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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그리고 삶은 어떻게 소진되는가
류동민 지음 / 코난북스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히브리어에 스올이라는 말이 있다. 음부 혹은 지옥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언젠가 학생 때 찾아갔던 교회에서 목사님께서 설교를 하시면서 했던 언어 유희다. 서울이 너무나 타락하고 죄가 가득하기 때문에 성경에서 말하는 스올과도 같은 곳이다라는 의미였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처음에 들었던 생각이 이것이다.

 

  신문의 1면을 장식하는 온갖 굵직한 사건들이 자주 일어나는 곳이 서울이다. 워낙 인구가 많은 도시이기도 하겠지만 단순히 그 이유만은 아닐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서울이 작동하는 원리이기 때문이리라. 서울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라는 어려운 질문의 답은 "자본"이다. 서울은 철저하게 자본의 논리에 의해서 작동된다. 교회도, 문화도, 건물도, 도시 개발도 모든 것은 자본의 논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태초에 자본이 있었으니, 이 자본이 서울을 창조하지는 못해도 서울을 발전시키고 인도한다. 돈이 된다면 물건도 팔고, 집도 팔고, 사람도 팔고, 몸도 판다. 윤리와 도덕이라는 잣대를 들이대지만 그 이면에 흐르는 것은 철저하게 자본의 논리이다.

 

  돈이 되기 때문에 강남이 개발되는 것이고, 돈이 되기 때문에 강남에 모이는 것이고, 돈이 되기 때문에 인서울을 외치면서 사교육에 열을 올리는 것이다. 서울의 브랜드화도, 개인의 학벌도, 부동산 열기도, 고용 유연성도 자본이라는 틀에서 이해가 되어야 한다. 마르크스는 자본론을 통하여 머지않아 자본의 논리가 몰락하고 인류는 평등으로 나아갈 것이라 외쳤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직 임계점에 다다라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 자본주의 사회가 몰락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신자유주의라는 기치 하에 자본은 서울을 사로잡았고, 점점 더 자본주의의 최전선으로 인도하고 있다. 곳곳에서 불안한 소리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이 정도 소리에 서울을 움직이는 자본의 논리가 무너질리 없다. 오히려 자본은 물질이라는 유형을 집어 삼키고도 모자라 기억이라는 무형의 자본마저 끌어 당기고 있다. 서울 곳곳에 존재하는 한옥 마을, 곳곳에서 이야기하는 역사 도시 프로젝트, 고서점, 추억의 장소도 가격을 매겨서 관광 상품을 만들고 있다. 개인과 집단의 기억마저도 돈이 된다면 기꺼이 판매의 대상이 되어 버린다.

 

  얼마전 방영되었던 자동차 광고는 이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싼타페로 기억한다. 어떤 사람이 함께 했던 차를 폐차하거다 팔아 버리지 않고 그 부품을 가지고 미술 작품을 만들었다. 그리고 자기 회사는 개인의 기억을 아주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광고했다. 개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의미가 있는 일일 수도 있겠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 뭔가 이상하다. 차의 본질적인 의미는 무엇인가? 달리는 것이다. 진정으로 그 차를 사랑한다면 끊임없이 관리해서 달리게 만들어야 한다. 실제로 오래된 차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하고 있지 않은가? 아직도 대한민국 어딘가를 포니는 달리고 있다. 그런데 그 차를 박제화 해서 가끔 돌려보면서 즐거워 하는 것, 그리고 이런 일을 통하여 우리는 당신의 기억을 아주 소중하게 생각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결국 기억이라는 것도 판매의 대상이 된다는 자본의 논리가 아닐까?

 

  서울에 살고 있으면서 자본의 논리에 휩쓸리지 않는 것이 꽤나 힘이 든다. 그렇지만 서울에 살고 있다고 해서 서울의 작동 원리인 자본에 충실하는 것은 바람직한 선택은 아닐 것이다. 오늘 우리의 삶이 그 결과임을 기억한다면 말이다. 서울이 스올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것이 서울을 살아가는 우리의 의무가 아닐까?

 

  추신. 의미 있는 내용이긴 하지만 책이 꽤나 재미가 없다. 서평 도서를 받으면서도 과감하게 별 2개를 준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이것은 알라딘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기록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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