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명의 화가]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가끔, 책의 내용에 평하기 보단 책 자체를 평가하고 싶은 책들이 있다.  

솔직히, 우리가 뭐 용가리 통뼈도 아니고, 봉은 더 더욱 아닐진데, 왜 만날 책을 읽었단 이유만으로 서평만 해야한다고 생각하는건데? 책이 좋다는 건 인정하지만, 다 좋은 건 아니지 않는가? 읽는 독자도 책에 대해 할 말은 많다. 책을 안 읽는 사람 보다 읽는 사람이 몇배 더 멋있지만, 그 고상함을 유지하기 위해 좋은 말만 해대는 사람을 나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예전에, 시나리오를 공부했을 때, 수강생들의 워크샵 작품을 읽고 평가를 해야하는 숙제가 사명처럼 주어졌던 때가 있었다. 그때 유독히 좋은 말만 하는 수강생이 있었다. 내가 볼 땐 그게 그 사람의 성향이고, 성격이었던 것 같다. 이를테면, 좋은 가정 분위기에서 반듯하게 자라, 천성적으로 싫은 말 못하는 사람이다. 뭐 나름 젠틀해서 난 그런 사람 좋은데, 공부할 때 그런 사람은 공공의 적이 된다.  어떻게 이 덜 떨어진 작품에 좋은 말만 해 댈 수 있느냐? 비록, 들을 땐 아파도 좋은 말 보다, 필요한 말을 해 주는 사람이 영화판에서 진정한 전우다. 이것은, 그 시절 나의 사부님이 누누히 강조했던 말이다.  

내가 어쩌다 이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뭐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그 시절 수강생들의 한참 덜 떨어진 작품에 비견 된다는 말은 아니다. 그저 확실히 아쉽고, 안타깝고, 쫌만 더 잘 만들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말을 속시원히 까발리고 싶어서다. 그리고 이책은 그 이름도 자랑스런, '알라딘 평가단'에서 받은 책이 아니던가? 서평은 서평이고, 평가는 평가다. 폐일언하고, 나는 이 책에 대해 평가만 하련다.   

사람들은, 좋은 것과 나쁜 것이 함께 있을 때, 어떤 말을 먼저 듣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까? 나쁜 말 먼저 듣고, 좋은 말 듣는 게 그래도 좀 낫지 않나?   

그래서 말인데, 솔직히 난, 이 책 받아 들었을 때 짜증부터 확 밀려왔다. 만화면 다 용서된다는 건가? 나도 지금 보다 10년, 아니 5년만 더 젊었어도 찌증 같은 건 내색도 않고 열심히 읽고,  어떻게든 느낀점을 말해야지(이게 우리식의 서평 아닌가?), 했을지 모를 일이다.   더구나, 예전 같으면 만화가 하급 문화 행위쯤으로 비하됐지만, 지금은 제9의 예술이라 하여, 누가 만화 본다고 해서 결코 비난하면 안되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하지만 그건 내가 볼 때 솔직히 자위하는 소리 같다. 만화의 길은 아직도 멀고도 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짜증이 밀려왔다는 건 공교롭게도, 글씨가 너무 작고, 촘촘하다는 것 때문이었다. 내가 초두에 말하지 않았던가? 난 용가리 통뼈가 아니라고.  아직 안경은 안 썼다지만, 나도 적지 않은 나이이고 보면, 이런 책은 읽기가 참 난감하다. 만화면 다 용서되냐고 좀 전에 물었는데, 사실 용서될 수도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왜 만화는 아이들이나, 청소년, 젊은이들만 읽어야 하는데? 그 보다 더 나이든 세대. 할머니, 할아버지도 읽으면 안 되는 건가? 가끔, 만화 생산자들, 만화는 매니아들을 위한 것이라는 구태 의연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 있는 것 같다. 그러면서 만화가의 길은 외롭고, 고독하다고 온갖 똥폼은 다 잡는다. 자기네들 바운더리를 스스로 정해놓고, 누구한테 덤태기를 씌우려 하는 건가?  

이현세 만화를 보고 자랐던 세대가 이제 50을 바라보고, 60이 머지 않았다. 그들 중엔 만화는 애들이나 보는 것이라고 하여 이미 오래 전에 만화 졸업한 사람이 부지기수겠지만, 왜 만화가 젊을 때 한때의 향수로 취급 받아야 하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이 책은 누가 봐도 판형의 면에서, 나이많은 사람에겐 그다지 어필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더구나, 소개된 화가의 그림을 실사로 집어넣는데, 그게 정말 거짓말 안 보태고 엄지 손톱만 하거나, 그 보다 좀 크거나 했다. 뭐 안 보는 것 보다야 낫긴 하겠지만,  그  보단 그렇게 작은 사이즈 인쇄가 가능하다는 게 새삼 놀라울 뿐이었다.

그림은 모름지기 문화재급으로 보는 것이 제일 좋다.  예를들어, 루브루 박물관전을 우리나라에서 했다 하면, 미술에 대해 문외한이어도 솔깃하다. 왜 그런지는 굳이 말하지 않겠다.  그게 아니더라도 될 수 있으면 큰 화면에서 또렷히 보는 것이 좋다. 솔직히 이런 식으로 보는 건, 그 그림을 그린 사람을 모독하는 것인줄도 모른다. 다행히 책에 실렸던 화가들이 이미 이 세상에 없으니 망정이지, 알았더라면, "당신 내 그림 가지고 뭐하는 거야?" 그랬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적어도, 2page를 더 추가해 그 화가의 주요작품을 좀 크게 볼 수만 있었어도 좋지 않았을까? 부제가, '2page로 보는 화가 이야기'라고 해서 하는 말이다.    

또한, 화가에 관한 책은 이 책 말고도 많이 나온 줄 알고 있다. 과연 이 책이 경쟁력 있게 만들었다고 자부하는지 묻고 싶다.  

그래도 이 책, 나름 특이할만한 것은 있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 화가가 101명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내가 모르는 화가가 이렇게 많았나? 우리가 아는 화가는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새삼 깨닫게 만든다. 마치 이 책을 보고나면, 미술계도 메이저와 마이너가 있는 건가?(없으라는 법 없겠지만) 몇 명 밖에 알지 못했다는 것에서 괜히 억울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 이렇게 많은 화가를 알필요가 있을까? 양극단을 오가게 만든다. 또한 이책의 장점이라면, 한 화가에 대해서 그 인생의 시작과 함께 20대, 30대, 4,50대 뭘 했는지를 만화적 상상력과 함께 간략하게 알아 볼 수 있게 해놨다는 점, 그리고 화가 연표와, 그 화가가 지향했던 작품 경향에 대해 개괄적으로 알아 볼 수 있게 했다 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상의 어떤 설명이나, 해석 같은 것은 기대하면 안 된다.  그냥 백과사전 식이다. 일부러 깊이 있게 다루지 않았다는 점에서, 나 같이 미술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는 사람이 편하게 볼 수 있는 책 같다(물론 내용면이 그렇다는 것. 도판이나 판형을 생각하면 영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게다가 한 가지 더 아쉬운 점이 있다면, 순전히 서양화가를 중심으로 다뤘다는 것이다.   

책의 도판이나 판형을 생각하면 나로선 그리 높은 평점은 줄 수가 없지만, 왠지 저자의 공력은 좀 높이 사 주고 싶긴 하다. 별점을 준다면, 3개는 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기분도 꿀꿀한데 미술관이나 나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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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2011-05-12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랑 ,가요.
 
 그림이라는 거, 볼 줄도 모르고 아는 것도 없지만
 손 잡고 옆에 함께 서 있어 줄 수는 있어요.
 가방도 들어 줄 수 있구요. 나 힘 쎄요.
 

stella.K 2011-05-12 18:27   좋아요 0 | URL
ㅎㅎㅎ 그래요. 나중에 가게되면
연락 드릴게요.
저 가방 들어주는 사람 무지 좋아해요.ㅋㅋ

은비뫼 2011-05-12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자도 그림도 정말 이렇게 작은 책 보기 힘들듯.. 그렇죠? ^^
책 읽으며 미술관가서 정말 큰크기로 그림을 시원하게 보고 싶어지더랬습니다.
눈 좀 쉬게요. 하핫.

무스탕 2011-05-13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내용보다 스텔라님 평가가 더 빛나는 책이네요. ㅋㅋㅋ

stella.K 2011-05-13 10:58   좋아요 0 | URL
ㅎㅎ 이게 웬 일이랍니까? 어쨌든 고맙습니다.^^
 
예술/대중문화 분야의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오랜 기다림 끝에 얼마 전 알라딘 평가단 책을 받았다. 솔직히 기대에는 못 미친 선정이란 생각이 든다. 물론, 선정도서가 100% 나의 기대를 만족시킬거란 기대는 하지 않는다. 그래도 만화책만 두권이라니... 이런 선정만큼은 좀 피해야하는 거 아닌가란 생각이 못내 들었다. 내가 만화책을 평소에 잘 보는 타입이라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런 선정 방식은 별로 평가단을 배려한 건 아니란 생각이 든다(아, 물론 그렇다고 내가 만화를 평소 평소평가 하고 있다고 오해하진 마시길. 지금 읽고 있는 책은 감탄하면서 읽고 있는 중이니까).  

아무튼 그렇다 보니 이 달에는 어떤 책이 선정될지 벌써부터 기대반, 걱정반이다. 부디 이번 달에는 좀 더 좋은 책이 선정되길 간절히 바라며, 나의 눈길 머문 책들을 둘러본다.  

한옥이여, 영원하라!- 김도경의 <지혜로 지은 집>

지난 달에도 서평단 적지 않은 분들이 집이나 건축관련된 책들을 많이 올린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선정되지 못했다. 이번엔 한권 정도 되면 좋겠는데... 

나이 들어 갈수록 한옥이 좋아진다. 한옥이 과학적이란 건 이미 오래 전부터 입증됐다. 얼마 전에 읽은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사생활의 역사>란 책을 보면, 그책 집의 구조를 큰 카테고리로 여러 가지 말을 주절거리고 있는데, 읽다보면 역사적으로 볼 때 새삼 우리 한옥이 얼마나 좋은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데 우린 한때 한옥을 불편하다는 이유로 많이 없애버렸다. 그건 아마도 문지방과 부뚜막 때문은 아닐까란 생각을 해 보게 되기도 한다. 

이건 여담인데, 어제 아는 사람과 얘기를 하면서, 엣날 반상이 유별하던 시절, 왜 상놈이 양반 보다 애를 더 잘 낳는가 하는 얘기를 했었다. 그것은, 여성의 아랫배에 해당되는 문젠데, 자고로 아랫배는 자궁이 있는 자리로서 그곳이 따뜻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옛날 종들은 늘 방에 불을 꺼뜨리면 안 되었기 때문에 쪼그리고 앉아 불을 짚혔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연 아랫배도 따뜻해지고 그래서 아기를 잘 났는 거라고 한다.  그런데 비해, 양반은 별로 따뜻하지 못한 환경에서 살았었다는 것이다. 방이라봤자, 아랫목만 겨우 따뜻했으니 그럴만도 하겠다.  아무튼 그렇게 듣고 있노라면 우리나라 한옥이 또 한번 여기서도 입증된다고나 할까? 정말 지혜로 만들고, 지은 것들은 시대를 초월해 오래도록 살아남는 것 같다.  한옥이여, 영원하라!  

책이 꽤 튼실해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현암사에서 나왔다. 그 이름만으로도 알아줄만 하지 않은가? 이 달의 평가단 책으로 선정되서 받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눈으로 읽는 음악- 나도원의 <결국, 음악>    

보는 순간 확 끌렸다. 책 표지가 옛날 트랜지스터 라디오 같은데 보고 있노라면 왠지 모르게 저 책에서 라디오 소리가 날 것만 같다.  

요즘, 세시봉이 전국 투어에 나서면서 다시 인기몰이 중에 있다. 왜 그토록 인기일까를 생각해 보면, 역시 음악은 추억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주일 날, 아침일찍 예배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내가 항상 타는 버스에서 어느 방송인지 모르겠는데, 예전에 즐겨듣던 팝송이 나온다. 그곡들이 한창 인기를 끌었을 그 시절에, 난 그곡들에 맞춰 립싱크하면서 신나게 몸을 흔들어었다. 물론 살을 뺄 목적으로.  그 생각이 난다. 그때 난 혼자 방에서 했는데, 지금도 혼자 하려면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하지 못한다. 혼자도 쑥스럽고, 어색한 것이다. 그리고 어렸을 때 무슨 정신으로 그렇게 했을까? 신기할 정도다.  그리고 생각하는 건, 저 노래들을 한창 듣고 있었을 그 시절에도 분명 옛날 노래들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덧 세월이 흘러 이 노래들도 옛 노래가 되어버렸으니 세월이 참 무삼하다.  

물론 저자의 책엔 내가 언급한 사항들은 없다. 그래도 몇년 뒤, 저자가 또  이와 같은 성격의 책을 내준다면, 거기에 작년부터 주목을 받았던 세시봉의 이야기도 한자락 넣어주지 않을까? 그리고 애증의 '위탄(위대한 탄생)'도 언급하지 않을까? 그런 기대도 해 본다.  

인문학으로서의 음악-김종철의 <음악, 삶의 소리를 듣다>

 

얼핏 느끼기엔, 위의 <결국, 음악>보다는 한 수위의 책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책소개의 말마따나 한때 우린 클래식이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처럼 생각했던 때가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음악을 ‘통섭의 눈과 귀’로 들어보라고 충고한다.  

이책은 클래식뿐만 아니라 음악이라고 하는 저변의 모두를 다루고 있다.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으면서 음악을 통한 삶의 통찰의 경지까지 보여줄 것 같아 기대가 크다.    

 

우리나라 영화를 집대성했다-이세기의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한국영화 1001> 

한때는 매니아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름 꽤 부지런히 영화를 본적이 있다. 최고로 많이 본 때가 120이었나, 140편 정도 봤던 것 같다.  

지금은 그렇게까지는 보지 못하고 있다. 이책 전에 그냥 영화로 1001편을 다룬 책이 있는 걸로 아는데, 이책은 우리영화만 뽑아 1001편이다.  전에 이렇게 저렇게 본 겹치는 한국 영화를 빼더라도, 1년에 약90편씩만 보아도 10년이 걸리는 대장정이긴 할 것이다. 

뭐 그게 아니더라도 이런 책 한권쯤 가지고 있으면 우리나라 영화의 흐름을 알 수도 있고. 꽤 가치있는 자료로 남을 수 있을 것 같다. 쪽수가 천 페이지를 넘어가긴 하지만 도판이 많아서일 듯 하고, 그래도 맘만 먹으면 읽을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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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is film 2011-05-04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죽기 전에 봐야할 한 영화 1001> 이 책 좀 밀어주고 싶은데.. 아무도 없으시네요 ㅠㅠ

stella.K 2011-05-04 10:59   좋아요 0 | URL
ㅎㅎ 이 페이퍼 올리고 그런 책이 있었다는 걸 나중에 알았지요.
좋을 것 같긴한데, 청소년 책으로 분류가 되있더군요.
우리가 청소년 책 보기엔 또 좀 그렇지 않나요?ㅋㅋ

In this film 2011-05-04 11:05   좋아요 0 | URL
노노~ 절대 청소년책 아닙니다. 청소년도 볼 수 있다는 의미이지 이렇게 한국영화만 정리한 책을 접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지금이라도 페이퍼에 추가해 주세요 ㅜㅠ

stella.K 2011-05-04 11:11   좋아요 0 | URL
ㅎㅎ 그세 나타나셔서는...
알겠습니다.^^

2011-05-04 1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04 1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04 1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04 1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04 1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04 1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06 16: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06 17: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추리비평` 창시자 피에르 바야르 방한

 쿨하게 사과하라 

어제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탓는데, 갑자기 택시 한대가 끼어 들었다. 순간 운전기사 아저씨 꼭지가 돌아 차문을 열고 고함을 치신다. "여기서 끼어들면 어쩌자는 거야! 저게 실성을했나?" 그러자 그 택시 운전기사도 절대 지지 않고 뭐라고 큰소리를 친다. 

물론 거친 말을 쓴 거야 이쪽 아저씨가 좀 심하긴 하지만, 저쪽 아저씨 미안하다고 사과는 않고 되려 큰소리치는 게 좀 그렇다. 그런 상황에서도 목소리 큰사람이 이긴다고 생각하는 걸까?  

얼마 전, 이책의 저자가 나와서 강연하는 걸 잠깐 본적이 있다. 그는 한국 사람은 참 사과하는 게 인색하단다. 왜 그런가를 생각하면, 사과하면 자신이 더 손해를 본다는 무의식적 강박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설마 나도 그런가? 잠시 생각했는데, 그런 것도 같다. 이를어째... 혹시라도 내가 실수하고 사과해야 하는데 안한 적이 있다면 비밀 댓글로라도 말씀해 주시라. 그럼 사과드리리다. 

암튼 그 저자는, 사과해야 할 때 사과했더니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를 조목조목 설명하는데 과연 그렇겠다 싶다. 특히 모 병원에서 의료사고가 일어났을 때 점잖은 의사체면에 책임지기 싫어 이리 빼고 저리 빼다가 오히려 법정까지 끌려가서 손해 보기 보다, 사과할 때 사과했더니 손실이 훨씬 적었다는 연구보고를 한다. 결국 사람의 목숨 보다 또는 돈 보다 중요한 건 쿨하게 사과하는 자세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에서 저 책이 읽고 싶어졌고, 동시에 어째서 저런 책까지 나와야 할까? 마음이 좀 복잡해졌다. 

귀머거리새들의 대화 

어제, 피에르 바야르 좌담회에 다녀왔다.  

그런데 프랑스 남자들 은근 잘 생겼다. 오래 전, 르 클레지오를 봤을 때도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피에르 바야르도 못지않게 지성미가 느껴진다(난 그전까지 프랑스 사람은 알랑 들롱만 잘 생긴 줄 알았다)  . 이 좌담회엔 피에르 바야르 말고도 방민호 교수 등 몇 사람이 참여했는데, 김연수 작가도 나왔다. 사실 난 피에르 바야르 보다 김연수 작가가 좀 더 궁금했다. 실제 어떤 인상일지, 무슨 말을 할지. 그런데 무엇보다도 김연수 작가 목소리가 참 보기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굵직한 목소리다.  

좌담회 역시 생각보다 훨씬 지적이고 생동감 있는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특이한 건, 방청객들에게 성냥곽보다 조금 큰 통역기(?)를 나눠줬는데, 그걸 오른쪽 귀에 끼고 들으면, 바야르 교수의 불어를 동시 통역으로 들을 수가 있다. 그건 좀 새로운 경험이다. 그러니까 방청객도 뭐라도 된 것 같아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는데, 문제는 잡음이 장난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내 옆의 여자는 그런 게 필요없는지 나눠주는 통역기를 그냥 들고만 있던데, 약간 부러웠다. 

별로 기억나는 건 없는데, 이를테면 바야르 교수는 그런 말을 했다. 우리가 책에 대해서 말할 때 꼭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듣고 말을 해야하는 것이냐는 것이다. 책 프롤로그에도 그런 말이 나오지만, 실제로 다 읽을 수도 없고, 설혹 다 읽는다 읽고 얘기한다고 해도 대화하는데 더 꼬이기만 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슬쩍 아는 척만해도 대화는 훨씬 편하고 자유롭다는 것이다. 

그것에 대해 김연수 작가도, 작가생활 초기 때 애써 열심히 글을 썼더니 오히려 그 작품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 에따 모르겠다, 그냥 내 식대로 쓰자 했더니 오히려 알아 봐주는 사람이 많더라고 한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책에 대해서 채무의식 내지는 어떤 묘한 강박을 가지고 있는 것 같긴하다. 나만 보더라도,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만 할 것 같고, 그만큼 어쩌다 취향도 안 맞고 못 읽어 줄 책을 만나면 자괴감도 같고, 언젠간 읽겠지 하고 못 읽어 준 책에 대해서 죄의식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또 안 읽기로 한 책에 대해서 묘한 해방감 같은 것도 가지고 있다. 최근에 나는 그 유명하다던 미미 여사의 <모방범> 마지막 3권을 읽으려다 결국 포기했다. 이책 가지고 재미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어서, 나도 누군가 이책 가지고 대화에 낄려면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을 필히 읽고 대화를 해야할 것 같다. 예전 같으면  "뭐, 추리소설은 제 취향이 아니라서요." 하고 슬쩍 넘기면 그만이다. 하지만 요즘엔 워낙 매니아층이 넓고, 이책 정도는 읽어줘야 하지 않을까?하는 책도 많아져 그렇게 흘려버리고 말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우리의 바야르 교수는 어제 이런 말을 했다. 아무리 그책이 좋아 이구동성으로 좋다고 말하는 것 같아도 서로 말하는 바가 다르고, 생각하는 바가 달라서 꼭 귀머거리새들이 말하는 것 같다고. 우리식으로 말하면, 동상이몽쯤 되려나? 아무튼 그 표현이 재밌었다. 귀머거리새들의 대화라! 

아무튼 이책을 읽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책을 좋아하면서도 책에 매이는 이 묘한 채무의식에서 자유로워졌다고 말한다. 나도 조만간 이책을 읽어 볼까 한다. 마침 어제 바야르의 번역본을 두권에 만원이란 파격적인 가격으로 판매한다고 해서 사고, 또 한번 채무의식을 치렀는데, 참 어쩌자고 이러는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읽어야 할 책은 이미 내 방에 가득히 넘쳐나고 있는데 말이다. 이책 읽으면 진짜 자유로울 수 있을까?  하지만 이책 절대로 다 믿을 건 못되는 것도 같다. 바야르 교수는 이책을 쓰기위해 얼마나 많은 텍스트를 섭렵했겠는가? 물론 그냥 설렁설렁 보고 자유롭게 썼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분의 설렁설렁과 나 같은 사람의 설렁설렁은 차원이 다를 것이다.  

그래도 좋은 건, 이런 책은 일종의 에세이류로 분류가 될 것 같은데, 이런 지적이고 위트가 넘치는 에세이는 대환영이고, 이제 좀 이런 류의 에세이가 나와줘야 하는 건 아닌가 싶다. 우린 너무 에세이를 감성쪽에만 촛점을 맞추는 것 같아 하는 말이다. 또 모르지. 그런 에세이가 알고 보면 꽤 있을런지. 이것도 알고보면, 알아보지도 않고, 읽어보지 않고 아는 척하며 하는 소리인지도 모른다. 그럴 땐 그냥 나도 귀머거리새려니 생각해 주면 고맙겠다.  

피에르 바야르 교수에 대해선 어설픈 나의 말 보단 차라리 기사가 날 것 같아, 먼대글 형식으로 여기에 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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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가게재습격 2011-04-28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연회를 많이 다니시네요.^^ 후기 잘 읽었습니다. (혹시 책을...알라딘에서 구입하셨나요? 쿨럭^^;)

stella.K 2011-04-29 11:16   좋아요 0 | URL
아니, 빵가게님이 저의 서재에 들러주시고!
황감합니다.ㅋ
사실 좀 더 꼼꼼하게 잘 써야했던 건데 그냥 저의 주관적인
느낌만 주절거렸네요.
지금 다시 들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뭐랄까, 상당히 흥미진진한 시간이었거든요.
아마도 지적인 빵가게님이 들으셨어도 좋아할만한 시간이었을 텐데...ㅋ
책은 현장에서 샀습니다.
알라딘에서도 싸게 팔지만 이렇게까지 싸지는 않을 거예요.
만원에 두권이었으니, 땡 잡은 거죠. 언제 읽을지는 모르겠지만...휴~
 
<예술/대중문화>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한동안 관심 가는 책들을 정리하지 못했다(안 했다고 해야겠지만). 하지만 오늘부터 매달 한 달에 한번씩만이라도 이것을 해야 한다. 그것은 내가 다시 알라딘 서평단이 되었기 때문이다(지난 2기 때 됐었다. 그땐 이런 게 없었는데...ㅜ). 그것도 예술/대중문화 분야다.  책 욕심도 부인할수는 없지만, 난 좀 부지런해질 필요가 있다. 될 수 있으면 열심히 꼼꼼하게 해 볼란다. 

  집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가장 먼저 눈 길이 머물게 되는 책은 이 책이다. 사실 나는 언제부턴지 모르겠는데 집에 대한 관심이 많았었다. 지금이야 개성 있는 집이 많아졌지만, 나 자랄 때만해도 집은 거기서 거기였다. 그중에 눈에 띄는 집이 있으면 들어가 보고 싶었다.  

하지만, 세상이 살기 좋아졌다고 해도 형태만 조금 달라졌을 뿐, 예전과 별 다르지 않은 느낌이다. 과연 우리나라에 개성과 멋, 나아가 의식있게 집을 짓고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남들이 그렇게 지으니까 비슷하게 따라 짓는 사람이 대부분은 아닐까? 그렇게 생각없이 집을 짓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것을 보면 좀 아쉽다. 지금 내가 살고있는 집만해도, 오래된대다 그냥 공간(빈 구석이 없을 정도로 세간사리가 빽빽히 들어가고, 그냥 잠 자고, 휴식하기 위한)의 개념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 같다. 좀 삭막하다고나 할까? 집이 꼭 그러기 위해서 있는 것만은 아닐텐데, 이게 또 생긴 것도 생긴 거지만 개선하기 따라선 얼마든지 내게 맞는 집을 꾸밀 줄 알아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책 소개에서,  각각의 이야기 속의 8명의 거장들은 때론 자신들이 직접 거주하기 위해서, 때론 건축주들을 위해서, 때론 부모님을 위해서 지은 집들을 통해 “집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생각과 아이디어를 반영해야 하는가?”를 끊임없이 고민하며 집에 대한 자신들의 철학과 고민을 투영했다. 고 한다.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싶다. 이 책이 과연 나의 기대를 채워줄지도 궁금하고. 

사진은 인간에게 무엇인가? 

사진을 찍을 줄을 몰라도 보는 것은 좋아한다. 물론 풍경을 중심으로 찍은 사진도 좋아하고, 영화배우나 모델의 멋진 포즈 위주로 찍는 사진도 좋아하지만, 인간의 삶의 한 단면을 찍은 사진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어 좋아한다. 그런데 이 책은 그렇게,  인간과 사회에 대한 깊은 통찰로 사진을 찍어 온 필립 퍼키스가 50여 년이 넘게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강의 노트를 정리해 펴낸 책이다.  

 

 

 

  

필립 퍼키스의 작품 하나 있으면 실어볼까 했는데, 찾기가 조금은 어려운 듯도 하다. 대신 저 사진은 필립 퍼키스다.  언제 그가 한국을 방문했었나 보다. 그가 본 한국의 이미지는 어떨지 궁금하다. 저 사진은 누가 또 찍었을까? 어쩌면 사진은 진실을 담으려는 인간의 마음 한 컷에 있는 것이 아닐까? 

나도 미술관에 가고 싶다. 

지난 설 때 유난히 허리가 아팠었다. 그동안 간간히 아프긴 했는데, 설을 지낸다고 쪼그리고 앉아 전을 부쳤더니 견딜만한 허리가 파스를 붙여야 하리만큼 좀 심각했다. 나이 탓이려니 하지만, 조금 서러웠다.  

그 무렵 나는 고종석의 <독고준>을 읽고 난 후였는데, 거기에 보면 화자인 독고원이, 자신은 시간이 나면 혼자 미술관에 가는 취미가 생겼다고 말하는 내용이 나온다. 그것도 혼자. 그 내용을 읽으면서 나도 혼자 미술관을 다녀봐야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허리 상태론 어림없는 일이다. 이대로 앞으로 살아야 한다면...? 별 희안한 불안한 생각을 다 했었는데 다행히도 허리는 나았다. 하지만 역시 그것도 대단한 의지가 필요한 건지 아직도 미술관을 나서지 못하고 있다. 혹시 이 책 읽으면 나서지지 않을까?  

표지를 봐선 좀 가볍게 쓴 책인 것 같아 처음엔 그다지 눈 길이 머물지 않았는데, 책소개나 목차를 보니, 나름 전문성과 실용성을 두루 갖춘 책 같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내가 요즘 즐겨보는 TV 프로 중 하나가 <명작 스캔들>이란 프로가 있는데, 미술 작품 하나 감상하는데 어쩌면 그리도 고소한 수다가 계속 연이어 나오는지, 기회가 되면 녹화하는 날 방청객으로 한 번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아무래도 방송은 편집을 하니 말이다). 아무튼 덕분에 미술에 대한 관심과 안목이 생겼다. 이 책도 그러지 않을까? 미술관을 나오면, 먹을거리, 볼거리, 즐길거리도 상세히 소개한다고 하니, 혼자라고 뻘쭘해 하지 말고, 나 자신과의 데이트를 기꺼이 청해 볼 일이다.  

나는, 노희경 마니아다.

 요즘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이 똑똑해져서 연출을 누가 했느냐 보단 작가가 누구냐에 따라 드라마를 보고, 안 보고를 결정하기도 한단다.  

드라마를 두루 섭렵하지 않고, 볼만한 드라마 몇 개만을 골라 보는 나도 시청 실패율을 낫게하기 위해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의 작가가 누구냐는 꽤 좀 따지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나도 좋아하는 작가 몇몇이 생겼고, 그의 작품이라면 처음부터 볼 생각을 하고 TV 앞에 달라 붙어 앉아 있다.  

노희경의 작품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물론 시청층이 다른 타 작가에 비해 그리 넓은 건 아니라고 하지만, 노희경의 작품은 한번 보면 정말 좋아하게 된다. 그것은 특별히 웃기거나, 요즘의 감각을 한껏 살린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것과는 다른 느낌이다. 또 어찌보면 처량 맞은 점에선 신경숙과도 약간을 닮아 있는 느낌이기도 하다. 하지만, 심금을 울리는 대삿발하며, 기존의 드라마 문법과 달리 마치 소설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분위기가 난 참 좋다.  

저 <굿바이 솔로>도 빼놓지 않고 첫 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봤던 드라마다. 그의 작품을 영상이 아닌 문자로 읽는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나 같은 경우 정말 잘된 드라마는 DVD를 가지고 싶은 게 아니라 대본을 가지고 싶어진다. 그중 단연 0순위의 작품이라면 노희경은 아닐까?  그녀의 치열한 작품 쓰는 자세도 부럽고. 

오늘은 무슨 영화 볼까?              
  
 

해마다 <오늘의 소설>이 있는 것은 알았는데, <오늘의 영화>가 있는 줄을 몰랐다.   

펴낸 곳도 같다. 그래도 이것의 선정이 벌써 6회째란다. <오늘의 소설> 같은 경우, 작가의 작품이 선정되어 실리는 거지만, <오늘의 영화> 같은 경우는 좋은 영화를 뽑고 그 영화에 대한 평론이 실려있다. 나름 필진이 빵빵해 보인다.  

요즘엔 가끔, 우리가 왜 영화를 볼까?를 묻곤 한다. 바보 같은 질문이면서, 뜬금없기도 하고, 진지하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책 한 번 읽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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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4-03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술 분야 서평단도 인문 사회과학 분야와 비슷하게 활동하는게 쉽지 않을거 같아요,
예술이라는 장르 속에는 미술뿐만 아니라 음악, 영화, 사진, 건축들도 포함되어
있잖아요. ^^

stella.K 2011-04-04 11:41   좋아요 0 | URL
그래도 인문 보다는 낫지 싶어요.
제가 시사쪽은 좀 약한데 가끔 시사쪽의 책이 선정되기도
하더라구요.
예술 분야는 계속 관심이 가더라구요.
내친김에 서평단 다른 분야도 두루 돌아다녀 볼까봐요.
지난 번엔 소설, 이번엔 예술, 다음엔 에세이를 해 볼까요?ㅎㅎ
다 돌려면 못해도 3년은 걸리겠죠?^^
 

예상했던대로 신공항 건설이 백지화가 됐다. 그런데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게 오히려 다행이란 생각이 드는 건 왜 일까?  

요즘, 내가 읽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 작가들의 삶과 문학에 대한 생각들을 취재한 책인데, 작가 하나 하나마다 들려주는 삶과 글쓰기에 대한 생각들을 읽을 수가 있어 감동하며 읽고 있는 중이다.   

읽다가 오늘 같은 날 유독 생각나는 작가가 있다. 그는 바로 섬진강 시인으로 유명한 김용택 시인이다. 꼭 그의 시집을 접하지 않더라도, 그가 섬진강을 지키며, 초등학교 교사로 봉직하다가 퇴임한 것은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는 알려진 바대로 이 책에서도 어김없이 자연과 자신의 교육철학에 대해 토로했다. 그 부분을 읽으면 그가 얼마나 자연을 사랑한는지가 마구 느껴진다.  

해마다 여름이면 수해로 우리나라는 몸살을 앓는다.  지난 번에 경상도 지역이 물난리가 나면, 이번엔 전라도가, 그러다 강원도가, 그러다 또 경기도 어느 지역이 돌아가면서 물난리가 난다. 그때마다 우리가 항상 들어야 하는 건, 이것이 천재냐, 인재냐를 두고 말들을 한다. 물론 십중팔구는 인재에 더 많은 혐의를 둔다. 그도 그럴 것이, 충분히 미리 방재를 하고도 수해가 났다면 그건 천재일 것이다. 하지만, 우린 충분히 방재를 하지 못해  그저 눈뜨고 지켜 볼 수 밖엔 없고, 설혹 천재라 해도 그 화를 자초한 부분도 적지 않아 온전한 천재라고도 볼 수가 없다.  

원래 물길은 곡선으로 흐른다고 한다.  곡선은 자연이고, 도시는 직선이라고 한다. 섬진강만 보더라도 완만하게 또는 급하게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볼 수 있다. 하지만 해마다 일어나는 수해는 저 곡선의 물길을 인간이 인위적으로 직선으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둑이 무너지고 다리가 침수되는 것은 바로 그 자리가 물이 지나는 자리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이 지나가는 자리에 놓인 인위적인 것들은 모두 무너재내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대부분의 수해는 인재라는 것이다.  강원도에 수해가 났을 때 동네할아버지들이 둑 무너진 자리를 보고 말했다고 한다.  

"예전에는 저기가 물 지나가는 자리였어"   (309p)   

이 부분을 읽으니, 나 역시 황량한 그 동네할아버지의 목소리를 듣는 것 같다.  과연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 논리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런지 모르겠다. 정말 개발이 우리에게 그토록 절실한 것일까? 

"강산이 저렇게 아파하는데, 시는 뭐하게 쓰냐?"  

시인의 사투리 섞인 저 말을 귀로 듣는 것도 같다.  

군청에서 그가 사는 진매마을의 섬진강가에 벤치를 놓겠다는 것을 시인은 반대했다고 한다. 군청직원들은 사람들이 다니다가 벤치에 앉아서 쉬게 하려는 것이라고 했지만, 그는 그냥 땅바닥에 앉아서 쉬면 된다고 했단다. 그리고, 길가에 팬지꽃을 심겠다고 해도, 그는 반대했다고 한다. 봄, 가을로 얼마나 많은 야생화가 아름답게 피는데 그런 꽃들을 심느냐고 호통을 쳤다고 한다. (307p)  

그것을 보면 시인의 성정이 어떨지 가히 짐작이 간다. 그리고 그것은 또 어찌보면 어떤 사람에겐 미움을 살 일인지도 모르겠다.  뭐 좀 하려고 하면 시인이 무조건 반대하고 나서니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시인은 분명 자연주의자일 것이다.  자연적인 것을 해치는 건 도무지 용납하기 싫은 '고집쟁이'일 것이 틀림없다. 시인은 그런 사람이었다. 그래도 강산은 저렇게 아파한다고 그는 말한다. 그러니 그는 더더욱 고집쟁이가 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사실, 길가에 잘 심기워진 팬지꽃은 나도 그다지 좋지만은 않다. 볼 때야 나쁘지 않겠지만, 그것이 심기워 질 때까지 있었던 풀이며, 야생의 꽃들이며, 심지어 잡초까지 모조리 뽑혀져 나가야하지 않았을까? 못 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고 했는데, 하물며 예쁘긴해도 길가에 핀 팬지가 무슨 힘이 있어 자연을 지켜줄 수 있을까?  

기왕 말나 온 김에, 내가 주로 잘 가는 강남역 주변은 보기엔 도시적여 보기는 좋을지 몰라도 꼭 그렇지만도 않다. 불과 1,2년 사이에 가로수가 파이고, 거기에 페룬가 어딘가에 있다는 모아이돌상 같이 생긴 큰 LED 전광탑이 밤길을 밝히고 있다. 뭐 나름 광고도 하면서 밤을 밝히고 있으니 나쁘진 않겠지만, 난 웬지 그게 썩 좋아보이지마는 않는다. 물론 가로수가 뽑히니 인도가 이렇게 넓었나?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고, 그 자리에, LED 전광탑이 설치가 되어 탁 트인 시야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 왜 뭐가 좋은지 알 수가 없다. 적어도 가로수는 그렇게 사람의 시야를 가리고 자리를 차지하지만, 공해를 정화해 주고, 인간과 가장 친숙한 식물이었다. 또 때론 가랑비라도 오면 버스를 기다릴 때 우산을 피지 않아도 그 밑에 서면 당장의 비는 막고 설 수도 있었다.  물론 이건 지극히 작은, 서울시 그것도 강남구의 정책이고, 난 그 동네에 살지도 않으니 뭐라고 할 말은 없다만 과연 우리나라 환경 정책이 지금 재대로 굴러가고 있는 것인지, 대한민국의 한 사람으로서 의문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데, 김용택 시인은 이 책에서 말한다. 우리나라 행정부에서 건설교통부가 사라져야 한다고. 그의 말에 따르면, 건교부가 있는 나라는 지구상에 몇 나라 되지 않는다고 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그 일을 환경부가 한단다.  그것은 확실히 되새겨 볼만한 말이다.  

오늘 아침 뉴스를 들으니, 정부의 신공항 백지화를 놓고 다시 한 번 지역과 정치계가 들썽이고 있는가 보다. 요즘 뉴스를 잘 보지 않으니, 언제 신공항을 만든다, 만다 말들이 오고 갔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백지화가 됐으니 오죽 들뜬 가슴이 푹 꺼졌을까? 백지화 이유가, 한 곳은 산을 깎아야 하고, 한 곳은 바다를 메워야 하는데, 그 두 곳 다 비용이 천문학적이어서 그만 두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에 굴복할 수 없어 이들 두 곳은 독자적으로 추진을 할 것이란다.  과연 분개만 해서 될 일인가?

인위적으로 산을 깎고, 바다를 메워서 뭘 어쩌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해마다 일어나는 허다한 인재를 지켜보면서도 그토록 개발에 목이 마른건지? 그리고 이것은 지역간의 골을 깊게 만들고, 정치권의 잇속 차리기로 몰고 가는 것처럼도 보였다. 거기에 휘둘릴 필요가 과연 있는 건가?  

그런데 이상한 건, 그 가운데 환경 단체의 소리는 들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과연 환경 단체들은 용인하고 넘어가도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이 신공항이라는 것도 개발을 빙자한 정치권의 커넥션일런지 알 수도 없겠다는 의심을 해 보게도 된다.  그런데 좀 의아스러운 건 이건 또, 우리나라 행정부처 중에 건교부 주관이 아니라, 해양부 주관이란다. 해양부가 주관하는 거가 맞는 건가? 꼴뚜기가 뛰니 망둥이도 뛰는 모양새는 아닐지 이것 또한 의문스럽다. 이것에 대해 김용택 시인이라면 뭐라고 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그라면 또 예의, " "강산이 저렇게 아파하는데, 시는 뭐하게 쓰냐?"라고 하지 않았을까? 유독 오늘 같은 날은, 김용택 시인이 많이 생각나는 날이다.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섬핏줄 같은
개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쌀밥 같은 토끼풀꽃
숯불 같은 자운영 꽃 머리에 이어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도감에도 없는 풀에 어둠을 끌어다 죽이며
그을린 이마 훤하게
꽃등도 달아준다

                                             -시 <섬진강 I>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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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1-04-01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행으로 여겨요
그래서 처음으로
이씨가 자기 생각을 접을줄도 아는구나 생각했어요

stella.K 2011-04-01 12:36   좋아요 0 | URL
그렇죠? 근데 그게 처음 대통령이 되면서 내세운 공약중 하나라네요.
그 공약 안 지킨다고 정치권에선 뭐라고 그러고.
특히 박 여사님. 참...
건물 하나 지어지고, 어느 한군데 개발되면
그만큼 이 나라에 Co2가 없어지는 건데 이 좁은 땅덩어리에서
숨인들 재대로 쉬고 살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ㅠ