

 

  만약 한문 시간에 아이들에게 한문을 이렇게 가르칠 수 있다면 나처럼 한문에 흥미를 잃거나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 공부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저자가 대만 사람이기 때문에 한문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문자의 발전과 이를 통한 기억의 축적, 문명의 발전은 꽤나 흥미로운 주제가 아닐까? 특별히 마지막에 다루고 있는 형상을 본 딴 도형문자의 시대가 다시 올 수 있는가라는 주제는 요즘같이 이모티콘이 발전하는 시대에는 깊이 생각해볼만 한 주제이다.

 

  문자는 좀 더 간소화되는 방향으로 발전되어 가고, 내용은 더 많은 것을 담고 있기 때문에 상형 문자의 시대가 다시 도래할 것이라는 주장은 말도 안된다고 하면서도 특정한 문자들은 지속적으로 발전되어갈 것이라는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한글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어떤 사람들은 한글이 아주 우수하기 때문에 세계 곳곳에서 쓰이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렇게 우수한 한글을 가진 우리 민족이 얼마나 대단한가라는 자부심을 갖는다. 그런데 한글의 우수성이 어디에 있는 것일까? 동양의 사상을 아우르는 창제 철학이 아니라 문자의 경제성이 아니겠는가? 간소한 선과 점 몇개로 확연한 차이를 보이면서 어떤 글자이든지 표현해 내는 기능이 한글의 우수성이 아닐까? 다만 사라진 한글 몇 글자는 간소화와 함축이라는, 그리고 정확한 발음이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왜 사라진 것일까? 저자의 주장에 완전히 동의할 수 없는 지점이 이 부분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그렇게 비효율적이어서 사라져버린 이집트 상형 문자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 그런 것일까?

 

  *이 책은 알라딘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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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서울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그리고 삶은 어떻게 소진되는가
류동민 지음 / 코난북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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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브리어에 스올이라는 말이 있다. 음부 혹은 지옥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언젠가 학생 때 찾아갔던 교회에서 목사님께서 설교를 하시면서 했던 언어 유희다. 서울이 너무나 타락하고 죄가 가득하기 때문에 성경에서 말하는 스올과도 같은 곳이다라는 의미였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처음에 들었던 생각이 이것이다.

 

  신문의 1면을 장식하는 온갖 굵직한 사건들이 자주 일어나는 곳이 서울이다. 워낙 인구가 많은 도시이기도 하겠지만 단순히 그 이유만은 아닐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서울이 작동하는 원리이기 때문이리라. 서울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라는 어려운 질문의 답은 "자본"이다. 서울은 철저하게 자본의 논리에 의해서 작동된다. 교회도, 문화도, 건물도, 도시 개발도 모든 것은 자본의 논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태초에 자본이 있었으니, 이 자본이 서울을 창조하지는 못해도 서울을 발전시키고 인도한다. 돈이 된다면 물건도 팔고, 집도 팔고, 사람도 팔고, 몸도 판다. 윤리와 도덕이라는 잣대를 들이대지만 그 이면에 흐르는 것은 철저하게 자본의 논리이다.

 

  돈이 되기 때문에 강남이 개발되는 것이고, 돈이 되기 때문에 강남에 모이는 것이고, 돈이 되기 때문에 인서울을 외치면서 사교육에 열을 올리는 것이다. 서울의 브랜드화도, 개인의 학벌도, 부동산 열기도, 고용 유연성도 자본이라는 틀에서 이해가 되어야 한다. 마르크스는 자본론을 통하여 머지않아 자본의 논리가 몰락하고 인류는 평등으로 나아갈 것이라 외쳤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직 임계점에 다다라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 자본주의 사회가 몰락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신자유주의라는 기치 하에 자본은 서울을 사로잡았고, 점점 더 자본주의의 최전선으로 인도하고 있다. 곳곳에서 불안한 소리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이 정도 소리에 서울을 움직이는 자본의 논리가 무너질리 없다. 오히려 자본은 물질이라는 유형을 집어 삼키고도 모자라 기억이라는 무형의 자본마저 끌어 당기고 있다. 서울 곳곳에 존재하는 한옥 마을, 곳곳에서 이야기하는 역사 도시 프로젝트, 고서점, 추억의 장소도 가격을 매겨서 관광 상품을 만들고 있다. 개인과 집단의 기억마저도 돈이 된다면 기꺼이 판매의 대상이 되어 버린다.

 

  얼마전 방영되었던 자동차 광고는 이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싼타페로 기억한다. 어떤 사람이 함께 했던 차를 폐차하거다 팔아 버리지 않고 그 부품을 가지고 미술 작품을 만들었다. 그리고 자기 회사는 개인의 기억을 아주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광고했다. 개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의미가 있는 일일 수도 있겠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 뭔가 이상하다. 차의 본질적인 의미는 무엇인가? 달리는 것이다. 진정으로 그 차를 사랑한다면 끊임없이 관리해서 달리게 만들어야 한다. 실제로 오래된 차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하고 있지 않은가? 아직도 대한민국 어딘가를 포니는 달리고 있다. 그런데 그 차를 박제화 해서 가끔 돌려보면서 즐거워 하는 것, 그리고 이런 일을 통하여 우리는 당신의 기억을 아주 소중하게 생각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결국 기억이라는 것도 판매의 대상이 된다는 자본의 논리가 아닐까?

 

  서울에 살고 있으면서 자본의 논리에 휩쓸리지 않는 것이 꽤나 힘이 든다. 그렇지만 서울에 살고 있다고 해서 서울의 작동 원리인 자본에 충실하는 것은 바람직한 선택은 아닐 것이다. 오늘 우리의 삶이 그 결과임을 기억한다면 말이다. 서울이 스올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것이 서울을 살아가는 우리의 의무가 아닐까?

 

  추신. 의미 있는 내용이긴 하지만 책이 꽤나 재미가 없다. 서평 도서를 받으면서도 과감하게 별 2개를 준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이것은 알라딘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기록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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