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이란 무엇인가 모든 사람을 위한 기독교 1
알리스터 맥그래스 지음, 양혜원 옮김 / 성서유니온선교회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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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독교의 진영 쪽에서 주장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 사도신경은 전혀 복음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복음적인 것의 의미에 대해서 논란의 의미가 있지만 과격한 보수주의자들은 예수님이 말하지 않은 것을 주장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진보진영에서는 사도신경은 사도들로부터 유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도신경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기독교의 오랜 역사를 두고 사도신경은 Apostles' Creed라는 이름으로 교회 안에서 암송되어 왔고 교육되어 왔다. 이는 기독교 교리의 핵심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맥그라스는 사도신경으로부터 시작해서 기독교 역사상 존재해왔던 여러 신조들의 역사적인 유래와 어떤 맥락에서 그런 신조가 제정되고 고백되었는지, 그리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를 밝히면서 교회 안에서 신조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지 기록하고 있다.

 

  이 시대 최고의 변증가라 불리우는 맥그라스답게 내용의 깊이는 있지만 읽기가 쉽지 않다. 루이스의 책을 읽기가 쉽지 않은 이유와 동일한 이유로 이 책도 상당히 얇은 두께에도 불구하고 읽기가 쉽지 않다.

 

  루이스는 신조가 교회 안에서 공동체성을 상기시키고 믿음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결론을 내린다. 우리가 신조를 외우면서 믿음을 보호하는 교리적인 내용들을 재교육하고, 이를 통하여 믿음을 강화하고, 믿음의 공동체성을 강화하게 된다. 사도신경을 예배 시간에 외울 때 너무 익숙해서 주문처럼 외우지만 이를 통하여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믿음의 마운더리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우리는 어떤 하나님을 믿고, 어떤 예수님을 믿으며, 어떤 성령님을 믿고, 어떤 종말론을 가지고 살아가는 지를 사도신조는 몇가지의 간단한 문장으로 상기시킨다. 그외에 다른 신조들을 살펴보면서 사도신경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 어떤 역사의 결과물인지를 이야기하면서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들을 다시 설명하고, 이해시킨다.

 

  교회 안에서 청년들을, 혹은 교리 공부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교육할 마음이 있다면 이 책의 시리지들을 함께 읽어보는 것도 유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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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16 04: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7-16 06: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알렉산드로스 제국의 눈물 - 알렉산드로스의 죽음과 제국의 왕관을 놓고 벌이는 살아남은 자들의 전쟁
제임스 롬 지음, 정영목 옮김 / 섬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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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렉산더가 죽었다.

 

  대왕이라는 칭호를 받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정복군주 알렉산더가 죽었다. 그것도 상당히 젊은 나이에. 살아 생전에 거의 신격화 되었던 알렉산더의 사후 그는 그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에게 진짜로 신이 되었다. 그리스인들은 물론 마케도니아 사람들의 시선으로는 상당히 어색한 일이다. 그렇지만 그 누구도 이 부분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았다. 젊은 나이에 그가 죽었는데 그의 죽음에 대한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그의 죽음에 대한 것은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졌다. 동시에 그가 품었던 세 대륙을 아우르는 대제국에 대한 이상마저도 신성불가침의 것이 되었다. 그 구상에 대해서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물론 모든 사람들의 그의 이상에 동의한 것은 아니다. 살아 생전 그의 이상에 대해서 반론을 제기했던 사람들도 많이 있었지만, 일단 그가 죽자 그의 존재는 물론 이상마저도 신성 불가침의 영역이 되어 버렸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들은 그의 후계자가 되기에는 모자라다. 아직 태어나지 않았으니 실력을 보여준 것도 아니고, 혈통이 순수한 마케도니아 왕족도 아니다. 삼국지에 나오는 천자처럼 제후들이 호령하기에 좋은 도구일 뿐이다.

 

  그의 부하들이라고 온전하게 알렉산더의 후계자를 자처할 수도 없다. 그릇과 명성, 실력, 혈통, 그 어느 것으로도 그의 뒤를 이을만한 사람이 없었다. 실력은 있으나 혈통이 안되는 사람, 명성이 안되는 사람, 혈통은 되지만 실력이 뒷받침하지 못하는 사람 등 딱히 우월하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물론 그의 부하들 가운데 다른 사람들보다 우위를 점하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상대방을 압도할만큼은 아니다. 당연히 그의 제국은 사분오열되었다. 그리고 많은 내전을 거치면서 그의 제국은 오늘날 우리가 잘 아는 몇 개의 왕조로 분할되었다. 애굽을 중심으로 하는 프톨레미 왕조, 아시아의 대부분을 집어 삼킨 안티고노스 왕조, 시리아를 중심으로 하는 셀류코스 왕조 등 그의 나라는 몇 조각으로 분열되었다.

 

  이 책은 알렉산더 사후 그의 나라가 완전히 분열되기 이전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아직 셀류코스 왕조가 등장하기 전에 등장했다가 사라진 왕조부터 안티고노스의 왕조가 성립되기까지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는데, 꽤나 신선하다. 아마도 주로 마케도니아의 이야기는 알렉산더에 집중하기 때문이었으리라.

 

  역사적인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더 재미있는 것은 알렉산더가 어떻게 마케도니아에서 신화가 되고 정치 권력의 선전과 정당화의 도구가 되어가고 있는지를 살펴 보는 것은 더 재미있다. 알렉산더의 이름을 박정희라는 이름으로 그의 부하들의 이름을 전두환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로 치환하여 읽어도 크게 이야기의 흐름이 바뀌지 않는다는 점은 더 놀라우면서도 속쓰린 이야기일 것이다.

 

  박정희가 죽었다. 군사력으로 모든 것을 다 집어 삼켰던 전제 군주가 죽었다. 그가 꿈꾸었던 이상과 권력은 이미 신성불가침의 신화가 되었다. 감히 박정희의 이름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종북이 되고, 좌파가 되었다. 박정희는 이미 반신반인의 존재가 되어 사람들의 기억 속에 대물림되고 있다. 이만큼 살만한 것이 박정희의 공로라는 말로 모든 의문을 근본부터 차단해 버린다. 이후의 권력자들은 그의 신화화되고 박제화된 권력에 기대어 자신이 그의 진정한 후예라면서 정통성을 주장한다. 그와 같은 세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아무런 의심없이 박정희라는 이름 앞에 35%의 지지율을 몰아 준다.

 

  알렉산더와 박정희의 차이는 딱 하나다. 그의 핏줄이 성장해서 정통성을 주장하면서 권력을 잡았느냐 아니냐의 차이 뿐이다. 이로 인해 박정희는 죽어 신화로 남겨진 알렉산더와는 달리 무덤에서 살아나 이 땅을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만약 그가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면 어땠을까? 역사에 만약이라는 가정은 부질없는 것들이라고 하지만 아마도 신화가 되기는 어렵지 않았을까? 그의 가장 큰 복은 그가 비명에 죽었다는 것, 과가 나타나기 전에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본다면 그렇게 허무하게 비극적으로 맞이한 죽음이 그들에게는 복이 아니었을까?

 

  역사를 통하여 현실을 보게 된다는 말을 다시 한번 깨닫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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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다섯 가지 상품 이야기 - 소금, 모피, 보석, 향신료 그리고 석유
홍익희 지음 / 행성B(행성비)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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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곳곳에서 블랙 프라이데이 마케팅 열풍이다. 미국의 소비가 집중된다는 블랙 프라이데이를 본따서 코리안 블랙 프라이데이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름만 거창하지 대단할 것도 없다. 오히려 눈가리고 아웅식의 얄팍한 상술로 인해 소비자들의 비웃음을 사고 있는 형편이다.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을 해도 해외 직구 방법이 아주 자세하게 적혀 있는 시대에 기업들의 마인드는 여전히 해외 여행이 금지되었던 박정히 대통령 시절의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그러니 내수가 살아날 리가 있는가? 물론 내수라고 부를만한 건덕지도 없는 한국의 현실 속에서 살아나는 것은 언강생심이다.

 

  블랙 프라이데이를 지켜보면서 역시 우리는 "소비가 미덕인 시대"를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 어릴때만 해도 돈벌어서 저축해야 한다, 그것이 애국하는 일이다라고 교육을 받았지만, 요즘은 소비하는 것이 내수 경길르 진작시키는 일이니 돈을 많이 써라 권한다. 얼마전 안상수 씨가 시장으로 있는 창원시에서 10만원 더 쓰기 캠페인이 진행되었다. 아직도 진행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용은 이런 것이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한 세대당 10만원씩 더 쓰자는 내용이다. 살다살다 저금하자는 운동이 아니라 돈을 더 쓰자는 운동을 보기는 처음이다. 이렇게 소비를 권하는 사회를 살아가다 보니 얼리아답터라는 신인류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파워블로거와 파워 블로거지라는 이들도 등장했다.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다른 측면들이 있지만 이들이 하는 일은 하나로 모아진다. 사람들에게 지름신이 강림하도록 뽐뿌질을 한다는 것이다. 창원시의 논리에 따르면 이들은 진정한 애국자이리라...

 

  소비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의 생리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소비를 통하여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인간의 한계이고, 원죄이리라. 살아가기 위해서 다른 동물을 잡아먹고 살아가는 것은 인간이 피치못할 소비이다. 그런데 인간에게는 특이한 소비 패턴이 한 가지 더 있다. 꼭 필요하지 않지만 편하기 위해서, 혹은 효율이나, 즐거움을 위해서 소비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사치품으로 시작된 소비들도 시간이 지나가고 사회가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필수불가결한 소비로 인식되곤 한다. 오늘날 스마트폰을 2G폰으로 바꾼다는 상상을 해보라. 젊은이들이 이런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겠는가? 젊은이들에게 스마트폰은 숨을 쉬듯 당연한 것이다. 이것들은 소비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대상이 아니라 아이폰으로 갈 것인가 안드로이드로 갈 것인가의 대상이다.

 

  이렇게 소비는 사치품에서 일반화의 과정을 거쳐서 필수품으로 그리고 미덕으로까지 발전하게 된다. 이 책에는 소금과 모피같이 필수품에서 시작한 상품들도 있고, 보석과 향신료와 같이 사치품으로 시작하여 필수품으로 그리고 미덕의 대상으로까지 발전된 상품도 있으며, 기술의 발달과 함께 가치가 재발견된 석유도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처음부터 필수품으로 시작한 소금과 모피는 현재에는 가치가 많이 하락되었고, 보석과 향신료는 절정에서 약간 내려온 정도이며, 석유는 절정에 위치한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소비재도 수명이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비록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소비가 미덕인 시대, 소비가 계급을 확인시켜 주는 시대를 살아가면서 소비재들은 인류의 역사를 크게 뒤흔들어 놓았다. 향신료가 신대륙 발견의 직접적인 원이이 되었고, 석유가 중동의 근현대사를 결정했으며, 서방에 대한 특히 미국에 대한 이슬람의 뿌리 깊은 적개심, IS의 근원이 되었다는 점들을 살펴보면 소비 패턴과 소비의 대상이 인류의 문명을 얼마나 크게 바꾸어 놓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세상을 바꾼"이라는 제목은 적절한 것이다. 다만 저자가 말한대로 다섯가지 상품은 선택에는 논란이 있겠지만 말이다.

 

  책을 읽어가면서 아쉬운 것은 유대인에 대한 저자의 평가이다. 저자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 모든 것들은 유대인들이 만들어 놓은 판이라는 느낌을 준다. 소금과 모피에서는 뜬금없이 고구려를 말하면서 한국이 고대에 패자가 되었던 이야기를 하더니, 보석과 향신료, 석유로 들어가서는 이 모든 일의 큰 손들은 유대인들이며, 그들이 이렇게 큰 손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유대인들의 역사적인 고난에 기인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덧붙인다. 아마도 그가 유대인 이야기나, 세 종교 이야기같은 책을 썼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인지 몰라도 새로운 상품을 언급할 때마다 유대인 이야기가 등장하고 그것을 읽고 있는 나는 프리메이슨류의 이야기를 읽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착각에 빠질 때가 많다.

 

  가볍게 심심풀이로 읽어볼만한 책이다.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고, 인문학적으로 대단한 소양을 얻을 거라는 기대는 버리고 읽는다면 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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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 1~6 세트 - 전6권
최규석 지음 / 창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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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노사정이 대타협을 이루어 냈다고 언론에서 떠들어댔다. 이 뉴스를 처음 접하고 들었던 생각은 "설마"였다. 얼마나 첨예한 문제였는데 그렇게 극적으로 타협이 됐다니 도대체가 이해가 안되었다. 게다가 만장일치라니...

 

  17년만의 노동 개혁이라고 연일 떠들어 대고 있지만 그 안에서 나는 또 정권 빨아주기를 할 것인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면서 뉴스를 검색해 본다. 아니나 다를까 무슨 라임도 아니고. 국방위하면 김광진이 나오듯이 중요한 이슈에는 박근혜가 나온다. 오죽하면 노사정을 치면 박근혜가 연관 검색어로 나오겠는가?

 

  무엇인가 이상하다 싶어서 검색을 해보니 노사정 합의에 참여한 사람들의 면면이 웃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한국노총 대표, 한국경총 대표, 위원장 등 5인의 이름이 거론된다. 그런데 그 어디에도 민노총은 없다. 민노총이 이적단체라 생각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어디에도 민노총은 없다. 또한 야당도 없다. 아무리 야당이 삽질당이라지만 그래도 명생이 제 1야당인데 걍 무시했나 보다. 이렇게 중요한 한쪽 모서리를 배제시키고 해놓은 노사정 합의가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게다가 쟁점이 되었던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법안이 없다. 일반해고는 저성과자를 해고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고 말은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렇게 할 것인지에 대한 법안은 없다. 그저 현행 법안에서 그런 해고는 법원에서 부당해고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고만 말한다. 그렇지만 곳곳에서 부당해고가 넘치는 마당에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어야 한다는 말인가? 임금 피크제 또한 문제다. 그 어디에도 기본 소득을 올리겠다는 말은 없다. 그냥 아버지 월급 깎아서 아들에게 주겠다는 것이다. 현재 가정 경제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가? 아무리 열심히 벌어도 가정이 제대로 경제 활동을 영유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연배가 있으신 분들의 논리는 이것이다. 보리고개를 너희들이 아느냐, 그 어려운 시절도 애국심으로 버텨봤고, 잘 살아보겠다고 버텨왔다, 요즘 것들은 배가 불러서 그런다. 맞는 말이다. 그 당시에는 그렇게 살았다. 그렇지만 그것을 오늘날에도 강요해서는 안된다. 이미 아버지 세대와 자녀 세대는 생각의 구조와 기준이 다르다. 과거에는 하루 세끼를 먹고 살면 됐지만, 이제는 외식도 해야하고, 자녀들도 교육을 시켜야 한다. 사교육이 문제라고? 그러면 전통처럼 아예 사교육을 막던가? 물론 그 시절에도 돈 많은 사람들은 사교육을 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아버지 월급 깎아서 아들에게 준다? 국민이 원숭이도 아니고, 이 무슨 조삼모사냐?

 

  노사정 위원에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그 흔한 미생이나, 송곳도 보지 않았나 보다. 노사정 위원회에 참여하신 분들이라면 최소한 이 책 정도는 정독했어야 하지 않을까? 리얼한 노동의 현장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송곳이라는 제목이 의미 심장하다. 낭중지추라고 뛰어난 사람은 주머니 속에 넣어놓아도 삐져 나온단다. 그런데 삐져나오는 것이 뛰어난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불합리한 상황도 삐져 나오기 마련이다. 지금 아무리 눈 가리고 아웅해도, 조삼모사로 속일지라도 언젠가는 삐져 나오기 마련이다. 그런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덮기 위해서 애를 쓴다. 그러면서도 정권의 단호한 결의를 찬양하고, 국민들에게 고통 분담을 강요한다. 그렇지만 그 어디에도 기업에 고통 분담을 강요하는 모습을 보지는 못했다.

 

  언제가 이러한 불합리한 상황이 주머니를 삐져 나오면 그것은 주머니를 소유한 사람의 허벅지를 찌르게 될 것이다.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주머니를 더 큰 것으로 바꿀 것인가? 아니다. 그 순간이 온다면 아마도 송곳을 부러뜨리려고 할 것이다. 주머니로 싸면 싸였던 존재들이 무슨 대단하겠는가라는 생각을 품고 이번에는 부러 뜨리려고 하겠지? 노동 문제는, 분배 문제는 최소한 사용자의 도덕성에 요구해서는 안된다. 강제성을 띠고 있는 법적인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그것이 이 사회를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민노총에서 반대를 할 것이라면, 가장 먼저 이 책을 노사정 위원회 앞으로 한권씩 보내줬으면 좋겠다. 그것도 아니라면 출판사에서 보내든지. 현실을 알아야 답을 찾을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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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5-09-16 0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열해서 통치하는 수책이 결실(?)을 맺는 순간입니다. 정말 개같은 시절에, 개만도 못한 인간들이 득세해서 계속 이 모양이군요. 그래서 전 아직도 이해를 못하고 있어요, 박근혜와 새누리당에 표를 준 사람들 심리가요.

saint236 2015-09-16 10:33   좋아요 0 | URL
그 또한 분열시켜서 통치하는 방법이겠지요. 표를 준 사람들은 아마도 자신은 통치하는 자 위치에 있다고 착각하는지도 모르지요.
 
5분 - 세상을 마주하는 시간
김진혁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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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삼사관학교에서 훈련을 받을 때의 일이다. 아침 기상 나팔이 울리면 5분 후에 사열대 앞으로 집합하라는 방송이 나온다. 처음 전투복을 입는 처지에 5분은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고작 5분으로 무엇을 하라고 그러는가라는 불평이 가득하다. 5분은 모포를 개고, 전투복을 입고, 전투화 끈을 조이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다. 그런데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이 그렇게나 실감되었던 적도 없다. 일주일이 지나자 그 5분이 정말 길게 느껴진다. 기상 나팔이 울림과 동시에 일어나서 2인 1조로 모포를 개고, 전투복을 입고, 전투화를 신는다. 여기까지 채 3분이 걸리지 않는다. 그리고 침대에 잠시 누웠다가 어슬렁 거리면서 사열대 앞으로 집합한다. 훈육장교가 매일 하던 5분이면 지구를 한바퀴 돌 수 있다는 뻥이 꽤나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아마도 그때부터일 것이다. 5분의 가치에 대해서 인식하고 살아온 것이.

 

  저자는 지식채널 e의 제작자였다. 내가 꽤 감동받았던 시리즈들을 만들었던 사람이다. 그 사람이 자리를 옮겨서 뉴스타파에서 5분이라는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뉴스타파를 보면서 잘 만들었다는 생각을 하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 여전히 그는 5분을 위해서 23시간 55분을 투자한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인문학적인 부분들을 다루던 것들이 이제는 주로 사회적이고 정책적인 주제를 다루지만 5분의 중요함에 대한 그의 생각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그의 그 치열함이 이렇게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라 생각하니 그의 삶이 존경스러워진다. 다만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이 많은 사람들이 아닌 일부에게만 알려져 있다는 사실이 아쉬울 뿐이다.

 

  우리가 아침에 출근하면서 보내는 5분, 개찰구에 카드를 찍고 지하철을 타러 가는 시간보다 짧은 그 5분이 우리의 세상을 바꾸기에 충분하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사회를 알기 위해서 고민하고 노력하기 보다는 그저 주어진 정보만을 진실이라 생각하고, 앵무새처럼 되뇌이는 우리들에게 그는 심각한 도전을 던진다. 지금 당신이 헛되이 보내는 시간이, 상당히 짧다고 생각하는 그 5분이 사실을 세상을 바꾸기에 충분한 시간이라는 것을 당신을 인식하고 살아가는가?

 

  이 도전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저자가 혼신의 힘을 다해서 만들어낸 5분이라는 결과물 앞에서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최소한 그의 말과 견해가 옳은지 그른지를 파악하기 위하여 애는 써야 하지 않을까? 저자의 의견에 대해서 연구하고, 고민해서 내린 결론이 반대라면 이해를 하겠지만 듣지 않기 위해서 애를 쓰면서, 무조건 반대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당신은 이 사람만큼 5분을 위해서 치열하게 투쟁하고 고민하고 있는가를 묻고 싶다.

 

  세상이 바뀌기를 원한다면 너무 거창한 것들만 생각하지 말고, 지금 내게 주어진 5분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그 5분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온 그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보라고 말하고 싶다. 아무 것도 아닌 5분이라면, 그냥 흘러가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는 5분이라면 다른 사람의 말을 듣기 위해, 그것도 우리 사회의 문제에 대해서 날카롭게 비판하는 그의 말을 듣기 위해서 기꺼이 투자할 수 있는 가치가 있지 않을까?

 

  쓸데없이 황금펀치나 썰전 같은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서 그 많은 시간을 허비하기 보다는 그의 말을 듣기 위해 애쓴다면 최소한 지금보다는 살기 좋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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