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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의 탄생 - 사라진 암호에서 21세기의 도형문까지 처음 만나는 문자 이야기
탕누어 지음, 김태성 옮김 / 김영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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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학생 시절 한자 대문에 꽤나 골머리를 앓았던 적이 있다. 물론 순전하게 내가 공부를 안한 탓이지만 그때까지 살면서 그런 점수는 받아본 적이 없었다. 집에서 가서 부모님에게 혼이 났음은 당연한 결과였다. 당시 한문을 가르쳤던 선생님이 놀랍게도 미술 선생님이셨다. 피카소같이 생긴 머리를 가지고 추상화와 같은 한문을 가르치셨다. 공자가 어떻고 맹자가 어떻고 이야기를 하시면서 한문을 가르치셨는데 칠판에 써놓은 한문이 이해할 수 없는 그림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졸리기까지. 그러니 한문을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있겠는가? 아마도 그때부터 한문이 싫어졌던 것 같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도 한문을 배웠지만 성적에 크게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열심히 공부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다가 한문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것은 무협지에 재미를 들리면서이다. 지금은 가로로 읽어가는 무협지가 대부분이지만 그 당시만 해도 아직 갱지에 세로로 찍어낸 무협지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괄호 안에 한문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처음에는 별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읽어가던 무협지만 백권이 넘고 이백권이 넘어가면서 쓰지는 못하지만 읽을 줄은 알게 되었다. 물론 그렇게 배운 한자이니 한계가 있음은 당연한 일이다.

 

  한문을 배우면서 상형이니, 회의니, 지사니, 회의니, 형성이니 등등을 배웠는데 이 내용이 이 책에 다시 나올 줄은 몰랐다. 저자는 한문의 탄생 과정에 대해서 조목조목 이야기하면서 한문에 담긴 철학적인 사유와 문화적인 배경들을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간혹 등장하는 갑골문자들도 꽤나 흥미롭게 생겼고, 어떤 것은 딱 보고 이건 뭐랑 비슷한 것 같은데, 혹은 이런 의미가 아닐까라면서 알아챌 때의 희열은 로제타 스톤을 가지고 고대 이집트 상형 문자를 해석해 낼 때의 기분이 아니겠나 싶다.

 

  만약 한문 시간에 아이들에게 한문을 이렇게 가르칠 수 있다면 나처럼 한문에 흥미를 잃거나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 공부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저자가 대만 사람이기 때문에 한문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문자의 발전과 이를 통한 기억의 축적, 문명의 발전은 꽤나 흥미로운 주제가 아닐까? 특별히 마지막에 다루고 있는 형상을 본 딴 도형문자의 시대가 다시 올 수 있는가라는 주제는 요즘같이 이모티콘이 발전하는 시대에는 깊이 생각해볼만 한 주제이다.

 

  문자는 좀 더 간소화되는 방향으로 발전되어 가고, 내용은 더 많은 것을 담고 있기 때문에 상형 문자의 시대가 다시 도래할 것이라는 주장은 말도 안된다고 하면서도 특정한 문자들은 지속적으로 발전되어갈 것이라는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한글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어떤 사람들은 한글이 아주 우수하기 때문에 세계 곳곳에서 쓰이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렇게 우수한 한글을 가진 우리 민족이 얼마나 대단한가라는 자부심을 갖는다. 그런데 한글의 우수성이 어디에 있는 것일까? 동양의 사상을 아우르는 창제 철학이 아니라 문자의 경제성이 아니겠는가? 간소한 선과 점 몇개로 확연한 차이를 보이면서 어떤 글자이든지 표현해 내는 기능이 한글의 우수성이 아닐까? 다만 사라진 한글 몇 글자는 간소화와 함축이라는, 그리고 정확한 발음이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왜 사라진 것일까? 저자의 주장에 완전히 동의할 수 없는 지점이 이 부분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그렇게 비효율적이어서 사라져버린 이집트 상형 문자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 그런 것일까?

 

  *이 책은 알라딘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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