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자호란 1 - 역사평설 병자호란 1
한명기 지음 / 푸른역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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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동맹국은?

 

  이 질문에 대해서 어떤 대답을 하겠는가? 일본? 터키? 미국? 호주? 캐나다?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아마도 대부분의 국민들은 미국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나도 이 글을 쓰면서 대한민국의 동맹국이 어떤 나라들이 있는가 열심히 찾아보았지만 찾기가 쉽지 않았다. 오로지 미국은 대한민국의 동맹국이다, 미국은 6.25 전쟁시 우리나라를 빨갱이들로부터 지켜준 은혜를 베푼 국가라는 글 투성이다.

 

  어디선가 본 것 같지 않은가? 그렇다 병자호란이 일어났던 당시에 조선이 중국에 대해서 가지고 있었던 태도이다. 명이 쇠퇴하고 청이 세력을 확장하고 있던 그 시점에서 인조의 조정은 청은 형제의 나라도 될 수 없는 야만인, 오랑캐의 나라이며 명은 임진왜란 시 우리나라를 다시 서게 해준 재조지은의 나라라는 주장말이다. 그렇게 재조지은이라는 말로 백성들의 불만을 억누르던 인조의 조정이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는 우리가 익히 잘알고 있는 바이다. 인조가 청에게 대들다가, 시대착오적으로 명을 편들다가 심하게 얻어맞았다, 삼전도에서 굴욕적인 항복을 했다는 사실은 굳이 이 책을 읽지 않아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만약 이러한 사실을 알고 확인하고 싶다면 굳이 이 책을 읽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그냥 교과서를 읽어라. 그것도 새로나온 교과서 말고 그냥 학교에서 보이는 교과서를 읽으면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러한 단편적인 정보를 습득하는데 머물지 말고 우리의 생각을 차분하게 정리해보자. 명은 재조지은을 베푼 상국이라는 명분을 가지고 명 일변도의 외교정책은 나라를 거덜내는, 그리고 백성들을 피폐한 상황으로 몰아가는 잘못된 선택이었다. 지나가는 아이들을 붙잡고 물어봐도 도대체 인조가 왜 그런 멍청한 짓을 했는가 의아해한다. 어떤 사람들은 인조가 원래 멍청해서라고 말하고, 어떤 이들은 인조가 가진 명분론의 한계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그런데 이렇게 멍청한 짓을 수백년이 지난 오늘에도 하고 있다는데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던 대한민국이 독립하게 된 것은 일차적으로는 연합군의 승리에 기인한다. 그렇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오랜 세월 동안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다 쏟아부어서 나라의 독립을 위해 애쓴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급작스러운 항복 때문에 훈련받던 독립군이 한국에 들어오지 못했고, 그 때문에 안타까워했다는 일은 이젠 비밀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독립은 전적으로 미국의 은혜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많은 이들이 미국의 은혜로 대한민국이 독립하게 되었다면서 미국을 "천조국"으로 이해한다. 무기를 사도 미국무기, 콜라를 먹어도 코카콜라, 영화를 봐도 할리우드 영화를 선호한다. 국방을 튼튼히 하기 위해서 사들이는 무기도 미국 무기를 이미 낙점해 놓고 요식행위로 비교절차를 밟는다. 그러면서 항상 마지막에 하는 이야기는 미군과의 공동 작전 수행 능력을 위해서 미국 무기를 샀다고 한다. 그래도 이 정도는 애교로 봐줄 수 있다. 지들끼리 해먹는 다는데 그런가 보다 할 수 있다. 아무리 아파치를 들여와도 미사일을 빼고 들여와도 이해하려고 하면 이해못할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자국의 안보와 평화는 팽개치고 미국 일변도로 외교를 진행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 당시 자이툰 부대 파견도 솔직히 이해가 안되는 마당에 우리나라에서 쓸모없는 킬체인을 사온다든지, 사드를 도입한다든지 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생각해보라. 낮은 각도로 쏴도 한국에 충분히 들어오는 재래식 무기들이 많은데 북한이 바보가 아닌 이상 비싼 미사일을 고각으로 쏘아올려서 한국을 폭격한다고 한다. 이러한 행위는 문명 게임 유저들도 막판에 돈이 남고 시간이 남을 때 재미로 하는 짓이지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하지 않는 행위다. 그런데도 사드를 들여온단다. 요즘은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에 꽂혔는지 조만간 그것도 들여오겠다는 말을 할지도 모른다. 제주도에는 강정에 해군 기지를 만든다고 국민들을 강제적으로 쫓아내고 있다. 당연히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고, 국방 전문가들이 들고 일어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이 일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의외로 중국의 태도에서 찾을 수 있다. 북한을 겨냥하여 들여온다는 MD체제, 사드 체계에 대해서, 강정 마을의 해군 기지 건립에 대해서 중국이 꽤나 강하게 불쾌함을 드러낸다. 그것은 중국을 겨냥하는 미국의 해외 정책을 편드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 때문이다. 중국의 불편함이 꽤나 설득력이 있다. 지도가 있다면 한번 펼쳐보라. 미국이 점령하고 있는, 혹은 군사 행동을 벌이는 지역이 어디 인지! 일단 일본과 한국이 있다. 다음으로 아프간이 있다. 그 다음은 이라크이다. 터키도 있고, 사우디도 미국이 잡고 있다. 대만에도 미국이 줄을 대고 있고, 필리핀은 말해 무엇하랴. 그곳들을 표시해 놓고 살펴보라. 그 안에 무엇이 있는가? 그렇다. 중국이 있다. 이는 밀덕 기질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가장 기초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면 지금 우리나라가 미국 일변도로 외교정책을 몰고 가는 것도 우리나라의 평화를 위협하는 큰 불안요소가 된다. 과거에는 그래도 눈치를 봤는데 요즘은 대놓고 한다. 그러면서 대외적으로는 중국이 아닌 북한이라고 말하고 대내적으로는 만주는 우리 땅이라고 말한다.

 

  외교는 정치다. 정치는 적절한 순간에서 주고 받아야 한다. 물론 이것이 전부는 아니지만 그래도 타협할 만한 것들은 타협을 해야 한다. 이 기술이 외교술이고, 정치다. 그런데 우리나라 지도자들은 인조 조정처럼 우리 것을 처음부터 다 주고 들어간다. 그리고 미국에 기대어 그것만이 살 길이요, 우리나라가 나아갈 길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외치는 이들을 보면 어이가 없다 못해 뻔뻔하다.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딱 두가지가 있다.

 

  "생각 좀 하고 살자."

 

  "부끄러운 줄 아시오. 대체 이 나라가 누구의 나라요. 그깟 사대의 명분이 무엇이오. 대체 무엇이길래 2만의 백성을 사지로 내몰라는 것이요? 임금이라면, 백성이 지아비라고 부르는 왕이라면 빼앗고 훔치고 빌어먹을지언정, 내 그들을 살려야하겠고. 그대들이 죽고 못사는 사대의 예보다 내 나라의 내 백성이 열갑절, 백갑절은 더 소중하오."

 

  이 두 말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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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4-08-13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미국에 사는 이상 한국과 미국이 잘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기실 다른 나라들이 내세우는 명분보다는 그래도 이 나라 안에서 느끼는 외국인/유색인종/소수인종 보호는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국이라는 주권국가의 입장에서 사실 미국의 입김도 작용하지만, 어쩌면 더는 기득권층의 보호와 권력독점을 위해 종북-친미사대에 기대는 경향이 너무 심하다고 생각합니다. 까놓고 말해서 미국은 전략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한국을 포기할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높은 x들은 그렇게 되면 미국으로 넘어가면 된다고 생각하겠지요. 100년 망국의 시점과 지금, 그리고 그 이전 인조시대와 계속 같은 일이 일어나는 까닭은 무엇인지 참 답답합니다.

saint236 2014-08-13 10:22   좋아요 0 | URL
아마도 그분들 생각은 우리나라가 미국의 53번재 주가 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지도 모르죠. 어쩌면 시도해봤지만 미국인 안받아줘서 아직 주권국가로 있는지도 모르죠...외교가 아니라 일방적인 짝사랑이 문제이지요...
 
처음 읽는 중국사 - 다채로운 문화의 용광로, 중국 처음 읽는 세계사
전국역사교사모임 지음 / 휴머니스트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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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을 기억하는가? 56개 소수 민족의 아이들이 자기 민족의 전통 의상을 입고 오성홍기를 들고 나와서 하나의 중국이라는 신화를 보여주었던 퍼포먼스 말이다. 그런데 나중에 이 퍼포먼스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다. 이유인즉 당시 소수 민족의 전통 의상을 입고 나온 아이들이 전부 한족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모두 공연단 소속의 한족출신 아이들이라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중국에서는 행사시 소수 민족의 전통 의상을 입고 나오는 것은 관행이라는 말로 발뺌을 했다. 그렇지만 문제는 팜플렛에 이 아이들을 소개하면서 모두 소수민족으로 소개했다는데에 있다.

 

  중국이 이렇게 외국의 따가운 눈초리와 비웃음을 사면서도 왜 소수민족 아이들이라는 위장된 퍼포먼스를 하는 것일까? 아주 사소한 일같지만 그 근원을 따져 들어가면 중국이 진행하고 있는 동북공정과 서남공정과 그 맥이 닿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고구려를 자국의 역사에 편입시키려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우리 나라는 이게 말이나 되냐라면서 감정적인 대응을 내세우고 있지만, 중국이 그런 것을 생각하지 못할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왜 동북공정을 진행하고 있는가? 중국의 생존이라는 분명한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혹시 기억하는가? 오늘날 중국의 영토를 만들어 놓은 민족이 누구인지? 중국은 역사 이래로 지금 중국의 영토를 자국의 영토라고 생각했던 적이 없다. 그들은 오로지 중원이라고 일컫는 지역이 한족의 땅이라 생각했다. 춘추 전국 시대에는 초나라가 강남 지역을 요와 금, 원, 청을 거치면서 만주와 요동이 중국의 영토라는 생각이 굳어지게 된 것이다. 어찌보면 오늘날 중국은 자신들이 소수 민족으로 전락시켜버린 만주족에 의해서 영토를 얻게 되었다. 어느날 갑자기 만주와 요동이라는 영토가 굴러 들어왔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렇게 획득한 영토는 지금까지 대 일본 전쟁과 냉전이라는 이데올로기 전쟁에 의해서 그렇게 큰 고민없이 중국의 영토로 편입되었다. 그렇지만 냉전이 끝나고 난 이후부터는 문제가 약간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소수민족들은 자기들의 뿌리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고, 한족에 의한 여러가지 핍박과 침탈은 그들로 하여금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에 대해서 고민하게 만들었다. 오늘날 우루무치에서 일어나고 있는 위구르족의 독립 운동이라든지, 티벳의 달라이 라마의 외교전은 중국에게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몽골과 한국이라는 배경을 가지고 있는 몽골족과 조선족은 중국이 안고 있는 큰 부담이다. 56개의 소수 민족 중에서 두개라고 하지 말자. 그 중에 어느 하나만 독립해서 나간다면 그것은 소수민족 이탈을 도미노처럼 물러오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은 하나의 중국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용광로가 될 수밖에 없다. 다만 아쉬운 것은 그것이 지금까지와는 달리 인위적이라는 것이다. 문화와 문물의 교류 속에서 이루어지는 자연스러운 융합은 문명을 발달시키지만 오늘날 중국이 행하는 것과 같은 인위적이고 정치적인 융합은 부작용을 불러오기가 딱 좋다.

 

  이 책은 중국의 역사를 다채로운 문화의 용광로라는 측면에서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중국의 근현대사, 특히 장제스와 마오쩌둥의 대결과 협력에 대해서 비교적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물론 그것고 자세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중국사에서 이러한 시도조차 없었던 것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중국의 명칭고 중국의 본토 발음에 가깝게 적고 있는 면도 높이 살만 하다. 그렇지만 위에서 말한대로 다채로운 문명의 용광로라는 부분에서 과거의 자연스러운 것고 오늘날의 인위적인 것을 나누고, 각 소수 민족의 독립 운동에 관한 내용까지 다루었다면 중국사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더 의미가 있지 않았을까? 처음 읽는 중국사이지만 어디까지나 한족의 중국사가 된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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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Z 2014-09-23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불교 만세!!!!!!!!
 
새로운 세대를 위한 세계사 편지 - 역사 교과서를 찢어버려라
임지현 지음 / 휴머니스트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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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를 둬 본 일이 있는가?

 

  장기를 두다보면 이상한 일이 한가지 있다. 장기를 두는 사람도 모르는 수가 뻔히 보인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실력이 월등히 뛰어나서라는 말은 하지 말자. 내가 그 장기판에 앉는 순간 보이던 수들도 다 사라져 버린다는 현실 앞에서 그건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여러가지 말은 하겠지만 난 그것을 옆으로 비켜선 자의 이점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자기의 이익 추구하면서 살아간다. 그것이 어떤 이익이냐, 공동체에 이익이 되느냐 자기에게만 이익이 되느냐는 논외의 문제로 하자. 일단 욕심에서 벗어난 순간 비로소 장기판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내가 장기판 앞에 서 있을 때에는 이렇게만 보이던 것도 잠시 옆으로 비켜서 보면 다르게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욕심이라는 것을 다른 말로 대체해보자. 어려운 말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말을 빌리자면 그것은 체제 내에서 체제에 순응하는 가치관내지는 정체성이라는 말로 치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어려운 말은 쓰지 말고, 그냥 우리가 받아왔던 교육이라는 말을 사용하자.

 

  학교를 다니면서 역사가 재미있다고 느꼈던 사람이 있는가? 반대로 재미가 없다고 생각했던 사람은 있는가? 역사가 재미가 있고 또 재미가 없는 이유가 무엇인가? 재미가 없다는 입장은 역사란 그저 외울 것 투성이라는 이유가 가장 클 것이고, 반대로 재미있다는 측은 여러가지 방법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같은 과목을 두고 같은 교육을 받지만 어떤 사람은 재미가 있고, 어떤 사람은 재미가 없다. 어떤 사람은 이해는 필요없고 온통 외울것 투성이라 불평하지만 어떤 사람은 역사적인 사건을 외우기보다는 이해하는 과목이기에 좋아한다고 한다. 같은 과목을 두고 이렇게 정반대의 입장과 평가가 엇갈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비켜섬의 정도가 아니겠는가?

 

  개인적으로 난 역사가 정말 재미있다. 학생 때도 재미가 있었지만 지금도 재미있는 이유는 그것이 암기가 아닌 이해와 해석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많은 역사책들을 읽어왔지만 그것들을 자세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한 예를 들면 페르시아와 그리스의 전쟁의 자세한 양상은 모르겠다. 크세르크세스와 맞서 싸운 그리스의 장수가 테미스토클레스라는 사실도 자주 까먹는다. 그래서 글을 쓸 때마다 인터넷 자료를 검색한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누군가에게 그리스와 페르시아의 전쟁이 재미없다고 말하지 않는다. 세계사를 공부하고 싶다면 난 반드시 그리스와 페르시아의 전쟁을 살펴보라고 한다. 재미도 있고, 사료도 풍부하고, 해석의 여지도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사에 들어오면 약간 입장이 달라진다. 얼마전에 봤던 명량이라는 영화를 생각해 보면 이는 분명하다. 어릴 때부터 이순신 장군을 성웅이라고 교육을 받아왔었고, 내 고향이 아산이고, 외삼촌께서 현충사에서 정년퇴직을 하셨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해석이 쉽지 않다. 다르게 해석해 보려고 해도 이미 머리에 깊숙이 박힌 사고의 틀이 내 생각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나만 그러겠는가? 거의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에게는 해당이 되는 말이 아니겠는가? 이순신은 성웅이고, 원균은 나쁜 놈이며, 세종 대왕은 한글을 창제한 훌륭한 성군이며 광해군과 연산군은 할 수만 있다면 지우개로 박박 지워버리고 싶은 폭군이다.

 

  둘을 놓고 비교해 보면 이유는 분명하다. 전자는 내가 비켜서서 생각할 수 있지만 후자는 내가 비켜서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사 편지는 우리에게 비켜섬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역사를 공부하면서 지금까지 배워왔던 반쪽짜리 역사관에서 벗어나서 다르게 해석해 보자는 것이다. 그래서 일까? 이 책은 대부분의 분량을 좌파라고 불리는 사람들, 그래서 우리에게는 금기시 되었던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김일성, 맑스, 로자 룩셈부르크, 체게바라, 스탈린 등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또한 이 책은 우리가 대학 입시를 위해서 굳이 외우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에게 대해서도 말한다. 괴링, 사이드, 아렌트, 벤구리온, 무솔리니에 대해서 말한다.

 

  저자가 우리에게 이 사람들에 대한 편지 형식으로 글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그들에게 자기의 생각을 피력하기 위함이 아니라 우리에게 이 사람들의 생애와 사고 방식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많이 낯설다. 비켜서려고 애써 노력하지 않으면 한번도 보지 못했을 수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새로운 시대를 향한 이라는 말은 타당하다. 그렇지만 편지라는 형식이 지니는 한계 때문일까 이 책의 내용을 중고등학생들이 이해하기는 힘들다. 역사적인 사건들을 줄줄이 꾀고 있지 않는 이상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들도 있고, 그들의 사고 방식을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도 보인다. 가령 주체사상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김일성에 대한 편지라는 챕터를 얼마나 이해하겠는가? 저자도 이 부분이 신경이 쓰였는지 각주 형식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각주가 많으면 읽기 어렵다는 생각 때문에 선호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입시 지옥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현세대의 청소년들에게, 취업 전쟁을 겪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이 책을 읽고 내용을 찾아보는 것은 꽤나 희생을 요구하는 작업이리라.

 

  한편으로는 참신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아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저 이 책이 나에게 준 가장 큰 깨달음은 비켜서면 새로운 것이 보인다는 아주 평범한 진리이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난 이책에 별점 세개를 줬다. 읽어 볼만한 책이라는 뜻이다. 편지 형식이라는 참신한 도전이 이 책의 한계를 설정한 것 같아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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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 이야기 7 - 76전 무패의 전략가 오기 춘추전국이야기 (역사의아침) 7
공원국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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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크라테스가 독이든 성배를 마시면서 도망을 권하는 제자들에게 "악법도 법이다."라고 했던 말은 아주 유명한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은 실제로 소크라테스가 한 말이 아니라 로마 시대의 법률 격언인 "법은 엄하지만 그래도 법(Dura lex, sed lex)"이라는 말에서 나왔다고 한다. 누가 한 말인지는 중요하지 않지만 이 말만큼 법의 성격에 관해서 명확하게 밝혀주는 말은 없다. 법이 추구하는 목적은 정의가 아니라 사회 안정이라는 말이 있는데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은 이러한 사회 현상을 우리에게 잘 보여주고 있다.

 

  서로 성격이 다른, 약간은 낭만적이고 명분에 목숨을 거는 춘추시대와 힘의 논리가 모든 것을 대변하는 전국시대를 춘추전국시대라는 한마디의 말로 엮어서 표현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저자의 말마따나 이젠 춘추시대가 지나가고 본격적으로 전국시대에 접어들게 된다. 춘추시대와 전국시대의 차이가 무엇인가? 전국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은 무엇인가? 법가의 대두가 아닐까? 여전히 제자 백가라는 상황이 끝나지 않았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사상을 전파하지만 이미 시대는 법가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양육강식의 시대에 사람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고, 하나의 목적을 향하여 동원할 수 있는 사회 체제의 효율적인 도구인 법가의 대두는 시대적인 숙명일 것이다. 이 책은 법가를 체택한 나라들이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는 역사적인 사건들을 보여주면서 법가의 대두란 시대적인 요청이라는 점은 부인하지 않는다. 다만 저자는 법가가 유연함과 인간성을 잃어버렸을 때 사회가 어떤 식으로 혼란을 겪게 되는지는 오기에서 상앙까지의 시대를 훑어가면서 강변한다.

 

  유가의 입장에서 법을 도구로 사용하는 오기와 유가라는 비합리적인 모습을 제하여 버리고 오직 냉철한 법가의 입장만을 고수하고 법을 절대화하는 상앙사이의 간극은 그들이 살다간 모습이나 시대만큼 복잡다단하다고 하겠다. 이 간극을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읽어가면서 오기와 상앙의 차이를 찾아내는 것, 그리고 이만큼의 차이를 보이면서도 둘다 모두 정적에 의해서 비명횡사한 이유를 찾아내는 것은 꽤나 즐거운 작업이다. 그만큼 오랫만에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다. 6권은 아직도 읽고 있는데 저자의 의도와는 달리 꽤 재미가 없어서인지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이 책을 덮으면서 우리가 왜 역사를 배워야 하는지에 대해서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역사를 거울이라고 한다. 그래서 역사책에 이름을 붙이면서 "감"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2천 몇백년전의 사건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까닭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가 상앙의 시대와 별반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오늘날 법에 대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무엇인가? 법은 만민에게 평등하다는 말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산이다. 노회찬이 말한대로 법은 만명에게만 평등한지 오래다. 한국에서 권력과 이런저런 연줄이 없다면 법의 테두리 밖에 내던져질 수밖에 없다는 것은 많은 사건들이 보여주고 있다. 법은 이미 정의를 추구하기 보다는 냉청한 통치의 도구가 되어버렸고, 법이라는 절대적인 도구 뒤에서 권력을 소유한 자들은, 그리고 그들과 자신들이 한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악법도 법이라는 말을 수도 없이 외쳐댄다.

 

  세월호 진상 조사를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역사상 이러한 법제도는 없었다면서 그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고 한다. 국가를 비판하는 사람들에게는 국보법을, 언론에게는 언론법을 들이밀면서 헌정을 파괴하는 불순 세력으로 매도한다. 그들이 하는 일은 분명히 심정적으로는 불법인데 절차상으로는 합법이다. 쌍차 해고자들이 자살을 하고, 밀양에서 살려달라고 아우성을 쳐도 그들은 불법을 저지르는 세력이기 때문에 법에 의해서 처단받아야 하는 세력이 되었다.

 

  법은 일반 대중에게는 반드시 지켜야할 절대적인 선이 되었으며, 권력자들에게는 안 지킬 수 있으면 안 지켜도 되는 선택적이 선이 되었다. 더 비극인 것은 선택적인 선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법을 절대선으로 강요당하는 이들에게 더 빡빡하게 법의 잣대를 들이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법은 합법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살인 도구가 되었다.

 

  이런 세상에서 여전히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외치면서 준법정신을 강요할 것인가? 악법도 법이라면서 법을 강요하기에 앞서서 인간미를 잃어버린 법가인 상앙의 몰락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난 이 책을 덮으면서 다시 한번 묻고 싶다.

 

  악법도 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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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쿤 2014-09-01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한적이 없는데 말이죠...

잘못된 정보입니다 정확히 알아보고 글을 올려주세요

saint236 2014-09-02 14:29   좋아요 0 | URL
소크라테스가 한 적이 없지요. 제가 분명히 그렇게 적었는데. 그런데 소크라테스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으니, 잘못된 정보라고 다시 알아보라고 하시네요. 도대체 님은 글을 끝까지 읽으신 것인지, 아니면 글을 이해 못하시는 것인지...

Dr.Dre 2014-09-02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래서 님은 악법은 법이 아니라는 말씀인지, 아니면 법은 법인데 반드시 폐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인지요?

saint236 2014-09-02 21:53   좋아요 0 | URL
개정되지 않는 이상 법은 법이지요. 그렇지만 악법이라면 함께 뜻을 모아서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요? 악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은 자신의 의무이자 권리를 포기하는 것 아니면, 그 법을 이용하여 이득을 얻으려는 것이 아닐까요? 물론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많이 있겠지만 말입니다.

제가 한 말의 핵심은 법이 전능하고 완전무결한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Dr.Dre 2014-09-02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알겠습니다,님 블로그에 대한 자료 잘 읽고 갑니다.저도 악법은 존재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무엇보다 3권분립이 먼저 사회의 균형을 잡고,우리 생활을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법이 실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cravers 2014-09-28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한 수 배우고 갑니다.
 
오! 당신들의 나라 - 1%를 위한 1%에 의한 1%의 세상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전미영 옮김 / 부키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바바라 애런라이크의 책은 재미가 있다. 긍정의 배신, 노동의 배신, 희망의 배신같은 배신 시리즈, 지금 이 책은 애런라이크가 생동감있게 우리가 사는 세상의 부조리를 밝혀내고 있다. 그렇지만 이상하게 이 책이 넘어가지 않더라. 정말 오랜 시간동안 읽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이 책을 거의 두달동안 읽었던 것같다. 세훨호 사건이 벌어질 때쯤 읽어서 한참이 지난 이후에도 이 책과 씨름했던 기억이 난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무엇인가 끄적거리고 싶은데 잘 되지 않는다. 바쁜 것도 있지만 마음이 많이 지켰기 때문이리라. 이미 당신들의 나라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최소한 그렇게 믿고 싶지 않았는데 이번 사건을 통해서 알고 있었던 사실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일까?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고 한 어머니의 인터뷰 기사가 생각이 난다. 이 기사를 읽었을 때쯤에 난 이책을 감히 펴지 못했었다. 기사의 내용을 인용하면 아래와 같다. 출처는 4월 23일자 CBS 노컷 뉴스이다.(http://nocutnews.co.kr/news/4012274)

 

"내가 참 못난 부모구나, 자식을 죽인 부모구나. 이 나라에서는 나 정도 부모여서는 안 돼요. 대한민국에서 내 자식 지키려면 최소한 해양수산부 장관이나 국회의원 정도는 돼야 해요. 이 사회는 나 같은 사람은 자식을 죽일 수밖에 없는 사회에요".

"저 동정받을 사람 아니에요. 나 60평짜리 아파트 살아요. 대학교에서 영문학 전공했고, 입시학원 원장이고 시의원 친구도 있어요. 이 사회에서 어디 내놔도 창피할 사람 아니라고요. 그런데 이제는 내가 살아있는 것 자체가 저주스러워요. 우리 딸 나오길 기다리는 한 시간 한 시간이 피를 말려요".

김 씨는 이제 더는 정부도 믿을 수 없었다.

"능력이 없어서 못 하면, 한 명이라도 구하겠다고 애쓰면 저 사람들도 귀한 목숨인데 감사하죠. 그런데 구조 매뉴얼도, 장비도, 전문가도 없다면서 아무것도 안 했어요. '헬리콥터 10대를 띄웠다'고 하는데 믿을 수 없어서 가족 대표가 가보면 1대도 없었어요".

"박근혜 대통령이 와서 잠수부 500명을 투입했네 해도 거짓말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내 자식을 놓을 수가 없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다리면 또 거짓말이에요. 그렇게 날이 지나서 애들 다 죽었어요".

꼼짝도 않는 정부에 던진 달걀이 바위를 더럽히지도 못하는 심정. 김 씨는 대한민국을 버리겠다고 말했다.

"다 정리하고 떠날 거에요. 나 대한민국 국민 아닙니다. 이 나라가 내 자식을 버렸기 때문에 나도 내 나라를 버립니다".

 

  인터뷰 기사 곳곳에서 자식을 잃은 부모의 아픔이 묻어 있어서 읽어 가는 것조차 힘들었다. 목이 메이고 눈시울이 붉어진다. 가장 마음이 아픈 것은 "이 나라에서는 나 정도여서는 안되요."라는 대목이다. 본인 스스로 말하듯이 남부러울 것 없고, 동정받을 사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자식하나 구해낼 수 없었다. 불가항력이라서? 아니다. 이 빌어먹을 국가를 움직일 정도로 권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서 그렇다. 만약 국회의원의 자식이, 혹은 재벌가의 손자가 빠졌다면 그렇게 가만히 있었을까? 바닷물을 퍼내서라도, 간척사업을 벌이고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건지려고 하지 않았을까? 당장이라고 국가가 전쟁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호들갑 떨었을 것이며, 국가가 움직이지 않았다고 해도 기업 차원에서라도 무엇인가를 하지 않았을까?

 

  세월호 사건은 우리에게 국가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를 가르쳐 준다. 지금까지 국가에 충성하면, 나라를 사랑하면 국가가 국민을 보호할 것이라고 믿었지만 아니다. 미국은 탈영 논란이 있는 병사도 몇년이 지나도록 귀환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우리 나라 정부는 알량한 돈 때문에 구조하지 않았다. 전국민이 텔레비전을 통하여 300명의 국민이, 그것도 대부분 어린 학생들이 산채로 수장되는 모습을 지켜봤다. 국민들이 어떤 마음을 품겠는가? 국가가 지켜줄 것이라는 생각, 나를 보호할 것이라는 생각을 품을까?

 

  어버이 연합 어르신들이, 온갖 보수단체 회원들이 나라가 망조가 들었다고 한다. 종북 빨갱이들이 수십만이네 수백만이네 외친다. 도대체 그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만약 국가의 행위에 대해서 정당하게 이의를 제기하고, 비판하는 것이, 혹은 전시에 나라를 버리고 도망가는 것이 종북 좌빨의 모습이라면, 국가를 믿지 못하는 것이 종북 좌빨의 기준이 된다면 아마 그 종북 좌빨을 만들어 내는 것은 국가일 것이다. 세월호 특별법을 이념논쟁화 시켜서 선거에 이용했던 정치인들, 의지도 없이 이리저리 휩쓸려 다니는 야권들,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세월호 특별법을 좌절시키려는 여권들! 그들은  "다 정리하고 떠날거예요. 나 대한민국 국민 아닙니다. 이 나라가 내 자식을 버렸기 때문에 나도 내 나라를 버립니다."라는 학부모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모든 국민의 평등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1%의 특권층도 99%의 비특권층이 있기 때문에 존재할 수 있음을 기억할 수 있는 상식이 이 나라를 이끌어 가는 이들에게 있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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